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행마법 이론의 실제
Ⅲ. 기존 행마법 이론의 문제점
1. 행마의 定義에 관한 문제
2. 격언식 이론 전개의 문제
3. 실전모형을 이용한 설명의 문제
Ⅳ. 새로운 방식-원리적 접근법
1. 행마의 定義
2. 행마의 속성
1) 聯合生
2) 近接性
3) 非規定性
4) 目的 遂行性
5) 動的 기능성
6) 즉각적 대응성
7) 활동의 內在性
8) 價値의 狀況依存性
3. 행마의 종류
l) 單獨的 행마
2) 對應的 행마
4. 행마법 이론의 설명방식
Ⅴ.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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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명지대학교 예체능연구소
학술지명 藝體能論集
ISSN
권 10
호
출판일 1999. . .
행마법 이론의 원리적 접근법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Theory of Stone-Moving Technique by Analysis of its Principle
정수현
5-717-9901-11
The stone-moving technique is regarded as one of the principal skil1s in the game of Baduk since it plays an important role in dealing with the fights in the corner and the middle game strategy. Teaching its theory on books has been mainly relied upon both proverbial explanation and question & answer form using real game modes, which are thought to be insufficient for learners of the skills in that they lack in logical theoretical explanation.
This study aims at presenting a new way of instructing stone-moving skills on the basis of its principle. examining the problems of the existing theory. The core of the research is, therefore. focused on theoretical explanation such as the concept, characteristic, kind of the technique. It can help learners of the skil1s to understand what stone-moving is more fundamentally and more logically than before, and consequently make progress in Baduk sterength more easily. It need not. however, exclude the traditional way of explanation depending on proverbs and real situation modes, but should complement the weakness of the present methods by being used along with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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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현대에 와서 두뇌스포츠라는 새로운 범주로 이해되고 있는 바둑은 技法의 傳授에 있어서 주로 바둑기술에 관한 理論的 지식에 의존해 왔다. 다시 말해서. 바둑판 위에 두어지는 바둑돌, 즉 바둑手의 특성에 관한 技術的 측면의 지식을 이론의 형태로 전수함으로써. 학습자가 바둑 게임을 하는 데 있어 이러한 이론적 지식이 절대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바둑학습에 있어서 實習이나 實戰對局을 통한 연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바둑의 이론적 지식을 실제적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바둑에서 기술에 관한 이론적 지식은 바둑 게임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처럼 바둑의 기술이 거의 전적으로 이론적 지식에 의존하는 것은. 바둑이 신체의 外現的 운동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思考力을 통하여 盤上에 두어지는 바둑수의 機能的 의미에 의해 게임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의관상으로 볼 때. 바둑은 두 대국자가 교대로 바둑돌을 한 개씩 반상에 올려놓는 동작에 의해 행해지지만, 이 動作은 사실 대국자의 전술·전략적 사고를 반상에 전달하는 媒介的 의미밖에는 없다.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반상에 두어지는 바둑 수에 들어있는 意昧, 즉 반상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하는 것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의미는 바둑기술에 관한 이론적 지식에 의해 포착이 된다. 이와 같은 바둑의 競技的 특성 상 바둑의 기술은 이론적 지식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된다.
바둑의 이론은 일반적으로 布石, 定石, 行馬法, 中盤戰術, 끝내기, 死活 등으로 구분되는 몇 개의 하위 체계를 갖는다. 여기에 脈이나 形勢判斷 등의 다른 기법이 추가되기도 하나, 이들은 이 6개 영역에 포함시켜 분류할 수 있다. 바둑에 관한 서적의 거의 대부분은 이들 6개 영역에 관한 기술적 지식을 다룬 이론서이다. 예컨대, 互先布石法(吳淸源, 1969), 실전정석(하찬석, 1980), 행마의 기초(조남철, 1991). 사활의 급소(林海峰 .1986) 끝내기 의 묘(坂田滎男, 1969) 등의 서적들은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6개 영역의 특정 부문에 관한 기술을 다룬다. Attack and Defense (Isida & Davies, 1980), Get Strong at Invading (Bozulich. 1995)과 같은 책은 중반전의 하위 영역에 관한 기술을 다루고 있다. 이 밖에 吳淸源 對局集(1978)이나 유창혁 선국집(유창혁·유승엽 .1994)처럼 實戰對局을 해설한 서적, 바둑첫걸음(조치훈, 1983)이나 초급바둑개론(정수현, 1993)과 같이 기력 수준에 따라 종합적 기술을 다룬 서적 등이 있다.
바둑기술을 개별적으로 다룬 이론서들은 技術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취하고 있다. 즉, 이론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格言의 형식을 이용하거나. 實戟模型을 제시하여 문제-해설 형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吳淸源布石(1976)에는 처음부터 實戰的인 포석상황이 제시되어 그 장면에서 어떤 布石技法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新編 바둑개론(조남철, 1990)에는 "對陣하고 있는 중앙은 큰 곳"이라든가 "끊으면 뻗어라" 와 같은 격언의 형식으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격언과 실전모형에 의한 설명 방식을 위주로 함으로써. 그 책이 다루고자 하는 기술에 대한 理論的 설명은 서론에 짧게 언급하거나, 아예 설명을 생략하고 있는 것이 대다수 바둑이론서의 공통적 특징이다.
바둑이론을 전개하는 데 있어 격언 식, 실전문제풀이 식 설명 방식이 選好되어 온 것은 바둑에 대한 사회적 認識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바둑은 긴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有閑계층이 즐기는 道樂으로 인식되어 과학적·학술적인 접근이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져 왔다. 상식적으로 볼 때, 취미로 바둑을 배우려는 학습자에게는 바둑기법을 이론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방식보다 격언이나 실전모형을 모델로 보여주는 방식이 보다 매력적인 學習法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격언으로 된 바둑의 기법은 技術的 요령이 간결하게 압축되어 있어 학습자가 기억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기억으로부터 引出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용직(1998)은 격언으로 된 바둑이론이 바둑 팬들에게 유익한 공부 법 이라고 한다. 실전문제풀이 식 공부법도 실전에서 접할 가능성이 있는 모양을 통해 기법을 익힘으로써 시뮬레이션에 의한 생생한 학습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敎授法의 하나인 시뮬레이션은 학습자에게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제공하여 실제에서 있음직한 부담 없이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데(김신자 의, 1997), 實戰模型에 의한 문제풀이 방식은 학습자가 실제상황에서 체험할 수 있는 유사한 모양을 학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격언 식. 실전모형 식 방식은 바둑이론의 說明力 이라는 측면에서 한계점이 노출된다.즉, 바둑 학습자가 배우고자 하는 기술에 관하여 이론적인 기초를 쌓을 수가 없어 그 기술에 관한 根本的인 이해가 어렵다는 점, 어떤 부문의 기술에 관하여 격언과 문제풀이의 방식으로는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격언 식과 실전모형 식 설명으로는 바둑기술에 관한 體系的인 지식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 최대의 약점이다. 이런 문제점은 바둑돌을 움직이는 법에 관한 기술인 行馬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행마법에 관한 技法을 이 두 가지 방식에 의해 설명함으로써, 행마에 관해 전반적으로 체계화된 理論的 지식을 습득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행마가 무엇인지 와 같은 극히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조차도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연구는 바둑기술에 관한 旣存의 설명 방식이 갖는 한계점을 분석하고, 그것을 補完하는 접근법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다. 바둑기술의 주요한 한 부문인 行馬法의 분야에서 격언 식. 실전모형에 의한 문제풀이 식 설명방식의 장·단잠을 살펴보고 이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행마법 이론의 실제
行馬法은 돌을 움직이는 법에 관한 것으로서, 바둑 기술의 주요 부문인 定石과 中盤戰術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석과 중반전술은 흑과 백이 싸우는 행마의 연속이므로 행마를 잘못하면 바둑의 形勢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정수현. 1993).
행마법의 비중이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바둑기술에서 행마법에 관한 인식도 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행마 법에 관한 저술은 이 분야만을 다룬 서적으로 행마의 기초(조남철, 1991), 행마의 급소 (조남철, 199l). 행마의 기초지식(高川格, 1992), 행마법 마스터(백성호, 1995). 행마사전(한국기원, 1998), 신 행마사전(서능욱, 1999). 행마법(정수현, 1993), 행마법 특강(조훈현 .1996)이 있고. 바둑기술을 전반적으로 개관한 책 중에 행마법을 다룬 것으로 신 편 바둑개론(조남철. 1990). 바둑速修 교본 (瀨越憲作,1983) 등 이 있으며. 실전에서의 행마기법을 다룬 속력행마 (조훈현, 1996), 행마의 묘(坂田滎男, 1969) 등이 있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수백 종의 바둑서적 중에서 행마법을 다룬 서적이 10여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바둑이론을 다루는 계층이 행마법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고 있음을 반영한다.
행마법에 관한 출판물이 이처럼 빈약한 이유는 이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도 바둑기술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바둑의 과정을 初盤·中盤·終盤의 세 단계로 나누어볼 때, 초반은 포석과 정석, 중반은 침입·공격·타개·맞싸움 등과 같은 전투, 종반은 계산법과 끝내기 라는 기술로 바둑기술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일본의 바둑에 관한 書誌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에서 출간되는 바둑서적 중 '행마라는 용어가 들어간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980년 대 까지 한국에서 출간된 바둑서적의 상당수가 일본서적의 번역판 이었음을 감안하면, 행마법에 관한 서지가 극히 빈약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死活은 초반·중반·종반으로 구분되는 時間的 바둑의 要素와는 별도의, 그러면서도 도리어 그들의 전부와 통하는 독립된 요소로 인식 되듯이(오청원 .1981), 행마법 또한 시간상의 구분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바둑의 모든 단계와 관련을 맺고 있는 중요한 기술임이 틀림없다. 행마법을 배우지 않고 정석이나 중반전을 다루려는 것은 기본적 스텝을 배우지 않고 춤을 추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행마법을 다룬 12종의 저술에 나타난 이론의 중요한 특징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행마법을 다루는 과정에서의 행마에 관한 理論的 설명이 극히 빈약하다. 행마의 이론을 어느 정도 다룬 책으로는 행마의 기초. 행마의 급소, 신 편 바둑개론, 행마법을 꼽을 수 있으나. 행마 의 개념·의의·특징 등에 관한 이론을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 책에서는 이런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신 행마사전에는 '귀의 수비-쌍점·이라는 항에서 "백A의 양걸침에 대한 흑1의 쌍점도 이 경우 가장 보편적인 귀의 수비 수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의 타당성을 모른다면 쌍점 행마의 기본기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p25)라고 되어 있는데, 쌍점이라는 행마를 설명하기 전에 이 행마의 일반적 특징이나 의미 등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둘째, 행마의 種類가 몇 가지 인지를 언급한 책이 없다. 바둑의 행마는 規則으로 정한 類型이 없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특징을 갖긴 하나, 그렇다 해도 행마의 종류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다소나마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다루고 있는 서적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행마법의 학습자들은 행마의 종류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가 없고, 결과적으로 행마의 전반적 윤곽을 파악하기가 힘들게 된다.
셋째, 일부 서적에서는 행마의 技法을 설명하기 위하여 格言을 이용하고 있다. 행마의 기초, 행마의 급소, 행마법. 신편 바둑개론, 바둑속수 교본에는 격언으로 된 행마법의 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예. 로서. 행마의 기초(조남철)에는·두 점 머리는 두들겨라·라는 항(p82)에서 "이 격언의 '두들겨라·는 말은 돌의 모양으로는 젖히는 수다. 그런데도 굳이 두들겨 라고 강조한 것은 두 점 머리를 젖힐 때는 유난하게도 통쾌한 동시에 두들겨 패는 기분의 곳이어서 두들긴다고 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행마법의 격언을 인용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행마법(정수현)에서 도 '날 일자는 건너 붙여라·와 같은 격언을 도입하여 행마의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넷째, 행마법에 관한 모든 서적이 狀況模型을 문제풀이 식으로 제시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특정한 행마 기법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 기법과 관련된 바둑모형을 문제로 소개하고, 그 형태에서의 행마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령, 행마의 기초지식(高川格)에는 '2단 젖힘과 되 젖힘·이라는 항에서 문제도 와 함께 "모양2 혹선: 흑이 어떻게 두면 좋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백의 두 점. 혹 두 점이 꽉 붙어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p95)라는 문제를 제시하고, 6개의 그림을 사용하여 이 모형에서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행마법에 관한 모든 서적은 이와 같이 실전모형을 사용하여 기법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존하는 행마법 이론서의 주요한 특징을 요약하면. 이론적 설명의 빈약함, 행마의 종류에 대한 언급의 결여, 격언을 도입한 기법 설명, 실전모형에 의한 기법 설명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행마법 이론서가 다른 부문의 이론서에 비해 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행마법 이론이 주로 한국 전문기사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연구에서 는 이론서의 내용과 관련된 앞의 네 가지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Ⅲ. 기존 행마법 이론의 문제점
理論이란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연결된 일련의 命題를 말한다(홍종선의. 1997). 이론에 관하여 Gibbs (1972)는 '어떤 事象이나 사물의 무한대의 범주들이 지닌 속성들에 대한 경험적 주장이나 斷言의 형식을 띠고 논리적으로 상호연관 된 陳述들의 한 묶음'이라고 하고. Cohen(1980)은·서로 연관된 진술들의 한 묶음으로서 그 중 어떤 것은 단순한 槪念規定이나 定義들이고 어떤 것은 진이라고 가정하는 關係的 진술들이다'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론의 정의에 비추어 볼 때. 바둑의 이론은 바둑수의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연결된 일련의 명제이며, 바둑수의 屬性에 대한 경험적 주장이나 논리적으로 연관된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명제는 眞이어야 하며, 경험적으로 檢證되어야 한다. 이론에서 진술하는 명제가 참이 아니면 그것은 진정한 이론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한데.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경험적으로 검증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예로서, "惡手를 두면 불리한 결과가 온다."라는 명제가 있다고 할 때. 악수를 두었는데도 불리한 결과가 오지 않았다면 이 명제는 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고. 그 명제는 사실적인 분석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명제에서 다른 變因의 개입으로 '악수를 두었으나 불리한 결과가 오지 않았다·면 이 명제는 추가적인 이론으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명제는 " 만약 ∼이라면 p는 q이다."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처럼 바둑이론은 "p이면 q이다."라는 일반적인 진리와 함께 "만약∼이라면" 에 해당하는 상황변인이 개입된 특수한 진리를 같이 다루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명제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현존하는 행마법 이론서의 특징은 행마법을 설명하는 데 限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마에 관련된 지식을 명제의 형태로 서술하고 있으나. 명제의 내용이 불 충분하고 일반적 진리와 특수한 진리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명제의 眞僞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행마법 이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행마의 定義에 관한 문제
바둑에서 行馬 라는 말은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행마법에 관한 서적들은 행마가 무엇인지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으며, 행마의 정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바둑에도 돌이 움직이는 일정한 길, 즉 軌道가 있는데. 이것을 바둑에서 행마라고 한다·(조남철, 1997).
"행마란 '돌을 움직이는 것'이다."(한국기원, 1998).
"행마는 '바둑돌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다."(조훈현, 1996).
"행마란 돌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가장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착점을 말한다."(서능욱. 1999).
여기에 제시된 행마의 개념들은 행마가 무엇인가를 간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다소 애매하거나 부적절하게 정의하고 있다.
행마를 '돌을 움직이는 것·이나 `바둑돌이 나아갈 길'로 정의한 것은 행마라는 용어를 문자 그대로 풀이한 것으로서, 어떤 움직임을 의미 하는지 가 분명치 않다. 다시 말해서, 對局者가 바둑 통으로부터 바둑돌을 盤上에 올려놓는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둑판에서의 어떤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지 애매한 것이다. 움직임을 전자로 해석할 경우 행마는 바둑판 위에 돌을 놓는다는 의미의 着手 혹은 着點과 같은 의미가 된다. 이런 관점은 "행마란 바둑·장기·쌍륙에서 말을 쓰는 것"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국어사전, 1974). 바둑에서는 바둑판 위에 놓는 바둑돌이 말에 해당하는데, 여기서는 바둑돌을 어떻게 놓는가 하는 것을 행마로 보고 있다. 행마를 이처럼 바둑돌을 반상에 두는 '着手·와 같은 것으로 본다면, 바둑에서의 모든 수는 행마가 된다. 그러나 착수와 행마를 同義語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위의 정의 중 '바둑돌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라는 정의를 살펴보자. 여기서 '올바른·이라는 수식은 행마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언급한 것이므로 행마의 정의로서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된다. 행마 중에는 올바른 길로 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올바른 길로 가는 것만 행마라고 한다면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가는 것은 뭐라고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돌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效率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着點' 이라는 정의는 능률적인 바둑 수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행마의 정의로 보기는 어렵다. 이것 역시 행마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가리킨 표현이어서 행마가 무엇인가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정의에 맞는 개념으로는 좋은 수를 뜻하는 好手나 妙手라는 용어가 더 어울릴 것이다.
행마법 서적과는 별도로 행마를 정의한 것에 '말을 씀. 곧 일정한 방식에 의해 포석부터 끝내기까지 바둑돌을 움직여 나가는 것을 말한다. · (김인만, 1999)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착수와 행마를 동일시한 위의 정의들과 맥을 같이 한다. ·포석부터 끝내기까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의 모든 착수를 행마로 간주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행마법을 다룬 서적에 나온 행마의 정의는 부적절하거나 불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들 정의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마의 의미는 '바둑돌을 움직이는 것·혹은 '바둑돌이 나아갈 길'이라는 同語反覆的 언명일 뿐이다. 현존하는 행마법 서적 중 '행마란 旣存의 착점에 새로운 착점을 추가하여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며, 전투적 성격이 짙은 장면에서 움직이는 수'라고 정의한 것이 있는데(정수현, 1993), 이것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행마를 정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격언식 이론 전개의 문제
행마빕에 관한 技術的 지식은 대부분 바둑모양이 제시되고 거기에 적용되는 수에 대하여 설명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순수한 이론적 설명은 매우 적은 편이며. 이론적 설명이라 할지라도 격언의 형태로 설명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행마의 기초·에는 "붙이거든 젖혀라", "끊음에 묘수 있다". "빵 따냄은 30집", "두점머리는 두들겨라". "호구되는 곳이 급소다", "좌우동형은 중앙이 급소", "들여다봄에 잇지 않는 바보는 없다" 등 약 20개의 격언이 수록되어 있다. 이것들은 일반적으로 바둑 팬들 의 입에 널리 膾炙되는 격언들이다. 행마법에 관한 이론적 지식은 이와 같은 격언을 통해서 傳授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둑의 행마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격언들 만으로 행마법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로·어깨 짚기·라는 행마를 들어보자. [그림 1]의 흑1은 어깨 짚기 라고 불리는 행마로서 이에는 백2와 같이 밀어서 응수하는 것이 거의 절대적인 행마로 되어 있다. 따라서 격언이 주요한 행마의 기법을 가르치는 데 주목적이 있다면, 당연히 "어깨 짚으면 밀어라" 라는 격언은 있어야 하건만 이에 관련된 격언이 없다. 또 백2와 같이 미는 수에는 혹3처럼 뻗는 것이 거의 절대적인 행마로 되어 있고, 이것 역시 "밀면 뻗어라" 라는 격언으로 定立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으나 역시 이에 관한 격언이 없다.
빈번하게 두어지는 행마에 관한 격언이 漏落 되어 있다는 것은 행마법 격언이 갖는 큰 취약점 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常用行馬의 누락은 학습자의 행마법 적용을 잘못 인도할 가능성이 많다.
격언 식 행마법 이론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실제 對局에서 격언이 가르치는 것과 다르게 행마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행마법이 例外的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격언은 無用之物이 되거나 오히려 좋은 행마를 가로막는 逆機能을 하게 된다.
[그림 1]
예로서, [그림 2]와 [그림 3]을 보자. [그림 2]의 백1은 붙임 수라는 행마로서, 이에는 "붙이면 젖혀라·라는 격언에 따라 흑2나 혹은 흑3으로 젖히는 것이 올바른 응수 법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 3]과 같은 상황에서는 백1의 붙임 수에 젖히지 않고 가만히 흑2로 뻗는 것이 더 좋은 행마로 인식된다. 그 이유는 흑이 약한 백을 공격하고 있는 입장에서 혹2로 a에 젖힐 경우 오히려 백b를 허용해 백 돌을 강화시켜 주게 되기 때문이다(정수현, 1993). 이 상황에서는 상대방 돌에 최대한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붙임 수가 오히려 백을 강화시켜 주는 惡手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2]
[그림 3]
이런 단점으로 인해 어떤 격언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주장을 하기도 한다. "빈 삼각을 두지 마라" 라는 격언과 "빈 삼각을 둘 줄 알아야 한다"는 격언이 그 한 예인데, 빈 삼각이라는 동일한 행마를 두고 하나는 두지 마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두라고 하는 상호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들여다 보면 이어라' 혹은 "들여다 봄에 잇지 않는 바보는 없다" 라는 격언이 있지만. 고수들의 바둑에서는 들여다보는 수에 가능한 한 잇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이율 배반적인 격언들은 바둑기술의 폭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본래의 격언에 배치되는 격언은 보다 높은 기력 수준에 이르렀을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기력이 낮은 단계일 때는 보편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격언을 가르치고, 기력이 높은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특수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격언을 가르치는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행마법 전체로 본다면.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는 격언은 "만약 ∼이라면" 이 라는 명제에 해당할 뿐이다. 따라서 "빈 삼각을 둘 줄 알아야 한다" 라는 격언은 "부득이할 경우 빈 삼각을 두어야 한다" 라는 명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하면 상호 모순적인 두 격언은 상호보완적인 명제로 바뀌게 된다.
[그림 4]는 린 하이펑 9단·고바야시 고이치 9단의 실전대국에서 나온 장면인데(일본기원. 1989), 우하귀의 접전에서 백이 30의 빈 삼각을 두고 있다. 이 행마에 대하여 "빈 삼각을 두지 마라"는 격언에서 본다면 당연히 악수라고 규정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는 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수 이므로 결코 악수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격언으로 된 행마법은 일반적인 행마에 관한 기법이며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마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격언은 간결하게 요점을 전달한다는 특성으로 갖고 있으므로, 특수한 상황에서의 행마에 대한 설명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은 격언 식 기법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대로 "p는 q이다. 그러나 만약 ∼이라면 p는 q가 아니다."라는 형식으로 명제화 한다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3. 실전모형을 이용한 설명의 문제
행마법에 관한 기술의 설명은 이론 보다는 實戰模型을 제시하여 문제풀이 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주종을 이룬다. 전달하고자 하는 행마법 지식과 관련된 실전모형을 문제로 제시하여 어떤 식으로 두는 것이 좋은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 방식은 시뮬레이션에 의한 구체적 기법을 선명하게 이해시키는 방식으로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지식이 선행되지 않기 때문에 이 방식은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림 5]
[그림 5]는·행마법 마스터'에 나오는 모양이다. ˙ 밭전자 행마'를 주제로 한 이 모양은 흑1의 두 점에서 어떻게 행마하는 것이 좋은가를 탐구하는 문제인데. 흑1의 밭전자 행마가 그 해답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고수들의 바둑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행마이므로(위기년감, 1987-38) 행마법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흑1의 행마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으나, 행마법의 지식이 얕은 사람에게는 이 행마의 當爲性에 대해 이해 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장차 좌변 白陣에 씌움 수를 두어 멀리 우 하 방면에 있는 흑 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 설명으로부터 흑1의 행마가 갖는 보편적 원리를 도출하기는 간단치 않다. 이 경우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을 정리하여 "밭 전자 행마는 상대방 陣에 영향을 주면서 자기 진형에 대한 확장을 보는 수이다."라고 표현 한다면. 밭 전자 행마의 적용에 관한 일반적인 진리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보다는 "밭 전자는 자기 돌의 모양을 가볍게 갖추면서 상대방 돌에도 영향을 주는 행마이다."라는 명제가 이 행마의 진리를 반영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실전모형에 의해 설명되는 행마법 이론은 이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狀況持定的인 기법의 전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일 이런 방식에 의해서만 행마법을 학습 시키려 한다면 행마법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상황을 모형으로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학습자는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Ⅳ. 새로운 방식-원리적 접근법
앞에서 지적한 행마법 이론의 문제점은 색다른 접근법에 의해 극복 되 어 져야 한다고 본다. 그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본 연구에서는 '原理的 접근법'이라는 새로운 설명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접근법은 행마의 본질과 특성 및 종류 등을 원리적으로 定礎하여 행마법에 대하여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精緻한 지식을 쌓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1. 행마의 定義
行馬法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마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행마를 '돌의 움직임·또는·돌이 가는 길·정도로 정의해서는 행마의 본질을 진정으로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여기서는 행마가 무엇인가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의를 찾아 보려고 한다
'행마·라는 말이 '돌의 움직임·을 의미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행마라는 글자는'다닐 행(行)'자와 '말 마(馬)·자의 결합이므로 문자대로 하면·움직이는 말' 또는·말의 움직임'이라는 뜻을 갖는다. 바둑·장기·쌍륙에서 경기자가 操作하는 도구를·말'에 비유하여 말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관한 것을 행마라고 하게 된 것이다. 바둑에서는 반상에 두어지는 바둑돌이 말에 해당하므로 바둑의 행마는·바둑돌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바둑의 행마는 흑과 백이 각각 자신이 둘 차례에서 바둑돌을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에 관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마를 이런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반상에 돌을 놓는 着手와 같은 의미로 여겨지고, 움직인다는 것은 바둑 통에서 대국자의 손을 통해 반상으로 移動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 器物이 반상에 놓여진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곧 경기행위가 되는 장기와는 달리. 바둑에서는 새로운 돌을 계속 追加하는 행위에 의해 경기가 이루어지므로 착수행위 자체가 행마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착수와 행마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착수·는 반상에 돌을 놓는다 는 뜻이다. 개개의 바둑돌은 대국자의 손에 의해 바둑 통에서 바둑판 위로 옮겨지게 되는데, 반상에 놓여지는 순간 '手·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반상에 두어지기 전까지는 단순히 경기의 도구였으나, 바둑판 위에 위치한 순간 어떤 의미를 갖는·수로 변하는 것이다. 바둑 통에 들어있는 바둑돌은 장차 반상에서 영토의 境界線이나 싸움을 하는 兵士와 같은 역할을 할 잠재적 자원이지만, 바둑판 위에 놓여지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돌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바둑·돌이 반상에서 어떤 특정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추상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착수·라는 행위를 통해서이다.
'착수·는 바둑을 장기나 체스와 구별 짓는 특수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와 체스에서는 엄밀한 의미에서 착수라는 행위가 없다. 이미 반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手(기물)를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역할을 하도록 하는 행위가 있을 뿐이다. 이 행위도 의형상으로 보면 어떤 수를 손으로 들어 다른 곳에 놓는 것이므로·착수'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으나, 이는 수에서 수로 이동하는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처럼 수→수로 이동하는 것을 '行馬' 라고 하는 것')1다. 바둑은 경기의 특성상 수에서 수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바둑 통에서 바둑판으로 그리고 돌에서 手로 이동을 한다.
그렇다면 바둑에는 착수만 있고 행마는 없는 것인가? 행마를 반상에 놓여진 어떤 돌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바둑에는 행마라는 것이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둑돌은 장기나 체스의 말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착수되면 그 위치를 固守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바둑돌은 잡혀서 따냄을 당할 경우를 제의하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이처럼 바둑에서는 着手行爲에 의해 바둑 통에서 반상으로 옮겨지는 움직임만 있을 뿐 다른 움직임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둑에서는 착수가 곧 행마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外現的으로 보면 이와 같이 바둑에서의 움직임은 착수행위로 보이지만, 바둑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영토전쟁을 주제로 하는 바둑에서는 바둑수가 戰鬪를 하는 兵士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고, 이런 기능을 하는 돌들은 실질적으로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활동을 한다. 비록 장기나 체스에서처럼 반상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움직이지는 않지만. 기존의 바둑돌에 새로운 바둑돌을 추가함으로써 여러 가지 활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陣地에 깊이 침입한다 거나, 未生인 적군을 잡으려고 쫓는다 거나. 잡히지 않기 위해 달아나는 등의 매우 활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림 6]
곁으로 보기엔 매우 靜的인 느낌을 주지만. 경기의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動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6]와 같은 모양에서 흑1에 두자 백2로 두고, 다음 흑3에 백4로 두었다. 이어서 흑5에 두고 이하 흑7까지로 진행되었다. 여기에 두어진 수들의 의미를 설명하면, 흑1은 백 한 점을 공격하는 수, 백2는 공격을 피하여 달아나는 수, 흑3은 귀의 實利를 차지하면서 백을 추격하는 수. 백4는 계속 달아나는 수, 흑5는 역시 실리를 취하면서 백을 추격하는 수. 백 6은 흑을 역습하는 수. 흑7은 신속하게 도망가는 수로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투적인 개념으로 설명이 되는 것은 바둑이 '領土戰爭' 의 경기이기 때
문이다. 바둑은 영토획득을 목표로 하는데, 그 방법에 있어서는 전투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 이다. 이처럼 바둑의 현상을 전투적인 개념으로 묘사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많은 바둑 수에 움직임이라는 요소가 내포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공격, 탈출. 추격 등의 전투적 묘사는 거기에 두어진 수들이 다이나믹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이렇듯 바둑수가 내용상으로 움직이는 機能을 한다고 하면, 착수상의 대국자의 손을 통해 바둑돌이 반상으로 이동하는 표면상의 움직임과는 다른 차원의 움직임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움직임이 바로 바둑의 행마이다.
그렇다면 행마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칭하는가? 이치상으로 볼 때, 행마란 반드시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출발과 도착의 개념을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움직임 이란 어느 지점에서 어느 지점으로의 이동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A라는 출발점에서 B라는 도착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행마의 속성이라고 할 때, 바둑의 행마는 바둑 통으로부터 반상으로의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행마의 출발점은 반상에 놓여진 旣存의 着點이 되어야 할 것이며, 기존의 착점에서 어디론가 도착점을 찾아 움직이는 것을 행마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바둑의 행마는 '기존의 착점에 새로운 돌을 추가하여 특정한 형태를 이루면서 활동해 나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의 활동은 두 착점 간의 시각적인 移動이 아니라 기능적인 이동을 의미한다.
2. 행마의 속성
바둑의 행마는 여러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행마의 속성을 논하는 것은 기존의 행마법 이론에서는 전혀 없었던 것이지만, 행마가 갖는 일반적인 특성을 정리하는 것은 행마법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학습자들이 행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1) 聯合生
개념상으로 행마는 기존의 착점에 새로운 돌을 추가하여 어떤 형태를 이루면서 움직여 나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행마는 단순히 현재 두는 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현재의 착수를 旣着點과 의 관련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하게 된다. 어떤 한 수만을 놓고는 행마를 논할 수 없으며. 어떤 성격의 행마인지를 구분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행마는 기착 점과의 聯合生을 근본특성으로 한다.
행마는 연합성을 특성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수와 연합되지 않는 독자적인 수는 행마가 될 수 없고, 연합성이 약한 수도 역시 행마가 될 수 없다. 포석에서 단독적으로 빈 귀를 점령하는 수는 행마라고 할 수 없고, 두 점 사이의 연합성이 약한 5칸 벌림 등의 수도 행마로 볼 수 없다.
2) 近接性
행마는 반드시 다른 돌과 연합 한다고 했는데, 주변에 여러 개의 돌이 있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연합할까? 이 경우 주변의 모든 돌과 연합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능상으로는 행마를 하는 곳 주변의 여러 돌과 관련성을 갖고 있겠으나, 그 행마는 가장 관련성이 깊은 돌과 연합을 하게 된다. 가장 관련성이 깊은 돌이란 그 행마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돌로서. 행마는 가까운 곳에 놓여 있는 돌과의 연합을 중시하는 특징, 즉 근접성을 속성으로 한다. 멀리 있는 돌과는 연합의 정도가 약하고, 기능상으로도 연관성이
[그림 7]
적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있는 돌 가장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림7]의 흑1에 대한 백2는 귀의 백 돌과 날 일자 형태로 연합하며, 흑1과도 날 일자 형태로 對應的인 연합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백2는 흑 돌과 백 돌에 동일한 거리로 연합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점과 관련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비하여 흑3은 흑1과도 관련을 갖지만, 보다 가까운 귀의 백 한 점과 더 잘 연합된다. 이 행마를 백과의 관련에서 '붙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행마를 파악하는 방식이 근접성의 원리에 따라 행해진다는 것을 반영한다. 백4는 귀의 백과 흑3에 대하여 동시에 연합을 하며. 흑5는 흑3과 연합한다. 이 경우·끌기'로 분류되는 흑5의 행마가 가장 근접한 흑3과 연관된 명칭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상귀의 백8은 상 변의 백 돌에서 두 칸 벌림이지만 귀의 흑 한 점과 더 가깝기 때문에 흑 돌의' 턱밑에 접근'한 수로 묘사된다. 물론 이 경우 이 수는 행마로서보다는·3·三 침입'이라는 戰術的 맥락에서 해석하게 되는데, 행마법의 관점에서 보면 턱밑으로 다가간 수에 해당한다. 흑9는 '막음˙으로 표현되는데, 귀의 백이 연결하지 못 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이 수는 화점의 흑에서 뻗는 수가 된다. 이처럼 동일한 거리에 있을 경우 기능적·대응적 관점에서 행마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백10은 밀기가 되며, 혹11은 뻗기가 된다. 다음의 백12로부터 흑15까지의 행마는 근접성과 대응적 기능의 맥락에서 행마를 규정하고 있다. 백16의 젖힘. 흑17의 막음, 백18의 이음, 흑19의 이음은 모두 근접성의 원리에 따라 행마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3) 非規定性
바둑의 행마는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規定이 없다. 장기나 체스의 행마가 룰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가 된다. 이와 같은 행마법의 비 규정성은 바둑의 행마를 매우 다양하게 만들고 그 요령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즉, 행마의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상황에서 複數의 가능한 행마법이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대국자는 어떤 행마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고심하게 된다.
물론 행마의 기술에 관해서는 이론적으로 정립된 것들이 상당수 있다. '붙이면 젖혀라' 나·날 일자는 건너 붙여라·와 같이 격언의 형태로 된 행마의 기법은 많은 사람들의 행마를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바둑의 행마는 룰이 아닌, 기술적 지식에 의하여 규정되는 측면을 갖는다. 그러나 대국자는 이러한 격언을 행마의 기본 사고방식으로 활용하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행마를 하는 방법에 拘束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기법적 규정을 너무 고수할 경우 행마를 그르치게 할 소지가 많다. 대국자는 알고 있는 행마법 지식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4) 目的 遂行性
모든 바둑 수는 반상에서 어떤 목적을 수행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예를 들어, 영토를 많이 차지하려고 한다거나, 상대편 대마를 공격하려는 등으로 바둑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하는 어떤 목적을 갖는다. 행마 역시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려는 특성을 갖는다. 행마가 수행하는 목적의 내용에 따라 행마의 질이 결정되는데, 주어진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는 행마는 좋은 수로 평가되며, 그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하는 행마는 좋지 않은 수로 평가 받는다.
행마가 목적을 수행한다고 할 때 바둑수의 목적 수행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어떤 수가 행마로서 인식될 때 그 수의 수행하려는 목적과 그 행마가 수행하려는 목적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 다만 행마법의 관점에서 보는 목적 수행성은 국면 전체의 상황에서 보는 전술·전략적 측면보다는 돌과 돌이 대응하는 부분적 상황의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다.
5) 動的 기능성
바둑 수는 일반적으로·영토획득 이라는 목적 하에서 두어지나. 그 목적을 수행하는 방법에서 는 크게 영토 建設과 戰鬪의 두 가지 방법에 의존한다. 직접적으로 영토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수는 城郭 같은 기능을 하므로 '靜的 이라고 할 수 있고. 전투를 하는 수는 싸움을 하는 '兵士'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動的 이라고 할 수 있다(정수현 .1997). 이와 같은 바둑 수의 성질에서 볼 때 행마는 주로 동적기능 을 하는 수를 가리킨다. 근접성의 원리에 따라 두어지는 행마들은 자연히 상대편 돌과 투쟁을 하는 전투적 성질을 갖게 되는데. 대부분의 행마는 이와 같은 전투적 활동에 기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행마들은 이처럼 동적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둑의 행마가 시각적으로 전혀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돌의 움직임'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컷은 이와 같은 행마의 동적 기능에 기인한다.
6) 즉각적 대응성
행마는 대체로 상대편 돌과 가까운 거리에서 두어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수에 즉시 對應하는 것을 기본 속성으로 한다. 상대방 돌이 가까이 다가올 때 즉각적인 응수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연속 손을 쓰게 되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 이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상대방이 어떤 행마를 하면 그것에 바로 대응하여 행마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근접해 있는 상대방 돌에 적절한 응수를 하지 않으면 역으로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성은 많은 행마들의 주요한 특성을 이루게 된다. [그림 8]
[그림 8]에서 우상 귀 백1은 흑 돌에 붙여간 행마이다. 이에 대하여 흑은 특별히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백1에 대하여 즉시 응수하는 것이 절대로 되어있다. 만일 다른 부분을 둘 경우 역으로 백이 젖혀서 흑은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흑2로 젖히고, 백3으로 되 젖힐 때 흑4에 잇고, 이하 흑10까지 쌍방이 즉각적으로 응수하여 어떤 형태를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이 행마는 어떤 일단락 된 형태를 갖추기까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기본 속성으로 한다. 그러나 흑10은 형태가 마무리 된 다음에는 계속적으로 이 부분을 둘 필요성이 없어지므로 즉각적 대응성은 사라진다.
7) 활동의 內在性
바둑의 행마는 시각적으로 볼 때 어떤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는다. 器物의 움직임을 행마로 보는장기(홍성빈, 1998)에서 는 행마의 움직임이 視覺的으로 인지되나. 바둑의 행마에서는 기존의 착점에서 새로운 돌을 추가할 경우 두 착점 사이에 장기의 행마와 같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착점 사이에는 움직임의 현상이 들어 있다고 간주하는데, 그 이유는 행마끼리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양상을 취하기 때문이다. 행마의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행마가 갖는 기능적 의미를 이해함 으로써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행마의 활동이 수의 의미 속에 內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8) 價値의 狀況依存性
행마의 가치는 두어진 부분의 모양이라는 맥락에서 평가가 되지만, 넓게는 주변상황(狀況)이라는 관점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 동일한 모양의 행마가 어떤 상황에서는 좋은 수가 되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나쁜 수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狀況衣存性은 행마법의 격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격언 중에·빈 삼각은 愚形이니 두지 마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과 모순되는·빈 삼각을 둘 줄 알아야 한다·라는 격언도 존재한다. 같은 내용을 두고 서로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행마의 가치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반영한다.
가치의 상황의존성을 고려한다면 행마법 격언의 상호 모순적인 명제나 예외적 적용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그리고 상황의존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행마법에 관한 이론적 명제는"상황이 ∼할 때는" 이 라는 전제조건을 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3. 행마의 종류
바둑의 행마는 돌들이 연합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동일한 특성의 행마라 해도 그 위치나 상대방 돌과의 應接 방식에 따라 이름이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 행마를 이와 같이 세분화 할 경우 행마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된다. 행마의 종류는 같은 편과 연합하느냐. 아니면 상대편과의 대응하는 성격을 띠느냐에 따라 단독적 행마와 대응적 행마로 구분할 수 있다.
l) 單獨的 행마
같은 편끼리 연합하여 움직이는 행마를·단독적 행마로 정의한다. 이 행마는 자기 돌에서 새로운 돌을 두어 어떤 형태를 이루며 활동하게 되는데,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는 [그림 9]의 흑1에서 6까지와 같은 6가지 종류가 있다. 이 행마의 명칭은 숫자의 순서에 따라 뻗음, 한칸뜀. 두칸뜀, 마늘 모. 날 일자, 눈 목자로 불리 운다 (정수현, 1993). 단독적 행마에서 특기할 점은 같은 선이나 바로 옆 선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 밖에 밭 전 자. 세칸뜀. 큰 눈 목자와 같은 특수한 행마가 있으나 사용 빈도는 극히 낮은 편이다,
[그림 9]
2) 對應的 행마
자기 돌과의 관련보다도 상대방 돌에 대한 응수에 중점을 두는 행마를 '대응적 행마·라고 정의한다. 다 만 여기서 대응적 행마는 상대방의 돌과 같은 선이나 바로 옆 선에 隣接하여 대응하는 행마로 국한한다. [그림 1이에서 흑1은 백 돌에 붙여간 수로서 상대방 돌에 영향을 주려는 수이다. 흑2는 자기 편 돌에서 볼 때는 뻗음 수지만, 이 경우 백 돌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기 때문에 '밀기·라고 불린다. 흑3은·두점머리' 라고 불리 우는 대응적 행마이다. 흑, 4는 백 한 점에 대한 응수지만, 백 돌과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수가 아니기 때문에 단독적 행마로 파악한다.
[그림 10]
대응적 행마의 종류는 상당히 많다. 1차적인 대응적 행마에는 붙임수. 어깨짚기. 한칸접근. 모자씌움. 날일자씌움. 눈목자 접근 등이 있고. 이에 대한 2차적 대응 행마에 젖힘, 끊음, 밀기 등이 있다.
행마의 종류는 단독적·대응적 이라는 구분 의에도 그 특성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마가 공격적인가 또는 방어적인가에 따라 공격 형·수비 형으로 분류할 수 있고. 돌이 근접한 정도에 따라서 접촉 형·분리형 등으로 나눌 수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행마가 어느 쪽 돌과 연합하는가 하는 연합성의 관점에서만 구분을 하기로 한다.
4. 행마법 이론의 설명방식
현존의 행마법 이론은 실전모형에 의한 문제풀이 식이 대부분인 데. 이 방식의 단점은 행마의 特性과 杖法을 원리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전모형을 제시하기 전에 그 행마가 갖는 제반 특징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실전모형은 이론적 토대가 갖춰진 상태에서 이론을 입증할 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原理的 설명 방식을 '붙임 수˙를 예로 들어 제시한다.
< 붙임 수에 대한 원리적 설명 >
1. 특성: 상대방 돌에 영향을 주는 가장 강력한 행마로서, 즉각적으로 응수하지 않으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
2. 종류: ① 위치에 따라 밑붙임. 바깥붙임으로 구분한다.
② 모양에 따라 일반적 붙임. 껴붙임. 배붙임. 코붙임으로 구분한다.
3. 용도: ① 상대방의 응수를 촉구하여 형태를 결정 짓고자 할 때.
② 상대방의 반발력을 이용하여 모양을 강화하고자 할 때 - 타개의 붙임 수.
③ 다른 부분과의 관련상 상대방이 응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타하여 이득을 극대화 하려는 경우 - 축머리. 팻감 등.
④ 죽음을 무릅쓰고 적진을 교란하려고 할 때 - 게릴라전법.
☆ 껴붙임 - 제2선 침투. 세력 외곽에서의 활용, 붙임 수의 특수한 응수. 코붙임 - 상대방의 진로를 막아 어떤 특별한 성과를 거두고자 할 때. 배붙임 - 수상전이나 죄어 붙임 등의 맥점.
4. 응수법: 붙임 수는 강력하고 다소 과격한 수이므로 강하게 젖혀서 응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젖힘 수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경우(약한 돌의 공격시)나, 젖혀서 반발을 당하면 곤란한 경우에는 뻗음 수로 응수하는 것이 좋다.
5. 관련 격언: 붙이면 젖혀라, 하수의 껴붙임.
6. 주의점: 붙임 수에 젖힘이 좋지 않은 예의적 상황, 껴붙임이 호수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예는 원리적 접근법을 略式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실제의 이론서라면 이러한 내용을 그림과 함께 敍述形으로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 경우 실전모형을 사용하여 이론의 실제적 적용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며, 보다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면 다양한 실전상황을 모델로 삼아 풍부한 예를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학습자는 배우고자 하는 행마에 대하여 總體的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행마의 특징과 이용방법에 대하여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실전모형에 의한 문제풀이 방식으로 설명한 것에 비하여. 이 방식은 먼저 관련 행마법에 관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점검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훨씬 더 학습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Ⅴ. 결론
지금까지 바둑기술의 주요 부문 중 하나인 行馬法에 관하여 기존의 이론적 설명방식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보완점을 제시해 보았다. 현존하는 행마법 이론서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주로 格言式이나 實戰模型에 의한 문제풀이 식에 의존함으로써 행마의 개념·특성·종류 등 행마의 학습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 두어야 할 이론적 기초를 결여한 흠이 있음이 지적되었다. 전통적 바둑이론 전개 방법인 이 방식이 학술적 목적이 아닌 취미적 목적으로 바둑을 배우려는 바둑 팬 들에게 간편하고 생생한 기술적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나름대로 有用性을 지녔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 이론적 설명이 부실함으로 인해 행마법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었으리 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AGA Anual Report(1997)에는 "바둑 룰을 배우는 데는 몇 분 정도면 되지만, 바둑기술을 마스터하는 데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라고 바둑기술의 난해함을 묘사하고 있는데, 바둑기술의 습득이 어렵다고 보는 관점에는 바둑에 관한 원리적 접근의 결여가 한 몫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연구는 행마법 분야에서 전통적 바둑기술 전수방식의 虛點을 보완하는 原理的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바둑 학습자가 행마법을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보다 체계적인 기법을 습득하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원리적 접근을 할 경우 학습자는 행마에 내포된 전반적인 내용에 접함으로써 행마를 보다 쉽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나아가 棋力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원리적 접근은 "p이면 q이다"라는 명제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명제의 타당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이론의 논리성을 검증할 수가 있으며. 다른 狀況變因의 개입으로 p≠q의 도식을 갖는 명제에 대해서도 설명력을 갖는 장점이 있다. 결국 이 접근법에 의한 행마법 이론 정립을 통하여 바둑의 행마법에 관한 진리는 더욱 선명하게 밝혀질 수 있게 된다.
원리적 접근법이 갖는 장점을 요약하면. 행마법 이론의 기본토대가 되는 지식을 제공하고. 피상적으로 설정된 이론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 속에서 정리할 수 있고, 행마법에 관한 포괄적인 정보를 종합적으로 습득하게 함으로써 행마법의 이론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종래의 방식에 비하여 학습효과 면에서 우월한지에 대해서는 실험이나 보고 등을 통한 연구가 있어야 하겠으나, 학습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행마법 이론의 정립을 위해서는 필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제기한 행마의 정의, 특성, 종류 및 설명방식은 다른 행마법 이론서 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이 내용 중 행마의 특성과 종류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타당성이나 실용성에 대하여 異見을 표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차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하여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제기됨으로써 행마법의 이론이 더욱 더 체계화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연구가 갖는 기본입장은 이 접근법이 행마법 이론에 대한 최상의 설명방식 이라는 것은 아니며, 기존의 방식과 竝行토록 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격언의 형태로 된 행마법 이론은 餘暇善用의 목적을 위하여 바둑을 배우는 학습자에게 여전히 유용한 방식이며, 실전모형에 의한 문제풀이 방식은 이론적 설명이 학습자에게 주는 지루한 기분을 탈피시켜 주는 유력한 방식임에 틀림없다. 다만 격언의 형태로 행마법 이론을 전수하는 경우 이 연구에서 주장하는 견해에 따라 使用 頻度가 높은 행마에 대한 새로운 격언을 창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20여 종으로 된 행마법 격언은 실전대국에서 출현하는 행마를 컨트롤하기 에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전모형에 의한 설명방식도 이 연구의 원리적 접근법과 倂用함 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습득한 행마의 원리를 실전적 문제를 통하여 연습 한다면 행마법 학습은 理論과 實枝를 겸한 생생한 학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격언 식과 실전모형 식 행마법 이론에 연구자가 제시한 원리적 접근법을 접목한다면 행마법 이론은 상호 보완적이 되어 한층 설명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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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정수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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