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들어가는 말
2.인간게놈프로젝트란 무엇인가?
3.존재론적 환원주의, 방법론적 환원주의
4.인식론적 환원주의
1)표준적 환원 모델과 긍정적 사례들
2)반환원주의 : 유전자 개념들 사이의 이질성
5.분자ㆍ비분자유전학의 상보성: 물음론적 접근
6.인간게놈프로젝트의 실상
7.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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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새한철학회
학술지명 철학논총JOURNAL OF THE NEW KOREAN PHILOSOPHICAL ASSOCIATION
ISSN 1226-9379
권 22
호 1
출판일 2000. 10. 31.
인간게놈프로젝트와 환원주의
정상모
신라대
1-066-0003-12
국문요약
일반적으로 환원주의는 서구 근대과학에 특징적인 것으로, 반환원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과학에 특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이래 현대 과학을 주도하고 있는 분자생물학은 그 정의상 혹은 발생론적으로 환원주의적이다. 현대 생물학 최대의 연구 기획인 인간게놈프로젝트는 거의 전적으로 분자유전학의 발전에 의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게놈프로젝트도 분명히 환원주의적 기획이다. 그러나 ‘환원주의’란 개념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생물학에 있어서 환원주의 문제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존재론적, 방법론적, 인식론적 환원주의라는 통상적인 구분법에 따라 접근해 볼 때,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존재론적으로 그리고 방법론적으로 분명히 환원주의적이다. 철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연 인식론적으로 환원주의적인가 하는 물음이다. 인식론적 환원주의는 유전 현상이 궁극적으로 불리-화학적 용어들로 설명될 수 있다든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한다. 여기서 필자는 물리-화학적 용어들만으로 유전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한 인식론적 환원주의, 비물리-화학적 용어들과 함께 해야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약한 인식론적 환원주의로 나눈다. 그리고 유전자 개념에 대한 분석과 유전학에 대한 물음론적 분석을 통해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강한 의미의 환원주의가 될 수 없고 단지 약한 의미로 환원주의적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그러한 입장이 갖는 함축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부여된 부당한 기대들도 지적할 것이다.
영문요약
The Human Genome Project and Reductionism
While reductionism is generally peculiar to modern sciences, antireductionism would be peculiar to post-modern sciences. Yet molecular biology, which has led late 20century sciences, is genetically or definitionally reductionistic. The Human Genome Project (henceforth HGP), the biggest research project of this day, was able to exist almost by the development of molecular biology. Hence, HGP is certainly a reductionist project. However, reductionism has several different meanings, so it has been the object of serious disputes especially in biology. From the view of a traditional theory of reductionism, HGP is both ontologically and methodologically reductionist research program. What is philosophically more important is whether it is epistemologically reductionistic or not. Epistemological reductionism in genetics is the view that genetic phenomena can or should be ultimately interpreted in phyco-chemical terms. Here I distinguish two sorts of epistemological reductionism: the view that genetic phenomena can be completely and sufficiently interpreted only in phyco-chemical terms is a strong epistemological reductionism; the view that genetic phenomena can be completely and sufficiently interpreted only in both phyco-chemical and non phyco-chemical terms is a weak epistemological reductionism. Through an analysis of ‘gene’ and an erotetic approach to genetics, I argue that HGP be hardly on the strongly epistemological reductionism, rather it be on the weakly epistemological reductionism. Additionally I suggest some undue expectations of HGP, as its imp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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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는 말
흔히 20세기 전반은 물리학의 시대, 20세기 후반 이후를 생명 과학의 시대라고 한다. 생명 과학은 21세기에도 과학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 과학이 그처럼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것은 거의 전적으로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유전 물질로 알려진 DNA의 화학 구조를 규명한 이래 성립한 분자유전학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언론에도 심심찮게 보도되어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된 ‘유전 공학’, ‘복제’,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등도 바로 분자유전학의 발전에 의해 성립된 개념들이다. 그 중에서도 1990년에 공식적으로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사람 전 유전체 해독 계획1)’은 지금까지의 분자유전학 발전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전 유전체의 물리적 지도를 완성하고, 그것의 DNA 구조를 확인하려는 연구 기획이다.
전문적 용어에 대한 일상적 이해가 흔히 그러하듯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정확한 의미와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것은 물론 적잖이 오해되고 있다. 이를테면 그 연구가 완수되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유전 현상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해명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는 것처럼 간주되고 선전되고 있다. 그런 오해의 중요한 단초에 생명체 혹은 그것을 구성하는 세포의 분자적 구성과 그 기작에 관한 지식이 세포 혹은 생명체에 관해 필요한 지식의 전부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 여기서 바로 환원주의 문제가 발생한다. 생물학에서 환원주의 문제는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 현상이 궁극적으로 물리-화학적 용어들로 설명될 수 있는가?” 인간게놈프로젝트는 거의 전적으로 분자유전학의 발전에 의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게놈프로젝트도 분명히 환원주의적 기획이다. 그러나 ‘환원주의’란 개념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생물학에 있어서 환원주의 문제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존재론적, 방법론적, 인식론적 환원주의라는 통상적인 구분법에 따라 접근해 보면,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존재론적으로 그리고 방법론적으로 분명히 환원주의적이다. 철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연 인식론적으로 환원주의적인가 하는 물음이다. 인식론적 환원주의는 유전 현상이 궁극적으로 물리-화학적 용어들로 설명될 수 있다든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한다. 여기서 필자는 물리-화학적 용어들만으로 유전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한 인식론적 환원주의, 비물리-화학적 용어들과 함께 해야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약한 인식론적 환원주의로 나누고,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강한 의미로 환원주의적일 수 없고 단지 약한 의미로 환원주의적이라는 주장을 개진한다. 그러한 입장이 갖는 함축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부여된 부당한 기대들도 지적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필자는 그 프로젝트의 핵심인 유전자 개념의 환원가능성 여부를 밝히고, 필자가 물음론적 접근이라고 부르는 접근법을 통해 유전학에서 분자유전학이 갖는 위상을 규명할 것이다2).
2.인간게놈프로젝트란 무엇인가?
1920년에 멘델이 유전에 관한 염색체 이론을 확립한 이래, 유전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유기체의 ‘전 유전체(genome)’를 구성하는 염색체 쌍에서 특정 유전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염색체에 관해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던 당시에 유전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통상적인 방법은 다양한 동식물을 실험적으로 교배하는 것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간접적이고 부정확했다. 많은 자손을 낳은 생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특정 유전적 특징이 여러 대를 통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유전학자들이 어떤 유전자들이 함께 유전되는 경향을 발견하면, 이들 유전자들이 동일한 염색체 상에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간주했다. 이런 식으로 한 유기체의 표현형 상의 발현 빈도를 연구함으로써 모건(T. H. Morgan)과 그의 연구진은 초파리의 상이한 염색체들에 있는 유전자의 위치 지도를 확보했다. 이런 방법은 인간의 염색체 지도를 작성하는 데도 이용되었다. 가계도가 분명한 집안에서 여러 세대에 걸친 형질 발현을 추적함으로써 그 형질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식별하는 것이 종종 가능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혈우병과 색맹에 관련되는 유전자의 위치가 X성염색체 위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성염색체상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에만 사용될 수 있었다.
염색체 분석 기법이 향상되자, 화학 물질로 처리된 염색체에 나타난 띠들을 분석함으로써 여러 유전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염색체 이상과 어떤 유전적 질병을 관련 지을 수도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제적된 지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염색체 상에서 유전자들의 상대적 위치뿐이다. 즉 그것은 두 개의 유전자들이 유전 과정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분리되는지를 말해주지만 양자가 물리적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한 물리적 지도는 왓슨과 클릭이 유전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DNA의 구조를 밝힌 이래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분자 유전학에 의해 가능해졌다. 특히 이른바 DNA 재조합 기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불가능했다. 1970년대에 코헨과 보이어(S. Cohen, H. Boyer)가 개발한 DNA 재조합 기법의 활용이 가져온 놀라운 발전이 유전학 상의 가장 대담한 계획인 인간게놈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했다.
‘게놈(genome)’은 생물체를 구성하고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모든 유전 정보를 보유한 유전자의 집합체로서, 인간의 경우 23쌍의 염색체 중 1벌의 염색체군(23개 염색체)을 말하며, 부모로부터 자손에 전해지는 유전 물질의 단위체를 뜻하기도 한다. 분자유전학적으로는 1쌍의 염색체 혹은 DNA 중에서 형질의 유전에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진 DNA(프라즈미드, 프로바아더스, 프로파지, 세포 소화기관의 DNA를 제외한 모든 것)를 의미한다. DNA는 4가지 화학적 암호인 AㆍGㆍTㆍC 등의 염기 서열로 표기되며, 사람 게놈은 약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구조)유전자수는 대략 10만 개로 추정되며, 그것은 전체 염기의 5%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나머지 95%의 염기들의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는 조절유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염색체 자체의 기능에 관한 특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란 바로 30억에 달하는 염기 서열 전부를 해독하고자 하는 연구 과제이다. 그것은 10여 만개의 유전자들이 기능 및 특성을 밝히고, 그것들일 23쌍의 염색체 상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나타내는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것, 그리고 이 유전자를 포함한 전체 DNA 염기 서열을 결정함으로써 유전자의 구조적 특성과 게놈 전체의 구조적 본질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M. Vicedo 1992와 R. C. Deegan 1994 참조)
3.존재론적 환원주의, 방법론적 환원주의
철학에서 ‘환원주의’의 의미는 다양할 것이지만, 여기서의 관심사와 관련해서는 생물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애이얼러(F. J. Ayala 1979)의 구분법에 따르기로 한다. 그는 환원주의를 존재론적 환원주의, 방법론적 환원주의, 인식론적 환원주의의 세 종류로 구분한다3). 모든 살아 있는 체계는 다름 아닌 물리-화학적 실재들과 과정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할 때 성립하는 것이 존재론적 환원주의이다. 생물체는 물리-화학적 실재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그 이상의 어떤 신비로운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생기론의 쇠퇴와 함께 오늘날 이런 의미의 환원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대의 교과서적 생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분자유전학’ 이라는 명칭 자체가 유전 물질ㆍ현상에 대한 분자적 단위에서의 연구를 뜻하고, 그것은 또 유전 물질이 분자적 구조로 되어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에, 분자유전학 그리고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존재론적 환원주의의 입장에 있다. 애이얼러가 정의하는 존재론적 환원주의에 관한 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대한 철학적 논란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좋다(Vicedo, 1992).
방법론적 환원주의는 현상을 그것을 구성하는 낮은 단계 실재나 과정들에 관한 탐구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좋은 탐구 전략이라고 간주하는 입장을 말한다.(Ayala 1974, pⅷ참조) 많은 경우 기본 구성물은 물리-화학적 요소들을 지칭한다. 전통적인 서구 과학을 대표하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분자유전학은 이런 의미의 환원주의적 방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최선의 예로 간주된다. 그것은 단지 실용적인 의미로만 환원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분자유전학은 애초 유전 현상의 물리-화학적 기초를 발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초에 대한 이해가 유전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말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분자유전학의 전략과 연구 기법들을 사용한다. 따라서 인간게놈프로젝트도 당연히 방법론적 환원주의의 입장에서 수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연구를 위한 분석적 도구로서 방법론적 환원주의를 옹호했으며, 과학자들이 환원을 이야기 할 때는 거의 이 방법론적 환원을 의미한다.(E. Mayr 1985) 새프너(K. F. Shaffner 1967)는 대표적인 환원주자이다. 그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볼 때 유기체 일반 그리고 특히 그것들의 유전의 단위는 분자 이상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멘델의 유전자들은 ? 이제 우리가 알듯이 ? 궁극적으로 분자들, 즉 DNA 분자들이다. 오늘날 누가 이 점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그는 또 방법론적 환원주의를 옹호한다. 그는 유전학에 관한 충분한 이해는 물리 과학상의, 특히 화학상의 실재들에 관한 이해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리 과학들은 생물의 유기체적 특성(organization)을 무시한다는 식의 통상적인 반대는 물리 과학자들 역시 유기체적 특성에 민감하며, DNA 분자의 순서는 부분적으로는 생물이고 부분적으로는 화학이라는 사실에 의해 논박된다고 적절히 주장한다. 철학자 포퍼(K. Popper)는 비록 원하는 환원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해도 대단한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 즉 발견법적 의미에서 ? 방법론적 환원주의를 열렬히 옹호했다. 비록 실패로 끝난 환원 시도라 할지라도 종종 새롭고 깊은 문제의 발견을 가져 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 따르면 “과학자는, 심지어 궁극적 성공의 희망이 없을 때라도 계속적인 환원을 시도하는 비판적 환원주의자의 입장을 채용해야 한다.”(1974, 270) 오펜하임과 퍼트남(P. Openheim & H. Putnam 1958)은 환원주의는, 많은 상이한 종류의 과학적 연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환원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과학이 한 종류의 이론만 수용하는 것과 대비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환원주의는 발견법적으로 반환원주의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환원주의는 과학사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도 실용적으로 정당화된다. 분자유전학의 발전은 분명한 사례이다4).
4.인식론적 환원주의
1)표준적 환원 모델과 긍정적 사례들
인식론적 환원주의는 한 과학의 법칙이나 이론들은 더 낮은 단계의 좀더 근본적인 과학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식론적 환원주의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높은 단계의 분석을 낮은 단계의 분석으로 환원하는 데 관한 총체적 논제와 특정 과학 이론을 다른 과학의 법칙과 가정으로 환원하는 데 관한 국지적 논제가 그것이다. 철학적으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흔히 ‘이론 환원’으로 부르는 후자의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낮은 단계라는 것은 결국 물리-화학적 단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식론적 혹은 이론적 환원이란 한 체계의 물리-화학적 설명이 그 체계의 현상과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며, 따라서 그 현상에 대한 높은 단계의 설명은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함을 보여 주려는 시도이다. 그렇다면 분자유전학이 환원주의적인지 아닌지는 분자적 설명이 유전 현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며, 그 이상 단계의 설명은 불필요하거나 무관한가의 여부에 달려있다.(Ayala, 1979)
환원에 대한 관심이 이론 환원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에서의 환원이 단순히 방법론적 환원 혹은 발견법적 환원 이상의 의의, 이를테면 인식론적 의의를 가질 것이라는 소망스런 믿음이 있었고, 또 특히 네이글(E. Nagel 1962)이 이론 환원의 구체적인(형식적)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인식론적 환원 문제를 논의할 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네이글의 표준적 이론 환원 모델과 그것이 갖는 한계는 대체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5), 여기서는 그것의 단점으로 보완해서 새프너(1976)가 제시한 “일반 환원 모델(general reduction model)”을 논의를 위한 표준적 이론 환원 모델로 간주한다. 환원되는 원래 이론 TR, 환원을 위해 수정된 이론을 T*R, 그리고 환원하는 이론 TB의 3 이론이 있다고 하자. 새프너의 모델에서 환원 성립의 조건인 연결가능성(condition of connectibility)과 도출가능성(condition of derivability)은 T*R과 TB사이에 성립한다. 즉 유사 물 T*R은 환원하는 이론 TB와 보조적 조건들을 상술하는 문장들을 합친 것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연역될 수 있다. 그리고 TR과 T*R은 서로 “강하게 유사하다”고 가정된다. 환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새 이론은 옛 이론을 설명할 것이며, 옛 이론이 왜 그렇게 잘 들어맞는지를 설명할 것이며, 옛 이론이 잘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을 설명할 것이다.”(P. Churchland 1986, 282-83, Shaffner 1993, 427에서 재인용)
유전학에서 환원 관계를 성립시키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자유전학과 비분자유전학은 각각 이론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 양자의 중심 용어들은 서로 이질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중개 규칙 ? 흔히 ‘다리 법칙bridge law이라 부른다 ? 을 통해 적절히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비분자적 유전학은 분자유전학과 보조적 조건들을 상술하는 문장들을 합친 것으로부터 근사적으로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원이 성공적임을 판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분자유전학은 비분자유전학을 설명할 것이며, 비분자유전학이 왜 그렇게 잘 들어맞는지를 설명할 것이며, 비분자유전학이 잘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을 설명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과 기준을 기초로 하여 유전학에서의 이론 환원 문제에 접근해 보자. 이론 환원 문제를 유전학에 적용함에 있어서 먼저 봉착하는 문제는 과연 유전학에 이론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논리 실증주의적 전통에서 수립된 이론 개념에 따르면, 이론은 여러 개의 법칙들을 포괄하는 대규모의 설명 틀을 말한다. 뉴턴의 역학 이론, 상대성 이론, 질병 세균 이론 등이 그 좋은 보기들이다.(W. Bechtel 1988, 27) 유전학이 그런 의미의 이론을 갖지 않는다는 주장은 대체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J.J. C. Smart 1963, Hull 1972, Kitcher 1984) 많은 철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생물학에서 이론에 해당하는 것은 그 구조에 있어서 물리학이나 화학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휨자트(W. C. Wimsatt 1976)는 법칙(혹은 이론)보다는 메커니즘이 생물학의 중심이라고 제안했다. 키쳐(P. Kitcher 1984)는 유전학을 유전 현상에 관한 언급에 사용되는 공통의 언어, 허용되는 언명들, 현상에 관한 적절한 물음들, 그리고 해답을 찾는 데 사용되는 일련의 추론양식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연구 개발 수단(developing practice)”으로, 로젠버그(A. Rosenberg 1985)는 “사례-지향적 연구 프로그램”의 산물이라고 본다. 새프너(1993, ch. 3)도 분자유전학을 포함하여 생명 과학의 많은 이론들이 물리학에서 볼 수 있는 표준적인 이론 유형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는 (면역학, 생리학, 발생학, 신경과학 등과 함께) 부자유전학에 있는 이론은 생화학의 보편적인 이론들과 신다윈주의 진화론의 보편적 메커니즘 사이의 중간인 “중간(적적용) 범위의 이론(theories of the middle range)”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견해를 종합할 때, 유전학에는 물리학에서와 같은 엄밀한 의미의 이론 환원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대신 느슨한 의미의 이론 환원 관계의 성립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론 대신 휨자트가 말한 메커니즘 정도의 수준에서의 환원 관계 말이다. 즉 비분자적(상위) 단계의 유전 법칙들이 분자적 단계의 메커니즘에 의해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된다면 양자간에 인식론적 환원 관계가 성립한다고 간주하기로 하자.
모르(H. Mohr)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보여주듯이, 적잖은 학자들이 유전학에서의 이론 환원의 존재를 인정했다:
분자생물학이라는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오늘날까지 엄밀하게 환원주의적이었다. 그 목적은 항상 생명 과학의 통일이었다. 즉 고전 생물학의 여러 분야의 주요 요소들을 가장 근본적인 생명 과학인 분자생물학에 속하는 용어들로써 설명하는 것이었다.(1989, 141)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몇몇 살펴보자. 분자유전학이 유전자 복제, 서로 떨어진 염색체상의 상동염색체의 독립 분리, 발현, 돌연변이 그리고 재조합 등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현격하게 증대 시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재조합, 복제 그리고 수복(repair)과 같이 표면상 무관하게 보이는 과정들 사이에서 놀라운 연결을 발견한 일은 분자적 세부 설명의 의의를 배가한다. 또 유전자 재조합에 대해서도 훨씬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한다. 재조합이 전적으로 임의적이지 않는지를 설명하고, 좀더 상세한 유전자 재조합 패턴 (이를테면 공간상 근접한 교환에 있어서의 간섭 패턴)을 규명하기도 한다. 재조합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규명함으로써 연관 관계에 대해서도 훌륭한 설명을 제공한다. 비록 아직은 형질 전달과 발현의 많은 부분을 분자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S. Sarkar 1998, 152-53)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자유전학의 발전이 비분자유전학적 언어를 모두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지나친 낙관론이다. 고적적 유전자가 고전적 표현형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실재인 한, 고전적 유전자를 환원한 분자적 유전자도 고전적 표현형에 제약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분자유전학의 성공 사례들이 분자유전학의 여러 세부들에서 조각조각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들임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것들을 다 합친다고 두 유전학 사이에 총체적 환원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환원주의적 설명이 아직은 단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생물학적 현상에만 주어졌으며, 나아가 그런 설명이 ? 원리상 제공될 수 없다는 주장을 비난하면서도 ? 생물 과정들에 꼭 유익하지는 않다는 네이글의 지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Nagel 1949)
2)반환원주의 : 유전자 개념들 사이의 이질성
분자유전학과 비분자유전학간에 이론 환원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심각한 개념적 틈이 있다면, 양자간의 인식론적 환원 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두 이론의 중요 개념들이 상호 번역될 수 없기 때문이다. 로젠버그(1985)와 헐(1972, 1974)은 개념적 틈에 관한 대표적인 논증을 제시했다. 논증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비분자(멘델)적 유전자는 표현형에 의해 추정된 실재인 까닭에 두 유전자간의 관계는 멘델의 표현형을 매개로 해서 확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자적 유전자와 멘델 표현형간에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상관 관계나 연결은 없다.”(Rosenberg 1985, 97) 양자간의 관계는 적절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다대 다의 관계라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사례들이나 낫세포 빈혈 현상에 관한 분자적 설명과 같이 다양한 비분자적 현상의 부분 부분에 관한 분자적 설명은 종종 성공적이었다. 그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두 유전자 개념간의 관계가 감당할 수 없이 복잡한 까닭에, 총체적인 분자적 설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M. Ruse 1988, 28 참조) 이 점은 인간게놈프로젝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 게놈의 염기 배열을 알기 위해서는 유전자 지도가 있어야 하고, 유전자 지도에서 유전자는 표현형을 통해서 확인되는 실재인 까닭이다.
대립유전자의 분자적 정의는 간단하다. 즉 그것은 (유전자)좌위 배열(a sequence of locus)이고, 좌위의 정의는 다른 DNA 절편(segment of DNA)의 상대적 위치에 의해 정의되는 특정 DNA분절이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70년대이래 진핵세포 유전자를 분자적 단계에서 규정하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사커는 유전자를 DNA절편으로 정의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하고 있다.(Sarkar 1998, 157-59)
ⅰ) 진핵세포 게놈 상의 많은 DNA는 형질 유전과 직접적으로는 무관한 소위 ‘무용한(junk) DNA’이다. 이런 유전자가 전체 사람 게놈의 약 95%를 차지한다. 무용한 DNA는 고전적 좌위에 대응하는 부분들 사이에는 물론 그 안에도 존재한다.(따라서 DNA와 유전자를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무용한 DNA는 비록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세포적 메커니즘에서 그것의 역할을 발견하기 전에는 그것들이 무용하다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 세포 유지 혹은 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중요한 진화적 기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ⅱ) 구조이동 변이(frameshift mutation)현상은 유전자 암호의 “자연 동조화(natural synchroniza- tion)”에도 예외가 있음을 드러냈다. DNA배열이 세 개씩 읽혀지지 않는 구조이동 변이가 발생하면, 특정 뉴클레오티드에서 시작해서 한 개 내지 두 개의 염기를 건너뛰어서 전혀 다른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때로 동일한 DNA 절편으로부터 상이한 단백질들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런 경우 DNA 절편과 좌위와의 관계는 일대 다의 관계일 것이다.
ⅲ) 스플리이싱(splicing: 무용한 DNA를 복제한 전령 RNA[mRNA]부분을 제거하는 것) 외에 일반적으로 ‘에디팅(editing)이라 부르는 여러 가지 유형의 전사 후 mRNA 수정이 있다.
ⅳ) 많은 DNA 절편이 게놈 상에서 여러 번 반복되어 있으며, 이들 절편 중 많은 것이 명백한 암호화 혹은 조절 기능을 갖는 좌위이다. 따라서 하나의 고전적 좌위가 염색체상의 많은 상이한 위치에 대응한다.
ⅴ) DNA 절편에서 선형 폴리펩티드, 입체 폴리펩티드, 특정 구조의 단백질 등을 거쳐 특정 형질(표현형)로 발현되는 생화학적 과정은 너무나 많은 변수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메커니즘으로 파악될 수 없을 것이다. 이 과정의 생화학적 통로의 압도적인 복잡성이 표현형에 의해 규정되는 유전자와 분자적으로 규정되는 유전자 사이에 많은 너무 많은 변수와 임의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양자간에 적절한 연결이 불가능하다.
분자적 유전자와 비분자적 유전자간의 건널 수 없는 간격은 분자적 단계에서 유전자 개념을 핵심으로 하는 통일적 유전 이론의 성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비록 모든 유전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DNA (혹은 아마도 RNA) 분절이지만, 각각의 분명한 구조나 메커니즘은 그 역할에 따라 다양하다. 이를테면 어떤 유전자는 RNA 분절 속으로 전사됨으로써 작동하고, 다른 유전자는 이웃하는 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함으로써 작동한다. 따라서 분명한 분자적 구조로 된 통일적 유전자 개념이 성립할 수 없으며, 그것은 또 분자적 단계에서 유전자 개념을 핵심으로 하는 통일적 이론의 성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인식론적 환원은 불가능하다. 워터스처럼 유전자를 다음과 같이 선언적 형식으로 정의해도 사정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분자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산출되는 임의의 선형정보 배열” 혹은 “잠재적 복제 능력을 갖는DNA 뉴클레오티드 배열로 되어 있으면서 유전자 발현을 초래하는 것의 선형배열을 암호화하는 것”(Waters 1994, 165). “유전자 발현”이 “형질 발현”이라는 의미와 관련되지 않을 수 없고, 또 후자는 본질적으로 고전유전학적 용어라는 간단한 사실 때문이다.
유전자의 분자적 정의는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유전되고 또 표현형으로 발현하게 하는 핵산의 선형 분절”과 같은 식으로밖에 할 수 없다고 한 밴스(R. E. Vance 1996, 44, 필자의 강조)의 주장은 그래서 정당해 보인다. 그리고 밴스의 주장이 옳다면, 비분자유전학의 분자유전학에로의 명백한 국지적(local) 환원에도 불구하고, 양자간에 총체적(Holistic)인 이론(인식론적) 환원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 결론은 인간게놈프로젝트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사람의 전체 유전자에 대한 분자적 해석은 물론 원리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에 대한 분자적 해석이 하나의 통일적 이론이나 메커니즘에 의해 총체적으로 진행될 수는 없다. 단지 몇몇 유형 별 혹은 유전자 낱낱에 대해 상이한 종류의 분자적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물리-화학적 용어들만으로 유전 관련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강한 인식론적 환원주의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없다.
5.분자ㆍ비분자유전학의 상보성: 물음론적 접근
과학에 대한 거의 모든 철학적 접근은 이론이나 법칙과 같은 명제적 혹은 평서문적 접근이다. 그러나 과학은 본질적으로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특히 현재의 생명 과학의 경우 그러한 특성은 두드러진다. 따라서 필자는 과학을 문제-해결이라는 역동성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을 해결의 차원이 아니라, 문제 변화의 역동성에서 접근하는 것이 그러한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것을 ‘물음론적(erotetic) 접근’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과학에서의 탐구 과정을 물음의 “계속적인 재명료화(successive reclari-fication)” 혹은 “순차적 재형식화(sequential reformulation)”라고 규정한 게일(S. Gale, 1978, 335)의 견해를 따라 유전학 상의 주-물음을 중요 국면 별로 재구성하고, 그것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전학의 특성을 밝혀 보기로 한다.(V. Orel 1985, 40-47 참조)6)
멘델이 유전학을 맨 처음 시작할 때의 주-물음을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물음 1〉생물(식물) 형질의 유전을 지배하는 법칙은 무엇인가?
당시 멘델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형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결정 인자의 존재를 식물의 수정 과정과 연계시켜 설명하려고 하였고, 그 결정 인자를 “미세한 입자로서, 형식[질]의 산출에 함께 작용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potentially formative elements)”이라고 불렀다7). 멘델은 그것의 물리적 기작은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 과정은 일정한 법칙을 따르며, 또한 이것은 생명의 단위체로서 세포에서 만난 인자들의 물리적 구성과 배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Orel 1985, 62) 멘델이 가진 이러한 배경 지식을 감안하여 〈물음 1〉을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물음 2〉미립자로 구성되며, 생명에 본질적인 것으로 세포 속에 존재하면서, “함께 작용하여 생물의 형질을 산출하고 전달을 가능케 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유전자)의 작용(유전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 내지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멘델이 완두콩을 사용한 실험을 통해 발견한 분리의 법칙과 독립의 법칙은 유전학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물음 2〉의 답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것은 다만, 유전자의 작용 중에서 수정을 통해 배분되는 유전자 전달의 법칙만을, 그것도 유전자가 결정짓는 형질이 단순하고 극단적인 형질인 경우에만 들어맞는 법칙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학의 대두는 20세기 유전학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유전학자 모건은 유전에 대한 염색체설을 낳았다. 이 후의 연구 결과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밝힘으로써 염색체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유전학에 관한 주-물음은 이제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물음 3〉미립자로 구성되며, 생명에 본질적인 것으로 세포 속의 염색체 상에 재조합 빈도의 차이에 따른 상대적 위치에 존재하면서, 표현형이 분명히 구분되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 경우 멘델의 법칙에 따라 함께 형질을 산출하고 형질 전달을 가능케 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유전자)의 작용(유전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 내지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멘델의 법칙에다 유전자 지도상에 나타난 유전자들의 상대적 위치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제시되었다. 전자는 형질이 세대를 통해 전달될 때(수정 시)의 법칙이고, 후자는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순서와 그들 사이의 거리에 대한 정보이다. 그러나 아직도 유전자 자체의 물리적 성분, 구조, 작용, 그리고 유전 현상 전체에 관한 통일적 메커니즘 등과 같이 핵심적인 물음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이 주어지지 않았다. 1953년 드디어 왓슨과 크릭이 유전자의 화학적 구조 ? DNA이중 나선 구조 ? 를 밝힘으로써 분자유전학이 성립하게 된다. 이제 〈물음 3〉은 다시 다음과 같이 바뀐다:
〈물음 4〉DNA분절로 구성되며, 생명에 본질적인 것으로 세포 속의 염색체 상에 재조합 빈도의 차이에 따른 상대적 위치에 존재하면서, 생화학적 메커니즘에 따라 복제, 재조합, 전사, 폴리펩티드 합성, 등의 작용을 하고, 표현형이 분명히 구분되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 경우 멘델의 법칙에 따라 함께 형질을 산출하고 형질 전달을 가능케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유전자)의 작용(유전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 내지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유전 물질로서의 DNA를 완전히 해명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항목이 필요하다. DNA는 하나의 새로운 세포, 나아가 하나의 완전한 개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 정보는 세포 분열 전에 정확히 복제된다는 것이다. 둘째, DNA는 유전 정보를RNA로 전사시키고, RNA를 다시 폴리펩티드로 번역 시키도록 명령함으로써 유전 물질이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메커니즘은 대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번역된 단백질이 각 세포, 나아가 각 생물의 형질을 표현하게 되는 최종 단계까지에 관한 분자적 설명은 요원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유전학 연구 프로그램의 핵심 물음으로 제시된 〈물음 2〉,〈물음 3〉, 그리고〈물음 4〉에는 유전자의 물리적 구조, 속성과 위치, 작용 메커니즘, 전체 메커니즘이라는 4개 범주의 주요 전제가 공통적으로 있다. 각 〈물음〉을 통해서 전제의 네 범주의 내용 변화가 보여 주는 것은 다음의 사실이다: 한 편으로 물음의 전제들 각각에 지시적으로 근사적인 대응 관계에 있는 짝이 있으면서, 나중 물음의 전제들 모두가 먼저 물음 상의 대응하는 전제의 상세화이다8). 다른 편으로 각 물음의 주요 개념들, 즉 “미립자”, “생명의 본질”, “세포 속에 있음”, “함께 작용함”, “잠재적 형성 인자”, “형질 산출과 전달” 등이 모든 〈물음〉에 분명히 남아 있다. 특히 ‘미립자’라는 분자적 용어와 ‘형질’이라는 고전적 용어가 모두 들어 있다. 이에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분자유전학과 비분자유전학 사이에 내용상의 구획을 지을 수 없다고. 필자가 “상세화”로 표현한 국지적인 환원 관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으로 볼 때 양자는 불가분적으로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분자유전학과 고전유전학간의 형식적 관계를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관계를 필자는 “물음론적 환원(erotetic reduction)” 관계라 부른다9).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최종 목적, 즉 사람의 유전적 정보의 완전한 파악은 바로 〈물음 4〉에 대한 완전한 대답이다. 그렇다면 〈물음 4〉가 갖는 인식론적 특성을 인간게놈프로젝트도 그대로 가질 것이다. 따라서 인간게놈프로젝트도 비분자 유전학의 법칙이 분자유전학의 법칙으로 환원될 수 있다든지 물리-화학적 용어들만으로 유전 관련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 즉 강한 의미의 이론 환원주의로 규정될 수 없다. 그것은 물리-화학적 용어와 비물리-화학적 용어가 함께 할 때 유전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 즉 약한 인식론적 환원주의로 적절히 규정될 수 있다.
6.인간게놈프로젝트의 실상
만일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순전히 분자적 용어(구조)로써만 기술한다면 어떻게 될까? 로젠버그(1996, 1-2)는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비유를 제시하고 있다. 나선형의 전화번호부 다발이 있다고 하자. 뉴욕의 맨해튼의 인명전화번호부 크기이며, 두 줄로 1.5마일 이상의 높이로 서로 접착되어 쌓여 있다. 책표지에는 제목도 없고, 속에는 단지 번호만 있다. 번호들은 어디서 한 번호가 끝나고 어디서 새 번호가 시작하는지를 알 수 없게 위 왼쪽부터 시작하여 전체 면을 채우고 있다. 구두 기호도 전혀 없다. 지역코드로 분류되어 있어서, 어디서 한 지역코드가 시작하고 끝나는지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코드의 의미도, 그것들이 어떤 지리학적 영역을 관장하는지도 알 수 없다. 각각의 책은 이름은 물론 표지도 없이 쌓여 있다. 인접한 책의 연속적인 지면들에는 새 번호가 임의적으로 재부여된다. 그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각 권의 시작과 끝은 각 책의 중간 어딘가에 있지만, 시작이 어디며, 끝이 어딘지는 알 수가 없다. 더 심한 것은 90 내지 95%의 번호가 가입자가 없는 번호이다. 물론 우리는 양자를 구분할 수 없다. 더욱이 이들 미사용된 번호들은 사용되고 있는 번호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지역코드가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를 모른다. 그렇기는 하지만 등재된 지역코드에 관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때때로 지역코드와 전화번호는 반복된다(때로는 한 권 안에서 그러나 때로는 멀리 떨어진 책들간에). 둘째, 때때로 지리 수에 있어서 진짜 지역코드에 있는 번호들과 아주 유사한 번호들이 있다. 그러나 그 번호들에 지역코드는 배정되지 않았으며 모든 전화번호들은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심지어 거의 모든 진짜 지역코드 안에서도, 이름이 배당된 전화번호의 목록이, 전화번호화 했을 때 이름이 배당되지 않은 긴 십진법 배열에 의해서 중간이 절단된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1.5마일 높이의 이중 전화번호 더미 속에 있는 모든 숫자를 컴퓨터에, 그것도 전화번호가 아니라 단지 연속적으로 나열된 숫자들을 옮겨 적으려는 계획에 비유된다. 사람 게놈은 30억 개의 퓨린과 피리미딘 핵산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비유에서 전화번호부 상의 모든 숫자에 해당한다. 90내지 95%의 이들 DNA 염기 배열은 유전자 전사에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으며, 그것들을 구분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거의 알지 못한다. 또 우리는 유전자가 5만개인지 10만개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것들의 뉴클레오티드 크기가 동일한 것이 몇 개씩 있는지, 그것들의 위치, 각각의 유전자 내의 인트론(유전 정보를 갖지 않는 뉴클레오티드 배열)의 수 등을 모른다. 유전자 산물(단백질)을 암호화하는 DNA는 게놈의 비암호화 부분을 통해 산개되어 있다. 아무런 유전자 산물도 암호화하지 않으며, 해당 전령 RNA 배열은 단백질 합성 전에 제거되는 폴리뉴클레오티드의 긴 배열이 있다. 어떤 유전자 배열은 게놈 전체를 통해 동일한 염색체 상에 혹은 상이한 염색체 상에 두 번 혹은 그 이상 반복된다. 때로는 동일한 DNA배열이 두 개의 상이한 유전자 산물을 암호화한다. 비록 우리는 시작하는 코돈(아미노산을 합성하는 기본 염기 배열 단위)과 정지하는 코돈이 무엇인지를 알지만, 염기 쌍 배열을 어떻게 나눌지는 모른다. 어떤 산물을 위한 유전자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어떤 코돈이 단백질 합성을 위한 전사 틀을 형성하는지 알 수 없다(Rosenberg 1996, 5)
지금 수준에서 분자적 용어로만 기술했을 때, 우리가 사람 게놈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이 정도이다. 로젠버그가 그 논문을 쓴 때가 1996년쯤임을 감안할 때, 지금은 정보량이 좀더 증가되었을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그가 지적하듯이, 생물학적 정보는 계통(system)의 기능에 관한 정보이고, 물리적 정보는 물리적 구성과 구조에 관한 정보이다. 후자는 기능을 결정하는 데는 거의 소용이 없다. 예컨대 ‘지우게’라고 부르는 것이 이러저러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것의 용법을 배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물학자들이 먼저 찾는 것은 기능의 확인이다. 구조를 밝히는 일은 그 다음의 탐구 목적이다. 후자는 사전에 기능적 혹은 생물학적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1996, 6) 인간게놈의 일차적 배열을 규명하는 일은 기능적인 탐구가 아니라 구조적 탐구다. 따라서 그 자체로는 유전의 기능적 단위에 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유전자 지도 작성을 위해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에도 여전히 비분자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DNA는 다양한 기능을 한다 특정 DNA배열이 많은 가능한 역할 중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처음부터 알 도리가 없다. 유전자 산물로부터 DNA배열로 나아가야 한다. 유전자는 결과물(표현형)에 관한 정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유전 관련 DNA배열을 식별하는 것은 바닷가 모래에서 바늘 찾는 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한편 비분자적 방법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각 유전자에 해당하는 염기 배열을 모두 해독하고 전체 유전 메커니즘을 분자적으로 규명하는 데에는 사실상 극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한계가 있다. DNA 염기 배열과 최종적으로 표현되는 형질 사이에는 거의 계산불가능한 인과적 복잡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단 유전 암호가 주어지면, 즉 한 유전자의 뉴클레오티드 배열을 알면, 그것이 암호화하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도출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미노산의 선형 배열로부터 단백질의 3차원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 알려진 길이 없다. 많은 경우 형질의 발현은 유기체의 생존 환경과 상관 관계를 맺고 있어, 유전 현상의 설명에 심지어 진화론적 정보도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인간게놈프로젝트 ? 유전자의 물리적 지도와 그것의 DNA염기 배열 규명 계획 ? 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전 정보는 적어도 상당한 동안은 극히 일부의 아주 단순한 메커니즘을 가진 형질에 관한 것 ? 그처럼 고가의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 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7.맺는 말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존재론적으로 그리고 방법론적으로 명백히 환원주의적인 연구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물리-화학적 용어들만으로 유전 관련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강한 인식론적 환원주의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화학적 용어와 비물리-화학적 용어가 상호 협력할 때, 유전 현상을 충분히 혹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약한 의미의 환원주의로 적절히 규정될 수 있다. 그러한 점을 분자적 유전자 개념과 비분자적 유전자 개념 사이의 현격한 상이성에 관한 논의와 유전학의 물음론적 재구성을 통해 밝히려 했다.
인간게놈프젝트의 그러한 비환원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유전체에 대한 분자적 규명만으로 각종 질병의 치유 가능성은 물론 인간의 본성까지도 구명할 수 있다는 식의 극단적인 환원주의적 발상이 그것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이해를 그르치고 있다. 최근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간게놈 해독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셀레라 제노믹사와 전세계 16개 연구소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은 현재 연구결과의 공동발표 가능성을 논의 중이고, 미국국립보건원(NHI)의 초안 발표도 임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제공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사람의 게놈을 형성하는 DNA염기 배열 정도이다. 그것만으로는 인간을 만드는 처방(recipe)이 될 수도,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도,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만능 주사도 될 수 없다. DNA 수준의 기술의 유용성은 그 자체로는 극단적으로 제한적이다. 그것의 유용성은 의학적 혹은 생리학적 모델에 의하여 결정된다. 나아가 건강과 질병의 의학적 모델은 여느 때처럼 가치 판단에 종속된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흔히 제시되는 질병의 모습은 또한 과도하게 단순화되어 있다. 정상, 건강, 그리고 질병의 일반적인 생리학적 개념은 분자적 수준의 기술을 넘어서는 상이한 일련의 기준들에 의해서 정의된다.
바이스도의 적절한 비유에 따르면, 인간게놈프로젝트는 텍스트의 구문론적 분석에 해당한다. 그것은 게놈의 구성에 사용된 기호들이 무엇이며, 어떤 단어들이 사용되며, 어디에 특정 구문론적 구성이 채용되는지에 관한 연구를 쉽게 할 것이다. 그러나 텍스트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의미론적 분석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 유전학에서 생화학적 자료의 발생학적 해석은 유전의 역할을 해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 후에 특정 환경과의 상호관계 하에서 특정 게놈을 분석하는 화용론적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Vicedo 1992,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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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
1) ‘ Human Genome Project’의 적절한 번역은 ‘사람 (전)유전체 규명 계획’쯤 될 것이나, 어쩐 일인지 ? 아마도 일본의 영향인지 ? ‘genome’의 독일어 식 발음 ‘게놈’과 ‘프로젝트’라는 영어 식 발음을 합쳐 ‘인간게놈프로젝트’라는 국제화(?) 합성 용어로 번역ㆍ통용되고 있다. 새로운 용어를 소개함에 있어서 해당학계의 언어적 주체성과 세심함이 새삼 아쉽다.
2) 혹 이런 식의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는 장회익(2000)을 참고 하시라. 장교수는 최근 열린 전국인문과학연구소 학술심포지엄에서 행한 인상적인 주제발표에서 인문학과 과학간의 올바른 관계 정립의 중요한 방법으로 두 분야를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인문학과 과학간의 올바른 관계가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전문가의 과학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과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이 논문과 같은 종류의 연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3) 헐(D. Hull)은 환원을 인식론적, 물리적, 그리고 이론적 환원으로 나누고 있다. 인식론적 환원은 과학 이론이 지시하는 바를 우리의 인식이 가능한 객관적 대상들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가능하지만, 이런 의미의 환원에 의해 제시된 문제들 어느 것도 생물학과는 별다른 연관성을 갖지 못한다. 물리적 환원은 하나의 계(system)를 그 구성 성분으로 분석하고, 그 계의 작용을 구성 성분들의 성질, 행동, 배열 등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분자유전학자들이 유전자의 행동을 분자라는 용어로 설명하려는 것은 그 좋은 예이다. 이론 환원은 한 이론의 원리는 다른 이론의 원리로부터 도출된 일반적 법칙에서 유래할 때 성립하는 것을 말한다.(1972, 19-20)
4) 방법론적 주제를 높은 일반성과 추상성의 단계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의 방법론에 대한 탐구가 보여 주듯이, 방법은 국지적이고 내용-상관적(content-specific)이다.(Muller 1987, Sober 1988) 방법론적 환원주의에 대한 평가는 해당 주제와 연구의 목적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분자유전학의 경우는 유전 현상의 물리-화학적 요소나 기초에 대한 탐구를 그 출발에서부터 함의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Vicedo 1992, 509-10)
5) 네이글을 비롯한 다른 철학자들이 제시한 이론 환원 모델들에 대한 자세한 논의에 관해서는 정상모(2000)를 참고할 수 있다.
6) 이하에서는 곧 발행될 필자의 논문(정상모 2000)에서 시도한 분석을 토대로 정리했다.
7) 이것이 1909년에 요한센(W. Johannsen)이 “유전자”라고 명명하게 되는 것의 원형이다.
8) ⅰ) 유전자의 물리적 구조:
“미립자” →“미립자”→“DNA분절”
ⅱ) 유전자의 속성과 위치:
“생명의 본질로 세포 속”→“생명에 본질적인 것으로 세포 속의 염색체 상에 재조합 빈도의 차이에 따른 상대적 위치에”→“생명에 본질적인 것으로 세포 속의 염색체 상에 재조합 빈도의 차이에 따른 상대적 위치에”
ⅲ) 작용 메커니즘:
“함께 작용하여 생물의 형질을 산출하고 전달을 가능케 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표현형이 분명히 구분되는 극적인 효과를 보인 경우 멘델의 법칙에 따라 함께 작용하여 형질을 산출하고 형질 전달을 가능케 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생화학적 메커니즘에 따라 복제, 재조합, 전사, 폴리펩티드 합성, 등의 작용을 하고, 표현형이 분명히 구분되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 경우 멘델의 법칙에 따라 함께 작용하여 형질을 산출하고 형질 전달을 가능케 하는 잠재적 형성 인자들”
9) 지시적으로 동일한 영역(대상, 현상)에 관한 두 물음 Q1과 Q2의 관계에 대하여 ‘물음론적 환원(erotetic reduction)’을 다음과 같이 개략적으로 정의된다: Q1이 Q2로 환원된다는 것은 Q2의 전제가 Q1의 전제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역은 아닌 경우이다.(Q2의 전제들은 각각 Q1의 전제들에 지시적으로 근사적 대응 관계에 있는 짝이 있으며, Q2의 전제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이 Q1의 대응하는 전제의 상세화일 때, 그리고 그 때에만 설명이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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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정상모
신라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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