목 차
1. 서 론
2. 거래비용 경제학과 신제도주의 국제정치이론
3. 국제제도의 네 가지 기능
1) 규칙의 제정(rule-making)과 관련된 제도의 기능
2) 감시(monitoring)와 관련된 제도의 기능
3) 분쟁의 해결(dispute settlement)과 관련된 제도의 기능
4) 실행과 관련된 제도의 기능
4. GATT에서 WTO로: 합의에 기반한 중재기구(consensus-based arbitration)에서 강제적인 판정기구(compulsory adjudication)로의 변화
1) GATT 분쟁해결기제
2) WTO의 분쟁해결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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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지명 한국사회과학
ISSN 1226-7325
권 24
호 2
출판일 2002.
거래비용이론, 신제도주의, 그리고 제도의 변화: GATT에서 WTO로의 분쟁해결제도의 변화
문돈*
(Don Moon)
2-260-0202-04
국문요약
거래비용이론은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기대되는 효율성 이익이 특정 제도의 출현과 그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거래비용이론을 적극적으로 흡수한 신제도주의 국제정치이론은 국가간 관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수단으로서 국제제도를 이해하며 국제제도의 기능적 조직적 특징 및 그 변화과정을 거래비용에 대한 고려와 관련시켜 설명해왔다 국제제도가 국가간 상호작용의 상이한 단계에 조응하여 담당하는 기능은, 규칙제정, 감시, 분쟁해결, 실행의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각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국제제도는 집중성과 위임성의 정도에서 폭넓은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거래비용이론과 신제도주의이론은 국제무역체제의 역사적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적 이론틀을 제공한다 GATT의 분쟁해결기제는 중개의 방식으로부터 비강제적 중재의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발전해왔으며, WTO체제는 강한 구속성과 높은 위임성을 지니는 강제적인 판정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분쟁해결기제와 질적인 차별성을 드러낸다. 무역의 양적 증대와 교역국의 증가, 분쟁의 빈도와 복잡성의 증가로 인해, 외교적 교섭에 의존하는 GATT의 분쟁해결기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통해 국가들은 판정에 대한 비토권을 제거하고 분쟁해결절차의 통일성을 확보하며 일방주의를 금지하는 등 분쟁해결의 제도적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분쟁해결의 거래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국가들의 합리적 고려가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하겠다.
영문요약
In the "transaction costs economics" field, efficiency gains produced by reducing transaction costs have been the key element in explaining the emergence, transformation or demise of institutions. Neo-institutionalism, which is heavily dependent on the transaction cost theory, has contended that the establishment and change of international institutions are fundamentally determined by rational states' efficiency considerations for economizing transaction costs. We can categorize international institutions on the basis of their major functions, corresponding to the subsequent stages of state interactions: rule-making, monitoring, dispute settlement, and enforcement. At each stage, the mechanism that institutions perform each function varies considerably in the degrees of centralization and delegation.
Transaction cost theory and neo-institutionalism provide theoretical backgrounds for understanding the historical changes of dispute settlement mechanisms in the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The GATT dispute settlement mechanism had gradually developed from mediation to non-binding arbitration, both of which had the characteristics of the consensus-based voluntary system. On the other hand, the 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are equipped with centralized organizational structures and delegated authorities, which represents the characteristics of the compulsory adjudicative system. As the amount of trade and the number of trade participants have increased, and the issues of conflicts have become more complicated and broadened, the consensus-based GATT system could not work properly in resolving disputes. By eliminating veto power of the member states, unifying the conflicting mechanisms under the single dispute settlement system, and prohibiting the exercise of unilateral measures, states expect to reduce dispute settlement costs and to acquire efficiency gains under the 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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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론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의 최종타결과 1995년 WTO 체제의 출범은, 기존의 GATT체제가 포괄하지 못했거나 불완전하게 포괄했던 지적 재산권, 서비스, 투자, 농산물 분야 등 여러 영역에서 무역 자유화를 확대하고 심화시켰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변화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 국제무역체제의 제도적 틀, 그 중에서도 분쟁의 해결과 관련된 제도적 골간이 매우 급격하고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GATT의 분쟁해결기제가 각 국가의 거부권을 인정하는 합의에 기반한 체제(consensus-based system)였다고 한다면, WTO의 그것은 거부권을 배제하고 독자적 분쟁해결기구의 판정에 의존하는 강력한 사법적 체제(adjudicative system)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들은 왜 분쟁해결과 관련된 권한을 제3의 독립적 기구에 위임하고 이 기구의 판정에 승복함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가? 개별 국가에 대해 상위의 권한을 가지고 국가행위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WTO 분쟁해결기제의 등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본 글은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theory)과 제도주의이론(institutionalist theory)의 관점에서 이러한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광범위한 제도의 분석을 통해 거래비용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은, 거래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율성 이익(efficiency gain)이 특정한 제도의 출현, 유지, 변화 및 소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합리적 행위자들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관계를 조직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관계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조직화의 구조와 방식 역시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거래비용 경제학은 시장을 통한 수평적 교류의 제도로부터 회사(firm)와 같은 강력하고 통합된 위계에 따라 조직되는 제도의 등장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거래비용 경제학의 연구는 국제정치이론 중 신제도주의(neo-institutionalism)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제제도 역시 여타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합리적 국가들이 그들간의 관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수단이며, 국제제도의 기능적 조직적 특징 역시 국가들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제도주의이론은 국제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매우 협소하게 이해함으로써, 현실에서 등장하는 공식화되고(formalized) 집중화된(centralized) 권위와 조직형태를 지니는 초국가적 국제기구(supra-national organization)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관계의 다양한 측면에 조응하는 국제제도의 상이한 역할을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거래비용에 대한 고려가 어떻게 제도의 조직적 기능적 차별성을 낳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본인은 국제제도가 국가간 상호작용의 상이한 단계에 조응하여 담당하는 기능과 역할을 규칙의 제정 (rule-making), 규칙의 준수에 대한 감시(monitoring), 분쟁의 해결(dispute settlement), 실행(enforcement)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이해하고자 한다.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국제제도는 그 집중화(centralization)와 위임성(delegation)의 정도에서 폭넓은 편차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편차는 바로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국가들의 고려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제도의 변화 역시 이러한 효율성에 대한 기대효과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는 바, 상호작용의 특성과 빈도(frequency),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 미래의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 등이 하나의 제도적 틀로부터 다른 제도적 틀로 이행하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거래비용이론과 제도주의에 대한 포괄적 논의에 기초하여, 이 글에서는 국제무역체제의 분쟁해결기제의 변화를 그 직접적 사례로 살펴볼 것이다. 국가들이 상호 동의를 통해, 약한 구속력과 낮은 위임성을 특징으로 하는 GATT의 분쟁해결기제로부터 강한 법적 구속력과 높은 위임성을 특징으로 하는 WTO의 분쟁해결기제로 이행하게 된 이면에는, 바로 분쟁해결의 거래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합리적 동기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무역의 절대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무역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가 증가하며 무역갈등의 소재와 방식이 보다 복잡화될수록 기존의 GATT 분쟁해결기제, 중개(mediation)와 조정(adjustment)을 통해 외교적 방식의 분쟁해결을 촉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GATT의 분쟁해결기제는 더 이상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80년대를 거치며 GATT 분쟁해결기제의 한계와 문제점이 심각하게 노정되면서, 국가들은 국제무역체제의 제도적 틀, 특히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적 틀을 변화시킬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국가들이 WTO 산하에 강제적인 판정기구(compulsory adjudicative body)를 건설하기로 동의하게된 데에는, 이러한 거래비용에 대한 고려가 주된 동기 가운데 하나로 자라잡고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다음 절에서는 거래비용 경제학의 핵심적 내용을 살펴보고 그것이 신제도주의 국제정치이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우리는 최근의 신제도주의이론이 어떻게 자기 발전을 거듭하며 현실의 국제제도에 대한 설명력을 높여가고 있는가와 아울러 현 논의의 한계는 무엇인가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본인은, 국제제도의 차별성과 분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적 틀로서 제도의 네 가지의 기능을 구별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제도가 각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 집중도와 위임성의 차이를 고찰해 볼 것이다. 이상의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GATT에서 WTO로의 분쟁해결기제의 변화를, 분쟁해결의 거래비용과 관련시켜, 구체적으로 살펴 볼 것이다.
2. 거래비용 경제학과 신제도주의 국제정치이론
앞서 지적했듯이 거래비용 경제학은 신제도주의 국제정치이론의 형성과 발전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제정치이론이 매우 부분적이고 편협한 방식으로 거래비용이론을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거래비용이론의 핵심적 문제의식 - 수평적인(decentralized) 교류(exchange)의 구조로부터 위계적인(hierarchical) 권위(authority)의 구조로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을 놓쳐 왔다는 것이다. 거래비용이론의 선구자인 코오스(Coase, 1937)는 왜 회사(firm)와 같은 위계적 조직이 존재하며 회사의 구조(firm structure)는 시장의 그것(market structure)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주체들이 회사와 같은 집중화되고 위계적 구조를 통해 그들의 관계를 조직화하는 까닭은, 그러한 방식이 수평적인 시장에서의 단기적 계약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집중화된 통제구조(governing authority)의 창출과 그것이 포괄하는 상호작용의 범위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 계산에 의해 기본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코오스의 연구 이래로 거래비용이론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영역으로 그 적용의 범위를 넓혀왔으며, 이론적 주장 역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이론적 진전으로 지적할 것이, 거래비용의 상이한 유형들을 구분해내고 거래비용과 조직구조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위험도(risk)와 불확실성(uncertainty)의 문제(Knight 1965), 정보 은닉(shirking information)의 문제(Alchian and Demsetz 1792), 전유 가능한 지대(appropriable quasi-rent)의 문제 (Klein, Crawford, and Alchian 1978), 자산 한정성과 불완전 거래(asset specificity and incomplete contract)의 문제(Williamson 1985, 1989), 측정비용과 감시/집행비용의(measurement cost and policing/enforcement cost)의 문제(North 1990), 그리고 교섭비용과 영향력비용(bargaining cost and influence cost)의 문제(Milgrom and Roberts 1990) 등이 거래비용의 유형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결과들이다.
만일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제도가 거래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동기에서 창출된 것이라면, 제도의 기능과 조직적 특성 역시 그 제도가 다루고 있는 거래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도를 건설, 유지, 변경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합리적 행위자들은 여러 대안들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을 비교하여 최적의 제도적 형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 당사자들간의 접촉이 매우 드물고 상호의 정직성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조건에서 계약을 촉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제도적 틀은 정보 저장소(information repository) - 계약 참가자의 과거 행적과 정직성에 대한정보를 제공하는 - 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세의 교역 부흥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법상인(law merchant)의 역할이었다(Milgrom, North, and Weingast 1990). 하지만, 교역의 양과 빈도가 증가하고 계약이 복잡해지며 계약조건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단순히 정보를 수집, 제공하는 분권화된 제도로는 더 이상 협력을 촉진시킬 수 없으며 보다 집중화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제도적 틀이 요구된다.
거래비용 경제학이 다양한 유형의 거래비용과 이에 조응하는 상이한 제도적 틀에 대해 탐색해왔다면, 국제정치이론에서 신제도주의는 한 종류의 거래비용의 문제, 즉 속임수(cheating)를 탐지(detection)하고 감시(monitoring)하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왔다. 또한 감시의 기능 역시 분권화(decentralized)되고 비공식적인(informal) 조직 구조를 가진 제도를 통해서만 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상정해왔다. 집중된 권위와 위임성을 가지고 개별국가보다 상위의 지위에서 국제관계를 통제(governing)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현실의 지역적 국제적 제도와 기구들이 담당하는 보다 확대되고 심도 깊은 역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속임수의 문제와 감시기능을 하는 제도에 대한 편협한 강조는 초기의 신제도주의가 기반하고 있던 이론적 틀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국가간 관계를 통제할 상위의 권력이 부재한 무정부상태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도출하는데 있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핵심적 이론틀을 제공하였다. 죄수의 딜레마의 특징은 개별 주체의 합리적 행위가 집합적으로는 비최적화(sub-optimal)된 결과를 낳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탐색하는데 있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 -속임수를 사용할 동기를 각 행위자가 가지고 있고 상대방의 속임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협력의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협력으로 귀결되는 상황- 에서 협력이 가능하려면 제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이유는 제도가 상대방의 협력으로부터의 일탈(defection)을 탐지하고 시간적 지평(time horizon)을 확장시켜 줌으로써 상호 보복(tit-for-tat)에 기반한 협력을 촉진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도출되는 국제제도란, 속임수에 대한 정보의 수집과 전달, 교환을 담당하는 일종의 감시체제(monitoring system)이며, 정보의 전달통로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제도는 일반적으로 개별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집중화된 권력과 위계적 조직구조를 갖출 필요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Keohane 1984, Oye 1986, Axelrod and Keohane 1986, Lipson 1993).
최근의 신제도주의는 거래비용 경제학의 진전된 논의를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써 더욱 풍부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불완전 계약(incomplete contract)이론"과 "교섭비용(bargaining cost)이론"이다. 윌리암슨(Williamson, 1989)은 계약의 당사자가 모든 미래의 상황을 포괄하는 완전한 계약을 사전에(ex ante) 마련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따라서 미래의 이행을 내포하는 모든 계약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완전성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는, 미래의 조건에 대한 예측의 불가능성(unforeseen contingencies), 모든 조건을 포괄하는 계약을 준비하고 작성하는데 드는 엄청나게 높은 비용, 전혀 모호함이 없는 계약을 작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언어의 자연적 한계, 그리고 미래의 행위에 대한 정보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월리암슨은 불완전 계약의 조건하에서 경제 행위자들이 사전에 이에 관한 규칙을 마련함으로써 불완전 계약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보았다. 즉 계약의 작성시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떻게 그 문제를 다룰 것인가, 계약의 해석과 적용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그리고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분쟁을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규칙 그 자체는 또한 어떻게 변경될 것인가 등 계약의 불완전성을 극복할 제도적 틀을 사전에 마련함으로써, 개별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처음부터 새로 협상해야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불완전 계약이론의 핵심적 주장은 몇몇 국제정치학자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졌는데(Garrett 1992, Garrrett Weingast 1993, Gruber 2000), 이들은 개별국가의 행위를 상당정도 통제할 수 있는 집중된 권한과 위임성을 가지는 국제제도의 등장을, 불완전 계약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국가간의 협약(arrangement)은 그 실행을 강제할 단일한 중앙권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 계약과 유사한 문제점을 지니며, 불완전 계약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있어 일정한 독립성과 독자성을 가진 조직적 실체를 건설하고 이 조직에 상당한 귄한을 위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즉 국가들이 그들의 주귄 가운데 일부를 공식화된 국제제도에 할양하고 그 국제제도의 권위에 입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제한적 협상(open-ended negotiation)을 반복하는 것에 비해 거래비용을 절약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루버(Gruber 2000)는 이러한 특징을 지니는 국제제도를 초국가적 국제제도(supra-national institution)라 규정하면서, 초국가적 제도는 과거의 제도주의가 강조해왔던 단순한 정보 저장소(information clearing house)의 역할을 넘어서, 규칙의 제정, 정보의 수집과 유통, 분쟁에 대한 판정과 집행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위임된 기능을 수행하며 잘 발전된 통치의 구조(governing structure)를 가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불완전 계약과 관련된 또 다른 흥미로운 논의주제는 교섭의 장(bargaining forum)으로서 국제제도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고찰이다. 피어론(Fearon 1998)은 레짐(regime)이 감시(monitoring)와 실행(enforcement)을 보조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하는 측면보다 교섭의 비용(bargaining cost)을 줄여줌으로써 협력에 기여하는 측면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국제제도는 협상을 원활히 할 절차와 초점(focal point)을 제공함으로써 협상의 비용을 줄여줌과 동시에, 협상의 실패가 가져올 정치적 비용을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협상을 촉진하는 국제제도의 역할은 특히 제도의 기본적 틀을 짜는 초기 협상의 과정에서, 주요한 규칙의 변화와 관련된 협상의 과정에서, 그리고 협상이 심각한 분배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의 이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신제도주의는 여전히 일정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거래비용이론이 가지는 근본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할 것이다. 거래비용 개념은 매우 느슨하고 불명료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상이한 유형의 거래비용은 체계적으로 범주화(categorization)되지 못한 채 부분적 특징을 지칭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현실의 거래비용을 측정하고 거래비용과 제도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디짓(Dixit 1996, p. 35)이 지적한 바처럼 "거래비용은 단일한 분석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많은 분석적 모델을 조직하는 느슨한 개념적 틀을 제공"하는데 머물렀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이한 거래비용의 성격과 그에 상응하는 제도의 유형을 보다 엄격하게 범주화할 필요가 있다. 즉 특정한 국제제도가 국가간 관계에서 담당하는 주요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기본으로 하여 제도의 유형을 구분 짓고, 또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 집중도와 위임도의 차별성에 따라 제도의 성격을 세분화하며, 이러한 제도의 특성이 거래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증대시키려는 동기와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고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국제제도의 네 가지 기능
거래비용의 개념적 불명료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래비용과 관련된 제도의 구체적 기능과 조직적 특성을 포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 본인은 국가들의 상호작용을 규칙제정, 감시, 분쟁해결, 실행의 각 단계로 구별하고, 각 단계에서 제도가 담당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제도를 구분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규칙의 제정 단계에서, 국가들은 협약의 내용적 규칙(substantive rule)과 아울러 이후의 각 단계에서 따라야 할 절차적 규칙(procedural rule)을 마련한다. 일단 규칙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지고 제도적 틀이 마련되면, 국가들은 상대방이 협약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감시의 단계로 이행하게 된다. 감시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규칙위반이 발견되거나 혹은 이의제기를 가능케 하는 사안이 발생하면 국가들은 분쟁해결단계로 이행하게 되는데, 분쟁해결의 방식과 절차는 사전에 동의된 규칙에 준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들은 협약의 의무조항이나 분쟁판정의 결과를 집행하는 실행의 단계를 거친다.
국가간 상호작용의 네 단계 - 규칙 제정, 감시, 분쟁해결, 실행 - 에 조응하여, 우리는 국제제도를 그 주된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칙제정의 단계에서 제도의 역할은 분쟁해결의 단계에서 제도의 역할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또한 각각의 제도에 위임된 권한의 정도, 개별국가로부터의 독립성의 정도, 조직화의 수준과 작동의 원리 역시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의 거래비용이론과 관련시켜 설명하자면, 각 단계에서 수반되는 거래비용의 성격과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의 특성과 그 조직화 방식 역시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1) 이러한 범주화가 지니는 장점은 현실의 국제 제도를 상호배제적(exclusive)이고 남김없이(exhaustive)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국제제도를 그 기능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것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제도의 차별성, 특히 권한의 집중과 위임의 정도에서 보여지는 차별성을 적절히 포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즉 우리는 각 범주간의 제도적 차별성뿐만 아니라 한 범주 속에서의 제도적 차별성 역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국제제도가 분쟁의 해결을 자신의 주된 기능으로 삼는 경우에도, 그 제도의 성격은 가장 낮은 차원의 주선(providing office)이나 중개(mediation)로부터 보다 발전된 중재기구(arbitrative body), 더 나아가 상당히 집중된 권한과 강한 구속력을 지니는 사법판정기구(adjudicative body)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물론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국제제도는 앞서 열거한 네 가지 기능들 가운데 한가지만을 배타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UN이나 WTO처럼, 많은 수의 구성원이 참여하고 폭넓은 이슈를 다루는 다자주의적 국제조직은 보다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기능 - 규칙의 제정을 촉진하고 또한 감시와 분쟁해결의 기능 또한 일정하게 담당하는 - 을 수행한다. 이러한 현실적 기능상의 중첩에도 불구하고, 국제관계의 상이한 단계에 조응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제도를 구분하는 것은, 제도간의 차별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그 원인을 탐색하기 위한 일종의 이념형(ideal type)으로서 유의미하다 할 것이다.
1) 규칙의 제정(rule-making)과 관련된 제도의 기능
일단 확립된 내용적 절차적 규칙은 국가들의 향후 행동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며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규칙을 제정하는 단계는 국가간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간 이해가 전적으로 수렴되고 분배적 갈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극히 이례적인 조화로운 협력(harmonized coordination)의 상황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국가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한 정치적 투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각 국가들의 힘(bargaining power)이 규칙의 내용과 형식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국가들은 스스로의 주권을 제약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sovereignty cost)이나 제도에서 파생되는 분배적 효과에 대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규칙의 제정의 관련된 자신의 고유한 권한을 국제제도에 위임하거나 또는 제3자를 통해 대리(representative)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최종적인 비토권(veto power)을 보유하고자 한다. 따라서 규칙제정의 기능을 담당하는 국제제도는 매우 낮은 위임성과 분권화된(decentralized) 의사결정의 구조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규칙의 제정 단계에서 국제제도가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주된 역할은 협상의 타결을 지원하는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역할이라 하겠다.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제도는 규칙제정을 위한 협상의 장을 제공하고 접촉을 정규화 하도록 해준다. 한 걸음 나아가, 협상 참가자의 선호(preference)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착상태를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정직한 중개자(honest broker)로 기능할 수 있다. 애벗과 스나이덜이 지적한 바 있듯이, 정직한 중개자의 존재는 당사자만의 직접 협상에 비해 협상의 비용(bargaining cost)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Abbott and Snidal 1998). 규칙의 제정에 있어 제토가 담당하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은 아젠다설정자(agenda-setter)로서의 역할이다. 규칙의 기본적 틀을 각 국가들에게 주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협상의 초점(focal point)을 제공해주고 그 절차와 선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제도의 틀이 없이 원점에서 시작해야하는 협상에 비해, 아젠다설정자로서 제도가 기능하는 경우에 협상의 비용은 현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국제제도에 아젠다 설정의 기능을 부여하는데 극히 조심스러우며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과정은, 상당한 역사적 축적과 발달된 체제를 갖추고 있는 GATT 조차 협상의 아젠다를 제시하는 역할과 관련해서는 얼마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협상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느슨한 한시적인 대의 그룹을 구성하는 문제조차도, 각 국가들은 자신의 주장과 이해관계가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여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가들은 내용에 대한 직접적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토론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 세부 위원회(committee)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주제가 어느 위원회에서 어떤 순서로 토론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Croome 1995, Stewart 1996).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난맥상은, 아젠다 설정자로서의 GATT의 역할이 얼마나 취약한 것이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국내정치의 입법체제(legislative system)와는 달리, 국제정치에서는 규칙제정의 기능을 대의제적(representative) 방식으로 국제제도나 기구에 위임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은, 앞서 지적한 주권제약의 우려와 분배적 결과에 대한 고려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규칙제정과 관련하여 국제기구가 상당히 진전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마도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 그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Garrett 1992, Burley and Mattli 1993, Moravcsik 1998, Sweet and Brunell 1998). 개별 회원국들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가진 유럽위원회(Commission)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유럽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는 각각 규칙의 제정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기할 것은 각국의 대표로 구성된 규칙제정의 중추기구인 각료회의(Council of Ministers)가 1987년 유럽 단일화협정(Single European Act) 이래로 만장일치제(unanimity)에서 가중다수결제(Weighted Majority Voting)로 변화된 점이다. 즉 개별국가들에게 주어졌던 비토권을 폐지하고 대의적 방식의 의사결정기제를 도입함으로써, 규칙제정과 관련된 상당한 권한이 초국가적 국제기구에 위임되었음을 의미한다.
2) 감시(monitoring)와 관련된 제도의 기능
국제제도의 감시 기능에 대해서는 그 동안 폭넓은 이론적 경험적 연구가 있었다. 각 국가들의 계약위반이나 협력으로부터의 일탈을 탐지(detect)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분권화된 협력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타의 기능을 담당하는 제도와 비교하여, 감시의 기능을 담당하는 국제제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설립과 운영의 비용(establishment and maintenance cost)이 드는 것으로 간주되어왔고, 조직구조 또한 높은 수준의 위임성과 집중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평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기존의 논의는, 국제제도가 감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 그 방식과 조직구조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공급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제도에 주어진 권한과 능력은 매우 상이한 것이다. 가장 분권화된 감시체제는, 정보의 수집과 분배가 철저히 개별 국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며 국제제도는 오직 기록 보관소(record repository)나 정보의 전달자(information transmitter)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다. 개별 국가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여 제도에 전달하고 국제제도 또한 특정국가의 요구가 있을 때만 정보를 공급한다.2)
이와는 달리, 국제제도가 감시의 기능을 보다 능동적이고 직접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다. 정보의 취합과 공급의 권한이 개별 국가에서 국제제도로 위임되어있는 경우, 제도는 회원국가들에게 정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자신이 직접 특별 조사나 감독에 나서기도 한다. 감시의 결과는 전 회원국에게 규칙적으로 제공되어지며 그 결과에 따라 각 국가의 평판(reputation)이 형성되고 정치적 압력이 수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성을 지닌 조직구조가 필요하고, 적절한 자원, 전문가, 예산과 엄격한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들이 감시의 기능을 독립적인 국제제도로 위임하는 데에는, 개별적 감시에 따른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줄이고 정보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고자하는 합리적 계산이 그 주된 동기로 작용한다.
WTO 산하에 건설된 무역정책 검토제도(Trade Policy Review Mechanism: TPRM)는 어떻게 국제제도의 감시기능이 보다 집중화되고 위임된 방식으로 진행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TPRM은 1989년 우루과이 라운드의 초기 협상성과(early harvest) 가운데 하나로 도입된 것으로서, 각 국가들의 무역정책을 2년부터 6년의 간격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주된 목적은, 각 회원국의 무역정책과 관행이 WTO협정과 양립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규칙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협정의 준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들은 자신의 무역정책 및 주요한 변화의 내용에 대해 규칙적으로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며, 이렇게 취합된 정보는 TPRM을 통해 모든 국가들에게 신속히 보고된다. 정보의 취합과 공급이 개별국가의 필요에 따라 분산되고 부정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GATT체제와 비교하여, TPRM은 보다 진전된 방식의 감시기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키싱(Keesing 1998, p. 4)의 지적처럼 "상호 감시, 개별국가의 변화되는 관행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비용의 공동부담, 그러한 정보의 공유는 다자적 무역체제가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3) 분쟁의 해결(dispute settlement)과 관련된 제도의 기능
불완전 계약이론이 보여주듯, 규칙의 해석과 적용을 둘러싸고 국가들은 항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제제도는 협약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며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와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분쟁해결의 거래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 분쟁 자체가 국가간의 이해의 충돌을 의미하기 때문에, 분쟁의 해결은 적지 않은 거래비용을 요구한다. 직접적인 분쟁협상에 소요되는 비용 이외에도, 분쟁의 지체나 교착은 여타의 기회비용과 파생비용을 발생시키며, 최악의 경우 협력체제 전체의 신뢰성과 지탱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
분쟁해결과 관련하여 국제제도가 담당하는 기능은 그 권한과 위계의 정도에 따라 중개(mediation), 중재(arbitration), 사법판정(adjudication) 등으로 구별된다.3) 먼저 중개는 가장 분권화된 방식의 분쟁해결기제로, 중개기구는 분쟁의 당사자에 대한 어떠한 강제적 권한도 갖지 않는다. 분쟁의 주요한 절차와 내용은 당사자들이 직접 결정하며 중개기구는 교섭을 원활히 하는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한다. 따라서 중개기구는 집중화된 조직구조나 절차적 법규, 공식적인 법적 기구를 가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재기구는 순수한 중개인의 역할에서 벗어나 분쟁해결의 절차를 제공하고 분쟁에 대한 판정을 내리며 추천이라는 형태로 해결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중재자(arbitrator)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 수집, 판정, 추천과 관련된 일정한 재량권이 필요하며, 분쟁 당사자는 중재기구에 이러한 권한을 위임한다. 그러나 중재기구가 내린 판정이 구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사전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만일 한 당사자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기구에서 내려진 판정과 대안은 비강제적(non-compulsory)인 권고에 불과한 것이다. 중립적인 제3자가 판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중재의 방식은 일정한 평판의 효과(reputational effect)를 발휘할 수 있지만, 분쟁 당사자들의 판정 불복에 적절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끝으로 사법판정은 강력한 위임성과 구속성을 가진 분쟁해결방식이라 할 수 있다. 판정기구는 일반적으로 상설적 법정의 형태를 지니며 사전에 확립된 절차에 따라 분쟁을 심리할 권한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판정기구에서 내려진 분쟁의 승패결정과 배상(remedy) 결정이 분쟁의 당사자들에게 강제적인 구속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분쟁 당사자는 지연(delay)이나 봉쇄(blockage) 등의 방식으로 분쟁해결과정에 개입할 수 없고, 판결기구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독립성을 보장한다. 또한 판정기구의 승인 없는 일방적인 보복 역시 금지된다. 재정판결기구는 분쟁의 판정에 필요한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 법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고도의 전문성, 안정적인 인적 구성과 지원(staff)역량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당히 집중화된 조직적 구성과 자원(resource)이 뒷받침될 때만이 적절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정치와 국제법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있는 국제법제화현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법제화된 분쟁해결기제에 관한 것이다.4) 엄격한 구속성, 정확하게 규정된 절차, 그리고 강력한 권한을 위임받은 판정기구, 판정기구의 구성과 운영에서의 독립성의 보장 등은 바로 새롭게 등장하는 분쟁해결기구의 특징을 나타낸다. 유럽연합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WTO 같은 지역적 국제적 무역기구들은 독립적인 권한과 집중화된 조직구조를 가진 분쟁해결기구를 마련하고 있다. 기존의 분쟁이 주로 분쟁 당사국간의 정치적 외교적 협상에 의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변화는 그 폭과 깊이에 있어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 하겠다.
4) 실행과 관련된 제도의 기능
무정부적인 국제체제에서 협약을 강제하는 집행의 기능은 국제기구에 거의 위임되지 않으며, 철저히 개별 국가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다. 전면적으로 집중화되고 위임된 형태의 집행기구는 오직 국내정치제도에서 찾아질 수 있는데, 헌법적 질서, 국가가 독점하는 물리력, 잘 발달된 사법제도 등이 존재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국내의 집행구조에서 규칙의 위반은 개별 피해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의 집행기구를 통해 처벌되고 강제된다. 이와는 달리 국제정치에서, 상대국의 규칙위반에 대한 처벌과 피해보상 요구는 주로 피해 당사국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상호보복의 위협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협력을 가능케 하는 기본 동력이 된다. 분권화된 실행의 구조(decentralized enforcement structure)는 국내질서와 구분되는 국제질서의 고유한 특성이며, 세계정부(world government)가 부재하고 개별국가가 독립적인 주권국으로 존재하는 한, 그 기본 성격은 변화되기 어려운 것이다. 분권화된 실행의 구조에서 국제제도가 담당하는 기능은 극히 제한적이다. 감시와 분쟁해결과정에 개입함으로써 보조적 역할은 수행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집행 그 자체는 역시 개별국가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집행의 기능과 관련하여 개별적 강제(individual enforcement)의 방식과 집합적 강제(collective enforcement)의 방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집합적 강제는, 특정 국가의 규칙위반에 대해 모든 참여국들이 공동의 보복을 가한다는 점에서 규칙위반을 강력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성사되거나 유지되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각 국가가 자신에게 미치는 피해의 정도에 따라 처벌에 대해 상이한 태도를 보이며, 적절한 수준의 처벌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데 이견을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집합적 강제는 국가간 갈등을 상승시키거나 보복과 역보복의 악순환을 낳기 쉬우며, 따라서 국가들은 집합적 강제를 채택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GATT에서 WTO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실행과 강제의 기능은 거의 변화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개별 국가에 의해 분권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말하듯 "집행관없는 법정"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직 피해를 입은 국가만이 (분쟁기구의 판정에 입각하여) 보상을 요구하거나 보복을 가할 권리를 지닌다. GATT 체제에서와 마찬가지로 WTO 체제에서도 제재(sanction)의 기본 성격은 처벌(punishment)보다는 보상(compensation)의 성격이 강하다. WTO에서 도입된 제도적 진전은 보상의 액수를 정하는 협상의 과정을 강제화함으로써, 원활한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Schwartz and Sykes 2001).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국제제도는 유럽연합에서 그 맹아적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유럽 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는 그 자체로는 집행의 기제를 가지지 않지만, 그 결정은 회원국가들의 국내 집행체계를 통해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각 국가들의 국내법체계에서 유럽 재판소의 판정은 일반적으로 최상의 지위(supreme status)를 가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럽연합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집중화된 실행의 기능은, 유럽연합이 국가간 조약(treaty)에 기반에 단순한 국제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의 성격을 벗어나 위계적으로 조직된 통치의 구조(governing structure)를 갖춘 초국가적 기구(supra-national organization)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 GATT에서 WTO로: 합의에 기반한 중재기구(consensus-based arbitration)에서 강제적인 판정기구(compulsory adjudication)로의 변화
거래비용 경제화(economization)의 관점에서 GATT에서 WTO로의 분쟁해결기제의 이행을 설명해 보자. GATT 체제로부터 WTO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힘에 기반한 체제로부터 규칙에 기반한 체제로의 변화"(Jackson 1997) 혹은 "화해(conciliation)로부터 사법화(adjudicative)된 분쟁해결체제로의 전환" (Vermulst and Driessen 1995) 등 다양한 설명이 있어 왔다. GATT와 비교할 때 WTO의 분쟁해결기제가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합의적(consensus) 방식에서 강제적(compulsory) 방식으로 이행이라 할 것이다. 즉 기존에 분쟁의 당사국이 가져왔던 비토권(blockage)을 배제함으로써, 분쟁해결절차의 진행과 결정의 채택, 그리고 그 집행에 자동성(automaticity)을 부여한 것이다. Abbott과 Snidal이 국제 법제화의 기본 개념으로 제시했던 구속성, 엄밀성, 위임성의 3 차원에서 공히 고도로 발전된 강한 법제화(hard law)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Abbott and Snidal 2000). 먼저 GATT 분쟁해결기제의 역사적 발전경과를 간략히 살펴보고, WTO의 분쟁해결기제가 이와는 어떻게 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지니는지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1) GATT 분쟁해결기제
WTO 체제가 도입되기 이전까지 GATT의 분쟁해결방식은 몇 차례의 점진적인 변화를 거쳤다. 1947년 최초로 GATT 체제가 등장했을 때 분쟁해결과 관련된 법규는 매우 빈약했는데,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분쟁이 법적인 방식이 아닌 순수히 외교적 방식으로 타결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분쟁당사자간에 화해(conciliation)와 조정(adjustment)을 통해 상호간에 수긍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초기 분쟁해결의 주된 관행이었다. 정치적 교섭이 분쟁해결의 주된 방식으로 상정되는 한, GATT가 분쟁과 관련하여 담당하는 역할은 국제무역의 기본 원칙들 - 상호주의(reciprocity), 내국인 대우(national treatment),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 - 을 확인하고 원활한 교섭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즉 주선(providing good office)을 통해 당사국간의 분쟁해결을 촉진하는 것이 GATT의 역할이었으며, 제3자의 개입은 극히 예외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의 GATT체제는 가장 분권화되고(decentralized) 초보적인 분쟁해결 방식인 중개(mediation)의 특징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러한 제도적 초보성은, 한편으로는 원래 구상되었던 국제무역기구(International Trade Organization)가 현실화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분권화된 중개의 방식을 통해서도 분쟁들이 무리 없이 해결될 수 있었던 당시 국제무역체제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초기의 GATT 체제는 23개의 국가들만으로 구성되었고 국제무역질서의 재구축과 관련하여 매우 동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일종의 클럽과 같은 기구였다. 특히 전후 경제부흥을 책임진 미국이 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미국은 대다수의 분쟁사안에서 적극적으로 양보할 여유와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비록 GATT 산하에 분쟁해결을 위한 기제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법적 대결(confrontation)을 통해서 보다는 화해(conciliation)를 통해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선호되었다.
1960년대를 거쳐 70년대에 이르는 동안 GATT 회원국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유럽 공동체(European Community, EC)는 더 이상 개별 국가 단위로서가 아니라 단일한 실체로 GATT에 참여했으며, EC 회원국간의 분쟁은 GATT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되었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탈 식민지화를 거친 신생국가들이 대거 GATT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조건과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이 상이한 신생국의 유입은 GATT 체제의 이질성이 매우 심화되었음을 의미하며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에 갈등과 분쟁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70년대에 들어 자유무역은 두 가지의 도적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 첫째가 비관세 장벽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보호무역 장치들이 국가간 갈등의 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며, 둘째는 미국의 대외 경쟁력 하락과 보호주의의 강화로 인해 더 이상 일방적 양보에 기초한 자유무역의 기조를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 졌다는 점이다. 국제무역의 폭발적 팽창과 복잡한 쟁점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GATT의 제도적 틀, 특히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초기의 형태를 유지한 채 운영의 관례(operational practice)만이 점진적으로 변화해 왔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연간 평균 분쟁 제소 건수는 각각 2.2와 3.3이라는 극히 낮은 숫자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낮은 숫자는, 국가들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GATT의 기제를 이용하여 분쟁을 해결하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분쟁을 제기할 권리와 이에 상응하는 의무가 불명료하게 정의되어 있고,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규칙 역시 미비하며, 또한 복잡한 쟁점을 처리한 내용적 법규마저 충분히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들은 GATT의 분쟁해결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동기를 거의 갖지 못하였던 것이다.
GATT 분쟁해결기제는 "1979 협정"(1979년 통보, 협의, 분쟁해결 및 감시에 관한 협정: The 1979 Understanding Regarding Notification, Consultation, Dispute Settlement and Surveillance)을 채택함으로써 일정한 발전을 보이게 된다. 79 개선(79 Reform)이라 불리는 이 협정은, 그 동안 국가들 사이에 점진적으로 받아 들여져 왔던 분쟁과 관련한 관례들을 공식화함으로써, 법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의 설치와 그 운영절차를 명시하고 각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등이 그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제도개선에 힘입어(또한 1982년과 1984년에도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 GATT의 이사회(Council: 각 회원국의 대표로 구성된 일반운영기구)는 분쟁 당사국의 동의하에 패널을 설치할 권한을 갖게 되었고, 패널은 국가간 분쟁해결의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분쟁해결과 관련된 절차적 제도의 개선과 아울러 이 시기에 동경 라운드(1973-1979) 역시 종결되었는데, 동경 라운드는 비관세 장벽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일정한 내용적 법규를 제공하였다.5) 이러한 절차적 내용적 법규의 개선은, 국가들이 CATT 체제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GATT의 분쟁해결기제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 GATT에 제소된 분쟁의 숫자는 이전 시기에 비해 거의 4배 이상 증가했으며(연 평균 13.2회), 패널 절차를 통한 분쟁의 해결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GATT의 분쟁해결기제는 여전히 중요한 몇 가지 취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각 분쟁의 당사국이 패널의 설치와 패널 결정의 채택(adoption) 등 주요 절차를 정지(blockage)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패널에서 내려진 판정과 권고는, GATT의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로 기능하는 일반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될 때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일반 이사회가 패소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대표로 구성되기 때문에, 판정에 불만을 가진 어떠한 국가들도 판정의 채택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판정을 비토하겠다는 위협은 종종 패널 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을 지체시키거나 정체상태(stalemate)에 빠지게 하곤 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은 막강한 힘을 지닌 미국과 EC간의 분쟁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GATT 체제하에 상이한 분쟁해결절차가 중첩되어 존재하고 이들간의 위계가 불명료하여 어떤 분쟁해결절차를 따를 것인가가 그 자체로 심각한 분쟁거리였다는 점이다. 도쿄 라운드에서 도입된 코드 시스템(Code System)은 국가들이 선택적으로 각 코드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코드에서 규정된 권리와 의무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도록 하였다. 문제는 일부의 코드협약이 독자적인 분쟁해결절차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CATT전체의 분쟁해결절차와 각 코드의 분쟁해결절차가 충돌할 소지를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GATT 체제의 밖에서 일방주의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대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문제점을 들 수 있다. 비토의 위협으로 인해 패널 절차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민감한 분쟁사안에 대해 패널에서 내려진 결정이 실질적인 구속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 또한 존재하는 GATT의 법규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국제무역의 주요한 쟁점들-특히 지적 재산권, 서비스, 투자부문 등-을 적절히 다룰 수 없다는 것이, 일부 국가들-특히 압도적 힘을 가진 미국-이 자신의 일방주의를 정당화하는 핵심 논거가 되었다. 섹션 301조(Section 301) 이래로 계속해서 강화되었던 슈퍼 301조(Super 301), 특별 301조(Special 301)가 보여주듯이, 미국은 공정무역(fair trade)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특정한 쟁점 및 국가에 대해 GATT의 승인과는 무관하게 강력한 보복을 가할 의사를 분명히 하였고 또 이를 부분적으로 실행했다.6) 대다수의 GATT 협정국에게 있어 미국의 일방주의 위협과 행사는 다자적 무역체계의 존립 근거와 통합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7)
WTO의 등장 직전까지 GATT의 분쟁해결기제는 비구속적인 중재기구(non-binding arbitrative body)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독립적인 패널이 분쟁과 구제(remedy)에 관한 판정을 내릴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기본적으로 비강제적인(non-compulsory) 것이었다. 즉, 국가들은 분쟁해결기구에 구속력 있는 판정을 내릴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니었다. 각국의 무역갈등이 보다 심각해지고 첨예해져 가는 상황에서, 합의에 기반한 분쟁해결기제는 그 한계와 무력함을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분쟁절차의 지연과 봉쇄(blockage) 및 판정에의 불복, GATT 체제 밖에서의 일방주의적 보복의 위협, 혼돈된 분쟁해결 절차간의 충돌-는 각 국가들이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보다 강화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기제를 도입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2) WTO의 분쟁해결기제
카메룬과 캠벨은 WTO의 분쟁해결기제의 도입을 평가하면서 "WTO의 회원국들은 국제법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고도로 효율적인 분쟁해결의 메커니즘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Cameron and Campbell, 1998 p. 19). GATT에 대한 수십 년간의 축적된 연구로 이 분야의 독보적 권위를 자랑하는 후덱 역시-비록 GATT와 WTO의 연속성을 강조하기는 하지만-새로운 WTO 분쟁해결절차의 창출은 "국제법적 사안들 가운데 유일무이한 사건, 정부의 경제 정책을 통제할 수 있는 이례적으로 효과적인 권한을 지닌 새로운 법적 제도의 탄생"으로 규정하고 있다(Hudec, 1993 p. 3). 그렇다면 GATT와 비교하여 WTO의 분쟁해결방식이 지니는 획기적인 차별성은 과연 무엇인가? WTO의 분쟁해결방식은 비구속적이고 합의에 기반한 GATT 분쟁해결방식이 노정했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로, 각 국가가 가졌던 패널 결정 채택에서의 거부권을 없앴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패널과 항소심(Appellate Body)에서 내려진 판정과 권고는 모든 국가가 그것을 기각(rejection)하기로 결의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채택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과거의 GATT 체제에서는 판정의 채택(adoption)을 위해 만장일치(consensus)가 요구되었다면, WTO 체제에서는 판정의 기각을 위해 만장일치가 요구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을 역만장일치의 원칙(reversed consensus rule)이라 하는데, 분쟁판정에 승리한 국가가 그 판정을 기각할 리가 없음을 감안한다면, 패널과 항소심의 판정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그 자체로 최종적인 결정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거부권의 제거는 패소국가가 지연전술이나 봉쇄전술을 사용하여 분쟁해결기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막아 줌으로써, WTO 분쟁해결기제의 실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변화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할 분쟁해결제도상의 중요한 변화는 각 단계의 분쟁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칙을 만든 것이다. WTO의 공식적 분쟁절차는 불만을 가진 국가(혹은 국가들)가 대상국가에 협의(Consultation)를 요청함으로써 시작되는데, 이로부터 패널 설치(60일 이내), 패널 판정(6개월 이내, 긴급사안의 경우 3개월 이내), (항소가 있을 경우) 항소심의 설치, 항소심 판정(항소 요청으로부터 90일 이내),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에서의 최종 채택(30일 이내), 판정의 이행(implementation) (쌍방 합의에 의한 합리적 기간 설정, 일반적으로 15개월 이내), 판정 불이행시 보복 조치의 승인과 실행(이행조치 만료시기로부터 30일 후) 등 분쟁의 시작부터 종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시간 틀(time frame)이 엄밀하게 규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분쟁결과의 최종 채택은 패널이 설치된 날로부터 1년이 넘지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적 제한의 부과는 분쟁해결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고 보다 신속한 판정 및 그 집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셋째, WTO는 다양하게 분산된 분쟁관련 절차들을 단일한 체제로 정리 통합했다. 앞서 지적한 바 있듯이, GATT 시기에 GATT의 일반 분쟁해결절차와 각 코드(Code)체제의 분쟁해결절차는 종종 충돌을 일으키곤 했으며, 그 자체가 국가간 분쟁의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분쟁해결절차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정돈하고 그 위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통합성의 확보는 WTO 체제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데, 그 이유는 WTO 협정이 기존의 GATT 협정이 다루었던 일반 상품분야 이외에도 지적 재산권 분야(TRIPs: Agreement on Trade-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서비스 분야(GATS: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와 같은 폭넓은 이슈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WTO 협정 산하의 섬유 및 의류협정 (Agreement on Textiles and Clothing)이나 보조금 및 상계조치협정(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 등 민감한 몇몇 사안은 분쟁과 관련된 별도의 화해절차를 두고 있다. WTO의 분쟁해결기제는 모든 형태의 분쟁해결에 대해 WTO 분쟁해결법규의 우위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분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항소기구(Appellate Body)의 설치이다. 항소기구는 WTO 분쟁해결기제의 최종법정 기능을 하는 상설기구로, (항소가 있을 경우에) 패널의 판정을 심의하여 지지(uphold), 수정(modify), 번복(reverse)할 권한을 갖는다. 항소기구는 공인된 권위와 전문성을 지닌 7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재판관의 임기는 4년간 보장된다. 각 분쟁은 3인의 재판관에 의해 심리되고, 개발도상국이 분쟁의 당사자인 경우 개발도상국 출신의 재판관이 최소한 한 명은 심리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항소기구가 가지는 중요성은 그 구성과 전문성, 위임된 권한과 지위 보장 등에서 독립된 제3자에 의한 명실상부한 사법적(adjudicative) 분쟁해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GATT 체제와 비교하여 WTO의 항소심리(Appellate Review) 도입은 최종 판정에 도달하는 기간을 3개월 이상 늘리게 되는데, 이는 분쟁해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증대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 판정에서 패소한 국가가 항소를 통해 자신을 변호할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WTO는 분쟁해결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지적할 중요한 변화는 WTO 체제가 힘의 사용과 위협을 통한 일방주의적 분쟁해결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국가가 분쟁해결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힘의 행사를 통해 분쟁의 결과를 좌우하는 비법적 분쟁해결 방식과 달리, 고도로 법제화된 분쟁해결기제는 분쟁의 당사국이 분쟁해결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여 준다. 또한 분쟁해결기구에서 내려진 공식적인 결정에 의하지 않은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보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WTO는 "한 국가의 타 회원국에 대한 분쟁의 제기는 분쟁해결의 군정과 절차에 관한 양해각서(Understanding on Rules Procedures Governing the Settlement of Disputes)에서 지정된 절차에 의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분쟁해결방식을 제어하고 다자적 틀을 강화하는 것은 대다수 국가들에게 있어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스콧(Schott, 1994)의 주장처럼, 법제화된 분쟁해결기제의 도입은 일종의 거래, 즉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자동적인 보복의 권리를 승소국에게 부여하는 대신 이러한 보복은 WTO 분쟁해결기제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는 의무를 지는, 큰 틀에서의 거래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패소국가가 분쟁해결기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승소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보복의 정도와 액수를 산정하기 위해 구속력을 지닌 강제적 중재절차를 마련한 것 역시 중요한 제도개선이라 할 수 있다. GATT로부터 WTO의 변화를 요약하면, 초기의 중개(mediation), 이후의 비구속적 중재(non-binding arbitration)의 성격을 가지는 GATT의 분쟁해결기제로부터, 강제적 판정(compulsory adjudication)의 성격을 가지는 WTO의 분쟁해결기제로 이행하게 된 것이다. 단일화된 분쟁절차, 엄격한 시간 제한, 거부권의 배제와 분쟁절차 진행의 자동성(automaticity) 확보, 일방주의적 보복의 금지 등은, 개별국가로부터 위임받은 독자적 권한을 가지고 이들에게 구속력 있는 판정을 내리는 준 사법적 분쟁해결기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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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
*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국제기구, 국제협력, 국제법 및 법제화 등이다. 박사논문은 "Governing the Court: Political Economy of the 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His major interest areas are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international organization(centering on global/regional economic organizations), international law and legaliztion. His thesis is "Governing the Court: Political Economy of the WTO Dispute Settlement System."
1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은, 국제제도가 형성되고 변화되는 국제체제(international system)와 거래비용이론이 전제하고 있는 국내시장체제(domestic market system)가 근본적인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시장 환경에서, 경제적 계약이나 제도는 이익의 공유와 자발적인 교환을 통해 손쉽게 성사되고 유지될 수 있다. 이질적인 기능을 단일한 통제구조 속으로 내재화함으로써 집중화된 위계적 조직(예를 들어 회사와 같은)을 건설하는 것 역시, 그러한 조직이 거래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한, 국내시장의 조건에서는 언제나 선택 가능한 대안이다. 이와는 반대로 무정부(anarchy) 상태의 국제체제에서 국가간 계약과 제도는 그 범위와 심도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 집중화된 권력과 단일한 위계를 갖춘 초국가적 제도의 건설은, 건설에 대한 동의를 확보하고 그러한 제도를 유지하는데 매우 높은 거래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각 국가의 주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규칙제정의 기능 및 실행의 기능과 관련하여, 국가들은 이러한 기능이 전면적으로 국제제도의 통제하에 놓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따라서 국제제도 역시 매우 분권화 되고 보조적인 기능만을 담당하게 된다(아마도 이러한 기능에서 고도의 집중성과 위임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는 유럽연합일 것이다). 이와는 달리, 감시와 분쟁해결의 기능에 있어서 현재의 국제제도는 비약적인 변화를 거듭해 왔다. 뒤에서 살펴보듯이, WTO 체제하에서의 분쟁해결기제는 개별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강력한 권한을 지니며 상당정도 집중화된 조직구조를 보여준다 하겠다.
2 현대의 계약관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증(notarization)제도는, 가장 분권화된 정보제공의 기능조차 협력을 촉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3 다양한 형태의 분쟁해결기제와 관련해서는 Hopmann(1996), Yarbrough and Yarbrough(1997), Schneider(1999), Keohane, Moravcsik, and Slaughter(2000) 등을 참조할 것.
4 국제법제화 현상에 대한 연구로는 International Organization. 2000(Vol. 54, No. 3) Summer 특집호를 참조할 것.
5 Tokyo Round에 대한 연구로는 Winham(1986)을 참조할 것.
6 섹션 301조 및 이후의 개정안에 관해서는 Bayard and Elliot(1994), Silverman(1996), 백창재(2001) 등을 참조할 것.
7 섹션 301조 및 그 개정안이 국제무역질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그와티(Bhagwati 1990)는 그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음에 반해, 후덱(Hudec 1990)과 사이크스(Sykes 1992)는 일정한 긍정적 측면이 있음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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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문돈*
(Don Moon)
University of Chicago 박사후(Post-Doc) 과정. Florida Atlantic University 정치학과 조교수(2003년 8월 임용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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