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I. 머 리 말
II. 경제실험의 의의
1. 경제실험의 발달
2. 경제실험이 경제교육에 미치는 영향
III. 매몰비용이란?
1. 매몰비용이 중요한 이유
2. 매몰비용과 관련된 다양한 예들
IV. 매몰비용 실험
1. 실험 시나리오와 대상
2. 실험결과
3.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 및 실험의 한계
V.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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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仁川敎育大學校 初等敎育硏究所
학술지명 敎育論叢
ISSN 1229-392X
권 20
호
출판일 2002. . .
실험을 통한 경제수업
(매몰비용의 경우)
Introducing Experiments into the Economics Classes
(an Example of Sunk Cost)
한진수
(Hahn, Jinsoo)
2-640-0202-08
《요 약》
경제실험을 활용하는 수업은 효과적인 경제교육을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경제실험은 강의 위주의 수업을 훌륭하게 보완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실험에 수반되는 각종 비용, 적절한 실험 도구의 부재, 실험에 대한 관심 및 이해 부족으로 인해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수업에서 경제실험이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매몰비용과 관련된 간단한 경제실험을 대학생들에게 수행함으로써, 경제교육에서 실험의 가능성과 활용도를 진단해 보았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지출했고 더 이상 회수가 불가능하여 현재의 의사결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 비용을 말하는데, 이러한 경제원리와는 달리 많은 경제주체들이 매몰비용을 고려함으로써 경제학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예들이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매몰비용의 개념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매몰비용을 경제실험의 대상으로 선택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수강학생이 많은 수업시간에서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는 매몰비용 실험의 간단한 예를 제시하는 것과, 실제로 이 실험을 적용한 결과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의사결정에서 매몰비용을 고려하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있다. 연구 결과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매몰비용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Classroom experiments can play a significant role as a useful and innovative teaching tool in economic education as well as in the natural sciences. Evidence indicates that experiments supplement and reinforce materials presented in a traditional lecture format, and that the use of economic experiments in instruction has a positive impact on students' learning of economics.
On the other hand, the opportunity cost of using the experiments is also substantial. Consequently, the cost-benefit considerations lead to the conclusion that instructors must be selective when choosing topics to teach.
Although one of the main aims to teach economics is to enable students to behave rationally, irrational economic behaviors in terms of sunk cost are easily found. Sunk cost is an expenditure that has already been made that cannot be recovered. Therefore, sunk cost in terms of money, effort, or time, should not influence the present decision. However, there is a great tendency for a prior expenditure to continuously influence the present decision.
A total of 199 students participated in the experiment, and a maximum of 5 points were given to them as an incentive. The results show that only 50.3% made a rational decision. The remaining 99 subjects, 49.7% took sunk cost into consideration of present decision. Given the single and well defined experimental scenario, the sunk cost effect is accepted. But male-female differences in the sunk cost effect were not found in the results. Finally, the sunk cost effect was significantly lessened by having taken a prior lecture on the concept of sunk c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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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머 리 말
국내외적으로 경제교육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교 이전 단계뿐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경제학을 신청하고 경제 수업을 듣는 학생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경제학을 기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학이 어렵다는 선입관이다. 물론 이러한 선입관은 학생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고 경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일반인들에게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경제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선입관'이라 표현한 이유는 실제로는 경제학이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어렵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물리학, 사회학, 교육학, 수학보다 어렵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제학이나 다른 학문이나 학문의 난이도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경제학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 가운데 '어렵다'가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경제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그런 선입관을 갖게 된 데는 경제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잘못이 중요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 이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을 했고 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비해 경제학을 쉽고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게을리 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다행히 일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기 위한 연구를 해왔고, 최근에 그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그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경제 개념이나 원리를 경제실험을 통해 가르치는 방법이다1)
이 연구에서는 경제실험이 효과적인 경제교육을 위한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 나라 대학교에서 수행할 수 있는 간단한 경제실험 한 가지를 수업에 적용해본다. 그리고 그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매몰비용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파악해보고, 나아가 경제실험을 통한 경제교육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II. 경제실험의 의의
1. 경제실험의 발달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는 "경제학은 실험을 할 수 있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경제 이론은 실험으로 입증할 수 없으며..." 같은 표현이 나온다. 물론 경제학은 모든 변수들을 실험실 안에서 통제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화학이나 물리학과는 달리, 수없이 많은 변수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경제실험을 경제수업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Chamberlin, 1948), 실험과 관련된 비용과 시간 때문에 보편화되지 못했다. 이후 이 분야의 경제학자들은 보다 간편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경제실험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노력은 Smith(1962)에 의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Smith(1962)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초기의 경제실험은 주로 경제 이론이 주장하는 대로 정말 경쟁시장에서 균형이 달성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판매가격의 최저치와 구매가격의 최고치를 설정해주고 판매 및 구매의사를 밝히도록 하였는데, 실험 결과 시장이 균형 상태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실험을 반복함에 따라 시장 균형에 이르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도 발견하여, 경제 이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경쟁시장에서의 균형 달성 여부에 관한 실험은 이후에도 경제실험 분야에서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실험의 주류를 이루어왔다. 예를 들어 Issac and Plott(1981), Smith and Williams(1981), Plott(1983)은 모두 다양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시장 균형이 달성되는지를 실험한 연구들이었다.
이 외에도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경제실험들은 사람들의 합리성 여부, 위험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서 사람들과 동물의 비교, 동물과 사람들의 행동 비교 등 다양한 분야와 주제에 걸쳐 개발되고 시도되었다. (Walker, 1987)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연구들에 힘입어 경제실험이 경제수업을 위한 혁신적이고 유용한 도구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2) 그렇지만 경제실험은 무작정 사용할 수 있는 수업방식도 분명히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이 경제실험에도 비용-편익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보다 과학적이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험도 정교하고 복잡해져야 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실험을 수행하려면 준비과정, 소요시간, 필요한 금전적인 비용 등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실험을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리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변수들을 통제하는 적절한 경제실험을 개발하고 이를 수업에 적용해야 한다.
2. 경제실험이 경제교육에 미치는 영향
1990년대에 들어와 경제실험을 통한 수업이 경제교육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며, 경제실험이 수업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Isaac and Walker, 1991; DeYoung, 1993; Fels, 1993; Frank 1997). 이 연구들은 비교적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학생들의 학습효과가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제실험은 강의 위주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형태의 경제수업의 효과를 한층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경제실험이 일방적인 강의로 진행되는 경제수업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강의 수업에서 교수는 이론 모형을 제시하고, 어느 개별 경제주체나 집단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시장에서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수학을 비롯한 과학적인 분석 도구를 적용한다. 조금 더 자상한 교수는 경제 이론과 모형의 의미와 유용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양한 예들을 강의에 추가한다.
그렇지만 교수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학생들은 여전히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경제적인 사고를 하는 데에 익숙하지 못하며, 그 타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학생들은 경제 이론을 설명함에 있어 특별히 틀린 점은 찾지 못하겠는데, 현실적으로도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반응한다.
경제수업에서 경제실험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Wells(1991)의 주장이다. 경제실험을 통해 학생들은 비록 실험실 안에서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기능을 체험하게 되고 경제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미국의 아리조나 대학교는 1985년에 경제과학실험실(Economic Science Laboratory) 을 설립하고 경제실험 분야에 몰두하고 있다. 이 대학교는 실험을 경제학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였고 실제로 20명부터 400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강생 규모의 수업에 실험을 적용하였다.
규모가 큰 수업에서의 경세실험을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경제과학 실험실은 대부분의 경제실험을 컴퓨터를 사용해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비하였다.
즉 실험실 안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모든 컴퓨터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서로 랜(LAN)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이러한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험실은 각종 경제원리를 실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였다.
Wells(1991)는 이 실험실을 통해 2,000여명의 대학생에게 실험을 통한 경제수업을 진행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3)
첫째, 경제실험을 통한 경제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과는 학생들이 강의와 교과서로부터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학생들이 어떻게 추론하고 있는지, 강의 내용 가운데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등에 대해 교수가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피드백을 통해 교수는 수업시간에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만약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는 목적이 학생들이 경제학자처럼 사고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경제실험은 이 목적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를 측정하게도 해준다. 뿐만 아니라 실험은 실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기되지 않았을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지게 한다. 학생들 역시 수업시간에 들은 설명과 이론을 통해서 제대로 이해한 것이 무엇이며, 반면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경제실험의 또 다른 장점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더 크게 유발된다는 데에 있다. 이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실험에 적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실험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실험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학생들은 교수에게 왜 자신들이 잘못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달라고 질문한다. 강의식 수업에서 평균이나 평균 이하의 성적을 얻고 있는 학생들도 실험에 있어서는 더 좋은 학점을 얻는 학생들에 못지 않은 수준의 열정을 보이며, 더군다나 좋은 학점을 얻는 학생들과 실험 결과에서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셋째, 경제실험을 하게 되면 교수의 입장에서도 경제의 균형을 강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불균형 상태에서 발생하는 현상도 강조하게 되고 이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하게 된다. 이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모두 불균형 상태에서 균형 상태로 이행해가는 활동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균형과 관련된 실험에서는 대부분의 거래가 균형가격보다 높거나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학생들은 왜 가격이 균형수준을 향해 이동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경제실험의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수업시간에 경제실험을 수행한다면 그만큼 가르칠 수 있는 다른 내용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수업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별도로 경제실험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경제실험을 활용하기 위해서 교수는 가르칠 주제와 경제 개념을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III. 매몰비용이란? 4)
1. 매몰비용이 중요한 이유
매몰비용은 경제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이나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할 때 편익에 대비해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때 고려하는 기회비용 가운데 특수한 성격을 지니는 비용 가운데 하나가 매몰비용이다. 경제원론 교과서에는 매몰비용(sunk cost)이 "이미 지출했고 더 이상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으로 정의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업이 창업을 하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1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다고 하자. 그렇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기업이 시장에서 더 이상 생산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할 때, 이미 지출한 광고비는 기업의 입장으로서는 한 푼도 회수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비는 전혀 회수할 수 없으므로 매몰비용이 된다. 이미 지출한 광고비는 회수할 수 없으므로, 기업이 향후 진로와 관련해 의사결정을 할 때 더 이상 광고와 관련된 비용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경제원리이다.
우리 주변에서 매몰비용과 관련된 경제 현상은 매우 자주 발생한다. 그렇지만 경제 주체들이 매몰비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로 인해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점에서 합리적 선택에 필수적인 경제개념인 매몰비용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철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매몰비용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발생했던 중요한 예를 하나 생각해 보자.
경부고속철도 전설이 우리 나라에서 뜨거운 이슈였던 적이 있었다. 노태우 정부는 일부 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89년에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일부 구간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공사의 지속 여부를 놓고 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경부고속철도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고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지였다. 이에 비해 경부고속철도를 계속해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지금까지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서 정부가 이미 수 조원을 지출했는데 여기서 사업을 중단하면 그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근거는 경제학적으로 타당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매몰비용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서 이미 지출한 설계비, 고속철도건설공단의 운영비, 일부 구간의 공사비 등은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중단하더라도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우리 나라가 경부고속철도를 계속 건설할 것인지, 아니면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매몰비용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이미 지출한 매몰비용은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앞으로 경부고속철도 건설에 추가로 들어갈 비용이 20조원이라면 20조원을 가지고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나은지, 아니면 20조원으르 아파트를 건설하거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한다. 만약 20조원을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출한 매몰비용이 아까워 경부고속철도를 계속해서 건설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20조원을 또 다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매몰비용은 앞으로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 성격의 비용이다. 이러한 경제원리를 잊어버리고 매몰비용에 집착하다가는 또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미 과거지사로 끝난 일은 하루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2. 매몰비용과 관련된 다양한 예들
LG는 서울에서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것이라는 판단 하에 1998년에 뚝섬에 돔구장을 짓기로 하고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구입한 후 설계도 작성까지 마쳤다. 그러나 후에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월드컵 경기를 돔구장에서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LG는 돔구장 건설을 계속 추진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LG는 이 결정에서 이미 뚝섬 돔구장 건설과 관련해 지출한 매몰비용 200억원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돔구장을 계속 건설하는 데에 필요한 7,000억~8,000억원으로 돔구장을 건설하기보다는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과감히 돔구장 건설을 포기했다. 어떤 사람은 200억원을 날린 LG를 비웃거나 비난했지만 LG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매몰비용은 정부나 기업에게만 관련된 경제개념이 아니다. 소비자 역시 매몰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느 학생이 기말고사에 대비해 경제학 공부를 미리 하고 있었는데 교수가 학기말에 경제학 시험을 취소했다고 하자. 미리 경제학 시험 공부를 시작했던 학생은 억울할 것이다. 이때 이 학생은 남은 기간 동안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수학 공부를 해야 하나?
이 학생을 지금부터 기말고사 때까지 남은 시간을 경제학 공부에 투자하는 것과 수학 공부에 투자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으로부터 더 좋은 학점을 얻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에 지금까지 경제학 공부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당연히 시험도 보지 않는 경제학 공부를 포기하고 수학 공부를 해야 이 학생은 더 좋은 학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못 잊어, 또는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경제학 공부에 고집을 부린다면 이 학생은 수학에서도 좋은 학점을 얻지 못하게 되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2,000원에 빌려서 집에서 1시간 정도 보았는데 재미가 없었다고 하자. 이때 이 사람은 비디오를 그만 볼지, 아니면 계속해서 볼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비디오 대여료 2,000원 역시 매몰비용이다. 중간에 그만 보고 비디오를 돌려준다고 해서 비디오 대여점 주인이 대여료의 일부를 환불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람은 매물비용을 깨끗이 잊고 지금부터 1시간 동안 계속 비디오를 보는 것과 산책을 나가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자신에게 더 큰 효용을 주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비디오 대여료가 아까워 재미없는 비디오를 계속 보기로 선택하는 사람은 희소한 자원인 1시간을 또 다시 낭비하게 된다.
도박꾼이 돈을 잃었지만 본전 생각에 계속 도박을 하는 선택을 반복하고, 그로 인해 더 큰 손실을 보는 것도 매몰비용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는 말 역시 매몰비용을 이야기하는 속담이다. 이처럼 매몰비용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경제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IV. 매몰비용 실험
1. 실험 시나리오와 대상
우리 나라 대학생들은 매몰비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실제 의사결정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매몰비용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매몰비용과 관련된 실험은 여러 상황에 대해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실험에 필요한 시간, 실험 대상자들의 사전 경제지식 수준, 학생들의 전공, 수강학생의 수 등을 고려할 때 사업투자와 관련된 실험은 지나치게 복잡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수업 여건과 비교적 무관하게 손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매우 간단한 실험 시나리오를 채택하였다.5)
매몰비용 실험은 199명의 학생들에게 행해졌다. 이들 학생은 모두 인천교육대학교에서 경제학 개론 수준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었다. 199명의 학생들은 1학년과 3학년이었지만 그 가운데에는 복학생과 만학도가 몇 명 포함되어 있었다.
강좌수로는 모두 5개 반(강좌)이 실험에 참가했는데, 이 가운데 3개 반은 연구자가 강의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2개 반은 강사가 강의를 담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강사가 강의를 담당하고 있었던 2개 반에 대해서는 강사에게 실험 배경과 사전 준비, 주의사항을 전달함으로써 5개 반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이 수행되도록 하였다.
실험은 수업시간에 사전 예고 없이 이루어졌다. 이는 이 실험이 특별한 준비나 사전 지식 없이도 모든 학생들에게 가능할 만큼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별 다른 사전준비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또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제실험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하게 지적되는 내용은 과연 우리가 실험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실험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그 실험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실험에 얼마나 최선을 다해 참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생겨난다.
실험은 어디까지나 실험일 뿐이며, 실험에서 보이는 학생들의 반응은 현실에서 보이는 반응과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은 일리 있는 말이다. 따라서 경제실험을 수행할 때 실험 책임자는 항상 학생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금전적으로나 점수 차원에서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금전적인 보상 없이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보장할 수 있으며, 실험 결과에 큰 문제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지만(Beattie and Loomes, 1997; Keasey and Moon, 2000), 이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점수 차원에서의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 다음에는 얼마의 점수가 적정한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최적 점수를 사전에 알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점수가 너무 작으면 보상으로서의 유인책이 되지 못하며, 반대로 점수가 너무 많으면 실험 본래의 성격을 벗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강좌의 총점이 100점인 점을 감안해 보상 점수를 0~5점으로 정하고, 실험전에 학생들에게 실험 결과에 따라 최고 5점까지의 보너스를 총점에 추가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실제로 이 점수가 학생들의 동기 유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연구자가 실험을 직접 수행하고 참관한 바에 따르면 모든 학생들이 신중하게 실험에 참가하고 시나리오를 분석하였다.
2. 실험결과
앞에서 제시된 실험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어떤 피자를 먹든지 비용과 편익은 같으므로, 경제원리에 따르면 모든 학생들이 3번의 "아무 피자나 상관하지 않고 먹는다."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학생들이 매몰비용을 잊지 못하고 의사결정에 반영시킨다면 10,000원을 주고 구입한 피자가 더 매력이 있으므로 2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실험 결과 199명의 학생 가운데 3번이라 답한 학생은 100명(50.3%)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2번이라 답한 학생이 97명(48.7%)으로 정답자 수와 거의 비슷하였으며 1번이라 답한 학생도 2명이 있었다([그림 1] 참조). 따라서 학생들이 의사결정에서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소위 '매몰비용 효과'가 뚜렷이 존재하였다.
2번이라 답한 학생들은 두 개의 피자 가운데 하나를 버려야 할 경우 더 많은 돈을 주고 산 10,000원 짜리 피자를 버리는 행위가 5,000원 짜리 피자를 버리는 행위보다 더 낭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감정의 문제일 뿐이다. 어느 피자이든 구입비용은 이미 지출했고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이기 때문에, 어느 피자를 먹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경제원리이다. 199명의 작은 집단이기는 하지만, 대학생들 가운데 절반이 매몰비용의 원리를 지키지 못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음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매몰비용에 대한 경제교육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답안별 분포, 전체 대상학생=199명
다음에는 학생들의 속성에 따라 정답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먼저 성별로 답안 비율을 살펴보았다. 전체 199명의 학생 가운데 자신의 성을 밝히지 않은 1명을 제외하고 남학생이 74명(37.4%), 여학생이 124명(62.6%)이었다.
성별에 따른 답안 분포는 <표 1>에 정리되어 있는데, 정답을 응답한 비율이 남학생의 경우에는 48.6%이었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50.8%이었다. 정답률에 있어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매몰비용에 관한 한 성별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χ2 =0.201, a=0.05에서의 χ2 =5.99)
<표 1> 성별 답안별 분포
남학생
여학생
응답자 수(명)
응답 비율(%)
응답자 수(명)
응답 비율(%)
1번
1
1.4
1
0.8
2번
37
50
60
48.4
3번
36
48.6
63
50.8
합 계
74
100
124
100
다음에는 연령별로 답안 비율을 분석해 보았는데, 이 경우에도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1학년과 3학년으로서 연령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6) 아니면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현상이 연령이라는 변수와는 무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매몰비용에 대한 사전 지식 여부에 따라 정답률에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5개 반 가운데 2개 반의 경우에는 실험을 수행하기 한 달 전쯤에 매몰비용에 관한 강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수업시간에는 매몰비용에 관한 실험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를 전혀 하지 않았고, 다른 3개 반과 마찬가지로 예고 없이 불시에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런 점에서 5개 반은 매몰비용에 관한 강의 여부를 제외하고는 동질적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효과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믿는다면, 매몰비용에 대한 강의를 이미 받았던 2개 반에 속해 있는 학생들(91명)은 그렇지 않은 반에 속해 있는 학생들(108명)보다 높은 정답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 기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 대상 학생들을 구분하여 정답률을 분석한 결과는 <표 2>에 정리되어 있다.
<표 2> 매몰비용 강의 여부에 따른 답안별 분포
응답자 수(명)
응답 비율(%)
응답자 수(명)
응답 비율(%)
1번
2
1.9
0
0
2번
61
56.5
36
39.6
3번
45
41.7
55
60.4
합 계
108
100
91
100
예상대로 매몰비용에 대해 강의를 받은 학생들의 정답률은 60.4%로서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정답률 41.7%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5% 유의수준에서 의미있는 차이이다. (χ2 =7.16, a=0.05에서의 χ2 =5.99) 이로부터 교육이 이루어지면, 경제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교육효과를 한번 확인할 수 있다.
3.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 및 실험의 한계
실험 결과에 따르면 매몰비용과 관련해서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는 대학생들의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여도 좋은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 다.
우선 정답을 지적하지 못한 학생들이 정말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몰비용을 고려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논리에 따라 정답을 지적한 학생들이 과연 매몰비용을 제대로 이해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인식하고 이 연구에서는 앞의 실험 시나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학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하였다. 즉 자신이 선택한 답안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였다.
정답을 선택한 학생들의 설명은 거의 대부분 매몰비용이란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 학생들이 설명에서 매몰비용이란 경제 개념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구입한 두 종류의 피자는 차이가 없으므로 어느 피자를 먹든 상관없다", "어차피 돈을 모두 지불하였기 때문에 상관없다"와 유사하게 답을 하였다. 이러한 설명을 미루어볼 때 정답을 선택한 학생들은 매몰비용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정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매우 다양한 설명이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매몰비용을 이해하지 못해 "비싸게 구입한 피자를 먹는 것이 손해를 적게 본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일부 학생들은 문제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답을 하였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설명으로는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 피자는 정상 가격으로 판매한 피자보다 오래 된 것이기 때문", "슈퍼마켓이 유효기간이 거의 다 된 피자를 할인 판매했을 것이기 때문",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 피자는 정상 가격으로 판매한 피자보다 재료나 토핑이 나쁠 것이기 때문" 등이 있었다.
이러한 설명들이 나온 이유는 기업이 재화를 할인 판매하는 행위를 오래된 재고를 정리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거나 기업이 할인 판매용 재화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는 인식을 학생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예가 자주 발생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매몰비용의 개념과 관련된 실험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들 학생들이 두 피자가 모든 점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는 조건에서 어떤 피자를 먹겠다고 답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 연구는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
실험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실험 참가자의 태도와 관련되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과연 학생들이 실제 생활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태도와 동기를 가지고 매몰비용 실험에 참가했는지 확신 할 수 없다. 이 연구에서는 점수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 했지만, 최고 5점까지 부여되는 보너스 점수가 학생들의 동기를 충분하게 유발했는지는 자신있게 말하기 힘들다. 동일한 실험을 가지고 금전적인 보상을 할 때, 또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을 때, 각각 정답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비교하는 것도 앞으로 수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가 될 것이다.
또 이 연구에서의 매몰비용 경제실험은 매우 간단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보다 좀더 현실적이거나 아니면 투자 관련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매몰비용에 대한 실험을 수행한 결과, 상황에 따라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의사결정의 비율이 달라졌음을 발견하였다. (Arkes and Blumer, 1985)
매몰비용이 무엇과 관련되어 있는지도 사람들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매몰비용은 금전, 노력, 시간 등 다양한 요인에서 발생하는 데, 매몰비용의 요인에 따라 사람들이 매몰비용을 고려하는지의 여부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이 연구에서 수행한 실험에서는 매몰비용이 금전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 경우 사람들은 이미 지출한 금전적인 비용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의사결정에서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해 사람들은 시간이나 노력에 대해서는 미련을 비교적 쉽게 버린다. 예를 들어 주말에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계산을 위해 10분 동안 기다렸는데, 바로 옆에 새로운 계산대가 새로 열렸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기다린 10분 역시 매몰비용이다. 이제 새로운 계산대로 이동해갈지 아니면 지금의 계산대에 남아있을지를 결정할 때 지금까지 기다린 10분이라는 매몰비용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다린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부터 어느 계산대에서 더 빨리 계산할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미 사용해버린 매몰비용이 금전적인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나 자신의 노력과 관련된 매몰비용이라면, 그 매몰비용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시간 역시 중요한 기회비용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V. 맺음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데,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은 현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원리이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매몰비용의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매몰비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은 잘못된 판단이 되며 경제원리에 어긋난다.
이 연구에서는 흔히 판단의 오류를 초래하는 매몰비용의 개념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제실험을 사용하였다.
실험 비층을 절약할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로 구성된 대학교의 강의에서도 손쉽게 수 행할 수 있도록 매우 간단한 실험 시나리오를 선택해 실험한 결과, 많은 대학생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매몰비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연구에서는 매우 간단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실험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다소 위험이 따른다. 비록 이 연구에서는 매몰비용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해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다른 상황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매몰비용을 가정하는 실험들이 추가로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시간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으면서도 실험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및 상황을 개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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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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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rkes, H. R. and Blumer, C.(1985), "The Psychology of Sunk Cos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5, 12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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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
1 경제 수업에 실험을 활용하는 분야에 있어서도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2 시장과 관련된 실험들에 대해서는 Plott(1982)이 잘 정리해 놓았으며, 경제실험과 관련된 방법론에 대해서는 Smith(1982)가 종합적으로 분석해 놓았다.
3 Wells(1991)가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실험은 '쌍방 구두(double oral) 경매'와 '독점가격'의 두 가지였다. 두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그의 연구에 나와 있다.
4 매몰비용의 예들과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한진수(2002)에서 발췌하였다.
5 Arkes and Blumer(1985)는 이 실험 시나리오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매몰비용 실험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6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 가운데이는 복학생이나 만학도가 더러 있었지만, 이들의 숫자가 적어 통계 분석을 시도하시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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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한진수
(Hahn, Jinsoo)
인천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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