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사유..!/논문 자료들.

[펌] 과학학과 과학철학

온울에 2008. 4. 27. 05:27
다음 글들은 1994년 고대신문에 실린 과학학 소개글입니다.

 

이초식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 과학논리)


과학학 [Wissenschaftstheorie, Science of Science]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학문분야가 최근 우 리나라 지성인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과학학은 이미 대학교 학부와 몇몇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이나 [과학사] 등의 강좌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연구되어 왔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일반사회에서도 크게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과학학과]는 대학의 정식학과로서 출범할 계획이다.


<과학학, 왜 문제인가?>
과학학은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의 특정한 대상을 다루는 수준의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 들을 다시금 대상으로 삼아 연구하는 메타수준Meta Level의 과학, 즉 과학의 과학이다. 그리하 여 과학학은 과학의 심리학, 과학의 사회학, 과학의 역사학 등의 경험과학과 과학적 활동의 법적 규범 등을 다루는 규범과학을 포함하고 있으며, 나아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과학학 자체의 기반들 을 다시금 음미, 검토하는 철학적 성찰의 수준까지 포괄한다. 따라서 과학학으로서의 과학철학은 과학일반에 관여된 경험적 사실들의 인식론적 문제와 과학이론의 존재론적 특성들 뿐만 아니라 과학의 논리와 과학의 윤리 등의 규범체계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제를 다룬다. 철학은 본래 지식의 총체적이며 근원적인 연구를 목표로 하는 인식론과 존재 전체를 그 자체 로서 다루는 존재론을 철학사 측면에서 고유의 과제로 삼아왔다.

20세기초, 과학학의 철학적 과제는 논리실증주의와 비판적 합리주의자들에 의해 인식적 의미 기준이나 과학성의 구획기준의 문제로 논의되었고, 이것은 그후 자연주의 인식론이나 과학혁명이 론에서는 인지심리학이나 과학사의 연구와 결부되면서 다양하게 논의되어 왔다. 이와 같은 과학 철학적 논의들은 과학의 기초를 탐구하는 순수 이론적인 것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현대사회의 실천적 삶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현대인에게 있어 과학기술은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므로 과학학 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학제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문제는 과학자와 기술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사이다. 그것은 나라의 경제를 살리려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의 일들에는 과학기술의 문제들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가령, 분쟁을 해결해야 할 판사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시되는 과학적 지식들이 믿을 만한 증거에 의거하고 있는 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그 제시된 증거가 주장하는 바에 적 절한지, 그들이 적절하다면 그 주장과 증거 사이의 관계는 연역적 함축관계인지, 아니면 심리적 연상관계인지 등을 판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특수영역의 과학자나 기술자가 아닌 일반 지성인들도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과학법칙 의 확증관계, 과학 이론의 구조, 과학적 설명과 예측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과학철학적 소양과 능력을 필요로 하며, 이와 더불어 과학학에 귀속되는 학문들의 학제적 지식을 요구하게 된다.


<과학철학적 과학학의 전형>
현대 교양인들이 갖추어야 하는 과학철학의 분야를 여기서 모두 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 리는 우선 지금까지 대표적인 과학철학적 주제로 되어 왔으며, 앞으로 더욱 개척되어 갈 것으로 전망되는 과학학의 과학철학적 과제들 중 의사결정론의 철학, 통계학의 철학, 그리고 인공지능의 철학을 예시적으로 선정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의사결정론>
과학학의 실천적 과제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우리들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인도할 수 있는 이론을 구성하는 일이다. 실천에 과한 과학은 고립된 지식체계로서의 과학에만 머무를 수 없고 합리적 가치판단과 규범 체계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그 실천의 가능성을 철저히 음미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의도에서 개발된 학문이 의사결정론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행동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가능한 행동노선들을 열 거하고, 그들의 조건과 결과상태들에 대한 확률적 지식들과 그들에 대한 가치판단들을 종합하여 검토함으로써 최선의 행동노선을 합리적으로 도출하는 것이 의사결정론의 주요과제이다. 그러나 현재 기업활동 등에 적용되어온 의사결정론은 주로 특정한 기업의 이익추구의 수단으 로만 쓰여졌기 때문에 그 가치판단은 편협성을 면할 수 없었다. 의사결정에 작용되는 가치는 비 근한 유용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먼 앞날을 바라보고 폭넓게 동참하는 윤리적 가치가 귀속되 어야 한다.

오늘날 생명윤리, 환경윤리, 기술윤리, 경영윤리, 정책윤리 등이 크게 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 의 발달로 인해 급격히 변화된 상황들에서 이성적 인간들이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되며 그 모두가 의사결정론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그 기본개념들에 대한 철학적 음미를 요망한다.


<통계학의 철학>
경험세계에 과한 현대의 과학적 지식들은 통계에 의해 수치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 사를 비롯해 각종 조사가 통계수치로 지시되고 있다. 이 계량적 표현들은 과학적 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맹목적인 추종을 강요하기 일쑤다. 현대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상들은 게량화에 의해 명확하게 이해되나, 계량화에 작용되고 있는 기본가정이나 기준들을 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엉뚱한 오해나 편견의 원천이 될 수도 있음을 잊 어서는 안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실수하여 전과기록을 갖게 되었으나 현재는 사회사업가로 열심히 일한다고 할 때, 그들 전과자 집단에 귀속시켜 범법자 가능성을 통계로 처리하는 경우, 아무리 그 경험적 증거가 정확하고 통계처리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통계적 조사가 그 사람의 성향 자체를 판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계량화된 지식을 다루는 현대인들은 그 계량화가 도출된 기 준과 과정에 포함된 기본개념들의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철학적 성찰을 요망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철학>
근래들어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사고활동의 일부가 기계인 컴퓨터에게 맡겨 져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자. 특히 과학적 지식을 표현하고 분석.처리 및 평 가, 이를 보관한 뒤 이를 활용하는 일의 큰 몫을 컴퓨터가 담당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지성의 역할을 가장 뚜렷이 파악해야만 하는 연구 분야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연구는 인간의 지성을 총체적으로 연구해 온 전통적인 철학의 성과에 크게 의존하여 왔으며, 인 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앞으로 과학학의 과학철학 분야로서도 큰 몫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기술적 절차와 그 활용의 유용성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철학적 기초를 망각한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을 바르게 활용하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에 , 인공지능이 주도하게 될 정보화 사회에는 해로운 위기상태가 도래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주체는 인간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적절한 자료들을 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 력을 부여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가치있고 바른일을 해낼 수 있는 가치체계와 도덕규범도 부 여해야 한다. 물론 인공지능의 현단계에서는 이런 문제가 요원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으나, 컴퓨 터에게 여러 가지의 학습능력을 부여하는 기술Machine Learning이 개발되고 컴퓨터 스스로가 판 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인공지능에도 도덕규범을 도입시켜야 할 것이 며, 인공지능을 구성하고 비판하며 활용해가는 여러 단계들에서 학제적 연구와 철학적 성찰을 하 는 과학학의 도움이 기대된다.



 
과학철학과 의사결정론  

禹貞圭 (고려대학교 강사, 결단이론)


인간의 모든 의식적, 의지적 행위는 결단을 거쳐 실천된다. 이런 점에서 결단과 실천 및 그 결 과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한 것이 결단 논리 또는 의사결정론Decision Logic or Theory이다. 현실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적절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생활을 이롭게 한다. 인간은 지혜롭고 합리적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현실문제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이와같이 현실의 실제문제를 해결하는 실천 추론으로서 의사결정론이 발전되어 왔다.


<의사결정론의 논리적 형식화>

스테그뮬러는 {현대철학의 주조류}에서 의사결정논리가 철학적 논의의 새로운 분야로 부각됨 을 주목하였다. 과학의 구성 가능성을 논의하는 과학학의 일부인 과학철학에 있어서 의사결정론 은 논리적 형식화로서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말}誌외,{과학을 위한 지식체계론}) 이와같은 의사결정론의 기본적인 논리구조는 세계상태에 관한 주체의 확률적 신념과 그의 행 위결과에 대한 욕구 가능성Desirability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기대효용을 가지고 있는 행위를 행하라는 규범적 원리로 제시되고 있다. (제프리, {결단의 논리})

과학철학에서는 의사결정론의 통계학적 구조와 원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한 하나의 예로서, 통계학적 확률은 늘 이용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는 한, 과학철학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확률 해석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그 적용의 방법론적 관점들까지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또 다른 예로서, 과학철학은 요구나 효용 개념 및 최대화 개념을 비판한 다. 인간의 행위와 관련하여 부여하는 주체의 욕구는 물질적인 가치만이 아니라, 자기 이미지, 상징적 효용, 도덕적 의무까지도 고려하여 평가된 이차적인 욕구 가능성이어야 한다.


<의사결정론의 연구전통구분>

의사결정론에 대한 연구전통은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그 하나는 통계학적 연구전통이며 다른 하나는 과학철학에서의 연구전통이다. 과학철학에서의 연구전통은 1950년대 카르납, 헴펠 등의 철학자들을 선두로 시작되었다. 카르 납은 귀납을 논리적 확률로 개념화하고 합리적 행위를 결단하는데 이용하였으며, 헴펠은 의사결 정론의 관점에서 과학적 사실의 수용 여부를 논의하였다. 카르납의 연구는 제프리로 이어져 {결 단의 논리}로 나타났으며, 헴펠의 연구는 노직으로 이어져 그의 학위논문 {계열적 선택의 규법이론}으로 나타났다.

의사결정 사례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기술적 의사결정론으로, 심리학이 타사회과학에서 실증 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사람들은 최대의 기대효과를 찾는 행위일지라도 확률이 낮다면 실제로 선택을 기피한다는 심 리학적 기술적 의사결정론의 한 사례이다. 이와는 달리 철학에서 연구하는 의사결정론은 규범적 이다. 규범적 의사결정론을 개발하기 위해서 도박행위가 선형적인 모형으로서 고찰된다. 도박에 있어서 손해를 보는 일은 흔히 일어나며 이에 대해 후회하지만, 항상 손해보는 도박을 해서는 안 되며 이왕 이득을 얻고자 할 때는 적은 이득보다 큰 이득을 취하라는 규범 또는 원리는 제외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범적 의사결정론의 관점에서는 플레이가 얻을 수 있는 수들은 전략적으로 서 개념화되며, 전략사용의 목적은 성공, 즉 승리이다. 이처럼 의사결정론은 전략선택의 게임이론이다. 이러한 게임이론은 경제학, 무역학, 행정학, 정치학, 산업공학 등에서 효과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의사결정론의 관점에서 경제학은 구매 또는 교환의 합리적 이론을, 무역학은 비교우위론을 다 루며, 경영학은 OR이론에 의한 생산계획수립, 마케팅전략경정, 노무관리에서의 노사협의전략 및 그외 관련된 방법론을 다룬다. 무역학과 행정학적 분석에는 의사결정론에 의한 것들이 많다. 정치가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서 적합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정치가가 현실문제에 관해 정보조사를 하는 것, 이용가능한 해결방법을 분석하는 것 등 모두 가 의사선택과 관련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좋은가를 결정하는 것 등도 시민들의 의사결정사항이 다.

또한 행정절차의 간소화, 건설행정의 우선순위도 의사결정론으로 분석할 영역이며, 효율적인 생산라인 설계도 이러저러한 대안들 중에서 경정해야 할 문제이다. 이와같이 의사결정으로는 여 러 학문에서 실질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의사결정론이 적용되는 학문분야>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도 의사결정론은 역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주제에 관해 어떤 접근방법론을 취할 것인지도 철학에 있어서 의사결정의 문제이 며, 그렇게 취해진 방법론적 결정으로 철학학의 모형이 제시될 수 있다. 정신문화과학으로서 철 학에 대해서는 현상학적 방법이나 해석학적 방법이 적용되며, 과학의 과학으로서의 철학에 대해 서는 논리분석적 방법이 적용된다.

아래에서 의사결정론이 적용되고 있는 철학적 논의의 하위영역을 간략히 소개하겠다. 인식론 적 문제에 대해서 의사결정론이 적용된다. 문장 해석에 이용되어 실용주의적 의미론을 개발할 수 있으며 수학이나 논리학에서 정식의 증명문제는 결정절차의 존재유무에 의거시킬 수 있다. 또한 도덕적 행위선택의 문제, 사회적 행위선택의 문제에 적용하여 그 원리를 찾는데 의사결 정론이 적용된다. 생태윤리, 환경윤리, 생명윤리, 직업윤리 등의 윤리적 문제들도 역시 합리적이 며 도덕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도덕이론 선택에 의사결정론을 적용하는 학자들로는 고티에 ({합의 도덕론}),지바드({현명한 선택, 적합한 감정}) 등이 있다.

인간의 행위 선택과 설명에도 의사결정론이 적용되는데, 골드만({인지과학의 철학적 적용}) 등 은 행위자의 계획과정을 모형으로 삼아, 그것을 인공지능에 의한 계획수립으로 학장시키고 있으 며, 세프덴포르스({신념 개정}) 등은 신념의 고정, 변화, 개정의 논리적 도구로서 활용하며, 바가 트({계산적 과학철학})등은 과학이론선택이나 변화를 설명하는 과학철학의 분석과 응용에서 활용 하고 있다. 또한 의사결정론은 자기 인생목적과 모든 인지표상을 자료로하여 개인의 실존을 선 택하는 실존적 결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사결정론은 철학 안에서의 많은 분야에 적용 가능할 뿐만 아니 라, 인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면에서 여러 학문과의 입체적 연구의 핵심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과학철학과 인공지능
     - 효율적 전산처리 통해 논리적 추리 도출
 
전영삼 (고려대학교 강사,과학철학)


과학철학의 주과제 중 하나는 여러 개별과학의 기초를 확인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통계학은 그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통계학에서 탐구하는 영역 자체도 흥 미로운 뿐더러, 그것의 탐구 결과난 방법이 다른 많은 학문 및 실제의 도구가 되고 있기 때문 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보화 시대]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Information 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필요한 경우 즉시 검색되어 이용될 수 있도록 이미 체 계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지식으로서의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데 의학적 인 전문적 지식 들을 저장하고 있는 의료계의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내에 담긴 정보나, 어떤 특허의 내용에 관한 정보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저 하나의 자료Data로서 수집되어, 이 후 필요에 따라 적절히 가공되어 이용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바로 후 자의 경우 통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후자의 경우 통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말이 암시하듯, 큰 양의 변수들이 함께 작용하는 오늘 날의 많은 사회현상들을 다룸에 있어서는 통계의 역학이 한층 두드러진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적 처리 중, 주어진 자료로부터 어떤 전체적인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는 일정한 추리가 요구된다. 물론 통계학에서는 그러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로부터 그로부터 추리를 행 할 수 있는 각종 기법의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추리가 과연 올바른가 의 여부를 문제삼을 수 있다. 현대의 과학 철학에서 통계학을 대상으로 한다할 때, 그 논의의 초점은 바로 여기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과학자 핵킹I. Hacking은 통계학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핵심은 이른바 [통계 적 추리]의 가정 및 타당성을 검토하는 일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일견 서로 무관해 보이는 통 계학과 철학의 연계고리가 또한 여기에 놓여있는 셈이다.

통계학에 대한 현대의 과학철학에서, 통계적 추리에 대한 이와같은 문제는 일반적으로 귀 납논리의 틀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통계적 추리가 해당전제로부터 어떤 결론을 필연적으로 도출해 낼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근거한다. 그러므로 예컨데 통계적 가설 추정의 한 방법인 최 대우도추정법Maximum Likelihood Method은 , 철학자 카르납R. Carnap과 같은 귀납 논리적 관점에서는, 가정된 전체 모집단으로부터 그 일부의 표본으로 추리해 나아가는 이른바 [직접 추리Direct Inference]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렇나 직접추 리의 정당성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것의 특수한 경우로서의 최대우도추정법 역시 적어도 일반적 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로 직접추리 자체에 확고한 어떤 기반 이 마련될 수만 있다면, 이에 근거해 최대우도추정법의 기초 역시 좀더 확고해질 수 있다.




과학철학과 통계학
    - 컴퓨터 프로그램 이용, 철학적 문제 분석
 
이 영 의 (고려대학교 강사,과학철학)

1956년 미국의 다쓰머스대학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라 는 용어가 등장함으로써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기계]라는 인류의 오랜 꿈은 구체화되었다. AI란 일반적으로 컴퓨터로 하여금 인간의 지능이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램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AI는 수적 정보만이 아니라 기호적 정보의 표현과 사 용을 연구하고 , 유한한 시간내에 해결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과정과 더불어 휴리스틱과정을 연구 하는 전산과학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AI는 겉으로는 인문학, 특히 철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철학도의 입장에서 AI의 기본가정이 무엇이며 AI의 프로그램이 구체적으 로 무엇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AI는 사실상 과학철학과 논리학의 응용장 또는 훈련장에 해당한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했던 논리실증주의는 철학의 주입무를 애매하게 표현된 전통적인 철학의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며, 그러한 분석은 자연언어가 아닌 인공언어를 통해서 가능 하다고 주장했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이 강조한 논리적 분석과 인공언어의 필요성은 AI의 근본 문 제인 지식표현Knowledge Representasion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는 많은 양의 지식을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그러한 지식을 전산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추 리 수단이 필요하다.

최근 AI상식추리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1차 술어체계보다 더 융통성있는 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상식추리에서는 항상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를 두고 결론을 이끌어짐으로, 그 결론은 새로 운 정보에 접하면 수정되거나 폐기된다. 예를 들어 [새들은 난다]와 [트위티는 새이다] 라는 전제로부터 [트위티는 날 수 있다]고 결 론을 내리지만, [트위티가 펭귄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면 위의 결론은 폐기된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추리를 AI에서는 비단조추리Nonmonotonic Reasoning라 하는데, 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귀 납추리를 비단조적이라고 간주하고 상식추리와 과학적 활동과 일치하는 귀납논리를 개발해왔다.

AI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분야 역시 그 주체와 내용에서 과학철학자들이 다루는 [발견 의 논리]와 거의 일치한다. 철학자들은 오랫동안 발견의 과정에 대해 합리적인 분석이 가능한가 를 논의해왔고, 최근에는 자신의 이론을 적용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타가드 Tagard 는 유비추리에 기반을 둔 파이PI와 신경망모델을 전제로 한 에코Echo프로그램을 제안하 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과연 철학의 영역에 속하는가? AI연구를 대표하는 인물 중의 하나인 사 이면은 발견의 과정에 대한 전산적이고 규범적인 철학 이론이 가능하며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 장한다. 그가 개발함 베이컨Bacon프로그램은 다양한 경험적 법칙들이 발견되는 과정을 재구성하 는데, 과학적 발견의 중요한 부분들이 전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사회학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최근 인류역사에 나타난 가장 특징적 변화의 하나로 과학기술적 영향력 증대를 꼽을 수 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 생활의 물리적 측면 뿐 아니라, 사고, 규범, 가치관 등 정신세계에 까지 영향을 끼쳐 과학기술은 이제 사회변동의 핵심요소, 나아가 그 결정요인으로 간주되기까지 한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역동적 관계를 규명코자하는 과학사회학의 대두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라는 시대 변화의 자생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세계는 과학기술시대, 첨단과학시대라 불린다. 이는 곧 과학기술의 막강한 사회구성 력을 시사하는 언표로서, 자연계, 비자연계를 막론한 대다수 학자와 정책가들 사이에 널리 공인되 고 있다. 때문에 과학기술과 사회변동간의 동학에 관한 체계적 분석을 목표로 하는 과학사회학 의 요청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과 사회학의 접목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양자는 탐구대상 및 접근방법에 있어 현격한 질적 차이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은 사회현상과 작동원리가 본질적으로 상이하다. 흔히 자연법칙이라 불리는 일률적 원리하에 움직이는 자연현상과는 달리, 사회현상은 행위자의 욕구나 의지에 따라 임의로 변경가 능하다. 또한 대상이 그런 까닭에 자연과학은 관찰이나 실험과 같은 일련의 절차를 통해 자연질 서의 존재를 밝혀가는 법칙정립적 접근Nomothetic Approach으로 일괄할 수 있었던 반면, 사회과 학은 외적 현상의 관찰과 더불어 그 이면에 내재한 주관적 의미를 색출, 해명하는 방법을 외면할 수 없었다.

물론 사회학 발전도상에서, 가치중립성의 신화에 경도된 많은 연구가들이 자연과학과 사회과 학의 변별성을 간과한 채 [사회학의 자연과학화]에 천착했던 사례가 없었던 바는 아니다. 하지 만 실증주의적 해독이 상당량 완화된 오늘날, 사회학은 자체의 학문적 역량과 한계에 대한 자각 하에, 과학발전의 원인과 결과라는 과학사회학적 소재에 관심을 강화시키고 있다.

과학지식은 기본적으로 지속적 성장과 축적이라는 누적성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종교, 철 학, 예술, 역사, 정치, 사회학 등 자연과학 외적 분야에 속하는 지식은 학문적 전통이나 위세에 관 계없이 고답적 논쟁과 비판을 반복하는 비누적성을 특징으로 한다. 뉴턴 역학체계가 아인슈타인 의 상대성이론으로 대체된 오늘날, 인문사회계에서는 여전히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한 아리스토 텔레스적 논쟁이 거듭되고 있음이 이를 실증한다.

그러면 진보여부의 판단이 불확실한, 따라서 [불가능의 과학 Impossible Science ] 이라고 혹 평받기까지 하는 사회학의 과학 현상에 관한 분석적 가치는 어디서 찾을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그것은 [과학지식의 사회적 구성성Social shape of scientific knowledge ]에 대한 인식이 학계내 외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음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앞서 지적한 과학지식의 사회적 구성력이 과학에서 사회적 구성력이 과학에서 사회로의 발전 관계를 뜻한다면, 과학지식의 사회적 구성성은 그 역인 사회에서 과학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과학발전이 자율적 발전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반 사회적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임을 함축하는 개념인데, 이러한 사고는 과학발전의 불연속성을 이야기 한 토마스 S 쿤 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의 중심주제를 이루는 것이다. 그 시원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유기 적 연관을 강조한 K. 마르크스의 과학론으로 소급될 수 있다.

근대산업이 발흥하던 1867년 마르크스는 {산업공정은 이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 적, 체계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예단은 순수과학Know what 과 기술Know how이 합체를 이뤄 실용적, 영리적 목적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현 사회현실에서 명백 히 입증된다.

19세기말 독일에서 발원해 세계적으로 확산된 과학기술혁명은 순수 과학지식이 자본의 영향하 에 생산기술과 결합하여 생산력을 비약시키게 된 사회경제사적 대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과학 지식이 상업성이라는 과학외적 목표에 부응해 급성장하여 온 지난 한 세기간의 역사적 체험은 다 름아닌 과학지식의 사회적 구성성을 우리에게 통각시켜 준다. 이렇듯, 과학지식의 사회적 구성성 에 대한 인식은 종래의 과학결정론적 시각을 넘어선 과학과 사회간의 보다 정치한 분석을 요청, 과학사회학적 연구의 필요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과학 대 비과학의 대립과 단절을 강조한 C.G. 스노우의 {두개의 문화}론으로 부터 간파할 수 있듯, 과학시대를 바라보는 사회학자들의 눈길은 전례적으로 호의로운 것이 아니었다. 현대 과학 기술이 부여해 온 다대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합리성이 팽배한 [과잉합리적]사회현실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H.마르쿠제, L.엉포트, J.하버마스의 저작들에 일관해 출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과학비판론 역시 과학찬양론 못지않은 편향적 사고로, 나날이 정교화하고 있는 과학과 사 회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데 원천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 모두는 과학과 사회의 상호구속성이 전제된 폭넓은 시각하에 포섭되어야 하는, 즉 과학 사회학은 향후 학문적 체계를 정련시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과학만이 유일의 진리요 힘이라는 과 학중심주의 과학기술의 긍정적 가치를 전면 부인하는 반과학적 이데올로기 과학기술의 사회적 구 성요인 중 계급적 요소에만 집착하는 마르크스주의 과학관, 과학기술적 발전사례들을 단수 나열 하는 편년사적 과학관, 사회현상을 자연과학적 개념이나 법칙으로 정식화 하려는 과학환원론, 학 제적 모임이라는 미명하의 밑도 끝도 없는 산발적 과학논쟁과 같은 단순논리의 질곡 등이 극복해 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요컨데 과학사회학적 통찰은 과학지식의 사회적 기여와 폐해에 관한 균형적 시각을 제공함과 더불어 그 사회적 구성성에 관한 이해를 통해 도구적 합리성의 수준을 넘어선 [합목적적 과학 관], [전망적 사회상]을 정초할 수 있는 지적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정책학

염재호(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사라 장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있으면 전율을 느낄 정도의 섬세한 음의 전달과 감정 표현의 능숙함을 맛보게 된다. {TIME}지에 현대사회가 낳은 천재 가운데 아인슈타인 등과 함께 소개되 어서 설마했는데 실제로 일전의 한국 공연을 본 느낌은 어린 소녀에게서 어떻게 그런 신비로운 연주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더욱 새롭게 해주었다. 천재는 타고 나는 것일까?

과학기술을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사라 장과 같은 천재를 교육과 훈련에 의해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뛰어난 과학기술의 업적은 천재에 의해 우연히 탄생되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나 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인지, 이러한 물음을 출발점으로 과학기술정 책론에 대한 논의는 시작된다.


<기술결정론적 이해>

기존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는 소위 기술결정론적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과학기술은 창조적 천재의 개인적 업적에 의해 발현되고 그 결과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아 변 화하게 된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증기동력기를 발명한 와트슨이나 에디슨이라는 개인이 없 었다면 우리는 우리는 오늘날 대량생산이나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그들의 발명에 의해 현대사회는 형성된 것인가?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사과가 떨어짐을 보고 뉴턴이 우연히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식의 논리로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데에는 개인의 능력이나 우연성보다는 사회의 환경적 요소가 그러한 발전을 유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위 기 술결정론적 주장에 대칭되는 사회결정론적 관점Social shaping of Technology이 바로 이러한 주 장이다. 사회결정론적 관점에 의하면 과학기술의 진보는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 된다. 바꿔 말하 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Necessity is the mother of invention ]로서 사회의 수요에 의해 과학 기술은 진보한다. 사라 장의 예로 보면 그의 재능이 타고 났다는 부분도 있으나 사회적 환경 및 교육이 그를 천재적 연주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업내의 기술개발만 보더라도 조셉 슘페터에 의해 대표되는 기술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기술개 발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의 산물이라고 본다. 즉 기업내의 기술의 발 전은 기업이 추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대해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사회의 필요에 의해 기술 진보가 촉진되고 기술진보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과학의 원리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으며,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가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의 사 회적 필요성이 초전도체 기술에 관심을 모으게 되고 초전도체개발을 위한 실험과정을 통해 과학 적인 현상에 대한 이론적 진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의 환경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회결정론적 논리에 서 면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크게 된다. 온 세계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과학기술개발에 적극적인 것 도 이러한 논리에 기인한다. 즉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산업의 발전은 한 국가로 하여금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게 하고,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제품의 개발은 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 에 국가경쟁력에 절대적이다. 특히 포디즘적 대량생산 체제만으로 더 이상 부가가치의 확대를 기 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전도상국으로 생산설비가 이전되고 있으며, 선진국간에는 기술개발을 통 한 경쟁이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개발을 개인이나 기업에 맡겨 두게 되면 소위「시장실패 현상」이 나타나 게 된다. 기업의 경우는 불확실성이 높은 기술개발에 대해 투자하기를 꺼린다. 따라서 슘페터의 기술개발에 대한 기업가 정신의 기대는 지나친 이상론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은 다른 기업이 개발 한 기술을 모방하거나 기술사용료를 지불하고 제품생산을 하거나, 아니면 기술개발 이외의 산업 에 종사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단기적 이익추구 행위 는 국가전체적 측면이나 장기적인 면에서 기술의 종속화, 기술의 국제분업, 무역수지의 악화를 초 래하는 역기능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효율적 정책개입 의 필요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

그러면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무조건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정책 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의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정책의 경우에도 우리는 많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돕는다하여 무조건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모든 과학기술정책이 정당화되 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지원이 과학기술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자산업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오히려 민간기업의 자생적인 기술개 발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정책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정부가 과학기술의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기술창출Technology push 정책활용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과학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기 술수요유도Demand pull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 아니면 산업기술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산업기술육성은 대기업중심이 바람직 한가, 아니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러한 일련의 질문에 대해 과학 기술정책론은 답을 구해보고자 한다.

과학기술정책론에서는 과학기술 육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정책적 논의에 관심을 기울인다. 과학기술체계와 과학기술정책수단의 효율성, 과학기술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처간의 갈등, 기술도입 과 자체 기술개발의 정책 효율성, 상징적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 과학기술 육성계획과 정책집행의 괴리, 불확실성과 과학기술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 검증되지 않은 과학기술에 대한 무모한 정책지원의 문제, 과학기술정책의 정지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분석의 대상이 된다. 이 와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초래된 사회적 효과 및 환경적 영향에 대한 분석을 다루는 기술평 가Technology assessment,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과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 산학 협동 등과 같은 사회 제집단의 공동연구 개발체제에 대한 국제적 조정 및 협상에 대한 전망도 과 학기술정책론의 주요한 연구대상이 된다.


<인문사회학의 접목>

극히 최근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학기술자의 손에 맡겨져왔다. 과학기술에 종사하는 사람 들의 노력과 능력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초래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과 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도 사회생활을 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의 제반 영역에 과학기술을 근간으 로 하는 업무의 영역이 확장되었고, 과학기술은 우리의 일상문제로 다가왔다. 통신, 환경, 보건위 생, 우주, 전자산업, 교육, 뉴미디어 등 과학기술과 맥이 닿지 않은 사회 이슈는 거의 없을 정도로 과학기술의 영역은 확장되고 있다. 아울러 행정부의 대부분의정책문제는 과학기술과 연결되어 잇 다. 또한 기존의 과학기술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도 사회과학적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조직의 확 장과 복잡성의 증대로 효율적인 조직관리가 어렵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바꾸어 말하면 과학기술 의 문제가 과학기술자만의 고유한 영역으로서만 인식되어서도 안되고 인문사회과학 전공자가 과 학기술을 도외시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는 과학기술의 사회화가 과학기술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보다 심층적인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의 축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 다.

이미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연구 및 교육의 강화가 과학기술관리에서부터, 과학기 술정책, 과학기술사회학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나타나고 잇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 Sussex 대학의 과학기술정책연구소나 네덜란드의 MERIT, 일본의 NISTEP, 한국의 과학기술정책 연구소 등의 기관이 활발한 연구 및 교육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본교에서도 이미 「고대의 과학화」를 추진하여 기초과학지원센터의 유치와 테크노콤플렉스의 설립, KIST와 공동으로 대학원에 학연협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최근에는 대학원 행정학과에 과학기술정책 전공이 설치되었고 대학원에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접목하는 과학 학 전공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의 일상화에 대한 대학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자연 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만나는 학문의 장이 새롭게 여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과학경영학    - 사회과학적 방법론 통해 과학기술을 경영에 적용

박장선(KAIST연구실장.기술경영학)

최근 기술개발력이 기업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요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기술이 경영활동의 보조적 수단이나 외생 변수로 인 식되던 전통적 사고로부터 자본 및 인력과 마찬가지로 기술로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며 내생변수 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탄생시켰다. 이 분야는 아직 명확한 개념의 정립과 체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지만, 국가나 기업의 기술적인 문제, 예를 들면 기술개발, 기술이전, 기술혁신, 기술전략 등 과학과 공학의 성과와 활용에 대한 여러 문제들을 사회과학적 -주로 경영학적 -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연과학은 그 외의 학문과 공통적인 연결매개없이 개별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자 연과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여 더 전문적인 자기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면서 현대 과학기술 의 발달을 이끌어 왔다. 문제는 이렇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기업의 실무작업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학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정부 실무행정에 있어서 자연과학의 필요성을 더 증가되어 왔지만 전체적인 기반 부족 과, 국가적 경제 발전 계획에서 과학기술을 제 대로 수용할 수가 없었던 탓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업도 점점 세계화 되어가는 경 제 상황속에서 지금까지 기업 발전의 가장 중신이 됐던 자본만으로는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 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과학기술과 경제를 연결할 수 있는 학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우리 는 이것을 기술혁신technology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혁신은 1970년대 이후에 새로이 생겨난 이론으로 과학기술을 과학사 발전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기업의 경영과 국가의 발전에까지 적용시키는 경영관리학적 학문을 말한다.     미국의 MIT 대학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 이 이 분야에서는 가장 오랜 전통 과 다양한 과목을 제공하고 있으며 , 미국내에서는 80년대 후반까지 몇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이 기술경영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였다. 또 태국의 아시아기술연구소, 싱가포르 국립대 학 등 동남아권에서도 80년대말 이후 기술경영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한편 미 국의 기술경영학이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유럽에서는 정부차원의 기술정책학에 중 점을 두어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따라서 유럽의 여러 대학에 있는 기술정책학과의 프로그램 은 미국과 다소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학자들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기술경영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설하였고, 중앙대학교, 아주대학교 대학원 과정에서 기술경영학 을 별도의 학문 분야로 학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KAIST(경영정책학과)에서 기술경영학 분야의 석사 박사학위 과정을 개설중 에 있고,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기술경영학과)이 야간 석사과정을 ,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에서 역시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KAIST의 경우는 학부졸업 후 바로 입학하여 석 박사과정을 이수한 후 대학이나 기업 또는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다가 학원 과정을 밟는 예-산학제-도 있다. 중앙대의 경우는 야간 특수 대학원 석사과정이므로 학부과정에 서 과학 공학분야를 전공한 다음, 회사의 기술기획업무, 연구관리 업무에 종사하고 있거나 공무 원, 공공기관 또는 연구 기관의 기술정책, 연구관리와 같은 기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들이 많이 진학하고 있으며,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로서 과학기술 관리업무를 담당 할 경우에도 전문성을 깊게 하기 위해서 진학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는 앞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은 물론, 기업에서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일반대중을 좁히는 커뮤니케이션

김학수(서강대교수, 과학커뮤니케이션)

과학언론학(Science communication)은 과학기술과 일반대중의 거리를 좁히는데 기여하는 다양 한 커뮤니케이션 과정들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또한 과학자와 비과학자의 세계를 상호 연결시켜 주는 분야이기도 하다. 엄격하게 이야기해서 과학자와 비과학자는 전혀 다른 세계를 달리고 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자는 주로 이론의 세계를 그리고 있고 비과학자는 주로 현상의 세계에 몰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과학언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론 및 현상의 세계 에 대한 동시 이해가 요구되어진다. 그러나 이론의 세계는 개념들의 사다리를 통하여 올라가는 과학자 특유의 관념세계이기 때문에 손에 잡히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과학언론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기술이 어렵다 하더라도 일반대중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 적 요구에 직면해왔다. 과학기술전문기관들이 과학홍보에 앞서지 않으면 일반국민의 지지를 얻 을 수 없고 , 그런 지지없이는 재정적 후원도 받을수 없다. 그러므로 과학홍보를 통하여 그런 전 문기관들이 하는 과학기술 작업들을 투명화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홍보는 결과적으로 과학보도를 진작시킨다. 과학기술의 주제가 이제는 톱뉴스로 장식되 는 사례가 점증하고 있다. 새로운 의약품이나 기술의 발명, 과학이론의 혁명적 발상, 환경공해의 유발 내지 처방기술 등이 모두 현대사회의 일급뉴스감들이다. 그런 뉴스를 통하여 과학기술 자 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형성 하게 된다.

사실 과학보도는 그 내용의 복잡성 때문에 그림이나 사진을 동반하는 시청각 매체를 통한 전 달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청각 매체를 통한 과학보도가 앞으로 크게 활성화될 전 망이다. 또한 보도 뿐만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통하여 특정 과학분야를 다루는 경우도 많아지 고 있다. 예컨데, 자연다큐멘터리, 보건 관련 프로그램, 세계의 첨단기술을 다루는 기획프로그램 등은 전적으로 방송매체가 담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비단 과학보도만이 과학언론의 대상은 아니다. 과학광고 및 과학소설 등도 넓은 의미에서 대 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활동이다. 자동차 내지 비행기 등과 같은 첨단 산업 제품에 대한 광고는 자연히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담을 수밖에 그런 과학광고는 과학보도 못지 않게 일반대중의 과 학지식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과학자와 비과학자의 가교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상과 학소설을 포함하여 과학기술이 소재가 되는 과학소설도 마찬가지로 일반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일체의 과학저술 활동들이 모두 과학언론의 분야에 속한다고 하 겠다.

이제까지 과학언론학의 존재의의와 연구 대상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보다 세부적 으로 말 해서 과학언론학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개념은 정확성accuracy이다. 과학기술이 안고 있는 이론 의 세계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세계로 전환하는 데 정확성을 유지하기란 매우 힘들 다. 그러므로 과학언론학자들은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가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심지어 실천적인 면에서는 과학자들에게 언론매체의 구조를 경험하게 하거나, 아니 면 거꾸로 언론인들에게 과학자의 연구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과학언론학에 대해 교육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과학언론인을 필요로 하는 신문, 방송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울 러 과학기술 전문기관들이 과학홍보를 전담할 요원들을 대폭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현상황에서 앞으로 과학언론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대량으로 필요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고 여겨진다.

최근에 일어난 성수대교 참사 사건만 봐도 사람이 몇사람 죽었다는 식의 하나의 사건기사로만 다루어서는 결코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일종의 토목 관련 과학기사로 다룰 때에 비로소 진정 한 문제점들을 찾아낼 수 있으며, 나아가 개선점까지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거의 모든 사건과 정책들이 과학기술과 연관되지 않은 것들이 없다. 그러 므로 과학언론학에 대한 기본 훈련과 지적 무장을 한 사람들만이 현대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접근 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