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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게임과 바둑의 비교를 통한

온울에 2008. 7. 2. 00:00

스포츠, 게임과 바둑의 비교를 통한

바둑의 대중화와 그 방안에 대한 논의

20020505 조상범

--------차례--------

A. 서론-우리나라 바둑의 대중화 실정

1. 바둑의 역사

2. 각종 온라인게임 사이트에서의 바둑

3. 바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4.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와 인기 비결

B. 본론-대중화의 요건과 방안

1. 무엇인가가 대중화가 되기 위한 요건

2. 바둑과 스포츠의 비교 분석을 통한 유사점 및 차이점 발견

3. 게임으로서의 바둑

4. 바둑을 둠으로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 및 장점, 재미

5. 대중화의 방안

3. 결론-바둑의 대중화 가능성

1. 게임 산업과 스포츠가 인기 많은 우리나라

2. 한-중-일 삼국에서의 바둑

A. 서론-우리나라 바둑의 대중화 실정

1. 바둑의 역사

㉠ 요순 창시설

바둑의 유래는 대부분 고대의 전설에 의존하는 형편이며, 사실(史實)이 기록된 문헌도 드물다. 그러한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고대 중국의 요(堯)·순(舜)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丹朱)와 상균(商均)을 깨우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다.

중국의 고전 《박물지(博物誌)》에 실린 '요조위기 단주선지(堯造圍棋 丹朱善之)'라는 문구에 따르면 기원전 2300년전 요왕이 아들을 위해 바둑을 발명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설문(說文)》에는 기원전 2200년경 순왕이 우매한 아들에게 바둑을 만들어 가르쳤다고 밝히고 있으며, 《중흥서(中興書)》에도 '요순이교우자야(堯舜以敎愚子也)'라는 글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내용 자체가 다분히 전설적인데다 구체적이지 못해서 이 '요순창시설'의 사실적 근거가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어리석은 아들'이라면 바둑을 배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모순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천체관측설

농경(農耕)사회였던 고대에는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우주와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도구로서 바둑이 발명되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대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황하유역에는 해마다 홍수가 범람하여 선사시대 때부터 자연스럽게 천문학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 하늘의 별자리를 표시하던 도구가 발전되어 오늘날의 바둑이 되었다는 설이 과학적인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우 칭위엔설

현대바둑의 틀과 수준을 진일보시켜 '영원한 기성(棋聖)'으로 불리는 중국 출신의 우 칭위엔(吳淸源) 九단은 바둑의 유래에 관해 "요왕이 아들 단주에게 놀이도구로써가 아니라 천문을 연구하는 도구로써 바둑을 가르쳐주었을 것"이라며 앞서 두가지 설을 연결시킨 추론을 편 바 있다. 즉, 역학(易學)이나 제례(祭禮)에 관한 교양을 터득하라는 뜻에서 바둑을 가르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한국에서의 기원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과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백제문화가 일본에 전파될 때 바둑도 함께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기자조선(箕子朝鮮)시대 때부터 바둑이 두어졌다는 설도 있지만, 사실적 근거는 불확실하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실전기보는 200년경 오(吳)나라의 장수 손책(孫策)과 여범(呂範)이 두었다는 그림2의 기보로 송나라때의 바둑고전 ≪망우청락집(忘憂淸樂集)에 실려있다. 당·송 시대에는 바둑이 상당히 융성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기보는 이 책의 이일민의 위작(僞作)이라는 설도 있다.

국내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金玉均)이 일본 망명시절인 1886년 일본의 본인방 슈에이(秀榮)과 두었던 6점 접바둑(그림3)이다. 이 기보는 지난 92년 바둑서지학자 안영이씨에 의해 일본에서 발견된 바 있다.

사실 한국 바둑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래되었지만, 문서화시키는 일에 소홀했던 탓에 더 오래된 기보가 남아있지 못한 점은 중세 때부터의 바둑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때 아쉬운 일이다.

㉤ 근대바둑의 성립과 발전

고대 중국에서 발명된 이래 한국과 일본에 전파되어 일부 상류층 사이에서만 행해지던 바둑이 본격적으로 근대적인 게임의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은 중세 일본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막부(幕府)시대에 바둑은 국기(國技)로 적극 지원을 받으면서 바야흐로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 바둑을 업(業)으로 삼는 기사(棋士)제도와 본인방(本因坊)등의 바둑가문이 생기고, 이들에 의해 룰이 정비되며 각종 이론, 정석이 태어나는 등 비로소 근대경기로서의 틀과 체계가 세워졌던 것이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러 가문세습제도 대신 협회(일본기원)와 프로제도가 탄생하고, 신문사들이 기전의 스폰서로 나서면서 오늘날 현대바둑의 틀을 갖추게 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현재의 바둑과는 달리 돌들을 미리 배치하고 두는 고유의 순장(巡將)바둑이 20세기 초반까지 성행했는데, 현대바둑이 도입된 것은 해방후 일본에 바둑유학을 다녀온 조남철 九단(현 한국기원 명예이사장)의 의해서이다.

특히 현대바둑 보급에 일생을 바친 조남철 九단의 선구적 노력에 힘입어 당시까지만 해도 한량들의 잡기 취급을 받던 바둑이 오늘날 본격적인 정신스포츠로 자리매김되기에 이르렀다.

출처; NAVER 지식인,http://opendic.naver.com/100/entry.php?entry_id=153687

2. 각종 온라인게임 사이트에서의 바둑

온라인에서 바둑을 둘 수 있는 site에는 슈퍼스톤(http://www.superstone.co.kr), 대쉬바둑(http://www.dashn.com), 한게임바둑(http://hangame.naver.com), 노라조바둑(http://www.norazo.com), 위고바둑, 넷마블바둑 등이 있다. 다른 게임 싸이트들도 많지만 네이버에서 ‘바둑’을 검색하면 한게임의 바둑이 뜬다. 사진은 한게임바둑의 한 장면인데, 대부분의 홈페이지는 바둑을 하면서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바둑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a. 장점

㉠ 온라인 바둑의 장점은 그야말로 ‘온라인’이기 때문에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편하게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바둑을 두려면 바둑판과 바둑알이 있어야 하고, 같이 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같이 둘 사람도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하는데, 이래저래 바둑에 전념하여 즐기기 쉬운 상황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온라인 바둑은 바둑판과 알을 준비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언제든 인터넷 접속만하면 같이 바둑을 둘 수준에 맞는 사람(게임 성적에 따라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기 때문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변화나 트렌드에 민감한 반응이 가능해서 문제점이 발견되어 유저가 그 점을 온라인 회사에 신고하면 바로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 기존에 실제로 사람을 상대로 바둑판, 바둑알을 사용하기 번거로워했던 유저들을 위해 바둑게임이 등장했는데, 이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의 한계로 인하여 고수들은 진작에 더 이상 승부를 겨룰 필요가 없게 되었고, 초보들은 상대에 맞는 게임의 수준을 찾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져버려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 바둑 게임은 컴퓨터란 매체를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단점들을 해결해준다.

㉣ 초보들의 경우 여러 명의 유저들이 동시에 게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상대에게 보여주거나 들키지 않고도 상의를 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 항상 새로운 상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b. 단점

㉠ 바둑은 매너 게임이다. 그 어느 게임보다 매너가 중요한 바둑에서 서로 신원이 파악이 되지 않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둑을 둘 때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유저들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도 잦다. (심지어는 지게 되면 분해서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물론 각 종 싸이트에서는 욕설을 입력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한, 사실상 막기 불가능하다.)

㉡ 상대의 눈빛이나 호흡 등을 조용한 가운데 그대로 느끼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유저들에게는 아무래도 현장감이 떨어지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3. 바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현재 한국인의 바둑에 대한 인식 정도를 알아보고, 그 실태를 통해 문제점을 도출해보면, 개선 방안을 제시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설문 조사를 해보았다. 설문 조사에는 카이스트 학생들 50명이 메일이나 MSN 메신저를 통해 답변해주었다.

1. 바둑을 두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① 있다.-16%

② 없다.-84%

2. 1에서 a를 선택하신 분들께서는 바둑을 얼마나 자주 두십니까?

① 매일 둔다.-0%

② 자주 둔다.-2%

③ 가끔 둔다-22%

④ 거의 두지 않는다-28%

⑤ 두지 않는다.-48%

3. 2에서 c~e를 선택하신 분들께서는 왜 자주 두지 않습니까?

① 바둑을 둘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다.(준비물, 상대)-12%

② 도저히 바빠서 시간이 없다.-24%

③ 다른 여가 생활이 더 좋아서 선호하지 않는다.-22%

④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36%

⑤ 기타-6%

4. 2에서 a, b, c를 선택하신 분들은 온라인 게임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① 있다.-100%

② 없다.-0%

5. 온라인 바둑을 더 자주 두십니까 오프라인 바둑을 더 자주 두십니까?

① 온라인-100%

② 오프라인-0%

6. 온라인 바둑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① 상대가 무한히 많다.-22%

② 편하게 내 시간에 맞춰 둘 수 잇다.-74%

③ 실제로 바둑을 둘 때의 준비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4%

7. 바둑이 스포츠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① 너무 어렵다.-52%

② 지루하다.-14%

③ 시간이 오래 걸린다.-10%

④ 스포츠 운동 경기처럼 흥분되지 않는다.-22%

⑤ 바둑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다.-2%

8. 좋아하는(보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스포츠는 무엇입니까?

① 축구-38%

② 야구-12%

③ 농구-32%

④ 배구-6%

⑤ 골프-0%

⑥ 발야구-6%

⑦ 기타-6%(스키, 인라인스케이트)

4.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와 인기 비결

설문 조사를 할 때, ‘즐겨하는(또는 하기 좋아하는) 스포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축구와 농구를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보기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와 야구일 것이다.

이러한 스포츠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단 경기가 매우 시원시원하다는 점이다. 축구에서 화려한 드리블 뒤에 들어가는 슛은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더구나 월드컵 이후, 축구에 관한 관심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비록 많이 시들해지긴 했지만) 축구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야구도 가끔 터지는 홈런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뻥 뚫리게 시원하게 해준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시원한 안타나 화끈한 도루 등은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타자가 아니라 수비들도 잡기 어려운 공을 단번에 잡아 아웃시키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각각의 스포츠에 스타가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스타는 단순히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성들의 경우, 스타를 먼저 좋아해서 가수나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 선수의 경기를 관람하러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의 관심사이고, 특히 스타가 출전하는 경기는 놓칠 수 없는 재미가 된다.

B. 본론-대중화의 요건과 방안

1. 무엇인가가 대중화가 되기 위한 요건

a.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축구는 어떻게 그렇게 인기가 많을까? 그것은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축구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하기 좋아하는 스포츠다. 군대에서 자유 시간에 축구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축구를 보는 것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자신도 하는 그 운동이 선수들에 의해 어떻게 플레이 되어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선수들의 가끔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현란한 플레이를 보며 감탄하고, 때로 선수들의 인간적인 실수를 보며 공감한다. 이처럼 축구가 인기 있는 비결은 축구가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되어지기 때문이다.

인기 많은 대중가요의 예를 들어 보자. 국내에서 그들만의 음악적 색깔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오래도록 받는 그룹 중에 ‘쿨’이란 그룹이 있다. 그들의 음악은 다분히 대중적인 것이어서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듣기엔 음악적 깊이가 없는 노래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음악성을 운운하며 쿨의 노래를 비난하지 못한다. 그것은 대중들에게 높은 공감을 사고 있고,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가요계에 쿨만큼 그룹의 멤버도 바뀌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룹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음악으로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일까? 다음 노래 가사를 보면 그 이유가 파악될 것이다. (쿨의 노래 중 ‘해석남녀’란 노래 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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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항상 이런말을 서슴없이 하지 남자는 다 똑같은 늑대라는말

도데체 알고하는 소린지 진짜로 늑대들은 모두다 자기네 여자밖에 모른다는 사실을 아우~

남자는 항상 이런말을 은근슬쩍 하지 내숭을 떠는 여자 정말 싫다고 오 예~

도데체 알고 하는 소린지 진짜로 내숭없는 여자는 조금만 사귀보면 매력없단 사실을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내세울건 능력이라지만 여자는 곧 죽어도 미모란 사실을

영웅은 미인들만 차지해 용기가 있는자는 그렇지 열번을 찍을만큼 참을성도 필요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 여자는 별로 다를께 없어 바람처럼 이 세상을 산다면 미인은 내꺼야

물론 너를 처음봤던 그순간에 다리에 힘이 쫙빠지고 정말 끝내줬지

하지만 양귀비도 2박3일 결국엔 얼마 못가 나도 슬슬 지겨워졌지

여자는 괜히 좋으면서 이런말도 하지 아직은 아니라는 아리송한 말

도데체 알고하는 소린지 진짜로 때가 아닌 거라면 왜맨날 밤늦도록 가지말라하는지

남자는 가는 눈을 뜨고 앙큼하지 묻지 술한잔 못하는건 멋이없다고 오 예~

도데체 알고하는 소린지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가 조금만 술취해도 화를 낸단 사실을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남자라고 큰소리 치지만 그 남잘 지배하는건 여자야

세상에 남자들이 없다면 별문제 없이 지낼수 있어 여자가 없는 세상 그건 종말일꺼야

세상에 단 한가지 문제는 영원히 풀지못할 숙제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그것은 남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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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가사는 이렇듯 전혀 문학적이거나 예술적이거나 난해하지 않다. 대중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와닿는 가사이기 때문에 이들의 노래가 사랑받는 것이다. 덧붙여 이들의 경쾌하고 따라하기 쉬운 멜로디는 이들의 노래가 그들만의 스타일로서 가치를 갖도록 한몫한다.

b. 대중들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축구 매니아들은 베컴의 시원한 프리킥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자신이 해낼 수는 없는 기술과 체력적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플레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놀라운 플레이는 마치 자신이 한몫한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축구를 할 때의 상황을 떠올려 그 때의 답답함 등을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c. 감동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2004 월드컵에서 가장 감동적인 경기를 꼽으라면 단연 이태리전일 것이다. 이태리 선수들의 과격한 플레이에서 체격이 작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힘에서 밀리고, 더구나 전에 연일 이어진 경기에서 지칠 대로 지친 우리나라가 계속 밀리는 플레이를 하다가 마지막에 설기현의 골로 연장전에 들어가고, 프리킥의 실축을 멋지게 만회한 안정환의 골이 있었기에 더욱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경기였다. 이 날 눈물을 보인 국민의 수가 적지 않다. 모두의 감동 아래 ‘우리 나라도 동양인의 작은 체격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날의 축구 경기는 정말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월드컵이 세계적으로는 훌륭한 진행으로 멋진 행사가 될 수 있었고, 국내적으로는 높은 축구 성적을 올렸기에 더욱 그 환희도 컸을 것이다.

2004 월드컵에서 우리 나라가 월드컵에 참가한 이후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데다가 4강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게 하는 데에는 히딩크의 공헌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타국인이면서도 우리 나라에 쏟아 부어준 열정과 우리 나라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자신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보여줬던 골 세레모니는 국민들의 감동을 더욱 증폭시켰다.

또한 최경주 이후, 이렇다 할 세계적인 골퍼가 발굴되지 않았던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그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한 것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더구나 그 날의 경기 때 박세리의 볼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 위기에 처했을 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고 스윙하는 모습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골프 매니아들의 박수를 받아냈다. 이처럼 축구를 비롯한 모든 운동 경기에는 인류와 국경을 넘어선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동이 있다.

d. 흥미진진해야 한다.

아무리 감동적인 영화라고 그것이 지루하다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선수들의 열정이 가득 심긴 스포츠 게임 한 편은 정말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경기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일 것이다. 완전히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마지막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이다. 선수들의 역동적인 동작과 화려한 기술, 그리고 한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승패는 한 번 경기를 보기 시작한 사람으로 하여금 경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재미적인 요소, 그리고 단순히 재미를 떠나 그것을 초월한 흥미진진한 박진감이 있기 때문에 각종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e.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스타가 필요하다.

축구선수 베컴은 단순히 축구 선수가 아니다. 영국 최고의 팝스타와 결혼한 그의 결혼 생활과 그것 못지않은 화려한 사생활과 모델 활동 등은 세계 모든 여성의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운동 선수들이 소박하고 투박한 외모를 한 반면, 조각 같은 미소년의 얼굴에 힘든 훈련으로 다져진 단단한 근육과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진 베컴은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남성 패션 아이콘이다. 그가 입는 브랜드와 옷, 그리고 스타일 심지어 헤어 스타일은 전 세계 패션 매니아들의 관심사이다. 많은 여성들은 축구를 접하기 전에 베컴을 접한다. 베컴의 플레이를 접하기 전에 베컴의 스타일을 접한다. 그렇게 베컴에게 빠져든 여성은 그를 보기 위해 그의 경기를 찾게 되고, 그의 경기를 찾은 여성은 축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도 물론 김남일, 안정환과 같은 이른바 ‘오빠부대’를 형성하고, 이끄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물론 이들의 인기는 아직 유럽 축구 선수들의 그것에 비해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어떤 선수가 출전하느냐에 따라 그 경기의 관람석이 채워지는 정도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골프에선 한국 최초로 세계 무대에서의 우승을 거머 쥔 박세리도 어려서부터 아버지 밑에서 힘든 훈련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더구나 그 아버지가 딸을 위해 조폭에서 빠져나온 사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고,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 출연하는등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제 그녀는 국내 골프 인구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것이다. 그녀가 출전하는 경기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쉬운 것이 되었고, 이것이 골프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주는 이유 중 하나도 되는 것이다.

2. 바둑과 스포츠의 비교 분석을 통한 차이점 발견

바둑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있고, 순위가 있고, 대회가 있고, 상금이 있다는 점에서 분명 스포츠와 흡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그 경기 자체도 아주 역사가 깊은 경기로서 나름의 확고한 규칙과 매너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왜 바둑은 스포츠만큼 인기가 많지 않을까?

하나 하나 짚고 넘어가기전에 바둑에도 ‘프로’가 있다고 하는데, 그 프로 기사들은 어떻게 선발되는 것인지 그 과정을 잠깐 알아본다. 한국에서 {프로기사}({전문기사})를 뽑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출처; http://opendic.naver.com/100/entry.php?entry_id=14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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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생 {입단대회} (2명)

매년 여름에 연구생들 중에서 서열 1위인 연구생 1명. 2위부터 그 아래까지(대략 1조)의 선수들이 리그전을 벌여 성적 1위 1명.

2. 봄, 가을의 입단대회 (각 2명씩, 총 4명)

매년 봄, 가을에 연구생과 일반인 모두 참가하는 입단대회를 통해, 각각 상위 2명씩 총 4명.

3. 지역 {연구생} 입단대회 (1명)

서울의 한국기원 소속이 아닌 지역 한국기원의 연구생들끼리 리그전으로 상위 1명.

4. 봄, 가을 여류 입단대회 (각 1명씩, 총 2명)

봄, 가을에 진행하는 여류 입단대회를 통해, 각각 상위 1명씩 총 2명.

5.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통한 특별 입단 (1명)

아마국수전 우승자가 참가하는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했을 경우에 한하여 특별히 입단하는 제도 (현재까지 총 2명이 이러한 제도로 특별입단했음)이상과 같이 최대로 입단한다면 1년에 총 10명이 입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연구생이란 프로기사를 목적으로 공부하는 청소년들을 말하며 한국기원에서 선발, 교육하고 있습니다. 현재 1조부터 10조까지(각조 12명)의 남자 연구생 120명과,1조부터 4조까지(각조 12명)의 여자 연구생 48명,총 168명이 있습니다.

연구생의 지원자격은 프로기사 추천 또는 아마추어 단증 보유자여야 하며 보통 15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서 3개월에 한번씩 128명(남자)의 지원자들끼리 시합을 벌여서 상위 4명을 선발합니다. (연구생 하위 4명이 탈락합니다.)

일단 연구생이 되어도 만 18세까지 입단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여 프로기사가 되지 못하면 연구생에서 자동 방출됩니다. 단, 성적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입단하지 못한 연구생의 경우 훈련사범님의 특별추천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9세까지로 연구생 활동을 더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만 19세가 되어도 입단하지 못하면 실력 여하와 상관 없이 무조건 연구생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연구생 입단대회(지역 연구생 입단대회 포함)에는 출전자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그러나, 봄,가을에 진행하는 일반인 입단대회에는 연구생도 출전이 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규정이 바뀌었던 초창기에는 일반인들이 연구생들과 대등하게 싸우며 입단하기도 하였으나, 97년 5월 박성수(현 프로3단) 사범이 입단한 이후 일반인 입단대회에서도 일반인이 입단한 경우는 전무합니다.

특히, 최근 3~4년 동안에는 일반인이 입단대회 본선에 오르는 경우도 거의 없을 정도로 연구생들의 실력이 워낙 막강합니다.또한 연구생들의 경쟁도 치열해져서, 최근에는 입단을 하면 보통 정상급 프로기사와 거의 대등한 실력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연구생들이 많이 있습니다.참고로, 한국기원의 입단 1호 프로기사는 {조남철} 9단이며, 최연소 입단자는 {조훈현} 9단(만 9세), 연구생 입단 1호는 {이창호} 9단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00명 (정확히는 197명)의 프로기사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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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쥬얼적인 요소가 너무 없다.

바둑은 비쥬얼적인 요소가 너무나 없다. 아무리 축구를 모르고 심지어 할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유로 축구를 보며 그 현란한 경기에 일반인이 감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다. 또 농구를 모르더라도 NBA 농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큼직큼직하고 시원시원한 경기를 보면서 그들의 멋진 덩크와 감히 따라할 엄두도 낼 수 없는 화려하고 빠른 드리블에 감탄한다. 박찬호가 미국 무대에서 활약할 때, 야구 규칙도 제대로 모르던 무지한 필자도 박찬호의 공 던지는 모습과 미국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시원한 장타에 감동을 하곤 했다.

하지만 바둑 경기를 보면 ‘지루하다’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아무리 천재적인 수를 두더라도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것이 손가락으로 바둑알 하나를 바둑판에 놓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비쥬얼이 강렬한 스포츠는 아무리 그 운동 경기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감탄할 수 있다.) 수비인지 공격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고수들의 어려운 수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흥분할 것인가? 경기를 보고, 즐기고, 감동하려면 바둑의 규칙과 어느 정도의 정석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생소하고 지루해 보이는 바둑 경기를 즐기고자 그런 공부를 자처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채널을 조금만 돌리면 규칙을 모르고 봐도 흥미진진한 스포츠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무지한 관객들을 용서하는 무언가가 바둑에는 빠진 것이다.

바둑이 스포츠 신문에 실린다고 생각해보자. 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경우는 운동 경기중의 화려한 멋진 장면들을 담아서 사진에 실을 수 있겠다. 하지만 바둑은 어떤 장면의 사진을 내보내야 한단 말인가? 고민하는 기사의 모습, 바둑알을 내려놓는 모습, 기막힌 수를 둔 바둑판 중 그 어느 것도 사람들의 흥미와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바둑은 모르는 사람에겐 지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운동과 바둑의 비교가 무리라고 생각되어진다면, 운동 경기보다 조금 더 비슷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컴퓨터 게임의 예를 들어보자. 운동 경기처럼 사람이 몸으로 직접 뛰는 것이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 손동작으로 경기를 진행하되, 게이머들의 빠른 두뇌 회전과 전략을 필요로 하며, 상금도 있고, 대회도 있고, 프로도 있다는 점에서 바둑과 많은 점이 비슷하다. 스타를 할 줄 모르는 여성 팬들이 게임 대회를 보러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의 인과 관계도 모르고 할 줄은 더더욱 모를지라도, 비쥬얼적인 요소로 누가 어떻게 이기고 있으며 경기 진행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바로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결정적으로 바둑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b. 스포츠에서와 같은 스타가 없다.

앞에서 스포츠가 인기 많을 수밖에 없는 인기 비결 중에 ‘스타’의 존재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스타가 있다는 것은 그 스타를 좋아하기 때문에라도 그 스포츠 경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다. 어떤 스타의 활약이나 또는 슬럼프에 빠져 부진한 모습조차 팬들에겐 열광의 대상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가 귀추를 주목하는 요소인데, 바둑에는 스타가 없다. 바둑을 두는 기사도 베컴처럼 패셔너블하고 바둑을 떠나서도 세간의 관심을 끄는 연예인과 같은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특성상 그렇게까지는 무리라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프로게이머들도 연예인처럼 아주 잘 생기고 멋진 의상을 입는 사람들이 아님에도 팬들이 있음을 감안하면 기사들도 뭔가 바둑의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지워도 되지 않을까?

3. 게임으로서의 바둑

a. 바둑은 ‘보드게임’ 또는 ‘레저’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보드 게임’과 ‘레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보드 게임, 레저라고 하면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확한 정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바둑이 보드게임이나 레저에 속하느냐 마느냐를 논해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것들의 정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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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보드 게임 (출처; http://lubicon.nexonclub.com/webzine/article_view.php?aid=177&cat=11)

1) 보드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에 관심 많은 게이머라면, 요즘 각종 매스컴에서 적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보드게임’ 에 관련된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이미, 접하는 수준을 지나 나름의 매니아라 자부하며 오늘도 보드게임 정기 모임을 찾아다니고 있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자. 먼저 보드게임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생각한다면, 바둑, 장기, 고스톱, 포커 그리고 부루마불을 떠올리면 된다. 바로, 바둑, 장기, 부루마불처럼 어떠한 판(보드)을 두고, 그 위에 몇 개의 말을 올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거나, 고스톱, 포커처럼 일정한 카드를 가지고, 역시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것들이 모두 보드 게임 범주에 들어간다. 카드로 진행하는 게임의 경우, 카드 게임으로 세분화해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간편하게 보드게임과 카드게임을 모두 보드게임이라 통칭해서 사용하겠다.

하지만, 지금 같은 보드게임 열풍(여기에 공감하기 힘든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보드 게임을 예전부터 즐기던 분들이나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과 몇개월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요즘의 인기는 열풍이라 표현해도 무방한 수준이다)은 바둑, 장기, 고스톱, 포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들의 인기와 인지도는 분명 굉장하나, 분명 요즘 얘기되는 보드게임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보드게임들은 80년대 인상적인 만화 광고로 기억되는 씨앗사의 부루마불과 그 축을 같이 한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영상만으로도 바둑, 장기와 부루마불은 구분되지 않는가. 어찌되었건, 부루마불처럼 그렇게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진행하며, 땅을 사고, 돈을 지불하고, 상대를 파산시켜 게임을 끝내는 그런 게임들이 자그마치 1만가지다.

1만개. PC게임이나 콘솔 게임도 아닌 부루마불 같이 여럿이 함께 보여 플레이하는 오프라인 게임이 1만개? 분명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숫자다. 80년대 부루마불 말고, 졸리시리즈라고 또 다른 보드게임 시리즈가 있었다. 몇십개에 걸쳐 주기적으로 출시되며 요 몇년전보다 오히려 보드게임이 우리들 옆에 더 가까웠던 시절을 이끌었던 졸리 시리즈.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최근 몇년전부터 자취를 감춰가며, 동네 문방구에서나 우스꽝스런 제목의 과거 게임 패러디 보드 게임만 간간이 그 명맥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지금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들이 바로 이러한 졸리시리즈나 부루마불 같은 게임들이다. 한데, 어째서 갑자기 이러한 보드 게임이 부활(?)하는 것일까. 보드게임이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PC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그때보다 훨씬 멋져졌는데 말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 짚기는 힘들지만, 몇가지로 요약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첫째, 사람들간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한 게임이 즐겁다는 점이다. PC나 게임기 앞에 붙어 앉아 서로 눈앞에 보이는 화면만을 응시한채 게임을 하는 것과는 분명 구분되는 즐거움이 바로 보드게임에 있다. 보드게임이 삭막한 이 세상에 단비같은 존재로,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게임이라는 식상한 멘트는 하지 않겠다. 과거에 비해 각종 게임의 커뮤니티 활동이 훨씬 활발해진 요즈음, 이러한 ‘다른 게임 깎아내리기식’ 장점 부각은 이치에도 안 맞을 뿐더러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어쨋건 보드 게임은 사람과 마주 앉아 직접 그들을 바라보며 게임을 진행한다. 이러한 경험과 재미는 확실히 다른 게임들과 구분되는 보드게임만의 장점이다.

둘째, 부루마불이 보드게임의 전부였다면 이처럼 인기몰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1만개라는 보드게임 숫자에서 가늠할 수 있듯, 보드게임은 다른 게임 못지 않게 굉장히 다양하다. 부루마불, 분명 재미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그 진행이 운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진행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절대적이다. 주사위를 두개 굴려 나온 수가 7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동 루트를 대략 예측한다거나 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가능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주사위에 의존하는 게임인 것이다. 과거 뱀주사위 게임이라 하여, 주사위를 굴려 일정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게임의 그것과 시스템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분명, 운에 의존하는 게임은 가볍게 즐길 수는 있으나, 그 생명력이 길지 않다. 운보다는 카드 외우고 적절한 타이밍에 내야 하는 고스톱이나 포커페이스라는 말이 나오는 일정의 허세게임 포커, 그리고 운이 아닌 완전 전략적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바둑, 장기, 체스가 이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모으는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포커 페이스’에 집중하기 바란다. 돈을 걸고 하는 포커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어떤 베팅액에 제한이 없거나 최대액수가 큰 게임의 경우, 포커는 단순히 카드를 손에 얻는 드로우 운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소위 ‘깡’이라 불리는 마음가짐, 즉 허세에 의해 게임이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보드 게임에서는 다소 전문적인 용어로 ‘블러핑’ 이라 부른다. 있어도 없는 척, 숫자가 높아도 낮은 척, 바로 상대를 속이기 위한 제스쳐와 표정 관리가 보드게임에는 있다. 플랫폼 게임에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요소가 바로 보드게임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소개할 ‘탑시크릿스파이’는 블러핑 게임이 어떤것을 뜻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셋째, 보드게임은 뽀대게임이다. 온라인 게임도 그러하고, 콘솔 게임도 그러하고 이제 캐릭터나 그들이 하고 다니는 겉모습이 폼나지 않아서는 성공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모니터안에서만 폼나지, 실제 그들이 담겨있는 패키지 겉박스나 씨디 프린팅은 멋진 일러스트 이외에 실제로 폼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겉박스의 크기부터 압도한다. 일례로, 역시 조만간 소개할 ‘액시스얼라이언스’ 의 경우 박스크기만 유치원생 어린아이 만하다. 무게만도 2kg 이 넘어가니, 요즘같이 조그만 패키지 크기가 각광받는 플랫폼 게임의 그것에 비해 부피나 무게가 비교를 불허한다. 하지만, 가격은 패키지 게임과 비슷하거나 1 ~ 2배 수준이다.

그렇다면 안의 내용물은 어떠한가. 플랫폼 게임이야 소형화가 대세이고, 한정판같이 특정한 패키지가 아닌 이상에야 두툼한 매뉴얼과 멋진 씨디케이스, 프린팅이 전부이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기본적인 판에다, 각종 말, 그리고 다양한 화폐나 멋진 주사위 등이 하나 가득 들어있다. ‘액시스얼라이언스’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게임인데, 동맹군과 추축군의 병사, 탱크, 비행기, 함선등의 미니어쳐만 300여개다. 어릴적 가지고 놀던, 프라모델의 조그만 병사나 탱크 등의 그런 플라스틱 말이 자그마치 300 개란 말이다. 게임을 떠나, 이들을 보드위에 펼쳐놓고 감상하는 것만으로 그 가치는 패키지 게임의 그것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특히, 소장욕이 남다르다면, 보드게임은 또 하나의 악재로 영원한 재정 궁핍에 시달리게 할 만큼 내용물이 실한 게임들이 많다.

자세하게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테니 이쯤에서 보드게임의 장점 소개는 마무리 짓겠다. 열풍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보드게임이 마치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이 얘기했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보드게임 하면 “부루마불?” 또는 “아예 그게 뭐야?” 라고 반문하는 게이머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경험해 볼만한 가치를 가진 게임 장르가 바로 보드 게임이다.

전세계적으로 카탄이 600만장이 팔렸다고 한다. 백만장만 팔려도 슈퍼 대박이라 불리는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보드게임이 6백만장이 팔렸다는 사실은 분명 그만큼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2) 보드게임의 역사

▶ 보드게임과 예지

저는 문명이랄만한 것이 없었던 태고적 시절에는 인간들이 참 구차한 삶을 살아야 했을거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먹을것을 구하기는 어렵고,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호환, 마마, 가뭄, 홍수 등등의 자연재해들은 그것이 엄습해 올 때마다 인간 집단들에게 큰 고통과 희생을 안겨 주었을 것입니다.

지금 시대에 와서야 다행히 우리들은 그런 재난들이 주사위를 던질 때와 비슷한, 카오스의 법칙이 작용해서 생기는 우연의 조화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재난에 미리 대비하거나 때로 그것을 극복할만큼 자연을 통제할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연 법칙들에 대해 무지하고 자연을 통제할 힘도 없었던 옛날의 인류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자연의 힘을 띈 신이나 정령들이 존재한다고 상상하고 그들을 경외하는 정도였겠죠. 여기에서 초기의 신앙, 애니미즘이 탄생하게 됩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예지하기 위해 샤만이나 무당은 무엇을 할까요? 그는 신령한 나무 밑에서 명상을 할 수도 있고, 개울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서 정령의 속삭임을 들으려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령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교감을 하려면 그들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냥 "내일은 비가 내릴런가요?" 하고 묻거나 굿을 하는 정도로는 좀 부족할 겁니다. 정령들이 "내일 아침 최저기온은 14도, 낮 최고기온은…"이라고 대답해 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질문은 그들이 대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죠. 그래서 무당은 나뭇가지를 꺾어서 한쪽에 붉은 표를 긋고 "오 위대한 바람신이시여 내일 비를 내려주시려면 우리에게 그 뜻을 보여주소서" 라고 축원하며 나뭇가지를 위로 던져 바람의 뜻에 맡기게 됩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최초의 점 치는 도구가 탄생하였을 겁니다.

실제로는 날씨나 재난이 우연히 일어나듯 이런 식으로 점을 친 결과도 우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우연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이 두 가지의 우연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후자의 우연, 즉 점치는 방식을 서서히 복잡하게 진화시켜 나갔습니다.

제가 보드게임의 역사를 논하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조금은 긴 듯한 점치기에 관한 이야기로 썰을 풀기 시작하는 이유는, 보드게임의 한가지 중요한 요소인 "우연성"의 기원을 먼저 짚어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연성을 창출하는 도구, 즉 점을 치는 도구들은 이렇듯 그 기원을 까마득한 선사시대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자연물을 그대로 쓴 것이나 최소한의 투박한 가공만을 거친 것이 많습니다. 동물의 뼈, 나뭇가지, 거북의 등껍질 등등이 쉽게 들 수 있는 그 예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주사위들의 재질과 모양이 이런 점 치는 도구들과 유사하다면 그것은 주사위가 바로 점술과 예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고대의 유적들에서 발견된 주사위들(이하 '주사위'라고 하면 어떤 게임을 위해 우연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도구들을 뭉뚱그려서 가리킵니다)의 연대는 거의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2700년경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주사위들이 제일 오래된 유물입니다. 유물로 발견된 고대의 주사위들은 대부분 동물의 뼈로 만들어져 있고, 자연적인 뼈의 모양에 적은 가공을 가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은 모양을 한 반추동물들의 복사뼈는 그대로 주사위처럼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유물로 남아있는 경우는 보다 드물지만, 콩 같은 식물의 열매나 나무도 훌륭한 주사위의 재료가 되었을 것입니다. 콩은 반으로 자르면 동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고, 나뭇가지의 옆면을 적당히 깎아내면 윷 모양을 만들거나 삼각, 사각, 오각기둥등의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모양의 주사위도 유물로 적지 않게 나오고 있으며, 현대나 가까운 근대의 여러 게임들에서 일부 남아있습니다. 가까운 우리나라의 예를 든다면 윷놀이에 사용되는 윷이라든가, 조선시대의 승경도놀이에 쓰이는 윤목(輪木)이 그 예입니다.

이렇듯 최초의 주사위는 대자연의 선물(?)에서 유래한 것이었으므로 세계적으로 실로 다양한 모양과 재료의 주사위가 사용되었고, 실로 인공적인 모양이라고 할만한 정육면체 주사위는 고대에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 보드게임의 중요한 도구인 주사위 --- 주사위건 윷이건 기둥이건 --- 가 점치는 도구에서 유래하였다는 것 이외에, 보드게임이 점치기에서 유래하였다는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는 한가지 도구가 점과 게임 양쪽에 모두 사용되는 사례와 게임 자체에 점을 치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전자의 예로는 여기서 언급하기엔 좀 후대의 발명품이지만 트럼프 카드를 들 수 있고, 후자의 예에는 윷놀이와 바둑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원래 타로 카드와 합쳐져서 한 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중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타로 카드와 지금의 게임 카드로 나뉘어지면서, 한쪽은 점을 치는데 특화되고 한쪽은 게임의 길로 가게 되었습니다. 트럼프의 변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의 주제에서 많이 벗어나게 될 터이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윷놀이는 백제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놀이라고도 하고 중국의 저포라는 놀이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고려시대에 몽골에서 전래된 놀이라고도 하는데 아직 정설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초에 주로 즐기며 게임에 돼지, 개, 염소, 소, 말 등의 가축 이름이 붙어 있는 등의 특징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윷놀이가 적어도 한때는 한해의 운수를 점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의 일종의 의식적인 놀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매월당 김시습이 만복사저포기에서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해서 자기 운을 시험하는 어쩌면 한심한 총각 이야기를 쓴 배경이 단지 김시습이 아는 놀이가 그것밖에 없어서였기 때문은 아니었겠지요.

바둑이 과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하늘의 운행에 관한 여러가지 상징들을 담고 있는 철학적인 게임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대략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바둑의 흑돌과 백돌은 음과 양을, 사각형의 판은 사계절을, 361로는 일년의 날수를 각각 상징한다는 식의 설명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게 들립니다. 하지만 고고학적인 발견으로 바둑판은 9줄, 13줄, 17줄, 19줄 식으로 차츰 발전해 나간 것으로 밝혀졌으니, 처음의 9줄 바둑판에서 뭔가 새로운 철학적인 의미를 찾지 않는 한 바둑과 천문과의 관계는 조금 에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옛날의 바둑의 뛰어난 고수들 중에는 직업적으로 천문을 연구한 학자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또한 중국과 우리나라의 전설에서도 한 사람, 혹은 한 나라의 명운이 한 판의 바둑으로 풀이된다는 테마가 심심찮게 발견되고는 합니다. 예를들면 삼국지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할 수 있는 관로(管輅)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중국 위나라에 관로라는 점성술의 대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남양현이란 시골 동네를 여행하는 중이었는데, 밭 한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안초라는 청년을 만났다. 그런데 안초의 관상을 보아하니 머지않아 죽을 운명이었다. 관로는 "아아,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잘 생긴 소년이 고작 스무살까지밖에 살 수 없다니!"라고 중얼거렸다.

소년의 부친은 이 소식을 듣고 관로에게 찾아와 아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관로는 안초를 불러 말했다.

"집에 돌아가서 청주 한통과, 말린 육포를 준비해, 묘(卯)일에 자네 밭의 남쪽 끝 뽕나무 아래로 가게. 거기서 두사람의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을테니, 그 옆에 술을 따르고 육포를 놓아두면, 두사람이 술을 마시고 육포를 먹을 것이네. 그들이 잔을 비우면 술을 따르고 이렇게 해서 술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게. 만약 그들이 무어라고 말을 하더라도 아무 말하지 말고, 그저 머리 숙여 인사만 하면 되네. 그러면 그들이 자네를 구해줄 걸세."

안초는 관로가 일러준 날짜에 그 뽕나무 아래에 가봤다. 그랬더니 과연 노인 두사람이 바둑에 몰두하고 있었다. 북쪽에 앉은 노인은 검은 도포를, 남쪽에 앉은 노인은 붉은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이들의 풍모가 신선 같았다. 안초는 관로가 시킨 대로 그들 앞에 술과 안주를 가만히 놓아두었다. 두 신선은 바둑에 푹 빠져 무의식중에 술과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술이 몇순배 돌자 신선들은 기분좋게 취하게 됐다.

그때 북쪽에 앉아 있던 검은 도포를 입은 신선이 안초를 보고 꾸짖듯 말했다. "이런 데서 뭘 하는 게야. 저리 가거라!" 그러나 안초는 머리를 조아려 인사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붉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방금 우리가 이 청년이 가져온 술과 안주를 먹었으니, 그렇게 박대하지 말게." 그러자 검은 도포를 입은 노인은 "그럼 저 소년의 수명을 늘려 주자는 말인가? 이 소년의 수명은 태어나서부터 정해져 있네. 자네 명부에 적혀 있는 탄생일과 내 명부에 적혀 있는 죽는 날을 우리 맘대로 고친다면, 이 세상의 질서는 금방 어지러워질 것이 아닌가?"라고 응수했다. "그렇긴 하네만, 이미 저 친구에게 실컷 얻어먹은 우리가 아닌가? 그것도 빚은 빚이니 우리 어떤 방법을 강구해보자구."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의 끈질긴 설득에 검은 옷 입은 신선은 하는 수 없이 "그 친구 참 끈질기기도 허이. 그래 여기 수명부가 있으니 자네 요량대로 해보게"라고 말하며 승낙하고 말았다. 붉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검은 도포 신선에게 수명부를 건네 받아 소년의 이름을 찾아봤다. 수명부에는 소년의 수명은 19(十九)세에 불과한 것으로 돼 있었다.

붉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붓을 들어 열십(十)자에 한획을 더해 아홉구(九)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소년의 수명은 아흔 아홉(九九)살이 됐다.

안초가 돌아와 관로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니, 관로는 "북쪽에 앉은 검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북두칠성이고, 남쪽에 앉은 붉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남두육성일세.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하고, 남두육성은 삶을 관장하지. 인간이 어머니의 뱃속에 깃들면, 남두육성은 탄생일을 기록하고, 북두육성은 사망일을 기록하는 거야"라고 말하고는 멀리 떠나갔다.

또한 증산도의 교리 중에도 한반도의 명운을 다섯 명의 신선이 바둑을 두는 모습인 오선위기(五仙圍碁)의 형세로 풀이하는 내용이 있기도 합니다.

현대에 와서 초과학적인 것에 대한 불신의 세계가 된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냉엄한 확률의 법칙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제임스 랜디 영감님께서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은 없다고 당당하게 선언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게임을 하면서 주사위를 던질 때나 카드를 뽑을 때 뭔가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할 것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하곤 합니다. 논리와 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순간, 그것은 인류가 먼 태고적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자연의 정령들에 대한 기억이 일시 반짝 빛을 보는 순간이 아닐까요.

▶ 보드게임과 신화

선사시대 사람들의 소박한 믿음들은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문명이라 부를 만한 것이 발생하면서 종교로 발전하게 됩니다. 종교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사회를 결속시키고 유지시켜주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모든 지배적인 종교들은 사람들에게 내세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거나 현세에 모종의 인생역전이 있을 것을 약속하므로써 사회 질서의 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선사시대의 소박한 믿음들에 기반을 두고 있던 많은 보드게임들은 이 때 '독립된' 게임으로 분화와 발달을 계속하느냐, 혹은 신앙을 전파할 도구를 찾고 있던 종교에 흡수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조금 대담하게 표현한 것 같긴 합니다만.

종교적인 제의에 흡수되거나 종교적인 의미를 갖도록 의미가 변형된 게임은 그다지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당대에는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고대 이집트에 존재했던 메헨(MEHEN)이라는 게임입니다.

메헨의 보드는 또아리를 튼 뱀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메헨 게임의 규칙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드의 형태와 메헨에 대해 언급한 문헌의 내용에 미루어 보면 메헨은 바깥쪽의 뱀의 머리에서부터 안쪽으로 자신의 말을 움직여 나가야 하는 일종의 경주 게임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메헨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집트 신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초기의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라(Ra)는 태양의 배를 타고 하늘을 일주한 뒤 밤에는 지하세계를 통과하게 됩니다. 12시간으로 나뉘어진 밤의 제 7시에 라는 이집트의 악마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아포피스(Aphopis, 혹은 아펩Apep)와 싸우게 되는데 이때 라를 보호하기 위해 메헨이라는 신이 거대한 또아리를 튼 뱀의 형상으로 나타납니다. 라는 결국 아포피스를 물리치지만, 결코 죽일 수 없는 존재인 아포피스는 매일 밤 다시 라에게 도전합니다. 이집트인들은 그래서 매일 태양신을 공경하고 아포피스를 저주하는 의식을 행해서 태양신을 도와야만 했습니다. 신화에서 위대한 태양신 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도와주는 신 메헨은 이집트인들에게서 아마도 퍽 괜찮은 대접을 받았을 것입니다.

메헨 보드 게임은 사람들의 이러한 믿음을 가졌던 이집트 구왕국 시절에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천여년이 넘는 유구한 세월이 지난 후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게임의 형태로는 잊혀지고 막연히 메헨 신의 상징 정도로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게임이 별로 재미가 없었는지도…) 그러는 한편 세월과 함께 메헨 신의 역할도 변화했습니다. 메헨 신이 태양신과 그의 배를 감싸고 보호해준다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역할은 묘하게 변질되어서 죽은 뒤에 저승에서 태양신을 만나서 그의 배에 타고 저승을 여행하려 한다면 먼저 그와 세네트(Senet)라는 보드게임을 해서 이겨야 하게 된 것입니다.

신화의 내용이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세네트라는 게임이 메헨과 무슨 특별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메헨이라는 게임은 잊혀졌지만 그 중간에 메헨 자신이 '보드게임의 신'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이라고 이집트 연구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네트를 잘 하지 못하면 사후세계에서 애로사항이 꽃피었을 테니 이집트인들은 생시에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연습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메헨은 지금까지 알려진 신들 중 유일하게 "보드게임의 신"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 신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사위 하나나 카드 한장에 모든 것이 걸린 절대절명의 순간에 메헨에게 기원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보드게임과 이데올로기

만일 독자분이 이집트의 신들을 믿지 않는 불경한 이교도 내지는 무신론자라면 (그렇다면 부디 오시리스께서 자비를 베푸시길…) 이집트의 뭐시기 라는 신과 그가 대표하는 게임 등등이 나한테, 혹은 현대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코웃음을 치실 법도 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였던 고대에 보드게임이 그러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신앙심 고취에 일조를 했다면, 종교가 그 영광의 자리에서 내려온 현대에는 비슷한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그리 먼 과거를 들출 필요도 없이, 게임이 순수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질서 안정을 위한 도구로써 한몫을 해야 했던 (매우 적나라한) 사례가 20,30대의 추억으로 아련히 남아있는 국산 뱀주사위 놀이입니다.

처음 만들어졌을때는 단지 뱀과 사다리만 있는 형태였던 간단한 경주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은 그후 백여년에 걸쳐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 시대마다 조금씩은 다른 "악행"과 "선행"이 게임에 첨가되면서 도덕적인 가르침을 설파하는 교육적인 게임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어떤 행동이 나쁜 행동이고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 행동인지를 판정하는 사회 이데올로기의 학습 도구가 된 셈이죠. 우리에게 가장 가까웠던 뱀주사위 놀이는 멸공과 올림픽 입상, 산불 조심등이 중요했던 세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창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면에서 우리는 열심히 보드 게임을 하면서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굳혔던 이집트 사람들을 웃어 넘길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뱀주사위 놀이쯤은 옛날 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에 우리들의 일상이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은 가끔 잊혀지곤 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어떤 종류의 보드게임들이 그런 이데올로기를 지지하고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말이죠. 마치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현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석권한 시대이고, 이 시대에 개인과 사회를 좌우하는 지고의 가치는 바로 "돈" 입니다. 십자가보다도, 혹은 칼보다도, 금이 더욱 인정받는 사회에선 보드게임도 역시 그 트렌드(?)를 따라갈 수 밖에 없겠지요.

돈벌기 게임의 대명사라고 할만한 모노폴리(Monopoly)가 1933년에 나온 이래 (이때가 세계적인 대공황의 와중이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합니다) 인생 게임을 비롯한 수많은 보드게임들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것'을 게임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돈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거죠.

(출처; http://lubicon.nexonclub.com/webzine/article_view.php?aid=177&ca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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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레저 (출처; http://100.naver.com/100.php?where=100&id=55061)

여가라고도 한다. 180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1930년대부터 일반화되었다. 레저는 생계를 위한 필요성이나 의무가 따르지 않고 스스로 만족을 얻기 위한 자유로운 활동으로서 활동을 행하는 일 자체가 목적이다. 생활시간은 생리적 필수시간 ·노동시간 등으로 구별한다. 생리적 필수시간(수면 ·식사 등)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생리적으로 최소한 필요한 시간이란 뜻으로 ‘생리적 구속시간’이고, 노동시간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가 되기 위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시간이란 뜻에서 ‘사회적 구속시간’이라 할 수 있다. 구속시간을 빼고 난 시간이 자유시간인데, 이것은 각자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쓸 수 있는 시간으로 선택시간 ·자유재량시간이라 한다.

자유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의미는 여러 가지로 변화한다. 자유시간에 펼쳐지는 활동의 질(質)은 개인의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서 규정된다는 의미에서 단순한 시간적 개념을 초월한 의미가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노동시간의 감소와 레저시간의 증대가 모든 사회층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추세이며, 새로운 사회문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 http://100.naver.com/100.php?where=100&id=5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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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생활과 레저’, ‘레저와 스포츠’로 구분 된다. ‘레저’하면 떠오르는 것은 수영과 스키, 또는 각종 해양 활동, 스쿼시, 헬스 등이다. 레저는 스포츠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바둑은 레저와 스포츠 그 중에서도 레저에 속하는 실내활동인 것이다. 하지만 레저는 매우 즐겁고 신나는 활동이란 느낌이 강한데 반해, 바둑은 어렵고 아무나 범접하기 어려운 활동이란 느낌이 강하다.

바둑은 또한 ‘보드 게임’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위 사진은 ‘넷마블’에서 바둑이 어느 메뉴에 속해 있는지 보여주는 사진이다. 분명 ‘보드 게임’ 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둑이라고 하면 보드 게임이라고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는다. 보드 게임이란 정의를 생각해 볼 때, 바둑이 보드 게임에 속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보드 게임으로 연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드 게임은 쉽고 즐겁고 누구나 몇 번 해보면 금방 배울 수 있다는 이미지인데, 바둑은 고수들이나 아주 진지하고 지루한 사람들이나 두는 느낌이 강해서 일 것이다. 바둑은 사람에 따라서 ‘게임’이라기보단 ‘경기’만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종종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점은 홍보 활동과 바둑 장려 활동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사람들은 바둑판과 알이 있으면 오목 둘 생각은 해도 바둑 둘 생각은 쉽게 못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바둑을 좀 더 친근하고 쉬운 활동으로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b. 바둑은 여느 보드게임보다 단순하고 즐길 수 있다.

사실 보드 게임 중에도 복잡한 게임들이 많이 있다. 보드 게임방에 가면 어느 하나 주인의 자세한 설명과 시범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이 없고, 사람들은 대부분 한 번에 알아듣기 보다는 몇 번 게임을 해본 후에야 그 게임에 대해서 파악하곤 한다. 하지만 바둑은 오히려 경기 규칙 자체만 본다면 심플하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레저 활동이다. ‘바둑은 몇 가지 복잡한 규칙과 정석과 비상한 두뇌를 가져야만 할 수 있다’라는 고정 관념은 사람들이 바둑에 쉽게 접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축구를 잘 하는 것일까? 축구도 마찬가지로 프로 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수준 차이는 천지 차이다. 바둑도 프로 기사들의 경기를 보고 지레 겁먹지 말고 친구들과 가볍게 할 수 있는 경기가 되면 더욱 다가가기 친근할 것이다.

c. 바둑도 스포츠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바둑도 프로가 있다. 골프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골프장마다 있는 프로 내지는 세미 프로에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면서 시작하듯, 바둑도 마찬가지로 기원에 가서 프로 기사들에게 배우기 시작하면 잘 두진 않더라도 곧 바둑을 즐겨서 친구들과 간단한 친선 경기를 가질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이다. 바둑이 갖는 중후하고 동양적인 무거운 이미지 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스포츠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고, 분명한 승패가 있고, 경기의 기승전결이 있고, 간단한 규칙과 매너, 룰 등이 존재하며,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상대와의 대결이고, 프로들이 있고, 프로 내지는 아마추어의 대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바둑이 고리타분하고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두는 무거운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바둑의 스포츠 논쟁은 많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바둑은 스포츠가 될 수 없다고 생각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 체육 철학회 박주한씨의 논문에서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스포츠의 신체 운동은 근육, 골격, 신경 등을 중심으로 한 인간 활동 즉, 물리적 운동이 중심이 된 신체운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둑은 두뇌(지적작용)운동을 중심으로 한 신체운동을 의미하고 있다.

둘째, 스포츠의 기술은 신체동작과 관련되고 이 신체 동작이 활동의 과정을 지배하고 결과를 결정하지만 바둑은 두뇌 작용에 의한 합리적 선택이 결과를 결정하는 문화적 틍성을 지니고 있다.

셋째, 스포츠 관련학과와 바둑학과의 교과과정은 명칭, 내용 등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

넷째, 바둑의 스포츠 주장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며, 인준절차에서도 공론화의 과정 없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스포츠와 바둑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것이다.

필자의 의견도 바둑이 스포츠라기보다는 그것을 떠나서 스포츠와 다분히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

d. 스타크래프트도 쉬운 게임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전 국민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컴퓨터 게임 중에선 이례적으로 10년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직도 스타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인기가 많고, 경기마다 새로운 전략과 기술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전국에 피씨방을 보급한 이 게임은 바둑과 무엇이 다른가?

스타크래프트는 쉬운 게임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빌드 오더나 각 유닛 간의 연관 관계, 유닛들의 기능, 공격력, 방어력 등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각 종족간의 차이와 마법이나 투명 효과를 비롯한 자잘한 사항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배운 뒤에야 게임을 비로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둑이 스타크래프트보다 훨씬 쉽다. 그렇게 생각해본 사람은 물론 몇 안 되겠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보급한다면 바둑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4. 바둑을 둠으로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 및 장점, 재미

a.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된다.

바둑은 큰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상대가 오래 생각해서일 수도 있고, 마땅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인내와 고민의 기간을 통해서 인격적으로 인내심을 기르고 차분하게 오랜 시간 생각하는 버릇을 들임으로써 집중력을 기르고 정신적 인격적 수양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글은 일본 대학 의학부 교수이며 노인병학의 권의자인 오리모 하지메 박사가 1991년 10월 8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기고하여 바둑 애호가들은 물론 많은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논문으로 여기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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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이른바 치매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치매중에서 알츠하이머형 노년기 치매는 원인이 불명하여 그예방은 어렵지만 두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치매증상이 나타나는 이른바 폐용성 치매는 뇌세포를 자극하는 것으로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것이다.

나는 평소에 나이를 먹으면 취미를 갖는 것이 뇌의 생리적 노화, 특히 폐용성 치매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이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학부 학생시절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해 지금도 프로기사의 개인지도를 받고 있는 관계로 특히 뇌의 노화방지에 있어서 바둑의 효용이 어떨 것인가에 대하여 각별한 흥미를 갖고 있다.여기서 뇌의 노화예방에 대한 바둑의 효용에 관하여 생각해보기로 하자.

뇌의 노화라는 것이 어떠한 상태인가를 컴퓨터 단층촬영사진으로 조사해본 결과 45세 전후부터 뇌의 용적이 점차 줄어가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이것을 뇌의 위축이라고 하는데 그 주된 원인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점 감소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분열이나 증식이 되지 않으므로 사람이 탄생하면서부터 감소 일변도일 뿐이다. 일설에 의하면 갓난 아이때의 대뇌의 신경세포수는 1백 45억개로서 스무살 될 때까지는 변화가 없지만 그 이후는 매일 10만개씩이나 감소되어 간다고 한다.

뇌의 신경세포수가 절반으로 줄면 아무래도 멍청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상하게도 뇌의 위축현상과 치매와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고 오리혀 1백살이 넘어도 치매증상이 없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어째서 그럴까. 이것은 어려운 문제지만 사람의 뇌속의 신경세포가 감소하면 나머지 세포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상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 게 되었다. 신경세포의 구조는 세포체와 그로부터 튀어나온 돌기로 성립되어 있다.

돌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수상돌기라고 하여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정보를 수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 돌기는 시니프스라고 불리는 마치 컴퓨터의 회로에 상당하는 기능으로 접합되어있다.

나이를 먹으면 뇌의 신경세포수는 감소 되지만 신경세포의 돌기가 발달하여 고밀도의 상태에서 두뇌의 활동을 유지하는 덧이다. 다시 말하면 회로의 수를 늘려 보충하고자 하는 일종의 대상기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경세포의 수가 줄어도 두뇌가 멍청해지지 않는다.

흥미깊은 일은 뇌에 자극을 주면 그 뇌신경 세포의 회로가 증가하는 사실을 동물실험에서 밝혀내게 된 것이다. 쥐 한 마리를 격리하서 기른 경우와 네 마리를 한곳에 가뒤서 사육한 경우데 3개월이 지나서 뇌를 해부해 조사한 결과 뇌신경 세포의 회로수가 네 마리 쪽이 훨씬 많았으면 노쇠한 쥐가 좀더 확실한 경향을 나타냈다고 한다. 쥐 한 마리만을 격리 사육한 경우에는 자극이 거의 없었으나 네 마리를 함께 기른 쪽에서는 매일 먹을 거리로 다툼을 벌이는 자극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노령이 되어 아무런 자극없이 멍청하게 살아가면 역시 신경이 둔화되고 바보스러워진다는 것을 시사하는 실험결과다.

또 거꾸로 말하면 노령이 되어도 뇌에 적당한 자극이 가해지면 뇌의 활동기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7

0세때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82세를 넘긴 아마3단의 기력을 갖춰 여전히 바둑을 즐기는가 하면 돗토리현에 살고 있는 1백2세된 노인은 아마5단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와같은 사실은 인간의 뇌기능이란 것이 70세를 넘어서도 얼마든지 발달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매우 흥미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능력에 유동성능력과 결정성능력 두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기억력이나 계산력 등 타고난 능력이고 후자는 종합력. 판단력 등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제고되는 능력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유동성능력은 떨어지지만 결정성능력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기능이라는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의 질이 변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상력.판단이다.

한 곳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곳에서 회복하면 된다는 대국관이 중요하다. 인간의뇌에는 좌뇌와 우뇌라는 상이한 두가지의 작용이 있다. 계산력이나 암기력같은 것은 죄뇌의 기능에 속하는 반면 종합력과 판단력은 우뇌의 기능에 속한다.

또 음악이나 미술등 예술, 형상, 공간에 관한인식은 우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우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바둑의 포석이 잘 되지않으며 정석의 모양인 식도 어려워서 대국도중에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한편 좌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중반의 공방이 허약해 수싸움은 잘 못하지만 포석이나 정석의 감각은 좋은 편이라고 한다.

또한 뇌혈관 장애때문에 반신마비의 상태인데도 언어훈련, 운동연습 등의 의욕을 보인 사례가 많다고 보고 되었다. 따라서 바둑에는 우뇌의 기능이 중요하면 바둑을 즐겨 두는 일로 우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일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면 바둑을 즐겨두면서 우뇌에 활력을 불어넣고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생활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출처; http://opendic.naver.com/100/entry.php?entry_id=136895

(덧붙여 말하자면 바둑은 치매 예방 효과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b. 매너와 예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비교적 덜하지만, 실제로 바둑을 기원에서 배울 땐, 바둑도 골프와 같이 매너와 예의를 갖추고 상대에게 정중하게 임해야하는 게임이다. 승패에 굴복할줄 알고, 패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수를 만나게 되어 한 수 배운 것을 영광으로 여길 줄 아는 너그럽고 여유로운 자세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c. 자유도가 매우 높아 변수가 많다.

바둑은 어느 곳에 두느냐에 제한이 전혀 없다. 따라서 자유도가 매우 높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의 진행을 통해서 스포츠나 다른 보드 게임에 못지않은 스릴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또 간간히 상대의 예측하지 못한 수로 자신의 수를 되돌리고 싶은 경우도 가끔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이러한 수준이 그렇다고 매우 고수의 수준은 아니다.) 바둑을 즐거운 게임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 정석과 변화, 전략을 필요로 하므로 두뇌 향상에 도움이 된다.

바둑에도 물론 어느 정도의 정석은 있고, 그것을 공부할 필요는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바둑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배 기사들이 이루어놓은 몇 가지 정석을 공부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분명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초보의 수준을 벗어나면 정석만을 따르는 것으로는 또 다른 정석으로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변화를 요구한다고 한다. 정석을 완전히 터득하고 그것을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시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보드 게임보다 자신의 두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 바둑 십계명을 통한 배움.

십계명은 성경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둑에도 십계명이 있는데, 이에 대한 사항만 제대로 깨닫고 있어도, 바둑의 정석을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됨은 물론, 그 지혜를 실생활에도 응용할 수 있다. 바둑의 십계명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조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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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득탐승 (不得貪勝)

너무 이기려고만 하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바둑은 승부를 다투는 게임이므로 바둑을 둘 때는 필승의 신념을 갖고 자신 있게 두어가야 합니다. 필승의 신념과 이기려고 하는 마음은, 언뜻 들으면 거의 똑같은 말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것입니다. 필승의 신념이 있으면 과감하게 나가야 할 때 과감할 수 있고 모험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모험도 불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꼭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져서는 안 된다' '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 자세인데, 이렇게 처음부터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어서는 바둑을 활달하게 둘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필승의 신념이 있고 자신감이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꼭 이겨야 한다고 조바심을 하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부득탐승---이것을 쉽게 말하면 어깨에 힘을 빼고 바둑을 두라는 말입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인격수양을 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지요. '큰 승부에 명국 없다'라는 바둑속담이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바둑만 두어온 프로기사들도 상금이 크게 걸린 바둑이나 이기고 지는 것에 따라 자신의 명예가 좌우되는 그런 바둑을 두는 경우에는 평소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가 일쑤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속담입니다.

프로바둑의 타이틀 매치는 바둑승부의 꽃입니다. 보통 5번기나 7번기로 진행이 되죠. 다섯 판을 두되 먼저 세 판을이기는 사람, 혹은 일곱 판을 두되 먼저 네 판을 이기는 사람이 타이틀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5번기에서 먼저 두 판을 거푸 진 사람이 그 후에 3연승을 해서 타이틀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7번기에서 먼저 세 판을 내리 진 사람이 그 뒤에 4연승을 함으로써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도 우리가 종종 보아온 일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기적이라고 말하는 3연패 후 4연승 같은 대역전 드라마 ---이것의 열쇠가 바로 '부득탐승'입니다. 3연패를 당한 사람은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타이틀은 틀렸으니 최선을 다해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어 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으면 0패는 면하게 되니 다행이고 져도 그만이기에 마음은 홀가분해집니다.

그에 반해 3연승을 한 사람은 이제 한 판만 이기면 부(富)와 명예를 장악하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뜹니다. 인지상정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잃으면 판단이 흐려져 과감하게 나가야 할 때 물러서고 참아야 할 때 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심리 상태의 차이가 결국은 역전을 부르고 드라마를 만듭니다. 여러분들도 늘 경험하시는 일 아닙니까. 라이벌 친구와 치수 고치기 같은 것을 할 때 한 번 '열을 받으면' 평소에는 호선으로 어울리는 바둑이 2점, 3점으로 치수가 고쳐지지 않습니까.

'부득탐승'은 간단히 도달할 수 있는 그런 경지가 아닙니다. '위기십결'의 원작자가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을 궁리하면서 바둑의 기술적인 내용들을 제치고 '부득탐승'이라는 마음의 자세를 제일 위에 놓은 것도, 이것이 아마도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운 항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입계의완 (入界誼緩)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는 천천히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예컨대 포석이 끝나면 상대방 진영과 내편 진영 사이의 경계가 윤곽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런 시점에서 서두르지를 말라는 것이죠. 세상에 서둘러서 좋은 일은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내 집보다는 남의 집은 커 보이는 법이고,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내 집만 일방적으로 크게 키우는 방법이 없을까를 연구하기 마련인데, '입계의완'은 바로 '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화, 중용, 타협, 절충, 인내---이런 것들을 한데 섞어 한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한 말이라고나 할까요. 나아가 '입계의완' 이 지향하고 있는 바는 요컨대 '정확한 형세판단'의 경지라고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 불리한지, 유리한지를 알아야 약간의 무리를 무릅쓰고라도 일전을 불사할 것인지, 평화를 택할 것인지, 깊이 뛰어들 것인지, 가볍게 삭감만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입신의 경지라고하는 세계 초일류 프로 九단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을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바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형세판단이다. 형세판단은 감각, 수읽기, 전투력 등 각자가 지닌 기량의 총체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 '위기십결'을 만들면서 제일 처음에 마음의 자세를 말하고 그 다음에, '입계의완'이라는 말로써 바둑의 기술적 부분의 총체를 상징적으로 강한 것은 실로 용의주도한 배려였다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3. 공피고아 (攻彼顧我)

상대방을 공격하고자 할 때는 먼저 나 자신을 한 번 돌아 보라, 나에게 약점은 없는지, 혹시 반격을 당할 소지는없는지 등을 일단 잘 살펴 본 후에 공격을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4. 기자쟁선 (棄子爭先)

돌 몇 점을 희생시키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수는 돌을 아끼고 상수는 돌을 버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초심자일수록 자기 편 돌은 하나라도 죽이지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수들은, 초심자가 보기에는 대마 같은데 필요에 따라서는 쉽게 버리곤 합니다.

이 말은 사석작전, 즉 버림돌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환격이나 회돌이, 먹여 쳐 파호하기 등은 아주 초보적인 버림돌 작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쟁선'은 또 요석과 폐석을 잘 구분하라는 가르침을 포함하고도 있습니다. 용무를 마친 돌은 덩어리가 아무리 커도 가치가 적은 것이고, 비록 한 점이라도 상대방을 끊고 있는 돌이라든가 근거에 관계된 돌은 죽여서는 안되는 것이겠죠.

조치훈(趙治勳) 九단과 중국의 섭위평(섭衛平) 九단은 '기자쟁선'을 가장 멋지게 보여 주는 대표적인 프로기사입니다.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 불가(佛家)의 선문답(禪問答)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은 섭위평 九단이 승부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말이라고 합니다. 바둑에서 선수의 중요성은 흔히 하는 얘기로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호선바둑에서 덤을 5집반이나 내야 하는데도 프로기사들 이 흑을 들고 싶어하는 것은 선수의 가치를 잘 말해 주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5. 사소취대 (捨小取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기자쟁선'과 일맥상통하는 말로서 너무도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승부에 몰두하거나, 집착을 하게되면 냉정을 잃게 되고 판단이 흐려지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작은 이익은 눈앞에 보이고 큰 이익은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법입니다.

그럴 때 냉정하게 멀리 내다보고 작은 이익을 먼저 포기하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왕왕 경험하는 일 아닙니까.

6. 봉위수기 (逢危須棄)

위기에 처할 경우에는 모름지기 버리라는 것입니다. 곤마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상 책입니다만, 바둑을 두다 보면 피차 곤마가 하나 둘, 혹은 그이상 생기기 마련입니다. 곤마가 생겼을 때는 먼저 그 곤마의 관상을 잘 보아야 합니다. 살아가는 길이 있다면 살려야 하지만, 도저히 살릴 가망이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또 살더라도 여기저기서 대가를 크게 지불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면 될 때는 미련을 두지 말고 과감히 버리는 것이 차선책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망이 없는 곤마를 질질 끌고 나가게 되면 잡히는 경우에는 대패를 하게 되고 살더라도 결국은 지고 맙니다. 곤마는 덩어리가 커지기 전에 일찌감치 버릴 것인지, 살릴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결단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요. 물론 그 대마의 생사에 승부가 걸려 있다면 죽든 살든 헤쳐나가 보아야겠지요.

7. 신물경속 (愼勿輕速)

바둑을 경솔히 빨리 두지 말고 신중히 한수 한수 잘 생각하면서 두라는 말이겠지요. '위기십결' 가운데에서는 '부득탐승'과 함께, 바둑의 기술적인 면이 아니라 정신적인 자세를 강조한 가르침입니다. '위기십결'의 원작자가 십결을 하나 둘 만들어 가다가, 바둑을 두는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부득탐승' 하나만으로는 미흡하다고 느낀 것인지 모릅니다.

'부득탐승'은 너무 어려운 내용이니까 이번에는 좀 쉬운 말로 한 것이겠지요. 감각을 훈련하는 데에는 속기로 많은 판을 두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만, 실제 대국에서는 빨리 두어서 좋을것이 별로 없습니다. 빨리 두다 보면 착각이나 실수가 자주 튀어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어떤 아마추어분들은 "나는 10분에 한 판을 둔다" 혹은 "한 판에 15분이면 충분하다"고 자랑삼아 얘기를 하시는데, 그게 결코 자랑은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빨리 두어서 이긴다면 또 모르지만 빨리만 두고 맨날 지기만 한다면 그것처럼 무의미한 일, 우스운 노릇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추어로서는 감히 넘볼 수조차 없는 속기의 천재, 서능욱 九단 같은 프로 고수도 속기의 악습을 고쳐보고자 한때는 염주를 들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8. 동수상응 (動須相應)

행마를 할 때는 모름지기 이쪽 저쪽이 서로 연관되게, 서로 호응을 하면서 국세를 내 편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그런 방향으로 운석하라는 것이겠죠. 바둑돌은 판 위에 한 번 놓여지면 그 위치는 변경될 수가 없지만, 그 역할은 시시때때로 바뀌어 갑니다. 그래서 바둑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고들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을 잘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신다면 그때 여러분은 어느덧 고수가 되어 있으실 것입니다.

9. 피강자보 (彼强自保)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내 편의 돌을 잘 보살피라는 것입니다. 형세가 조금 불리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상대편 병사가 많은 곳에 마구 뛰어들어간다거나 내 돌에 약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싸움을 벌인다거나 하는 것은 패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입니다. 불리할수록 참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꾹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찬스는 찾아오는 법입니다.

바둑이 불리해진 것은 내가 실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대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합니다. 시쳇말로 '손님 실수 기다린다'는 것하고는 다릅니다. 내쪽에서 되지도 않는 수를 두면서 요행을 바라는 것이, 손님 실수를 기다리는 행동이고 불리한 대로 침착하게 정수로 두어가면서 기회를 보는 것이 참는 것이요, 인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둑에서는 대개 참는 자가 이기게 되더군요. 이창호(李昌鎬) 七단을 보십시오.

10. 세고취화 (勢孤取和)

'피강자보'와 결국은 같은 말로서, 상대편 세력 속에서 고립이 되는 경우에는 빨리 안정하는 길을 찾으라는 뜻입니다. 일단 살고 나서야 후일을 도모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닙니까. '에잇, 사나이 대장부가 목숨을 구걸할 수 있나. 치사하게 사느니 싸우다 죽는 것이 낫지'하면서 무조건 싸우려고하시는 아마추어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만용일 따름입니다.

'삼국지' 같은 것을 보면 천하를 도모하는 수많은 영웅호걸이 등장하는데, 그런 영웅호걸들도 때가 아니다고 느끼거나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이 될 때는 남의 가랑이 밑을 기지도 않습니까.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기위해 순간의 불편이나 굴욕은 참고 넘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http://opendic.naver.com/100/entry.php?entry_id=90415

5. 대중화의 방안

a. 스타 육성

CF는 연예인만 찍는 것이 아니다. 베컴이나 라울등 유럽의 많은 축구 선수들이 CF를 찍고 있고 국내에서도 안정환, 차두리, 박지성 선수 등이 CF모델을 했었다. 축구뿐 아니라, 야구에서는 박찬호, 골프에서는 박세리등 많은 스포츠 관련 스타들(심지어 외국인인 히딩크까지도)이 CF를 찍었다. 그렇다면 프로 기사는 CF를 찍은 일이 없을까?

▲ 서봉수 9단의 티나 크랙커 광고, 1977년 월간바둑 7,8월호 뒷면을 장식했다. 이당시 학교를 다니시던 분들은 많이 드셔보셨을 것이다. 광고에서 먼저 눈에 띄는 '아빠는 안보역군 엄마는 방첩주부' 라는 반공 표어, 이 당시가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음을 상기시켜 주는데 '방첩주부'라는 낯선 말이 웃음을 짓게한다. 왼쪽에 보면 77년의 월간바둑 정가가 550원임을 알 수 있다.

이 광고는 서봉수 9단의 이미지인 '실리'를 기반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연관을 시키려 했다. 서봉수 9단은 제2회 응씨배 이후 한길을 파온 전문 바둑인으로 기업 이미지 광고(인쇄매체)에 출연하기도 했다.

▲ 위의 광고는 1977년도 월간바둑 9월호부터 잡지 뒷면을 차지한 롯데제과의 선전이다. 주인공은 조훈현 9단. 프로기사들중에서 가장 많은 광고에 출현했던 조9단의 초기작품인 셈이다. 옛날광고 답게 말을 많이 풀고 있지만, 상품내용이 아닌 바둑 내용을 주로 들고 있어 기업의 이미지 광고같기도 하다.조훈현 9단이 바둑계를 휩쓸던 시절, 그와 같은 기세로 시장을 휩쓸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엿보인다. 과자와는 약간 어울리지 않지만 광고의 주제는 '勢'.

당시 1년이 넘게 각 기사들과 바둑을 주제로 한 이와 유사한 기업및 과자 광고가 월간바둑의 뒷면을 수놓았었다. 이 중 팬들에게 가장 친근한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의 모습을 택해서 소개했다. 70~80년대의 바둑을 휘어잡은 조-서의 젊은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반가울 것이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월간바둑 뒤표지에는 항상 롯데제과의 광고가 실리고 있다. 서봉수 9단의 광고 밑부분은 보면 바로 그 점을 롯데가 강조했었음을 알 수 있다. '롯데는 광고 협찬으로 바둑계를 돕고 있습니다.'라고 써져 있는 것. 하지만 월간바둑에 실리는 최신 롯데 광고는 그러한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와 같이 기사를 선전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도 없지 않았는데 오히려 요즈음에는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었다. 바둑도 분명 기승전결이 있고, 인간 승리로 여겨지는 멋진 역전승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일본과 중국 심지어 대만에까지 무시당하던 우리나라 바둑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분명 극적이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바둑 기사들 중에서도 스타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창호, 이세돌 이 후로는 이렇다할 바둑 스타가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초기 쌈장이란 아이디로 세계 1위를 석권한 이기석을 이어서 임요환이라는 엄청난 스타를 발굴해내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고, 임요환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그 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여러 스타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기사를 스타화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한다면 분명 바둑에 사람들이 더 오래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창호의 인생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하고 쉽지 않았던 바둑 인생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그의 일생을 간단하게 소개해본다.

-----------------------------------------------------------------한때 바둑이 어떤 장르에 속하느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프로기사 이창호의 군 입대 문제가 그 논란의 발단이었다. 예체능 특기자처럼 국위를 높인 이창호에게 병역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바둑계의 요구에 대해 국방부가 병역특혜 관련법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였다.

정부의 입장에 대해 천재기사를 아끼는 바둑애호가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게 되고, 1백5명의 국회의원들이 나서 연명으로 국방부에 진정서를 내는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정부는 거센 여론에 밀려 바둑을 예술로 보고, 다만 이창호가 프로이기 때문에 병역 면제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결론을 냈다. 「한가한 놀이」 정도에 불과하던 바둑이 이창호라는 불세출의 한 기사에 의해 예술로 끌어올려진 성과였다.

동양에서 시작된 바둑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40여개 국가에 바둑연맹이 결성돼 있고, 국내 1천만명의 바둑인구를 포함 세계적으로 1억명이상이 바둑을 즐긴다. 이창호는 바로 이들 바둑인들의 우상이다.

92년 16세 6개월 때 동양증권배에 우승하며 세계 정상에 오른 이창호. 세계 바둑계를 경악케 한 세계 최연소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도 새로 이어지는 또다른 기록들로 곧 무색해졌다. 그는 50년 역사의 국내 바둑 기록을 거의 갈아치우고 이제 세계 바둑사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현재 그가 갖고 있는 국내외 타이틀은 모두 12개. 국내 12개 주요 기전중 3개를 빼고 모두 그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세계 5대 기전중 동양증권, 후지쓰배, 삼성화재배 등 3개 타이틀도 그의 수중에 들어있다. 그를 넘지 않고는 아무도 세계 1인자를 넘볼 수 없다.

◇ 세계 바둑의 1인자가 되기까지

이창호의 신화는 초등학교 1학년때인 82년 조부 이화춘씨(86년 작고)의 손에 이끌려 현재 부친(이재룡씨)이 운영하는 전주시 중앙동 이시계점 옆 「설기원」을 드나들면서 시작된다. 바둑 입문 1년여만에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기재를 보인 소년 창호를 위해 조부는 전주 출신 전영선 프로기사를 초빙해 지도를 부탁했다. 전 사범은 창호의 비범한 재주를 눈여겨 본 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기사 조훈현 9단에게 소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조훈현 9단의 내제자가 된 사실부터가 이창호에 대한 관심을 끌 뉴스였다. 그때까지 국내 프로기사중에서 내제자를 둔 경우가 없었으며, 그것도 천하의 조9단의 내제자가 된 사실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창호는 초등학교 5학년때(86년) 프로 입단으로 인사를 했다. 스승인 조9단이 이보다 앞서 9세때 입단을 했지만 순수 국내 프로바둑에서는 이창호의 11세 입단이 최연소 프로입단 기록이다. 소년 이창호의 저력은 중학교 2학년때인 89년 KBS 바둑왕전 우승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연소 국내 타이틀 획득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창호는 이듬해 본격적인 타이틀 사냥에 들어갔다. 「최고위」를 비롯, 「국수」, 「왕위」, 「명인」 타이틀이 차례로 그의 품에 안겼다. 최다연승 기록인 41연승이라는 기록도 이때 이미 세워졌다. 바둑황제로의 등극을 위한 대관식 준비가 국내에서는 이때 이미 깊숙히 진행됐지만 국제적인 인정은 받지 못했다. 국제 기전에서 아직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일부에서는 국내용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 바둑계의 비아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92년 동양증권배에서 일본의 자존심 임해봉과 조치훈을 차례로 꺾으며 이창호는 최연소 세계 타이틀 획득으로 화려하게 세계 바둑황제에 등극했다.

◇ 깨지기 힘든 기록들

세계대회 우승을 계기로 바둑돌에 더욱 힘이 붙은 이창호는 국내 기전을 석권하며 94년에는 국내 크고 작은 16개 기전에서 한번 이상 우승하는 `「사이클 히트」'를 기록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국내 기전의 10~13개 타이틀을 항상 보유하고 있다. 95년부터 4년 연속 최우수기사로 선정됐고, 지난해 한국기원에서 발표한 `「세계 랭킹 베스트 10」'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89년 국제기전이 창설된 이래 가장 많은 우승을 한 기사도 이창호다. 지금까지 국제 기전에서 11차례 우승했으며, 국가 대항 단체전까지 포함하면 무려 16차례에 이른다. 국제 기전 성적은 모두 69승으로, 80%대에 육박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프로입단 후 통산 8백50승에 80%대의 승률도 깨지기 힘든 기록. 특히 이같은 승률이 대부분 타이틀을 놓고 겨룬 최고수 프로기사들과의 대국에서 만들어진 점에서 더욱 값지다.

◇ 오늘의 이창호가 있게 한 원동력

약관의 나이에 세계 바둑의 정상에 올라 오늘날까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상을 지키는 이창호에게 여러 별명이 따라 다닌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나타내는「돌부처」 「강태공」이라는 별명에서부터 바둑 수준이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에서 「외계인」 `「전대 고수의 환생」' 「80세 도인」' `「계가의 신」'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창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그가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물론 IQ 1백39의 좋은 머리에 일찍부터 그의 기재를 알고 주위에서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한 것이나 좋은 스승을 만난 것도 오늘의 그가 있게 한 큰 힘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자신이 바둑을 좋아했고 바둑 연구에 열중한 노력이 있었다. 지금도 대국이 끝나면 복기를 하며 해법이 나올 때까지 새벽 2~3시까지 바둑 돌에 매달린다. 여유가 있을 때 바둑 친구들과 어울려 볼링이나 탁구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사춘기 방황이나 슬럼프가 있게 마련이지만 어려운 고비에서도 단 한 번 바둑이 싫다거나 그만두겠다는 말이 없었다고 부친 이재룡씨는 말한다. 부안 출신으로 한국기원 사무국장으로 있는 정동식씨는 "『한시도 바둑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바둑쟁이의 끼가 몸 전체 세포에 퍼져있는 것 같다』"고 이창호의 바둑에 대한 열정을 설명했다.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이창호도 물론 시간이 흘러 세계 바둑의 정점에서 내려올 때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프로기사들은 대체로 이창호의 1인 독주 체제가 10년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봉수 9단은 이창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사는 현재 활동하는 프로기사가 아닌 꿈나무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권에 든 경쟁자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얼마 만큼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을지 자신과의 싸움이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게 바둑계 안팎의 진단이다.

자료협조 : 전북일보 『20C 전북50인』

b. 비쥬얼적인 요소 강화

시각적인 요소를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바둑이 중계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바둑판위에 기사들이 바둑알을 어디에 놓는지 보여주면서 중계를 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운동 경기나 스타크래프트의 중계를 예를 들어보자. 일단 중계자의 자세가 사뭇 다르다. 경기에 정말 심취하여 흥분하고 우리 편이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시청자와 함께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둑은(물론 경기의 특성상 아주 시끄럽고 방정맞은 중계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매우 정적이고 중계를 듣고 있으면 오히려 졸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또 경기를 보면서 보는 것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기사들과 결정 후 바둑알을 내려놓는 모습이 전부이다. 그리고 기사들이 수를 빨리빨리 두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해설을 좀 더 흥미롭고 가볍게,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언변으로 한다면 바둑 특유의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쥬얼적인 요소로 ‘눈을 즐겁게’ 할만한 사항들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발달된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둑알이 어디에 놓였을 경우, 어떻게 경기가 진행가능하다는 것을 preview해준다던지, 현재 어느 정도 경기가 진행 중인지 색깔로 표시를 해주어 누가 이기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던지, 기사가 어느 곳에 수를 두면 어떻게 될 것이란 것을 미리 시뮬레이션하여 보여주는 방법을 택하면 시청자들은 기사들의 고민하는 표정만 멀뚱멀뚱 바라볼 필요 없이 함께 고민해볼 수 있게 되고, 바둑 중계는 더욱 살아있는 중계가 될 것이다.

c. 이미지 개선

바둑을 초고수만큼 두기는 어렵다. 분명 이창호나 이세돌만큼의 실력을 갖추려면 바둑에 밤낮없이 매진해야할 것이고, 수많은 패배를 경험하면서 얻은 실력과 배움이 뒤따라야만 바둑의 일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바둑을 두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바둑은 누구나 둘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축구는 베컴처럼 하지 못해도 하면서, 바둑은 이창호만큼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지레 겁을 먹고 시도하지 않는 것일까? 바둑은 레저이고 취미 생활이다. 오목을 두듯 가볍게 둘 수도 있다. 물론 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겠지만, 꼭 ‘잘 둬야 바둑을 둔다’라는 강한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래 사진은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일본 만화의 한 장면이다. ‘바둑’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린다는 발상을 우리나라 만화가들은 왜 하지 못한 것일까? 바둑을 소재로 하면 흥미로운 만화가 나오지 않아 흥행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 만화가 자신들에게 ‘바둑이란 너무 어려운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히 바둑을 소재로 만화를 이끌어갈 생각을 못해본 것은 아닐까? 하지만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를 읽어 본 독자들은 말한다. 바둑을 몰라도 이 만화는 충분히 재미있고,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바둑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이처럼 바둑이 친근한 이미지로 바뀌지 않는 한 바둑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 힘들다.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를 통해 바둑의 이미지가 쉽고 누구나 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것이라고 바뀐 사람이라면, 채널을 돌리다 문득 바둑채널이 나오면 ‘에이 지루하고 어렵겠지’하고 바로 보지도 않고 돌려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라.. 만화에서 바둑이란 건 꽤 재미있어 보이던데 한 번 경기를 봐 볼까..’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d. 바둑의 생활화

기사에 스타가 생겨 대중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면, 바둑에 비쥬얼적인 요소가 가미해져 일반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면, 또 바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게 바뀌었다면 이제 남은 것인 대중들이 바둑을 두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기원을 다녀본 사람들은 바둑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다. 물론 쉽고 가볍게 본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기원에 다녀보지 않은 사람처럼 ‘에이 그걸 언제 배워. 어려운거잖아’라고 지레 겁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어려서도 아이들을 그냥 놀리지 않고, 속셈학원이나 미술학원 등의 학원을 많이 보낸다. 거기에 덧붙여(또는 대신) 기원을 보내보면 어떨까? 속셈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아이가 어려서부터 수학에 재미를 붙이고 그 쪽으로 머리가 발달하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려서 특히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수학은 학교에 들어가서 학교 수업에만 충실히 따라가도 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수학적인 두뇌를 발전시키려면 차라리 속셈 학원대신 기원을 보내봄이 어떨까?

어린이들을 위한 기원이나 바둑 교육 시설이 많이 늘어나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바둑을 접할 수 있게 된다면 바둑은 생활 속으로 자리 잡아 ‘테트리스’나 ‘브루마블’같은 존재가 되지는 않을까?

또 여러 가지 교육 캠페인을 열어 바둑을 공부할 수 있는 쉬운 물꼬를 터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넷마블에서는 바둑 강의를 실시해 유저들이 바둑 실력을 쌓고 싶다면 얼마든지 무료로 언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하면 온라인 바둑을 두다가 ‘아 내가 이 때에 어떻게 했어야 했던 것일까?’하고 강의를 보고, 자신의 경기를 모니터 해봄으로써 자기반성과 동시에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와 동시에 깨닫는 즐거움을 주는 넷마블등의 온라인 싸이트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무엇보다 바둑을 편하게 생각하게하여 생활 속에 자연히 침투하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또한 교육 방송에서는 국, 영, 수, 과학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여가 시간에 바둑에 관한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세돌이 방송에 나와서 초보 진행자와 바둑을 두면서 가르쳐주는 방송 프로그램인데 이런 방송이 자주 나가면 ‘기사들도 결국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구나’하면서 기사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고 바둑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는데도 큰 몫을 할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바둑기사’라고 하면 뭔가 일반인보다 훨씬 진지하고 무섭고 진중하고 지루하고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사회자와 웃으며 대화도 하고, 자신에게 가르쳐주듯 사회자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는 이세돌이 나오는 이 방송을 본 시청자라면 바둑에 대한 공포감을 조금은 줄이지 않았을까?

C. 결론-바둑의 대중화 가능성

우리나라는 스포츠와 게임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스포츠의 경우, 박찬호나 박세리와 같은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국위 선양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단일 민족 특유의 애국심마저 작용해 한국 선수를 응원하곤 한다. 월드컵 때는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인데다가 외국에서 들어온 감독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우리나라를 4강까지 이끌었기 때문에 여러 요소로 작용하여 그 흥분과 열정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구호는 이제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월드컵 경기를 빠지지 않고 보는데 가장 한 몫을 한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간대에 경기를 하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경기를 할 때는 경기가 한 밤중에 이루어지곤 했는데, 이는 왠만한 축구 매니아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엇이든지 ‘일본’과 대결하는 것이면 크게 흥분하는데, 세계에서 프로 바둑 기사를 둔 몇 안 되는 국가(사실 세계 바둑 대회를 연다고 하면 거의 한-중-일 대회라고 봐도 무난할 것이다.)중 하나인 일본과의 친선 경기를 자주 갖고, 서로 선의의 경쟁심을 부추겨 주면 국민들의 바둑 사랑은 매우 커질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게임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인기가 많다. 스타크래프트는 우리나라의 게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많이 플레이되어진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때문에 전국에 피씨방이 괜찮은 사업으로 엄청나게 보급된 것을 보면 그 사랑받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바둑도 하나의 게임이다. 그 어렵고 어려운 스타크래프트도 열심히 공부까지 하면서까지 사랑받고 있는데 오히려 더 쉬운 바둑이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바둑은 스타보다 쉽다. 이것을 알고 바둑에 대한 어려운 것이라는 부담감을 떨치고 나면 바둑은 한걸음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세돌이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

이런 프로를 교육 방송 뿐 아니라 일반 방송국에서도 자주 보여주면 바둑에 대한 친밀도가 상승할 것이다. 기사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바둑에 대한 친근함도 함께 전달되지 않을까.

바둑 기사들을 스타화(스포츠까지 가지 않더라도 스타크래프트의 임요환처럼)하고, 바둑 대회를 곳곳에서 가지며(스타가 인기가 많을 때에도 그랬다. 전국 곳곳의 피씨방에서는 자체적으로 크고 작은 대회를 열었으며, 회사 차원에서의 큰 대회도 잇었다.), 바둑을 어려서부터 접하도록하고, 바둑을 매스미디어에 자주 등장시키며(바둑을 소재로 만화를 그린 일본과 같이), 지루하지 않도록 바둑 중계를 생생하게 하고 비쥬얼화하여 흥미롭게 꾸미고, 여러 가지 바둑 홍보 활동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바둑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랑받을 여건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