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Ⅰ. 서론
II. 일반어의론의 개념과 이해
1. Korzybski : 일반어의론의 태동
2. 일반어의론의 정의
3. 일반어의론의 이론적 의의
4. 언어와 문자의 한계
5. 일반어의론의 주요 개념
III. 일반어의론과 일반체계이론
IV. 행정정보체계 연구에 있어서 일반어의론의 적용
1. 종합학문으로서의 행정정보체계 연구
2. 행정정보체계의 질적 방법론과 양적 방법론
3. 인식론적 연구방법론 도입의 필요성
Ⅴ. 결론
--------------------------------------------------------------------------------
발행자명 서울市立大學校 法律行政硏究所
학술지명 法律行政論集LAW AND ADMINISDTRATION REVIEW
권 7
호 1
출판일 1999.
행정정보체계 연구방법론에서 일반어의론(General Semantics)의 인식론적 적용
The Epistemological Application of General Semantics in the Research Methodology of Public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金鉉城
서울시립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 조교수
2-060-9901-03
pp.77-99
이 논문은 1998년도 서울시립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
Ⅰ. 서론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는 정보사회에서 공공부문의 정보를 관리하는 문제는 기술적 쟁점뿐만이 아니라 많은 도덕적, 철학적 쟁점들 또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보사회가 인류의 복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어느 정도 공헌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즉, 단순반복적인 육체노동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해 주고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정치권력의 소유집단이 고도의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정보를 독점하며 주민들을 억압하며 감시하는데 사용함으로써 인간성의 파괴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비관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의 경우, 생산비용이외에 소요되는 제반 거래비용들을 줄임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에,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우려되기도 한다. 게다가 대량의 정보를 다루고 조직의 의사결정이 다수의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행정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러한 쟁점에 관한 논의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행정정보체계를 연구함에 있어서는 이제까지의 경직된 기술위주 연구정향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행정정보체계 이론이 행정정보체계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 예측, 통제해 줄 수 있으려면 이론형성과정의 엄밀성을 필요로 하며 이는 적합한 방법론을 적용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인식론이란 이론형성과정에 대한 형이상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분과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알게 되었는가(how do we know what we know?)'를 탐구한다. 이론적 취약성을 지적받고 있는 행정정보체계를 이론적으로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인식론적 접근을 부단히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정보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기존의 가치중립적인(value-neutral) 기술적 연구접근법으로서는 충분치 못하다. 그리하여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기술이 행정에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인지할 수 있느냐에 관해서는 보다 형이상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이론발달과정에서 언어와 상징의 함의에 대해 독특한 관심을 가졌던 일반어의론(General Semantics) 학자들의 견해를 검토해 볼 가치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Alfred Korzybski를 비롯한 일반어의론자들은 지식의 형성단계가 자연계 생물체의 발달단계와 유사하다고 가정한다. 화학적 결합으로 생존하는 식물(chemical binder)이나 이동을 통해서 공간과 공간을 연결짓는 동물(space binder)보다는 시간과 시간을 연결시킬 수 있는 인간(time binder)이 훨씬 발전된 존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론을 형성함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보사회에 대한 평가 또한 이와 같은 다양한 수준의 방법론 적용이 필요하다. 즉 하드웨어를 비롯한 기술차원(hardware level),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차원(software level), 그리고 사용자가 중시되는 관리차원(managerial level), 조직의 목표와 정보기술을 연결시키는 전략차원(strategic level), 그리고 그 이상의 질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가치차원(value level)으로 나눌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인식론적 접근은 행정정보체계의 학문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과학으로서의 성숙성을 증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일반어의론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학문분과를 소개하면서 이로써 우리가 행정정보체계를 연구하는 데에 어떠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확인하고 향후 후속연구들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데에 주요 목적이 있다.
II. 일반어의론의 개념과 이해
1. Korzybski : 일반어의론의 태동
일반어의론을 가장 먼저 주창한 학자는 Alfred Korzybski이다. 일반어의론의 역사는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는데 이 때는 인간공학(Human Engineering)이라는 분야가 Korzybski에 의해 처음으로 학계에 소개되었던 시기이다. Korzybski는 1차대전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폴란드인이다. 러시아가 붕괴된 후 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군사와 관련된 다양한 직책으로 재직하다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미국인이 되었으며, 1950년 70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그의 주된 학문적 배경은 수학과 공학이었지만 그의 한결같은 주장은 공학분야에서 큰 기술적 진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여한 방법론이 있었던 것처럼, 인간에 관한 연구도 이와 비견될만한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인간공학이라 불렀다(Bois, 1984). 일반어의론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Korzybski가 처음부터 언어나 그 의미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주 관심은 인간의 복지와 그와 관련된 가치문제였다. 그리하여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인류의 복지와 관련된 기술에서의 학문적 윤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1938년 Korzybski는 일반어의론연구소(Institute of General Semantics)를 설립하였다. 이 연구소의 모든 공식적 문서의 가장 상위에 '언어적 인식론적 학문연구 및 교육(linguistic epistemologic scientific research and education)'이라 적혀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언어와 인식론, 그리고 연구는 물론 이러한 학문적 경향의 보급에 가장 큰 관심이 있었었다. 이 연구소의 위치는 미국 코네티컷주의 Lakeville로서 지금도 같은 장소에 소재하고 있다. 1942년에는 일단의 일반어의론 학자들이 국제일반어의론학회를 설립하고 1943년부터 ETC: A Review of General Semantics라고 명명된 학회지를 발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체계적인 모습을 띠게 된 것은 Korzybski가 사망한 후 1952년 기념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 시작하면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 일반어의론의 정의
일반어의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간략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아마도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일반어의론을 연구하는 국제일반어의론학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처음 대할 수 있는 문장이 바로 '일반어의론이 무엇인가?'라는 것인데 여기에서도 이 질문이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반어의론의 이론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피할 수 없는 연구주제이다. 이렇듯 통일된 견해가 존재하지 않아 개념상의 혼란을 낳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orzybski가 최초로 제기한 문제인식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다양한 개념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학자들의 학문적 배경이 상이하여 서로가 사용하는 학문적 용어의 다양한 해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언어와 용어의 제한적 성격에 가장 신랄한 비판의식을 가졌던 학자들에게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어의론, 혹은 의미론(Semantics)이라는 용어는 일반어의론보다는 훨씬 명확한 개념이 존재하는 용어이다. 그래서 어의론, 혹은 의미론을 '단어의 세세한 의미들을 탐구하는 것'으로 상정한다면 일반어의론이란 '단어와 그 의미에 대한 보편적 연구'라고 일단은 간략히 해석될 수 있다. 의미론과 일반어의론이 다른 점을 살펴보면 일반어의론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미론이 단어와 이 단어의 의미에만 한정하여 연구주안점을 설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일반어의론에서는 단어와 심벌 등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것의 의미를 포함하여 이에 대한 인간의 학문적 대응에 주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일반어의론은 단어와 사람과의 관계, 심벌과 행태와의 관계, 상식(common sense)과 그렇지 않은 것(nonsense)과의 관계를 주로 다루며, 잘못된 가정, 인식에서 보이지 않는 장애요소, 평가에서의 숨겨진 혼란, 즉 인간으로서 분별력있게 행동하지 못했던 모든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일반어의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먼저 학자들의 다양한 정의를 소개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표 1〉 참조).
이상을 종합해보면 일반어의론이란 인간에 의한 잘못된 평가를 교정하고 이를 보다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Korzybski에 의해 처음으로 형성된 신경-언어적, 신경-어의적 체계이자 학문분과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3. 일반어의론의 이론적 의의
이상과 같은 다양한 개념규정을 통해 학자들은 일반어의론이 가지는 학문적 연구동기의 특성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하였다. Korzybski는 일반어의론이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철학이나 심리학, 혹은 논리학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논리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논리의 창안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구별지어 스스로를 비아리tm토텔레스적(non-Aristotelian)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신경체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훈련시키는 하나의 새로운 외부적(확장적) 학문분과로서 일반어의론을 자리매김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일반어의론은 세계에서, 또 우리 자신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관해 지도된 인식이나 교육된 의식으로 보일 수 있다(Bois, 1984). 일반어의론의 관심은 과학인데 여기에서는 과학을 기본적 정향과 문제해결의 일반화된 방법의 측면에서 인식한다. 일반어의론이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은 물론, 하루하루의 일상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서, 과학의 보편방법을 형성하는 체계적 연구노력이 된다. 이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는데 일반어의론은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확대(size up)하고 그럼으로써 상징적으로 이를 연결시키느냐에 관한 연구이므로 인간의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에 주안한다고 말할 수 있다(Harry Maynard).
이를 통해 인간은 보다 성숙된 존재로 발전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일반어의론은 인간을 어떻게 하면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느냐에 관한 학문이라고 주자오디기도 한다. 즉 상징주의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면서 어떻게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될 수 있느냐를 연구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Hayakawa). Bois(1984)에 따르면 일반어의론은 인식론 중에서 최신의 것으로 변환된(updated) 인식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반어의론은 인간의 감각을 어떻게 관찰하고, 어떻게 세세하게 조명하며, 어떻게 사고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어떻게 확신을 얻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견해를 어떻게 의사소통하며, 사실과 견해를 어떻게 구별해내며, 어떻게 잊고 기억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고안해 내고 창조하는가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Bois, 1984).
4. 언어와 문자의 한계
특수한 것(the specific)과 일반적인 것(the general), 그리고 사물(things)과 낱말(words)을 구분하는 것이란 쉽지 않으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양한 신체조건, 인식,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인간을 주어진 제한된 언어로 모두 표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다음은 상징으로서의 언어가 현상을 모두 표현 못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김모씨는 공무원이다'라고 했을 경우 개인(김모씨)과 집단(공무원)이 동일시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즉 영어표현의 'is'를 동일성(identity)으로 무조건 이해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개인과 집단이 완벽하게 같은 것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의 문제는 많은 예외의 등장으로 인해 무력해지기 쉽다. 행정전산화과정에서 '이 정도의 하드웨어로는 할 수 있는 작업이 없다'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를 보자. 문장의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해 보면, 주어진 하드웨어를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실제로 매우 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표현한 이유는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을 것이고 상대방은 이를 그러한 인식의 영역내에서 사고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볼 때, 언어를 뛰어넘은 수많은 인식도구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이론탐구에 있어서 복잡하고 다양한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의 일반어의론자들은 단어의 의미탐구에만 일반어의론을 한정시키는 것에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어의론에서 중요한 것은 초점을 두고, 선택하고, 추론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추론이란, 사물을 배제시킴으로써 생물학적인 구두수준 및 그 이상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어의론에서 다루고 있는 언어와 관련된 연구대상은 (1) 의사소통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사실들의 특성 (2) 이 사실들을 부적절하게 대표하는 많은 언어적 습관들, 그리고 (3) 언어적 습관이 적절한 평가에 이르도록 하는 특정의 사용가능한 방안 등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을 통해 볼 때, 언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현상의 왜곡이 일반어의론의 가장 중심적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써 Rapoport는 현실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인간과 세계사이에 위치한 언어의 스크린에 의해 왜곡되는 방식에 대한 실증적 조사 탐구에 기초하는 것이 일반어의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언어로 대표되는 현상에 대한 진실된 이해야말로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 이론적 공헌일 것이다. '말도 안되고 위험한' 난센스를 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징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주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언어적 자기통제에 주안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철학이나 지혜, 정치적 주장과 같은 담론을 뛰어넘어 모든 문화에 적용될 수 있는 학문경향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의 장막 뒤에 감춰진 과정을 연구하도록 연구동기가 창출되어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일반어의론의 가치가 드러날 수 있다. 그러므로 언어, 사고, 그리고 행태(말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행태)와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에 주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언어와 그 언어의 영향에 관심을 두는데, 일반어의론은 인간이 언어와 같은 상징을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것에 관한 연구이자 방법론이다. 일반어의론은 인간의 인식에 관한 평가과정에 대해, 특히 의미와 언어상징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식과 직관을 제공해주므로 의사소통 연구에 주안을 두게 된다. 일반어의론자들에 있어 의사소통은 일단 좋은 일로 가정된다. 그래서 더욱 많은 정보를 얻을수록 그 정보는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처리하면 할수록 우리에게는 유익이 될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도 일반어의론은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얻으며 이 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위험이나 왜곡, 오류가 발생하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늘날의 정보체계 연구에서 정보수집이나 선별적 취사선택에서 언어나 상징이 줄 수 있는 오류에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바를 고려한다면 이들의 주장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에 기초한 현대조직의 정보관리는 광의로는 의사소통에 관한 학문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외부 물질세계, 자기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지, 즉 어떻게 인지하고 행동하고 심벌을 사용하며 사회활동을 하는가는 일반어의론의 철학적, 인식론적 관심일 뿐만 아니라 정보체계이론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방법론적 쟁점이다. 인식론적 방법론을 택해 자신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정신적 사고과정을 질서있게 정렬하며 판단, 평가, 결정하는 기준을 개발하는 것을 배울 수 있으므로 인식론적 방법론은 사고와 의사소통에 관한 새로운 체계라 불리기도 한다.
일반어의론은 인간이 현실세계를 어떻게 감지, 인식하느냐에 관한 학문이다. 그리하여 언어, 단어, 상징, 언어적 습관들이 인간과 인간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의사소통의 효과성과 연관이 될 것인데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보면 일반어의론은 다음의 세 가지 활동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1)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을 다 포괄할 수 있는 언어의 성격에 대한 인식, (2) 오해나 갈등에 대해 하나의 해결책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서 언어를 보는 습관, 그리고 (3) 과학적 방법을 평가하고 이를 언어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 등이다.
5. 일반어의론의 주요 개념
일반어의론은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보는 시각을 확대(size up)하고 그럼으로써 이를 어떻게 상징적으로 연결시키느냐에 관한 연구이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의 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이라 부를 수 있다. Korzybski를 흔히 인간공학자, 혹은 과학과 윤리의 연결을 시도하였던 학자로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인간 스스로가 설정해 놓은 개념에 의해 자신이 속박당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의 원흉은 바로 세계를 대표하는 언어적 상징에 기인한 것이므로 일반어의론은 상징주의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면서 어떻게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될 수 있느냐를 연구하여 인간을 어떻게 하면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느냐에 관한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어의론에서 가장하는 인간형은 기본적으로 시간결합자(time-binder)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화학적 요소를 결합하는 식물(chemical-binder)이나 공간을 결합하는 동물(space-binder)과 달리 고등화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지식탐구에 대한 인간의 노력은 본질적으로 과거와 달라진 측면을 고려하는 '최신의 것으로 변환된(up-to-date)'인식론에 초점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인류는 물질세계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물질세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신적 활동에 관한 연구를 소홀히하여 왔다.
일반어의론은 인간이 현실세계를 어떻게 감지, 인식하느냐에 관한 학문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언어, 단어, 상징, 언어적 습관들이 인간과 인간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에 관심을 둔다. 이로써 기대할 수 있는 궁극적인 효과는 언어의 작용과 의사소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적인 연구대상은 상징, 상징체계, 신호체계, 신호상황 등이다. 둘째, 인간의 신경체계가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또 대응하여야 하는가에 관해 관심을 기울인다. 셋째, 그리하여 인간에 대한 평가과정을 연구하여 이를 학습시키는 교육이론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넷째, 불충분한 언어의 상징성을 극복하여 궁극적으로는 과학의 비언어적 학문분야(nonverbal discipline of science)로서 등장한다(Hayakawa, 1945). 이상에서 보듯이 일반어의론의 가장 첫 출발점은 우리가 기존에 신봉하고 있던 가정에 대해 인식론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물을 보는 방식, 언어와 상징을 사용하는 방식, 자신에 대한 개념의 역할, 의사소통상의 왜곡, 사고하는 방식, 실제 운영해가는 방식 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실제의 경험과 인식간의 격차를 해소시켜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일반어의론학회의 학회지의 이름은 ETC:A Review of General Semantics이다. 여기에서 ETC란 바로 기타 등등(et cetera)이라는 표현으로서 일반어의론의 주요 주장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인간이 당장 가지고 있는 표현체계로는 현실세계를 모두 표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두를 포괄하는 것처럼 개념규정을 진행하여 왔던 기존의 학문적 정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즉, ETC라는 단어 자체가 독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바로 기타 등등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탐구해 나가는 학문적 과정이 의미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용어에 관해 한가지 더 언급할 사항은 General Semantics라는 표기자체도 일부에서는 general-semantics, 다시 말해서 두 단어 사이에 하이픈을 이용해서 소문자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일반어의론이 하나의 개별적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문분과처럼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취급받아지기를 희망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반어의론이 특별한 정향이나 특별한 운동, 철학, 주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일반어의론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불려질 수 있다. 왜냐하면 시스템의 속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반어의론 또한 관련 이론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Korzybski(1993)는 이러한 시스템을 하나의 구조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structure-1은 비언어적 세계(non-verbal world), structure-2는 인간(human), structure-3은 상징체계로 이해된 언어(language), 마지막으로 structure-4는 일반어의론이 적용된 행태(behavior)라고 하였다.
일반어의론에서는 평가과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생물체와 구분짓는 요소라고 한다. 평가과정은 한 시스템의 성공과 생존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평가란, 실재하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가정에 의해 영향받는, 인식과 추론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평가의 수준은 사고, 느낌, 판단, 결정 등을 모두 포함한다. 결론적으로 일반어의론이란 인간의 사고와 평가, 그리고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한 통합체계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III. 일반어의론과 일반체계이론
일반어의론의 문제제기는 과학자세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일반체계이론가들은 일반어의론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체계이론가들은 분과학문간에 사용되는 용어의 상이성으로 인하여 유사한 현상에 대해서조차 학문분과별로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던 일단의 학자들이다. 1920년대까지는 Bertalanffy를 비롯한 소수의 학자들만이 복잡한 현상에 대한 보편이론의 발전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40년대에 이르러서야 일부 대학에서 행태에 대한 보편이론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일반체계이론의 태동은 바로 이러한 학문적 분위기 속에서 1954년 가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있었던 행태과학연구센터(Advanced Study Center for Behavioral Science)의 회합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에서 네 명의 주창자들, 즉 생물학자인 Bertalanffy를 비롯하여 경제학자 Boulding, 생리학자 Gerald, 그리고 수학적 네트워크이론가인 Rapoport 등이 모여 과학의 통합(unity of science)을 기치로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당시 전미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의 섹션 L하의 그룹으로 하나의 모임을 창설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일반체계이론의 산실인 일반체계이론학회(Society for the General Systems Theory)이다. 처음에는 7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하였고 1956년부터 매년 General Systems라는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 그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 40여개국에 지부와 지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반체계이론학회는 그후 일반체계연구회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현재는 국제체계과학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Systems Science)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김현성, 1997).
일반체계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Bertalanffy는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일반체계이론에 대한 학문적 요청이 있음을 적시하였다. 첫째는 이질동형성(isomorphy)의 개념이다. 이질동형이란 상이한 분야에서의 구조적 유사성을 말하는데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도 이러한 이질동형의 현상은 많이 목격될 수 있다. 그 결과 공통속성에 대한 통합적 연구의 필요가 등장하게 된다. 즉, 전체성, 방향, 목적의식, 통제, 자기규제, 분화 등 조직과 관련한 보편화된 이론이 필요한 것이며 일반체계이론은 이를 가능케 해 줄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둘째, 그는 개방체계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동일최종상태(equifinality)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폐쇄체계라면 최초 주어진 조건에 의해 최종상태가 결정될 것이나 개방체계는 최초의 조건이 상이하거나 혹은 그 과정이 상이하더라도 결국은 동일한 최종상태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생물적 통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의 목표점으로 지향하게 된다. 이는 캘빈의 퇴화론이나 다윈의 진화론에서 말하는 正의 엔트로피뿐만 아니라 負의 엔트로피가 가정되어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통제메카니즘이 작동한다. 그리하여 개방체계는 종국적으로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homeostasis)의 속성을 지니게 된다. 체계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로 의사소통이론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환류에 의한 정보의 흐름이 항상성 유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렇게 체계가 최초의 목적을 추구하는 성향을 목적론(teleology)이라고 한다. 셋째, Bertalanffy는 일반체계이론과 통합과학의 관계를 서술하였는데 통합된 세계의 개념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법칙의 동형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전체론(holism)은 환원주의(reductionism)와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모든 생명현상을 물리학과 화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 인간행태적, 사회적 수준을 가장 하위수준으로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반체계이론을 구축하는데는 두 가지 상호보완적인 접근법이 있는데, 하나는 경험세계를 관찰하고 공통 현상을 찾아 이에 적절한 일반적 이론모형을 추출하는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와 달리 기본이 되는 '개인'이나 행태단위의 복잡한 계층제를 기준으로 경험세계를 배열하고 각자에 맞는 추상적 개념화의 수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중 후자를 기준으로 Boulding(1956)은 9가지의 계층제적 수준을 발표하였다. 즉 틀, 시계, 온도계, 세포, 식물, 동물, 인간, 사회체계, 초월적 구조 등인데 이중 처음 세 수준은 물리학, 다음 세 수준은 생물학, 그리고 마지막 세 수준은 사회과학의 주 연구대상이다. 그는 일반체계이론을 모든 학문의 뼈대(skeleton)로 인식하고 있다. 즉 지식이라는 질서있고 근거있는 몸체에 특정 분과학문과 연구주제라는 살과 피가 붙어있는, 체계의 구조나 틀로써의 일반체계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일반체계이론의 주장은 일반어의론과 더불어 복잡한 사회현상에 대한 보편타당한 연구방법론을 정립하고자 하였던 시도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학문간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연구노력들이 행정정보체계를 연구할 때 어떠한 시사점이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IV. 행정정보체계 연구에 있어서 일반어의론의 적용
1. 종합학문으로서의 행정정보체계 연구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그야말로 수세기전부터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디지털 정보를 광범위하게 처리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부터 이에 관한 본격적인 학문적 논의가 비롯되었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미국에서 70, 80년대에 많은 주목을 받던 경영정보체계(MIS)의 개념이 공공부문에 학술지를 통해 이론의 적용이 시도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바로 Public Administration Review의 특집호를 통해서 소개된 행정정보체계(Public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에 관한 논의였는데, 이를 기점으로 보면 행정정보체계 연구의 역사는 이제 갓 10여년을 지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1989년에 처음으로 행정정보체계에 관한 교과서가 소개된 이래 10권 내외의 교과서가 출판되어 있으며 최근에 들어서는 정보통신정책이나 전자정부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정보체계를 연구하는 방법론만큼 주체의 다양화에 훨씬 못 미칠 정도로 경직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행정정보체계에 관한 연구는 발달된 정보기술을 공공조직에 도입하는 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를 활용하는 최종사용자로서의 국민적 관점이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전술한 바와 같이 가치판단을 요하는 영역을 다루기 위한 형이상학적 연구방법론의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행정정보체계란 다름 아닌 컴퓨터를 비롯한 최신의 정보기술을 소개하는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개별적 연구주제들은 각 주제에 맞추어 적절한 방법론을 사용하여야만 하는 것이고, 만약 복합적 성격의 연구주제라면 이에 맞는 복합적 연구방법론의 신축적 적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정보체계에 영향을 미친 학문분과는 그야말로 매우 다양하다. Davis와 Olson(1985)은 정보체계 개념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학문분야로 관리회계학, OR, 조직관리이론, 전산학을 열거한 바 있다. Ahituv와 Neumann(1990)도 정보체계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학문으로 정밀과학, 기술, 사회과학 및 행태과학을 거명하면서 정보체계가 제학문간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조직내에 정보의 흐름이 매우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정보체계연구는 다학문적 노력의 산물이며 다차원적 매트릭스를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체계연구에 필요한 지식의 범위 모두를 포괄하는 단일의 프레임웍이 없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Land, 1992).
컴퓨터와 인간의 통합시스템인 정보체계는 하위체계로서 인간시스템과 기계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컴퓨터 기기나 프로그램은 폐쇄체계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결정론적 관점을 따르고 있다. 반면 이의 관리체계나 추상적인 정보의 흐름은 전형적인 개방체계의 성격을 가지면서 확률론적 입장이다. 정보체계의 역사적 출현단계에 따라 전자자료처리체계(EDPS), 정보관리체계(MIS), 의사결정 지원체계(DSS), 전문가체계(ES), 인공지능(AI)의 순으로 갈수록 체계의 안정도와 적응능력이 변화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정보시스템들을 일반어의론의 주장을 기초로 고려하여 본다면 하위 시스템으로부터 식물, 동물, 인간의 수준으로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을 살펴볼 때 정보체계는 개념적 체계와 경험적 체계, 그리고 자연적 체계와 인공적 체계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정보체계 연구는 한마디로 불균형적이라 말할 수 있고 아직까지는 하나의 과학적 학문분과로서 자리잡지 못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Farhoomand, 1992). 가장 큰 문제는 정보체계 연구가 단편적으로만 이루어져 마치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진 애드호크라시처럼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Whitley, 1984). 이러한 현상을 두고 Dickson 등(1984)은 정체성의 위기라고까지 경고한 바 있다. 정보체계가 복잡한 개방체계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다가 다수의 분과학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종합학문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정보체계 연구는 하드웨어의 구비나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있어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개념적 체계, 혹은 개방체계로서의 특성을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보체계 연구방법론에 대한 비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준이 되는 이론적 기반이 없다는 문제이다. 정보체계 연구를 위한 아무런 명확한 이론적 베이스가 없으며 이론과 모델사이에도 적절한 연계도 없다. 둘째는 개별 분과학문간 적절한 의사소통이 없다는 점이다. 분과학문간의 이질동형을 발견하고 이의 일반화 시도를 통해 설명능력을 넓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론적 기초도 없고 분과학문간의 의사소통도 부재함에 따라 정보체계에 관한 연구는 어쩔 수 없이 단편적,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자칫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방법론적 다윈주의에 기초하여 상황적응적으로 통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2. 행정정보체계의 질적 방법론과 양적 방법론
21세기를 앞두고 지구촌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보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 산업사회의 모든 가치와 특성들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과거 수렵사회로부터 농업혁명을 거쳐 토지가 생산의 근간이 되는 농업사회를 이루었고 증기기관의 발명 등 산업혁명을 거쳐 자본과 노동이 중심이 되는 산업사회를 이룩하였다. 그후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이라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정보혁명으로 오늘날의 정보사회를 이루었다. 능률성과 형평성을 주요 이념으로 삼아 발전해 온 행정학 또한, 이러한 정보사회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폭발하는 정보수요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면 행정현상의 설명과 처방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 예상된다. 공공부문에서의 정보처리를 체계적으로 다룬 분과학문인 행정정보체계의 중요성이 높아 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영역으로서의 행정정보체계(PMIS)는 외부환경으로부터의 정보 및 정보기술 수요에 수동적으로만 대응하고 민간부문의 경영정보체계(MIS)를 공공부문에 아무런 논리적 여과없이 도입하는 기술위주(technology-oriented)의 연구경향을 보여온 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행정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문제를 기술적 효율성 증진이라는 기준에만 과도하게 치중되어 가치가 개입된 보다 질적인(qualitative) 판단은 유보한 채, 양적인(quantitative) 분석만이 존재하는 불균형을 낳게 되었다.
행정정보체계를 연구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기존 행정학에서는 생소하였던 용어에 접하게 된다. 그것은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공학적 용어이다. 그러다보니 행정정보체계의 중심개념중의 하나인 체계(system)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공학적 차원에서 '이미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시간결합자로서의 인간이 이에 걸맞는 인식론을 적용한다고 할 때 보다 다양한 ETC(et cetra)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행정정보체계를 연구하는 사람이나 공공조직에서 정보처리와 관계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 있어 많은 공학적 용어의 사용은 실로 적지 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효용성만을 중시하다보니 이러한 장비가 행정업무에 주는 맥락과 의미를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질적인 방법론과 양적인 방법론은 병행되어야 한다는 선언적 명제에는 모두가 한결같이 동의하면서도 실제로 방법론 적용에 있어서는 두 방법론간의 극심한 이분논리(dichotomy)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기술적 효율성은 기술적 효율성대로 연구하고 이로 인한 효과나 기치판단은 별개의 연구영역에 돌린다는 것이다. 행정업무의 전산화과정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문법체계로 관련 행정자료들을 입력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Korzybski가 지적한대로 'is-identity'오류에 빠진 적은 없는지를 평가해 보아야 한다. 분별력 없는 계량화나 코드화는 인간의 고유 가치에 손상을 주어 인식과 경험이 괴리되는 학문적 비극을 또다시 경험할 수 밖에 없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면 Bois(1984)가 제창한 인식론적 프로파일에서처럼 창조적 참여단계(postulating, participatory stage)에 이르지 못하고 감지단계(sensing stage)나 분류단계(classifying stage)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론이 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행정정보체계연구들이 기껏해야 관계단계(relating stage)에 머무르는 것도 바로 연구방법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논리'의 영역과 함께 '인식'의 영역이 반드시 고려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1 참조>)
3. 인식론적 연구방법론 도입의 필요성
행정정보체계가 가지고 있는 이론적, 정책적 쟁점들은 실로 무수하다. 전산화된 형태로 자료를 입력하는 데에서부터 자료의 처리와 새로이 생성된 정보의 분배에 이르기까지 행정정보체계상의 연구주제는 이러한 쟁점들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행정정보체계와 관련지어 논의되는 쟁점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즉 사무자동화로 인한 작업생활의 질(quality of work life) 향상과 인력대치현상, 조직구조상의 집권화-분권화 논쟁, 컴퓨터도입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변화, 새로운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리더십, 일선공무원들의 대주민 대응성 변화, 조직상하간 권력관계 재설정, 정부-기업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 공공정보의 공개와 관련된 현안들, 개인정보침해와 정보의 공유성 논쟁, 전산감사의 어려움과 제3자 감리의 도덕성 문제, 전자상거래의 세제문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변화, 가상대학의 발생 및 일반대학 졸업자와의 대우문제, 전자국회와 전자정부의 실효성,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세대간 갈등 등이다. 이와 같이 방대한 영역의 연구주제들을 지금까지와 같이 경험에 입각한 '논리'의 세계에서 획일화된 효율성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행정정보체계 연구에 대한 방법론적 평가를 시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식론적 입장에서 보면, 특정 쟁점의 특성과 특정 이론의 특성이 밀접하게 연계될 때에만 이론의 현실설명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로써 특정 방법론의 사용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이론적 근거로는 일반어의론 학자들의 주장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행정정보체계론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양적인 방법론과 질적인 방법론 중에서 일반어의론 및 인식론에 입각한 문제인식은 질적인 방법론을 심화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논의를 철학적인 추상적 개념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기존의 행정이론을 형성하는데 어떻게 쓰여왔는지 행정학 문헌들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살펴보는 데에도 유용한 기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방대한 규모의 별개의 또다른 연구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행정학 발달과정 속에서 행정정보체계가 어떠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향후 행정학 연구의 전망이라는 맥락 속에서 행정정보체계의 연구경향 전망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일반어의론은 행정학에 거의 그 내용이 소개되지 않은 생소한 용어이다. 그나마도 실증주의 사회과학에 문제점을 제기한 반실증주의의 한 부류로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나의 운동정도로 이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경험을 통해 얻은 현실세계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정에 대해 항상 의문을 제기하여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어의론의 주요 주장이다. 과학철학의 입장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이나 훗설의 현상학 등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일반어의론은 의사소통상의 왜곡의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하버마스의 바판이론과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실증적 조사방법론을 통해 조작적 정의라는 과정의 중요성을 배운 바 있다. 특정 개념을 측정가능한 상태로 계량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작적으로 정의를 내리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일반어의론 학자들의 문제제기를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흔히 ETC로 대표되는 일반어의론의 주장은 한편으로 비과학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만큼이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론적 태도 또한 신축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본 연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이론적 관점과 정책적 관점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론적 시사점으로는 행정정보체계 연구방법론 적용의 다양화를 통해 이론적 성숙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특정 성격의 연구에는 어떠한 방법론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인지를 연계시킴으로써 향후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일반어의론의 주장을 국내의 행정학 연구에 최초로 소개하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그 동안 정부가 안고 있는 다양한 정보체계상의 쟁점들을 해결하는 데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초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말하면 정보사회에 대한 찬반논쟁이나 공개와 프라이버시, 집권화와 분권화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정보기술과 정보 자체, 그리고 정보에 대한 접근도가 개인 및 조직에 주는 의미(implication)를 구체화하는 데에 준거틀(frame of reference)로 활용될 수 있다.
복잡한 행정정보체계의 현상을 분별력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론의 적용이 필요한데, 인식론적인 접근의 적용을 통해 행정정보체계 연구에 있어 방법론적 보완을 시도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일반어의론 학자들의 주장을 검토해 봄으로써 행정정보체계 이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세밀히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이론적으로는 보다 성숙된 행정정보체계의 이론정립에 기여할 것이며 정책적으로는 가치판단을 위한 행정정보체계상의 제반 쟁점들을 다루는 데에 문제해결의 방향을 설정해 줄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후속적 쟁점들을 다루는 데에 문제해결의 방향을 설정해 줄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후속적 연구들을 자극하고 유도하기를 기대하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개별적 특정 연구쟁점들에 대한 심층적 이론정립과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
김현성 (1997) 일반체계이론(GST)의 재평가와 통 합적 정보체계 연구방법론의 정립 한국행정연구 제6권.
Ackoff, Russell L (1963). ″General System Theory and Systems Research Contrasting Conceptions of System Science,″ General Systems 8.
Ahituv, Niv and Seev Neumann (1990). Principles of Information Systems for Mnangement 3rd ed. IA: Wm C. Brown Publishers .
Banathy, R (1996). Designing Social Systems in a Changing World London: Plenum Publishing
Bertalanffy, Ludwig von (1956). “General System Theory,” General Systems
Bertalanffy, Ludwig von (1968). General Systems Theory: Foundations, Development, Applications NY: George Braziller, Inc .
Bois, J. Samuel (1978), The Art of Awareness 3rd ed. Dubuque, Iowa: Wm. C. Brown Company Publishers.
Boulding, Kenneth (1956). “General Systems Theory - The Skeleton of Science,” General Systems 1.
Davis, Gordon B and Margrethe J. Olson (1985).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Conceptual Foundations, Structure, and Development 2nd ed. NY: McGrow-Hill
Korzybski, A (1933). Science and Sanity: An Introduction to Non-Aristotelian Systems and General Semantics Englewood, NJ: Institute of General Semantics.
Rapoport, Anatol (1976). “General Systems Theory: A Bridge Between Two Cultures, Third Annual Ludwig von Bertalanffy Memorial Lecture,” Behavioral Science 21.
Senge, P (1990). The Fifth Discipline New York: Doubleday
Williams, William J (1985), The Miracle of Abduction LA, CA: Epistemics Institute Press, Inc.
'퍼온~사유..! > 인지와 언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ㅍ] 언어기호의 자의성과 대립 (0) | 2008.05.08 |
---|---|
[ㅍ] 언어와 세계-하이데거 (0) | 2008.05.07 |
[ㅍ] 대화형식과 비의 (0) | 2008.05.07 |
[ㅍ] 현대 기호학의 미래 (0) | 2008.05.06 |
[ㅍ] 기호학 사각형-그레마스 (1) | 2008.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