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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 신화개념의 변용과 현대신화

온울에 2008. 5. 8. 13:09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신화분석의 기호학
2. 1 소쉬르에서의 신화
2.2 레비스트로스에서의 신화
3 신화비평의 기호학
4 신화분석과 신화비평을 넘어서
5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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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한신대학교 한신인문학연구소 
학술지명 한신인문학연구 
ISSN  
권 2 
호  
출판일 2001.  




신화 개념의 기호학적 변용과 현대 신화


김영순
8-673-0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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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얼마 전 '황수정'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바로 그 이유는 가장 청순한 이미지의 상징이였으며, 팬들에게 신화적 존재로 대접받던 그녀의 추락이었기에 세상이 더욱 분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가 무엇이 그녀에게 신화적 상징을 부여했으며, 우리는 왜 노여워하는가 등의 일련의 끊임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이 글1)은 이와 같은 현상에 신화라는 낱말의 사용이 어느 정도 합법적인가를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2) 또한 이 글은 신화의 개념이 기호학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살피고,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하는 세계 속에 존재하는 신화의 현대적 개념을 정립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구조주의에 입각한 소쉬르와 레비스트로스의 신화분석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고, 바르트의 신화비평의 기호학적 방법론을 살펴볼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현대 신화를 분석하기 위한 기호학적 신화 개념의 변용적 양상을 제시할 것이다.

플라톤에 의해 처음 등장한 '미톨로기 mythologie'는 일반적으로 세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신화를 이야기하는 행위', 또 다른 하나는 '파블 fables'과 같은 단어의 의미로 '단편적인 신화적 전설의 총체', 마지막으로 18세기에 출발하여 19세기에 자리잡게된 '신화에 관한 연구' 즉 '신화학'을 의미한다. 이 글은 다분히 신화학적 입장에서 신화의 기호학적 개념 변용을 다루고자 한다. 그렇다면 신화학에서 바라보는 신화란 과연 무엇인가? 대개의 경우 우리는 글을 통해 신화와 만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신화란 이름 없는 대중들 사이에서 전승되던 구전 문화의 산물이다. 어떤 경우든 신화는 대중에 의해 인정되어야 하고 대중이 이루는 사회 속에서 모종의 기능을 행해야 한다. 혹자는 허위의 역사, 즉 우리가 틀린 것으로 알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를 정의할 때 흔히 신화라는 말을 쓴다. 어떤 사건을 '신화적'이라고 하면 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신화를 신학적으로 사용할 때는 그 의미가 약간 달라진다. 신화는 종교적 신비가 구체화한 것이다. 즉 '관찰 불가능한 현실을 관찰 가능한 현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신화는 신성한 이야기'라는 견해에 가깝다. 만약 이런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신화는 거짓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거룩할 정도로 진실이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동화와 같은 기능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사실이고 신화는 거짓이라는 양분법적구분은 현대에 있어서는 마치 기표와 기의의 연결과 같이 대단히 임의적인 것이다. 현대에 들어 역사와 신화의 구분은 그 경계점이 모호하다. 역사와 신화 모두 인간과 인간의 의식이 개입된다. 특히 이 글에서 규정하려 하는 현대 신화에 있어서는 인간의 의식이 마치 전술한 신화의 '종교적 해석'과 같이 작용한다.

이 연구는 들어가는 말을 포함하여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2절에서는 소쉬르의 신화론과 레비스트로스가 행한 구조주의적 신화 분석을 살펴 볼 것이며, 3절에서는 바르트에 의한 신화비평의 방법론을 탐구할 것이다. 4절에서는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바르트에서 제기된 기호학적 신화 개념을 정리하여, 여기서 도출된 현대 신화의 개념을 제안할 것이다. 끝으로 5절에서는 이 글의 마무리가 제시된다.

2 신화분석의 기호학
2. 1 소쉬르에서의 신화
현대 기호학의 창시자로서, 구조주의에 선 대표적 언어학자로서의 소쉬르는 우리에게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신화를 연구한 신화학자로서의 소쉬르는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신화학자로서 소쉬르의 명성은 레비스트로스나 바르트에 의해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3) 그러나 주지할 사실은 레비스트로스와 바르트의 신화 연구의 출발점은 소쉬르의 언어적 기호관에 소급되어 있다는 점이다.4) 말년의 소쉬르가 '니베룽겐의 노래'와 같은 게르만 서사시를 연구했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당시 신화연구는 19세기 인구어 학자들의 주된 관심 영역이었으니 당대 최고의 인구어학자였던 소쉬르에게 인구어 문헌으로 된 신화와 전설에 대한 분석은 너무나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신화에 관한 기호학적 분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쉬르의 작업에서는 특정 언어가 지니는 언어의 특수성을 신화에 내포되어 있는 인종학적 측면에서 찾고자 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소쉬르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구조주의에 입각한 체계적인 언어관으로부터 벗어나 있지는 않다. 주로 특정 지역에서 쓰는 언어 분석 혹은 민족 및 인종간의 특정 어휘의 분포 등의 연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쉬르가 보여주었던 기호 분석은 그의 주요 기호학적 개념인 '랑그/빠롤', '통합적/계열적', '공시태/통시태'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게르만의 전설들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언어 분석적 접근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평가받을 만한 것은 언어 기호를 인류학적 측면과 연결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렇다면 소쉬르가 보여 주었던 신화 분석의 핵심은 무엇인가.

먼저 소쉬르가 본 역사와 신화의 관계를 살펴보자. 역사는 역사적 요소들, 동일한 기능과 인물 그리고 사건의 중첩을 통해, 또 공간과 시간의 응축을 통해 전설 속에 그 흔적을 남겨놓는다. 그의 신화론에서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는 진리와 허구의 관계라기 보다 상호 종속적 관계로 처리되고 있다. 이 관계에 있어서 두 가지 양태성이 나타나는데, 하나는 신화가 역사로 팽창 이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가 신화 속에 반영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신화를 지어내는 자들의 상상력에 의해서 왜곡되는 것이 사실들 그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보편적차원에서 하나의 구조적 결속을 발현하는 신화적 사상이라는 점이다. 한 신화의 구축은 구체적인 이야기의 구축으로서, 그 이야기는 다른 역사적 사건들보다 그 것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보편적 특질들을 내재한다. 이런 점에서 소쉬르는 역사를 신화의 간텍스트로 보고 있다.

핀레이(Finely 1981)에 따르면, 누군가가 역사를 꿈꾸기 훨씬 전에 신화는 하나의 답을 제공했다고 한다. 바로 그것이 신화의 기능, 또는 신화의 기능들 중의 하나였다. 사상을 판독 가능케 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집중시켰던 한정된 요소들의 선별을 통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 결과 신화는 영속성, 변별성 그리고 보편적 의미를 획득한다고 한다. 신화는 서사시에 구체적인 사실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들은 직선적 시간성을 무시한다. 소쉬르에게 있어 한 역사적인 사건이 전설의 기원에서 반영될 수 있다는 가설은 가장 간단한 것이다. 이를테면 서사적 이야기 속에는 역사적 바탕이 있다는 것이다. 연대기가 역사적 바탕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존재하는 모든 전설을 비교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그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하나의 주어진 전설에서 다른 검토 수단 없이 어느것이 본질적 특성들인가,즉 현존하는 가시적 전설과 그보다 선행하는 알려지지 않은 전설을 연결하는 특성들이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전설의 정체성을 파악가능케하는 방법은 전설들 간의 비교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역사적 토대로서 객관적 유도점이 될 뿐만 아니라 역사가 전설의 간텍스트로 쓰인다. 전설들은 그것 자체로 내적으로 비교하거나 조합하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객관적 방법을 제공할 수 없다. 반대로 역사적 기초는 전설적 서술물의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외적인 배치구성이 된다. 이 관계를 김성도(1999:351)에서는 역사라는 텍스트가 전설에 견주어 메타 기준의 역할을 맡는다고 본다.

'니벨룽겐의 노래'와 부르공 공국의 역사에 관한 고찰에서 한 역사적 사건이 전설의 기원에서 반영될 수 있다는 가설은 가장 간단 한 것이다. 즉 서사적 이야기 속에 역사적 바탕이 있다. 신화를 대하는 소쉬르의 견해는 역사가 신화를 비교, 검토, 분석하는 토대로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5) 소쉬르는 전설이 기호학적 담론의 한 방식을 표상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음은 그의 신화 분석 방법이 그가 즐겨 행했던 역사 비교언어학적 방법론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전설은 하나의 역사적 바탕을 갖기 때문에 그 기저구조에서 역사적 기초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역사가 전설로 변형되는 과정은 결코 우발적이 아니라 구조화된 도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도식의 출발점으로서 그는 '우연의 일치'라는 원칙을 구축했다. 물론 그는 이 원칙을 방법론적 개념으로 사용했을 뿐 실체는 아니라고 한다. 한 전설의 근원과 구조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설사이의 우연의 일치를 목록으로 만드는 일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소쉬르의 신화 분석이 주는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역사와 신화간의 우연의 일치이다. 우리는 신화 속에서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혹은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우리 눈앞에 실제 벌어지고 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그 양상을 달리 할 뿐 우리 시대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신화 속의 근친상간의 현상이 현대 역사 속에 원조교제 유형과 무엇이 다른가, 또한 신화 속에 나타나는 양성을 지닌 신들이나 동물들의 등장들이 현대 역사 속에 트랜스젠더와 유사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밖에도 많은 예들이 우연의 일치를 넘어 신화의 현전 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누가 이 시대를 역사 시대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2.2 레비스트로스에서의 신화
레비스트로스가 신화를 다루는 관점은 소쉬르에 기인하는 점이 있으나 분명히 차별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면, 레비스트로스가 언어기호 입장에 선 소쉬르의 분석 틀에서 좀더 확장되어 있다는 점이다.6) 다시 말해 언어적 측면에서 탈피한 인류학적, 문화적 측면이 개입되어 있다. 또한 소쉬르의 역사와 신화의 관계는 레비스트로스에게 있어서는 간과되어 있다. 즉 레비스트로스의 신화 해석에서 신화는 연대기적 시간에 자리잡고 있지 않다. 오히려 꿈이나 동화와 함께 많은 공통되는 특징을 나누어 갖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인간 경험을 지배하는 자연과 문화의 구분이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에서는, 인간이 동물과 대화를 나누고 결혼을 하고 바다에서 살고 하늘에서 산다. 그러니 당연히 인간은 마법의 초자연적인 업적도 세울 수가 있다. 소쉬르에 있어 신화의 중심은 신 혹은 신적 존재를 가졌던 영웅들이었으나 레비스트로스에게서는 평범한 인간들에게 전이되어 있는 듯하다. 이 점은 앞으로 다룰 바르트의 신화비평과 그를 넘어선 현대 신화 개념 정립에 도움을 준다.

또 다른 요소들로서, 소쉬르에서는 신화의 메시지에 관심이 있었으나, 레비스트로스에서는 신화의 전달 양식에 더 많은 중요성을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신화에 내재된 코드의 성질과 그 해석의 방법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생각은 여러 가지 원천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그 첫 번째는 프로이트를 들 수 있는데, 신화는 의식되는 경험과 불일치하는 무의식적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시 부족들 사이에서 정치제도의 연속성은 소규모 인척 집단 간의 연합이 계속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러한 연합은 여자의 교환으로 만들어지고 또 굳어지게 되었다. 아버지는 딸들을 다른 집단에 내주고 오빠들은 여동생을 내주었다. 그리고 남자들이 사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자들을 내줄 때에는, 그 여자들을 자기들의 성욕을 만족시키는 일에 동원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므로 근친상간 금지는 사회의 주춧돌(사회 정치적 관계의 구조)이 되었다.7)

레비스트로스는 신화 해석의 두 번째 원천으로 일반 정보 미론에 기대고 있다. 그 주장은 바로 신화는 그냥 동화가 아니고 그 안에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 메시지를 보내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누가 그것을 받아야 할지는 분명하다. 그 신화를 처음 듣는 청취자는 전설의 전수자에 의해 세뇌된다. 그 전설은 이론적으로는 오래 전에 죽은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상을 '기호발신자' 그리고 현세대의 후손을 '기호수신자'로 가정하자, 또한 기호발신자가 잘 들리지않는 거리에 있는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만약 이들간에 바람, 지나가는 차 등 각종 소음이 끼여들어 의사전달이 어렵다고 한다면 기호발신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그가 현명하다면 자기의 메시지를 한 번만 소리치지 않고 반복해서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메시지를 약간씩 다르게 강조할 것이다. 물론 시각 신호도 함께 동원할 것이다. 수신자는 매번 전달되어 오는 메시지의 의미가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후손인 수신자가 똑같은 메시지를 여러 번 받아 놓고 군더더기와 서로 일치되는 것, 일치되지 않는 것 등을 한데 겹쳐 놓고 보면 발신자가 '실제로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그 메시지가 '오케스트라의 악보'와 같이 여러 단위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바로 이러한 메시지를 신화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사회의 원로층은 그 종교적 제도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청년층에 기본 메시지를 보내고있는데, 그 메시지는 어떤 특정 신화 하나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악보' 전체로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화 해석을 다룬 레비스트로스(1955)의 첫 논문 '신화의 구조 연구 The Structural Study of Myth'에서 한 가지 예로서 오이디푸스 이야기의 구조를 간략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어떤 신화든 간에 몇 개의 부분 혹은 사건으로 분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신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분절될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다 각 사건은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관계'를 가리키며 또는 특정 개인들 '위상'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신화를 대할 때 이 '관계'와 ‘위상’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특정한 개인은 종종 교체가 가능하다. 오이디푸스 신화의 경우에 그는 다음과 같은 연사적 관계와 등장인물의 특성을 설정한다.

(2) 1) 카드모스가 제우스에게 납치된 자신의 여동생 에우로파를 찾아 나선다.

2) 카드모스가 용을 죽인다.

3) 스파르티(용의 이빨을 뿌린 결과로 태어난 남자들)가 서로 살해한다.

4) 오이디푸스가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인다.

5)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죽인다.(그러나 이야기 속에서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어내자 자살한다)

6) 오이디푸스가 어머니 이오카스네와 결혼한다.

7) 에테오클레스가 남동생 폴리네이케스를 죽인다.

8) 안티고네가 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남동생 폴리네이케스를 매장한다.

9) 라브다코스-라이오스의 아버지='절름발이'

10) 라이오스-오이디푸스의 아버지='왼손잡이'

11) 오이디푸스= '부어오른 발'

9)에서 11)까지는 등장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러한 특징과 사건을 고른 것은 임의적이라고 시인한다. 그러나 몇 가지 사건만 더 추가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의 변종8)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위에서 든 11가지 사항을 다음과 같이 네 개의 단으로 분류했다.

(3)


 Ⅱ
 Ⅲ
 Ⅳ
 
1) 카드모스-에우로파
 
 
 
 

 3) 스파르토이
 2) 카드모스-용
 9) 절름발이
라브다코스
 

 4) 오이디푸스-라이오스
 
 
 

 
 5) 오이디푸스-스핑크스
 10) 왼손잡이
라이오스
 
6) 오이디푸스-이오카스테
 
 
 
 

 7) 에테오클레스-폴리네이케스
 
 11) 발이 부은
오이디푸스
 
8) 안티고네-폴리네이케스
 
 
 
 

레비스트로스는 Ⅰ단이 근친상간의 성질을 가진 의식적 위반(친족간의 과잉관계)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Ⅱ단의 아버지, 형제 죽이기의 친족간의 소원(疏遠)관계와 대비되고 있다. Ⅲ단의 공통 사항은 인간이 괴물을 죽이는 것이고, Ⅳ단은 그 자신도 약간 괴물인 인간들을 가리킨다. Ⅲ단의 기괴한 괴물들이 지닌 본성은 반신반인이다. Ⅲ단에서 괴물들이 정복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토착성이 부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Ⅳ단은 '인간의 토착성이 여전히 그 존재를 주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Ⅳ는 Ⅲ의, Ⅱ는 Ⅰ의 대립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레비스트로스가 대립관계를 설정한 것은 신화 내용의 분절과 아울러 구조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신화를 랑그와 파를 체계로 이해하고 있다. 즉 전체로서의 그리스 신화는 하나의 단일한 시스템(랑그)을 형성하며, 각각의 개별적인 이야기는 그 시스템의 파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도식 1>은 전체로서의 그리스 신화를 랑그로 보고, 인간, 동물, 신들 사이의 대립이 다음과 같은 축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본고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논외로 한다).

신화 분석 작업의 대 전제조건은 <도식 1>의 '축소된 모형'이다. 이 모형은 수직 축인 '생명/죽음', '하늘/지하'의 대립과 수평축인 ‘이승/저승’, ‘문화/자연’의 대립을 따라 형성되는 전체적인 양분 대립을 통해 각종 범주를 정돈하고 있다. 이는 신화에 있음직한 요소들─기호학적으로 기호들─을 도식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즉 신화는 이러한 보편적 구조 하에 놓이게 되며, 그 결과 하나의 전체적 신화 체계를 형성하게 해 준다. 그러나 레비스트로스의 결론은 모든 신화가 이러한 구조를 공유하나, '모든 신화가 똑같은 것을 말한다'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신화가 집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떤 특정 신화에 의해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가 보여준 보편적 신화구조와 그의 신화분석 방법론은 소쉬르의 신화적 구조에서 탈언어적으로 확장되어 있지만 여전히 '관계','대립', '분절' 등 소쉬르의 언어적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쉬르에서 벗어난 두드러진 점은 신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


  <도식 1> 레비스트로스의 보편적 신화구조


상들이 신과 영웅 중심에서 인간 중심적 전환을 보여주고 있음이다.9) 레비스트로스의 신화 개념에서 우리는 현대 신화의 개념을 어떻게 추출해 낼 수 있을까. 먼저 인간이 신화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점이다. 즉 신화가 신들이 아닌 인간의 무대가 된 것이다. 현대 역사의 가장 큰 발견은 인터넷이라 한다. 인터넷의 가상공간을 통해 인간은 또 다른 인간 '아바타'로 변신하기도 하고, 혹은 짐승들을 키우거나 그들의 목숨을 거두기도 한다. 인간이 창조능력을 지닌 신적 존재로 부상한 것이다. 인터넷에 의해 인간은 신화적 존재가 된 것이다. 그것도 슬픈 신화적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3 신화비평의 기호학
바르트에게 있어 신화는 더 이상 구전적이거나 기록된 문장 배열체가 아닌 이들을 포함한 그림과 이미지적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1954년부터 1956년까지 만2년간 잡지 『레 레르트 누벨 Les Lettres nouvelles』에 매달 '오늘의 신화'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특별 기사를 썼다. 이 기사들이 모여 그의 단행본 『신화학』이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런 작업을 진행하면서, 바르트가 말하기를 "나는 현대 생활을 설명하면서 자연과 역사가 혼동되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를 느낀다."라고 했다. 그는 대중문화의 여러 측면들을 토론하면서 이데올로기에 의해 자연스러운 것, 당연한 것으로 호도된 사회적 고정관념들을 분석해 나갔다. 그렇다면 바르트는 '신화'를 어떤 의미로 사용한 것일까? 그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위장된 이데올로기의 함축을 폭로하면서 대부분의 경우에, '신화'를 폭로해야할 환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인간의 대가족'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전시회를 소재로 쓴 글이다.10) 이 글에서 바르트는 인간의 다양성을 가족 내의 다양한 특징 및 얼굴 생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간이 태어나고 일하고 죽고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주 다른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교묘히 감추고 있음으로 신화적 요소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 사진 속에 나와 있는 모든 것, 인간의 외양, 제도, 환경이라는 피상적 차이 밑에 공통분모인 인간성을 배치함으로써, 역사의 결정적인 무게를 억압하려 하고 있다. 전시회의 각 사진들은 인간의 장면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한데 모여진 사진들은 2차적(신화적)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데, 바르트는 그것을 폭로하려 한다. 아주 실용적인 물건이나 관습들도 사회적 용례에 의해 2차적 의미를 획득하여 하나의 신화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일상 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들은 각기 일정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체계는 일정한 수의 기호들을 지니고 있고, 그 기호들은 언어학적 모형을 따라 조직화되고 기능하며, 각 분야 나름대로 의미작용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호학자의 임무는 각각의 기호체계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주 실용적인 물건이나 관습들도 사회적 용례에 의해 2차적 의미를 획득하여 하나의 신화로 기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인에게 "포도주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하나의 강요된 집단 행동이며,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사회통합의 의식이다". 포도주는 일종의 토템음료(boisson-totem)이며 집단적 도덕심의 원천이 되었다. 신화학자는 포도주의 특성이나 효과에는 관심이 없고 포도주의 이미지, 즉 사회적 규약에 의해 포도주에 부여된 2차적 의미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화적 의미를 생성시키면서 문화는 그 자체의 규범을 자연스러운 사실처럼 보이게 만든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행동들을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의미 함축을 탐구함으로써 "신화학"은 문학적 신화가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바르트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의미를 간략히 언급하고, 그 의미를 풍자적으로 확장하거나 그들의 관계를 깊이 생각한 다음, 그 대상에 내재된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적함으로써 사람들을 신화의 올가미로부터 끄집어낸다.

당시 사회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현상이나 사건들 하나 하나를 신화로 보며,11) 그 신화 속에는 독자 내지 대중으로 하여금 그 신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간교한 책략이 있다고 보고, 그 책략 내지 허구성을 드러내 보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즉 개개의 현상이나 사건은 하나의 기표로서 하나의 기의를 갖지만, 그 기의는 조작된 것으로 그것을 파헤쳐 감춰진 다른 기의를 찾아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바르트는 하나의 신화체계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층위는 언어체계의 모형에서 그 틀을 빌려 오고, 두 번째 층위는 그 언어체계 모형이 신화체계로 전환되면서 그 구성요소들은 새로운 명칭과 기능을 부여받는다. 신화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의사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이다. 다음 도식에서 1, 2, 3은 언어 차원이고, Ⅰ, Ⅱ, Ⅲ은 신화 차원을 이룬다.

소쉬르의 기호관과 다른 바르트의 기호체계에는 ‘의미작용’이라는 제3의 요소가 등장한다. 기표와 기의는 명칭을 유지하지만, 기표의 성격에


  <도식 2> 바르트의 의미작용 기호도식


변화가 생기는데, 즉 언어기호에서 기표의 내용은 신화체계로 옮겨가면서 형식으로 바뀌게 된다. 언어기호의 기표에 대응하는 기의(=내용)는 채워져 있기 때문에 그것은 다른 해석을 산출한 가능성을 잃은 것이다. 따라서 그 저변에 깔린 의도─책략─를 성공시키기 위해, 주어진 내용을 약화시키고 빈약하게 만들면서 신화체계의 형식으로 바꿈으로써 그 현실적인 내용을 제거하고 새로운 신화 내용을 잉태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형식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그릇이요 틀인 것이다.

기표를 관류하는 기의의 요소는 의미를 의미작용으로 전환시킨다. 기호학자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포도주의 경우에는 기호학자는 포도주가 사회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부여받는 의미를 풀어서 해설하는 것이지만, 흑인 병사의 경우에는 그 속에 담겨진 간교한 계략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그 임무가 된다. '프랑스 국기에 경례하는 흑인 병사의 모습'은 언어체계에서 기표이자 의미라고 한다면 그것은 신화체계에서는 형식이 된다. 기의는 신화체계에서도 개념으로 남아있고 제3의 요소는 기표와 기의 결합의 결과로서 의미 작용으로 기능하게 된다.

신화에 대한 바르트의 성찰 중에서 가장 참신한 것은 신화의 '언어 훔치기'에 대한 이론이다. 즉 신화는 어떤 경우에 있어서나 의미를 비우고 이차적인 의미 체계를 전개시킬 수 있다. 그것은 우선적으로 일차적인 의미를 박탈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은 언어가 부가하는 의미가 언제나 '확실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언어에 의해 주어진 개념은 항상 추상성을 지니며, 그 의미는 엉성하고 결여된 면이 있기에 신화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많다. 바르트는 신화에 항복을 하거나 이용당하지않기 위해서는 오직 신화로부터 '신화를 훔쳐오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신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가 역으로 신화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신화에 대항하는 최선의 방법은 신화를 사실 무근한 가공적인 것으로 만드는 신화화 작업이다. 이 작업은 인위적으로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주어진 신화를 삼차 기호 체계의 기본 요소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다른 하나의 신화로 전환되고 음흉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한 신화를 벗어나는 신화, 즉 꾸며진 신화를 탈색시키는 신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호를 구성하는 기표와 기의의 결합이 자의적이라면, 기표와 기의도 자의적이다. 그러면 이 둘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이것의 답은 기표나 기의가 순전히 관계적 혹은 차별적 존재라는 원칙이다. 즉 기표와 기의가 자의적이기 때문에 바로 관계적이 되는 것이다. 그는 언어의 자의성을 건강성으로 파악한 것이고, 자의성을 깨뜨려 어떤 하나의 의미로 묶어 버리는 것을 '신화'로 매도한 것이다.12) 바르트는 우리 시대의 신화를 맹렬히 비판했지만, 역설적으로 신화에 기여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후학들로부터 비평을 받았다. 다시 말해 탈신화가 신화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신화에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13)

4 신화분석과 신화비평을 넘어서
이번 절에서는 앞서 살펴본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바르트에게 있어서 신화의 개념을 정리하고 현대 신화를 기호학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할 것이다. 당대의 기호 철학자로서 세 학자들은 신화를 분석하는데 그 관점을 달리했을 뿐, 모두 기호학적 방법론에 기대고 있다. 표(5)에서 이 들 세 학자들이 어떻게 신화를 이해했으며, 어떤 식으로 신화분석을 전개했는가를 정리하였다.

살펴 본 바와 같이, 세 학자들이 다룬 신화의 매체는 다양성을 보이며, 신화의 주인공이 신과 영웅에게서 인간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구 분
 소쉬르
 레비스토로스
 바르트
 
가. 신화분석의 기호학적 방법론
 단수적 기호체계 언어기호학적 분석
 복수적 기호체계 인류문화적 분석
 복수적 기호체계 문화비평적 분석
 
나. 신화분석 대상 매체
 구전 서사시의 문어적 형태
 민화와 전설 텍스트
 그림 텍스트
 
다. 신화의 주인공
 신과 영웅
 신과 영웅, 인간
 대중적 인간
 

(5가)에서 우리는 소쉬르에서 레비스트로스를 지나 바르트에 이르면서, 신화분석의 기호학적 방법론이 단수적 기호체계에서 복수적 기호체계로, 언어기호학적 분석에서 문화적 차원의 분석으로, 분석에서 비평의 차원으로 변화함을 알 수 있다. (5나)에서는 신화 분석 대상매체가 구전된 서사시의 문어적 형태로부터 민화와 전설 텍스트, 그림텍스트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5다)에서는 신화의 주인공이 신과 신적 영웅에서 대중적 인간으로 바꾸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 신화개념의 정립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6) 가. 신화는 분석을 넘어 비평될 수 있는 기호체계이다.

나. 신화분석의 대상매체는 변화될 수 있다.

다. 신화의 주인공은 신에서 인간으로 위치를 전환하고 있다.

이미 2절과 3절의 말미에 제시한 현대 신화의 개념 이해를 개략적으로 기술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7) 가. 역사와 신화의 '우연의 일치'를 기준으로 분류될 수 있다.

나. 역사와 신화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으며, 역사는 신화의 간텍스트이다.

다. 신화는 의식되는 경험과 불일치하는 무의식적 소망의 표현이다.

라. 신화는 오케스트라 악보와 같은 입체적 메시지를 내재하고 있으며 수신자를 규정하고 있다.

마. 2차적 의미를 획득하는 모든 대상들은 신화의 기능을 갖는다.

바. 인간을 위해 신화는 폭로되어야 할 환상이다.

이러한 기호학적 신화 개념은 현대 신화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할 것이다. (7가-나)는 소쉬르의, (7다-라)는 레비스트로스의, (7마-바)는 바르트의 신화 개념이다. 이 글에서 신화의 장으로 규정하려는 인터넷도 이러한 신화 개념을 충족시키는 현대의 주요매체 중의 하나일 것이다. (7가-나)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인터넷은 시간과 충간의 개념을 현실로부터 분리 해냈으며, 이른바 사이버 공간에서는 역사와 신화간 우연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비약이 있을 수 있다 할지라도 '십대 원조교제'는 신화의 변종으로서 신화 속 근친상간의 일종이다. 또한 (7다-라)와 관련해서는 인터넷이 이루는 가상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입될 수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우리 인간은 인터넷을 통해 꿈꾸는 소망이나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다. 여기서는 대체정체성 및 다중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기호학적으로 인터넷은 각종 채널, 즉 시각, 청각 그리고 환상을 통해 입체적 메시지를 수신자로서 규정된 인간에게 제공하고 있다. (7마-바)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겠다. 인터넷을 구성하는 모든 기호가 2차적 의미를 획득할 경우 이들은 신화적 기능을 할 것이며, 이러한 '가짜 자연적 의존성'을 해부하는 것이 신화학자의 중요한 임무라고 볼 수 있다.14)

5 마무리
현대기호학에서 의미하는 기호는 전달과 의미작용의 기본 단위이며,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기호학적 분석 방법은 변화하는 문화적 감성을 읽어내는데 흔히 사용된다. 앞서 보았듯이, 신화는 일종의 전달과 의미작용의 거시적 텍스트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신화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방법은 당연히 합법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기호학 분야에서 신화의 개념이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살피고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하는 세계 속에 존재하는 신화의 현대적 개념을 정립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 노력의 결과로 인터넷을 비롯한 다중매체가 이루는 지금의 시대가 현대 신화의 무대라는 가정을 세웠다. 이 가정을 사실화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기호학적 현상들의 수집이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는신화학과 인접된 많은 분야의 간학문적 연구에 의해 충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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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성도, 1999,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 소쉬르 사상의 새로운 지평, 한길사.
김영순, 2001, 신체언어 커뮤니케이션의 기호학, 커뮤니케이션 북스.
박정호 외, 1996, 현대철학의 흐름, 동녘.
이창익, 2001, 신화분석과 신화비평의 기호학 : 소쉬르부터 바르트를 넘어에 대한 논평, 신화다시읽기, 한신인문학연구소 제3회 학술발표대회 발표집, 한신인문학연구소
임지룡·김영순, 1999, 의미작용과 기호작용의 통합, 현대문법연구 18, 현대문법학회.
임지룡·김영순, 2000, 담화 매체의 기호체계에 관하여, 독일어문학 11집, 독일어문학회.
기젤라 덴커, 1994, Roland Barthes, Hamburg : Junius.
레비스트로스, 1955, The Structural Study of Myth, Journal of American Folklore, Vol.68.
에드먼드 리치, 1994, L?evi-Strauss, Hamburg : Junius.
움베르토 에코, 2000, 기호 개념과 역사, 김광현 역, 열린책들.
조너선 컬러, 1999, 바르트, 이종인 역, 시공사.
페터 프레틀, 1994, Saussure, Hamburg : Junius.
모세스 핀레이, 1981, Mythe, memoire, histoire, Paris : Flamarion.
프랑수아즈 뒤크리아, 1999, 신화, 신미경 역, 창해 ABC북.
하인즈 파터, 1995, 텍스트언어학 입문, 이성만 역, 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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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
1 이 글은 2001년 10월 29일, 한신대학교 한신인문학연구소 제3회 학술발표대회시 ‘신화분석과 신화비평의 기호학 : 소쉬르부터 바르트를 넘어’ 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것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임. 당시 유익한 논평을 주신 한신대 이창익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 우리는 기호학을 기호체계를 다루는 학문으로서, 나아가 모든 문화적 현상들을 기호체계 로 간주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화는 문화 속에서 자라나고 기능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신화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은 분명히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3 이창익(2001)이 본고에 대한 논평에서 소쉬르의 신화론에 대해 "사실 소쉬르의 신화론은한국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김성도 교수와 같은 소쉬르 전공자 외에는 거의 혹은 감히 취급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4 이 점에 대해 본고에서는 신화 분석의 방법론적 공통점 혹은 차이점을 들어 신화의 개념적 변용을 통찰할 것이다.
5 신화란 역사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신화와 역사는 상호 종속적이라는 점은 현대신화 개념을 정립하는데 한가지 기준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4절에서 재언급할 것이다.
6 김성도(1999)에서는 소쉬르 신화 기호학에서 당면한 문제를 기호학적 관계의 단수성에 두고 있다. 상징으로 표상되는 대부분의 신화의 경우 기호가 기의와 기표로서의 단수적 표상으로서 불충분하기 때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논의하게 될 레비스트로스와바르트에서 해결될 것이다.
7 신화(꿈)가 무의식적 소망의 표현이라는 것은 프로이트의 『꿈의해석』에서 빌려온 것이고, 근친상간 금지라는 논제는 『토템과 타부』에서 빌려온 것이다. 프로이트는 근친상간의 금지와 다른 사회적 금기를 논의하면서 원시시대의 유목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질투심 많고 전제적인 아버지가 있었다. 그 아버지는 모든 여자를 자기가 차지하고 아들들이 성년이 되자 모두 쫓아 보냈다. 그러자 아들들은 힘을 합쳐 아버지를 잡아먹었다. 아버지를 죽여 버린 아들들은 아버지의 권력과 지위를 차지했고, 여자들을 제 마음대로 소유했다. 그런 후 아들들 사이에 다시 싸움이 벌어졌다. 아들들은 그런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근친상간의 금기를 설정했다. 한편 아버지를 죽인사실에 강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던 아들들은 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토템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를 통해 특정 동물을 죽은 아버지 대신으로 삼아 잡아먹지 못하게 했다. 프로이트는 이 기념비적이고 범죄적인 사건이 사회 조직, 도덕적 억제심, 종교의 시작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죄의식과 후회심이 금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이 사건을 현재에도 존재하는 사회적 규범과 정신적 콤플렉스의 역사적 원인으로 규정함으로써, 무의식이라는 집단적 정신의 연속성을 주장한 것이다(조너선 컬러 1998).
8 이런 주장은 다음에서 뚜렷하다. 오이디푸스의 사명은 스핑크스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는수수께끼를 풀음으로써 그 사명을 달성한다. 자료에 의하면 그 수수께끼의 대답은 '아이가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다시 노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스핑크스는 자살을 해 버린다. 오이디푸스('자라서 어른이 된 아이')는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오이디푸스가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알자 이오카스테는 자살을 해 버리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르고 노인이 된다. 이런 식으로 안티고네의 운명을 따라가 보자. 외삼촌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그녀는 죽은 남동생을 매장한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크레온에 의해 산채로 감금당한다. 그녀는 자살을 한다 그녀가 자살하자 약혼한 사촌 하이몬과 하이몬의 어머니 에우리디케가 따라서 자살한다. 다른 신화를 보면 하이몬이 스핑크스에게 살해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신화에는 안테고네가 하이몬의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가 크레온에게 살해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신화의 변종은 계속된다(에드먼드 리치 1998: 103).
9 이러한 견해는 다음 3절에서 논의할 바르트의 신화비평 기호학의 초석을 제공한다.
10 이 전시회의 목적은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절어지는 일상생활 속의 인간 활동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즉 탄생, 죽음, 일, 지식, 놀이 등이 늘 같은 유형의 인간행동을 강요한다. 그렇게 해서 다양한 행동을 하는 인간이 결국 하나의 대가족이라는 사실을 묘사한 것이다.
11 신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그들의 행동을 통하여 우리의 이성적 이해력을 초월하는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해명해주고 합리화시켜 준다. 그런데 신화는 반드시 먼 옛날에 만들어지고 끝난 것이 아니라 집단을 이루고 사는 인간에게 불가사의한 것이 있는 한 신화는 계속 창조되는 것이고, 신화로 부각될 자료들은 인간 사회와 문화의 표면과 이면에 많이 잠재되어 있다. 이 점은 현대의 신화 개념을 설정하는데 관건이 된다.
12 "기호의 제국"에서 일본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보여 주는 인공성을 칭찬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본의 정교한 예절 체계, 깊이보다 외양을 중시하는 태도 등은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 사회적 관습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의 건강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것은 언어의 바탕이 되는 기호의 자의성이다. 신화가 역겨운 것은 바로 가짜 자연에 의존하려는 태도 때문이라고 한다.
13 예를 들어, 신문기사가 어떤 특정 물건들이 특정 생활방식의 기호로 기능한다는 기사를 내면, 그 물건의 신화적 효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물건의 소유욕이 더욱 더 강해지는 것이다.
14 이 밖에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신화적 사건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본고의 목적이 현대 신화의 개념 정립에 있는 바, 현대 신화의 유형에 관한 연구는 다음 숙제로 미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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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김영순
경북대학교 중등교육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