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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 과정과 유식론

온울에 2008. 5. 7. 10:07

목 차

1)화이트헤드 철학에 있어서 '현실적 존재'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인 주제이다.
2)화이트헤드에 있어서 '사물'이란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들의 결합체이다.
3)유식학의 아뢰야식은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들의 결합체'에 해당한다. 아뢰야식에 대해서도 앞에 설명한 1)에서 5)까지 모두가 무리없이 적용된다. 유식 학에서는 아뢰야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아뢰야식과 종자
(2)아뢰야식의 형성과 상속
(3)종자 - 습기(習氣)
4)지금까지 논술한 내용을 가지고 현상세계를 바라볼 때 사물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5)한편 우리의 인식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현상들은 무엇인가?
(3)4연설의 현대과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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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새한철학회 
학술지명 철학논총JOURNAL OF THE NEW KOREAN PHILOSOPHICAL ASSOCIATION 
ISSN 1226-9379 
권 26 
호 1 
출판일 2001. 10. 30.  




화이트헤드와 유식론
(-현실적 존재와 아뢰야식에 대한 존재론적 비교 -)


고목
밀양선원
1-066-0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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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이트헤드 철학에 있어서 '현실적 존재'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심적인 주제이다.
따라서 현실적 존재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난해하기 그지없는 화이트 헤드 철학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된다. 그런데 이러한 주제와 관련하여 유식학의 아뢰야식 사상은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를 잘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이 논문의 아뢰야식은 모두 현실적존재로 읽을 수 있다. 논자는 이 논문을 통하여 이러한 작업을 간략하게 시도해 보고자 한다.

2)화이트헤드에 있어서 '사물'이란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들의 결합체이다.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는 미시적 차원의 실재인데 특이한 것은 이 원자들이 단순히 역학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 정보까지 담고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현실적 존재를 '경험의 방울들'이라고 표현한다. 이 '경험의 방울들'인 현실적 존재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신지식 개념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고정부동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사물들은 그 실재 차원에서 볼 때 입자성과 파동성을 번갈아 보이고 있으며, 공이야말로 진정한 실재라는 것.

2) 실재는 끊임없이 유동 전변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

3) 우주는 전체가 전일적으로 연결되어 작용하는 상호관계 속에 유동한다는 것.

4) 화이트헤드의 '합생'은 20세기 후반 등장한 신지식인 '자기조직 역학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으며 생명체의 최초 단계인 '맹목적 의지'가 어떻게 자기반사적 정신능력으로 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5) 앞의 1)에 의해서 '창조성'이 상정되고 이 보편성은 개개의 여건에 상응하여 다양한 사태로 나타난다.

3)유식학의 아뢰야식은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존재들의 결합체'에 해당한다. 아뢰야식에 대해서도 앞에 설명한 1)에서 5)까지 모두가 무리없이 적용된다. 유식 학에서는 아뢰야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아뢰야식과 종자
아뢰야식은 생명현상의 '실재'이다. 그리하여 신체와 정신작용의 근본인(根本因)이 아뢰야식인 것이다. 종자는 아뢰야식의 내용인데 습기(習氣)라고도 한다.

갖가지 명칭과 개념ㆍ표상,그리고 선ㆍ악ㆍ아집 등에 물든 채 세력적인 존재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 종자이다. 진여공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진여가 갖가지 조건들에 융합해 있는 것이 아뢰야식이고 아뢰야식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이 종자이다.

아뢰야식은 생명현상의 역학인 동시에 그 역학의 작용방식을 방향 짓는 세력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유식 학에서 아뢰야식은 핵심적 주제일 뿐만아니라 현대과학, 특히 물리학ㆍ생물학ㆍ심리학ㆍ진화론 등에 중요한 조언을 하고 있다.

아뢰야식은 실재의 기본틀로서 이것을 기초로 하여 한 개체의 전체 미시 실재가 연장적으로 확장되고, 물질구조는 이것에 의해 형성된다. 여기서 구조란 신체를 말한다.

아뢰야식은 근본식이라고도 한다. 근본식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 식이 모든 식들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세친의 「섭대승론석」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비유하면 나무뿌리가 줄기 등의 총체적인 인(因)이 되는 것과 같다.

뿌리가 없으면 줄기 등도 존재할 수 없다. 아뢰야식을 근본식이라 하는 것 또한 그러한 이치이다.

종자는 습기(習氣)라고도 하는데 선ㆍ악이나 아집 등을 일으킬 구체적인 성향과 강도를 지닌 세력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명칭이나 형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집적(集積) 성장시킨다. 종자는 간단없이 상속하여 끊어지는 일이 없으며 이로 인해 천 태만상의 현상계가 전개되는 것이다.

종자 하나하나는 경험으로 물들어 있는 원자들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수많은 원자들이 관계성의 통일속에 결합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뢰야식이라 할 수 있다.

아뢰야식과 종자의 관계는 '본체(本體)'와 '작용'의 관계이다. 아뢰야식은 종자를 소장한다. 그러나 이 양자의 관계를 그릇이 씨앗을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 양자의 관계는 양자론에서 허공과 입자의 관계와 같다. 입자는 허공의 유동국면 이듯이 종자는 진여-공의 작용상이다. '체가 움직이면 '용'이 되고 '용'이 작용을 그치면 '체'가 되는 것이다. 아뢰야식이란 바로 진여-공이지만, 어떤 조건과 관련되었을 때 특별히 아뢰야식이라 한다.

유식학은 인간존재를 '마음의 흐름'이라고 파악한 이상' 그릇과 씨앗'이라는 그런 정태적이고 구조적인 생각을 부정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과정사고'이다. 무엇하나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없다. 모두가 부단히 유동변화하고 있다. 아뢰야식은 존재의 '실재'로서 간단없이 생성과 소멸의 반복과정 속에 있다.

'작용'이란 의지할 '본체가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 용(用)은 체(體)에서 나온다. 마치 팔운동이라는 작용은 신체를 체(體)로 하듯이 종자와 아뢰야식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미 종자라고 말했다 하면 거기에는 아뢰야식이 저절로 따라오게 되고, 아뢰야식이라 하면 또한 거기에는 종자가 따라와 있다. 사실상 아뢰야식은 진여-공을 말한다. 다만 그것은 순수 진여가 아니고 종자-습기가 혼합되어 있는 상태이다. 진여가 갖가지 번뇌로 물들어 있는 상태를 특별히 아뢰야식이라고 지칭한다. 아뢰야식의 본래성은 진여이고, 후성성(後成性)으로서 종자가 스며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아뢰야식은 그 자체만으로는 현상세계 속으로 현행할 수 없고, 반드시 일정한 선ㆍ악 업력, 신체 지각기관,

그리고 외부의 환경세계에 의지하여서만 현실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아뢰야식은 소장하고 있는 종자의 내용에 따라서 그 내용에 걸맞는 현행을 일으킬 세력을 가득히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상태의 실재라고 할 수 있다.

(2)아뢰야식의 형성과 상속
유식학에서는 이뢰야식을 윤회의 주체라고 하는데 이것은 신체구조의 생성과 소멸-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개재하는 생의 단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뢰야식의 차원에서 볼 때는 하등의 단절이 없다.

다시말해서 아뢰야식은 수 많은 생애를 일관되게 증장광대해지면서 굴러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는 아뢰야식의 최초의 형태와 그것이 전전화합하면서 복잡화 되어 온 과정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단계마다 아뢰야식이 의지해온 신체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전말은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과학의 진화론은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것을 약 40억년 전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그 최초의 생명체는 원핵 세포들이었고, 이들은 '정보의 전이'와 물질조직의 청사진을 활동의 바탕에 깔고 작업을 하였다. 원핵세포들은 자체적인 대사(代謝)체계가 없으므로, 진정한 생명체라 할 수 없는데 이들 원핵생물들이 결합하여 진핵생물을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라는 것이다.

아뢰야식의 최초의 형태(그림1 참조)와 관련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세균과 같은 진핵생물의 원초적이고 맹목적인 의지력-인지능력이다. 세균은 주변의 온도와 산성도에 반응하여 자기보존과 확대를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한 인지능력을 발휘한다.

진핵생물의 출현은 곧 후성적(後成的)발달, 다시 말해서 자신의 개별적 설계에 따라 유전자 정보를 유연하고도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출발점을 마련해 준다(에리히얀치).

정신성의 발달과정을 진화단계별로 기술한다면 진핵생물의 대사정신, 다세포생물의 순수한 자기표현형 생물정신(개념적인 정신성은 없다), 외부의 대상을 자신의 내부에서 재구성하는 통각(統覺)능력이 발휘되는 반사정신, '예상과 창조'의 정신기능을 발휘하는 자기 반사적 정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존재의 진정한 우주적 의미를 추구하는 영적정신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신이란 육체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생명체계와 역학과정들의 자기 조직하는 성질들을 가리킨다. "(얀치) 따라서 정신이란 그때 그때마다 '잠정적'자아를 형성하는 아뢰야식의 역학적 발현 양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인간의 실재는 '역동적으로 자기 창조하는 다수준 실질'라고 답할 수 있게 된다.

'다수준적 실재'차는 말속에 함축될 수 있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인간이란 지속적으로 자기 갱신하면서 진화해온 모든 단계들이 위계적인 질서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다수준적 실재이다.

○ 인간은 진화의 진단계에 나타났던 모든 생명체들의 수준들에서 동시에 살고 있다.

○ 다수준적 실재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각 단계들은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각각의 작업들을 수행하면서 전 체계적인 통일성, 나아가서 전 우주적 전일성(全一性) 질서 속에서 움직인다.

'다수준적 실재'는 '3부뇌'에 의해서도 설명된다.

3부뇌란 인간의 뇌가 진화한 단계를 보여주는데 이 3개의 뇌가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면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3개의 뇌는 파충류형, 고 포유류형(대뇌변연계: 大腦邊緣系), 신포유류형(신피질)의 3개뇌를 말하는데 이들은 화학적, 구조적으로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정신기능과 활동영역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융이 자신의 심리학에서 광대무변한 무의식의 세계, 특히 집단 무의식과 고태적원형들을 기본으로 설정하고, 인간의 정신기능을 사곤 감각, 감정, 직관으로 구분 한것도 상당한 타당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무의식들을 의식의 발전단계 이론에 의해 최고의 정신성 수준으로 계발하는 방식도 좋아 보인다.

이처럼 아뢰야식은 수많은 생애를 통하여 수많은 형태의 육체를 생성하면서 일관되게 진화의 도상을 걸어온 것이다. 아뢰야식 속에는 '최초의 맹목적 의지'에서 시작하여 오늘의 고도정신 수준에 이르기까지 경험 정보가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첫째 신체-인식 기관의 단절이 수 없이 있었고, 둘째 '실재'와 진실재'에 대해 무지한 채로 아뢰야식을 증장시켜왔기 때문이다.

유식학의 유식관이나 수행론도 결국은 이러한 잘못된 우리의 인식체계를 진리에 입각해서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 할 수 있다.

(3)종자 - 습기(習氣)
종자란 '씨앗'이다. 씨앗은 장차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어 다시 씨앗을 퍼뜨린다. 다시 말해서 씨앗은 자신의 형질을 복제할 동력과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세력적 존재이다. 그러나 씨앗을 단순히 자기 복제에만 그치는 그런 동력학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고도화를 지향해 가는 역동성인 것이다. 수십억 년의 진화과정을 통해서 '최초의 단순 맹목적 의지'가 오늘의 복합적이고 고도화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계속 어떤 진로를 지향해 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 동력학에 는 몇가지 본질적인 역학 원리가 내재해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그 첫째는 무지의 역학 원리이고, 둘째는 본성의 역학원리이다. 무지의 역학원리란 최초의 맹목적 의지는 우주적 진리와 존재의 진실한 의미를 알지 못했고, 그 이후의 앎과 습성 등 후성적 경험 지식이 모두 무지 위에 형성된 채 이것에 의지해서 일로 자기확대와 고도화를 추구해 온 것을 말한다. 본성의 역학원리란 존재의 근본 바탕인 진여-공의 역학원리를 말한다. 진여-공의 본래성과 자연지예 대해서 설명하자면 종자가 비록 무지에 염오 되었다 할지라도, 그 근본 체성은 여전히 변함없는 순수한 우주적 역학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무지와 후성적 앎, 습성 등은 진여-공의 자연지가 그 개체의 어떤 조건에 상응해서 역동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마치 맑게 솟고 있는 샘물 위에 흙을 한 줌 쏟으면 흙탕물이 되지만, 그 흙탕물속에서도 맑은 샘물은 여전히 솟아오르고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종자는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본래성이 있고, 그 본래성 위에 염오의 조건들이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종자는 원자ㆍ아원자 차원의 실재이다. 아원자는 존재하려는 지향성이고. 원자는 발생하려는 지향성이다(카프라).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현실적 존재'를 '경험을 내포하고 있는 미시적 존재'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종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원자ㆍ아원자는 진공의 유동 국면이다. 다시 말해서 원자ㆍ아원자는 진공의 상황적 전개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가 진공을 '큰마음'이라고 한다면 원자ㆍ아원자, 즉 종자의 세계는 '큰마음의 조건 상황적 전개 국면이라고 해석 할 수 있게 된다. 개개와 '작은마음'은 큰마음의 다양한 표출인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하는데 잘못이 있을 뿐이며, 그 잘못은 우리의 후성적 앎이 무지위에 건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뢰야식이란 이러한 다양한 세력들을 함용하고 있는 식체(□休)이므로 일체종자식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4)지금까지 논술한 내용을 가지고 현상세계를 바라볼 때 사물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A. 물질적인 구조

B. 그것의 실제(①. ②. ③. ④)

C. 그 궁극적 진실재인 공-진여법신(제1의 역학과 보편원리)

이것을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우유성에 힘입어 현실적인 것이 되는 창조성-진여와 신의 두 가지 본성(원초성 본성과 결과적 본성)이 어떻게 합관(合觀)을 이루어 모든 대립이 해소 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의 지혜는 사물의 양면성을 전면적으로 통찰 할수 있을 때 생기게 되는데 아래의 도표에서 보는바와 같이 '언제나 현재'의 무시간성과 과거ㆍ현재 미래의 시간성이 대립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잘 짜여져서 화합하게 된다.

5)한편 우리의 인식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현상들은 무엇인가?
유식은 이것을 식(識)의 변현(變現)이라고 말한다. 식의 변현이란 두 가지 작용을 포함하는데 하나는 마음-식이 역학이므로 외계사물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객관적 대상을 자신의 심리적 요소에 따라 변현시켜 인식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작용은 종자의 역학에 의해서 일어나고, 이 종자가 등류로 영원히 상속함으로써 생사를 거치면서 전생(轉生)이 이루어진다.

유식학은 마음작용의 원인과 방식을 4연설(四緣說)에 의해 설명한다.

1) 심의식의 작용 - 아래 그림에서도 아뢰야식을 현실적 존재로 대치해 볼수 있다.

심의식은 다음과 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작용한다.

2) 4연설(四緣說)-심의식 현행의 원인과 조건

심의식이 현행하기 위해서는 네가지 연(緣)이 필요하다. 연(緣)이란 원인. 조건. 계기. 도움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4연은 인연(因緣), 등무간연(等無間緣), 소연연(所緣緣), 증상연(增上據)의 네 가지이다. 4연설이 의도하는 것은 심의식의 현행이 어떠한 원인과 조연(助緣)으로 생기하게 되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근본원인으로서와 '인연과 '잠재적인 세력'의 상태에 있는 그 '인(因)'을 촉발시켜 구체적인 현실적 사태로 현행케하는 조연들을 거론한다. 사실상 심의식의 현행은 '인연'을 기본인으로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인연'은 종자의 연을 말하는데 종자는 씨앗과 같은 것으로 흙. 물. 햇빛 등의 도움없이 는 발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연'외에도 여러 조연이 필요하게 된다.

① 인연-근본인인 종자에 연하여

심의식의 현행은 우선 근본적 원인을 제8야뢰야식 속의 종자에 의지하고 있다. 종자는 세가지 양태로 작용한다.

○ 종자 生 종자

종자는 현행하지 않을 때는 그 자체로 전멸후생(全滅後生)하면서 자기류의 종자를 상속해 나간다 이때 앞 찰나의 종자는 소멸하면서 자신과 꼭 같은 종자를 뒷찰나에 탄생시킨다. 다시 말해서 앞 종자의 소멸이 뒷종자 생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것이다. 이처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상태는 종자의 성질과 능력이 그 상태 그대로 단순히 보존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종자 生 현행

종자는 조연을 만나면 현행하게 된다. 마치 씨앗이 흙과 물을 만나면 싻을 틔우는 것과 같다. 종자의 현행은 8식들과 안근등의 신체가 외부세계를 대상으로 하여 인식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활동은 일종의 학습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7전식의 현행은 반드시 아뢰야식 내에 종자를 훈습하기 때문이다.

○ 현행 薰習 종자

아뢰야식 종자가 원인이 되어 현행했던 7전식은 이제는 능훈(能薰:훈습하는 능동적 주체)의 식으로 작용하여 현행의 모든 내용을 소훈처(所薰處)인 제8아뢰야식 내에 훈부(黨付)한다. '훈습'에는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여 아뢰야식에 보존하는 것과 기존의 종자의 성질과 능력을 향상 증대시키는 것 등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훈습된 종자를 구체적, 현실적으로 현행하게하는 역할도 한다(오형근, 유식사상 연구).

이러한 7전식과 아뢰야식 종자간의 화합적 이고 상보적인 작용은 유식사상이 얼마나 치밀한 체계 속에 정리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에 속한다.

"생물학 및 사회 문화적 현상들, 정신적 가치체계, 세계관과 종교를 비롯한 정신구조 진화의 질적 표현에도 〈자기 갱신 및 요동을 통한 질서 원리〉들이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얀치의 표현은 종자의 현행과 현행의 훈습이 진화의 기본 동력학으로 작용한다는 유식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생명의영역에서 정보란 일방적 과정으로 전달되지 않고 순환 과정에서 교환되고 새롭게 태어난다. "라고 적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구드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존형으로 저장된 정보는 죽어 있는 평형구조다. 그것은 특정형태로 바뀌어져 있고, 직접적이고 본격적인 의미에서 내적형태 구성(in-formation)"이다.

특정상황에서 정형화된 정보라는 의미와 관련지워진 의미론적 맥락에서만 정보는 생명에 이바지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이와같은 연결을 일반적으로 '후성계통원리'라 부른다. 그것은 일체의 인식체계 또는 지식 사용체계들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이와 같이 낡은 정보를 새로운 맥락에서 이용하게 되면 생물체계의 개체발생만이 아니라 계통 발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구드윈은 '종자 생 종자', '종자 행 현행', '현행 혼숨 종자', '종자 현행의 창조적 실현' 등을 현대과학 언어로 설명해 준 셈이다.

② 등무간연-같은 류로 간단없이 상속함에 연하여

등무간연이란 8종와 식들과 그 식들에 부수하는 심리적요소 - 심소(心所)들이 현행할 때 앞찰나의 1식이 뒷찰나의 1식을 단절없이 이끌어서 생하게 하는 작용을 말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앞의 식은 둬의 식의 등무간연이 되는 것이다.

「성유식론」에 의하면 "등무간연이란 8종의 현행하는 식과 그 심소의 전취(前娶)가 다음 찰나에 자류(自類)로 무간등(無間等)이 개도(關道)하여 생하게 하는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식에서는 8식들의 식체(識休)가 각각 따로라고 주장하므로 여러식들이 병행해서 생기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서로 다른 식들 사이에 등무간연이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간(無間)의 뜻은 단순한 '시간' 의미는 아니다. 거기에는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바 전후의 식(識) 사이에 다른 식이 끼어들지 않음을 뜻한다. 따라서 모든 심ㆍ심소의 현행은 반드시 다음 찰나에 '자기류'의 심ㆍ심소를 개도하는 성질과 능력에 의해 등무간연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개도(開道)의 '개'는 '연다.' '비켜준다. '는 뜻이며, '도'는 '이끌어서 초래한다. '는 뜻으로 앞 찰나의식이 뒷 찰나의식을 생하게 하는 친인연임을 말한다.

등무간연은 현대과학이 증명해 주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세계'를 그 기본근거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동시에 '질서'가 어떻게 정연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밝혀주고 있다.

유식은 '존재'란 '마음의 흐름'이고 '마음'에는 우주적 동력학과 질서원리가 기저의 역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삼라만상이 모두'큰마음'의 다양한 표현들이다. 인간의 '작은마음' 또한 '큰마음' 속에 있고 큰마음의 역학과 원리는 '작은마음' 속에서도 기저의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③ 소연연 - 대상에 연하여

'소연'이란 심ㆍ심소가 반연(礬緣:心이 대상에 의지해서 작용을 일으키는 것)하는 바의 대상을 말한다. 따라서 소연연은 심의식이 대상에 연하여 생기하는 것을 말한다. 심의식이 작용할 때는 언제나 연려(緣慮:대상에 연하여 사려함)하고 의탁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한다. 만약 그러한 대상이 없다면 심의식은 생기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식의 작용은 그 내용이 복잡다단한데 여기서는 생략한다.

④ 증상연(增上緣)-증장(增長)의도움에 연하여

중상연이란 앞에 설명한 세 가지 연(緣) 이외의 모든 '심의식 생기의 원인과 조건들'을 총칭한다. '증상'이라는 말에는 세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성유식론) ). 즉 '순(順)'과 '위(違)'와 '부장(不障)'이 그것이다. 증상연은 뛰어난 세력적 작용으로 심의식의 생기를 증장시킨다. '순(順)'이란 대상에 대해서 4사(四事:生: 생성ㆍ생기, 住:지속, 成:성취, 得:유루, 무루의 法을 이룸)를 성립하게 할 뿐만 아니라 힘을 가하여 더욱 증장시킨다.

예컨대 눈, 귀, 코 등 5근은 다른 식들의 현행을 도와서 그 결과를 더욱 증대시키는 증상연의 역할을 한다. 또 아뢰야식 내의 무루종자들은 심의식 활동에 무루의 지혜를 발생시켜 보리(蓄提)를 인발(引發)케 하는 증산연이 된다.

'위(違)'란 현행 중의 법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는 연(緣)이 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악한 마음이 지속하는 가운데 성인의 가르침이 문득 떠올라 다음 순간에 선한 마음으로 바뀌었다면 이는 증상연의 위(違)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違)'는 전념(前念)에 대해서는 '위'이지만, 후념에 대해서는 오히려 '순(順)인 것이다.

'부장(不障)'이란 4사를 이루는데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음을 말한다.

앞에서 거론한 '순(順)'이 4사 성립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라면, '부장(不障)'은 4사 성립을 방해하지 않고 지키는 소극적인 측면을 말한다. 적극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4사 성립을 파괴하는 일이 생긴다면 증상연이 온전히 그 수승한 역용을 발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상연은 그 범위가 광대하고 다양하며, 또한 심오하다. 인간의 심의식이 복잡다단하게 고도화된 것은 증상연에 의해서 이고, 또 구경위의 성취도 증상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심법(心法)은 4연을 모두 갖추면서 작용하지만, 색법(色法)은 인연과 증상연만 있고 소연연과 등무간연은 없다고 한다. 색법에 인연이 친다는 것은 종자가 없이는 색법이 있을수 없기 때문이고, 증상연이 있다는 것은 다른 조연(助緣)의 도움을 받아 색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색법은 소연연이 없다는 것은 색법이 연려(緣慮)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고, 등무간연이 없다는 것은 식이 전멸후생 할때 다음 찰나의 식을 인생(引生)하는 것은 심법에 한하는 것으로 색법의 해당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4연설 하나하나를 가지고 그것이 시사하고 있는 현대 과학적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자.

(3)4연설의 현대과학적 의미
● 인연

미시적 수준의 원자· 아원자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 수준이 아니라 정신성을 내포하고 있는 입자 차원의 '실재' 세계이다. 이 세계에서는 고정부동 하는 것이 없고 다른 모든 것들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있는 '하나'는 없다. 종자는 연을 만나서 현행('자기준거적'이고 '자기결정'하는 '과정')하고 현행하면 그 결과를 아뢰야식에 훈습('진화':'학습과정')한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준거로 현행하고 훈습한다. 삼라만상은 바로 이 '실재'들의 역학 및 작용원리의 표출이다.

● 등무간연

끊임없이 생성소멸하면서 유동하는 과정으로서 실재 세계,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자기 일관성을 유지하는 질서 원리 등을 시사하고 있다. 각각의 개체들이 자기 특성을 유지하면서 천차만별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보이면서도 일정한 질서를 보이는 현상세계는 이러한 식들의 등무간연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각 계통간의 수평적 정보교환과 다양한 개체들 사이의 다양한 정보교환에 의한 학습효율의 증대는 급속한 개체발달을 촉진하는 핵심적 요인이 된다.

● 소연연

현상세계의 기본 실재인 아뢰야식 종자는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서 현행한다. '전자 하나를 따로 분리해서 정지해 있게 할 수 없는 양자적 요동으로 끊임없이 광자(光子)를 방출하고 흡수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 미세한 세계로 내려 갈수록 생성소멸 흡수 방출의 소용돌이는 더 요란하다. 하나의 전자라는 것은 이렇게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적인 평균 상태로 대체적인 어림을 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그 존재의 심연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무한히 다른 존재들과 역동적 상호작용의 그물을 이루고 있다.

전자 하나로 보이는 것은 여러 입자들의 존재 상태가 침여하고 있는 것이다. (소광섭 「물리학과 대승기신론)에서 인용)

소연연은 증상연과 함께 '관계성의 유기체적 세계관'을 '실재'의 차원에서 규명해 주고 있다.

● 증상연

진화론에서는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서 '생명 그 자체가 진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 낸다. ' '환경과의 지속적인 교환과 그에 따라 공진화(共進化:함께 진화하는 것)한다. ''진화과 정들의 진화인 자기초월'을 이룬다(얀치)라고 설명한다.

신체의 지각기관은 여러식들의 현행을 돕는 증상연이 되고 심(心)과 신(身)은 상보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발달시키는 증상연이 된다.

어떤 일정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의 신체기관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적응 또는 극복을 지향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심(心)과 신(身)은 서로가 서로에게 증상연이 되어 준다.

개체와 환경과의 관계도 서로 증상연이 된다. 공동의 시설은 다수인들의 합심에 의해 조성되고, 또 그 시설은 다수인들을 도와준다. 산천초목이 곤충이나 동물들에게 기여하지만 역으로 수많은 생물이 공의(共意)로 환경을 새롭게 조성 또는 변화시켜서 그에 의지하기도 한다.

자기초월은 자신의 심의식 자체를 새로운 지식이나 사유에 의해 바꿈으로써 기존의 자기준거의 틀 자체에서 해방되고 이로써 자기 초월적인 진화가 가능하게 된다. 이때 새로운 사고는 자기초월의 증상연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고는 기존의 아뢰야식 종자를 훈습하여 변화시키게 되고 이 변화된 종자가 자기 준거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요동을 통한 진화라는 진화론의 개념은 자기촉매작용에 의한 요동의 내적인 강화'인데 이는 그 체계를 새로운 구조로 이끌고 간다. 그것은 마디마다 진정으로(새롭고) 자유로운 결정이 내려지는 '결정의 나무'를 연상시킨다. "라고 얀치는 기술하고 있다.

이 항의 설명은 화이트헤드의 '합생', '지각론'등과 비교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논자는 이미 화이트헤드 철학을 선사상(禪思想)측면에서 접근해 본바가 있다. 이제 존재론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고, 이 단계를 거친후에는 인식론적인 접근이 시도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선사상-존재론· 인식론 등이 유기적, 종합적으로 통합 연구됨으로써 화이트헤드 철학에 대한 보다 진전된 이해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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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유식학 강좌, 고목 저, 삼양.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과 불교, 고목 저, 시간과 공간.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프리조프 카프라 저, 이성범 옮김, 범양사.
자기조직하는 우주, 에리히 얀치 저, 홍동선 옮김, 범양사.
생명의 파노라마, 말론호아글랜드 저, 황현숙 옮김, 사이언스북스
과정의 실재 , A ·N 화이트헤드 저, 오영환 옮김, 민음사.
과학과 근대세계, A ·N 화이트헤드 저, 오영환 옮김, 서광사.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프리초프카프라 저, 이성범 옮김, 범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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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고목
밀양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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