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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구조의 함의

온울에 2008. 5. 30. 00:24
사이버 오로에 가면 집중조명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이번에 실린 내용은, 중환배라고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서
일본기사와 이 창호(흑)가 둔 바둑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바둑을 보고 있자면
바둑의 특성 중에서, 상호연관성이라는 측면과, 또한 수읽기,라는 주제가 잘 드러나 있다..
 
기보는 거기에서 볼 수 있으니, 일반언어로 한 번 거기에 담긴 의미를 음미해보면..
 
흑이 선착의 효를 유지하고 있다..
백은 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중앙대마가 조금 불안해도 일단 집을 챙긴다..
 
흑은 성동경서, 혹은 도남의재북,의 이치에 따라서 중앙백대마를 건드리지 않고, 우변의 백마부터 처리하기 시작한다..
 
우변에서 시작된 파도는 자연히 중앙으로 그 말단의 꼬리를 흔든다..
백은 구체화된 위협을 피하여 가일수 하여 달아나고, 흑은 이제 우변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을 때가 되었다..
 
만약 우변의 처리를 상식적인 범주에서 해버리면, 특별한 손해는 아니나, 백의 성과는 별로 없게 된다..
흑은 백진에 침투된 자신의 말을 키워서 수상전의 형태를 만들고, 그 여파가 다시 중앙의 백대마와 연관되도록 만든다..
 
흑이 실수로 키워죽인 것처럼 보이던 흑대마는, 알고보니 5궁도의 모양이 되고 있어서
백에겐 이제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래서 백은 돌을 던진다..
 
** 이상이 바로 집중조명에 등장하는 수순의 논리인 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핵심개념들을 정리해보자..

 
1. 성동격서, 혹은 도남의재북
2. 궁도와 사활
3. 종합적인 수읽기..
 
1. 성동격서,는 상당히 유명해져서
전략적 사고를 지칭하는 종합적 대세관의 징표이다.. 불교의 용어로 치면 법계연기라고 할 만하고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소립자의 불가분성,이라고도 할 만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현재, 미래 등을 구분하여 생각하고
공간적으로는 우리들의 육체의 외피를 경계로 공간과 피아를 구분짓지만
사태의 심층을 알아갈수록, 만상은 서로 연관됨이 드러나고, 또한 그러한 인식이 있어야만
심층적인 의식이나 인식의 세계에 들어설 수 있다...
 
2. 바둑은 두 집을 내어야 일단의 돌무리, 즉 대마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집을 내어야 하는데, 이를 근간으로 사활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이 등장한다..
 
우선은 궁도이고, 다음은 급소이고, 그 다음은 수순이다..
 
궁도가 말하는 것은 일단 넓으면 죽지는 않는다는 말이고, 이런 면에서 강박되면, 과도한 욕심으로 말썽이 일게 된다...
 
급소,라는 것은 두 집을 겨우 낸다고 할 경우
두 집으로 구분하는 경계선에 해당하는데, 가히 안목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모든 집을 크게 내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집들은 급소에 의존해서 살아야 한다..
또한 부분적으로 급소를 보는 눈과 더불어
어디를 급소적으로 살고, 어디를 궁도적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는, 다시 종합력, 즉 대세관의 문제가 된다..
 
수순이라는 것은 동일한 궁도에 급소를 가진 사활의 문제가 있을 때라도
순서를 바꾸면 생존여부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시간성의 관리라는 주제가 드러나게 된다... 시간 인테리어, 인 셈이다...
 
우리가 현상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시간과 공간과 자신을 조화시키는 기술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사활이라는 주제 속에 기본요소가 모두 드러나는 셈이다...
 

3. 수읽기,라는 명제가 가진 함의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프로들의 멋진 수읽기를 보면, 다들 그저 그 깊이를 감탄하곤 하지만
사실, 그런 일이야 어떤 분야에서든 경험이 깊어지면 다들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경탄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
 
우선 수읽기라는 주제 속에는
상황판단의 종합성, 이라고 하는 공간적인 연관에 대한 자각 혹은 인식,이라는 주제가 있고
시간적으로는 미래를 예측하여 그 논리를 지금에서 구현한다고 하는 시간소급의 기술이 들어있는 셈이다...
 
상황판단의 종합성은 위에서 언급된 바이고
시간판단의 종합성이 바로 시간소급의 기술인 셈인데
원리적으로 고찰해볼 적에, 미래적인 예측력은 기사가 개발하는 것이나 그 수에 이르는 길 차제는
바둑판 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리어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바둑을 잘 두어서 미래에 대한 예측력이 강해진다고 인식하기 보다는
원래가 어떤 구조적 불가분성 때문에, 미래와 현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실력이 낮으면 현재의 투쟁이 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만
실력이 증가될 수록 미래의 선택지들이 현재의 방향성의 잣대가 되어준다고 하겠다...
 
 
이상에 미루어보건대
바둑에서 드러나는, 공간과 시간적인 상호연관이라는 것은
법성게나 신심명에서 보여주는 법성의 이치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겠다...
부분적으로는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의 관리가 생존을 결정짓는 측면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