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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에 관한 기존의 심리학적 연구들

온울에 2008. 5. 25. 23:00

버마이스터 (Jay Burmeister) 는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전산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인데, 심리학자인 지도교수 와일즈 (J. Wiles) 와 더불어 활발하게 컴퓨터바둑 관련 심리학 및 인공지능 분야의 학술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버마이스터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http://psy.uq.edu.au/~jay/'  의 Paper 에 올려져 있는 "An Introduction to the Computer Go Field and Associated Internet Resources" 의 제 4 절 「컴퓨터바둑 분야의 역사」에는 학술적 연구에 할애된 첫번째 소절에서 조브리스트 (Zobrist) 의 연구, 라이더 (Ryder) 의 연구, 그리고 리트먼 과 윌콕스 (Walter Reitman and Bruce Wilcox)의 연구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리트먼과 윌콕스의 경우 아주 명백하듯, 데 그루트 (De Groot), 체이스와 사이먼 (Chase and Simon) 의 체스 (Chess) 연구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명지대 바둑학과의 최일호 교수가 <2001 국제 바둑학 학술대회> 에서 「체스에 있어서의 전문가 기억」이란 논문을 통해 회상 능력에 있어서 전문성 효과에 대한 연구의 기원을 "체스에 잇어서 문제해결 과정을 최초로 연구한 데 그루트" 에서 찾고, '전문가들의 회상 능력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이론' 으로 "체이스와 사이먼 (1973) 에 의해 제안된 청크 (Chunk) 이론" 을 소개한 것은 따라서 정석적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최교수가 스스로 같은 성격의 연구를 바둑에 대해서 하지 못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서 그가 조만간 우리에게 그런 연구를 선사하겠다는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따라서 꽃놀이패 하는 심정으로 관련된 의문점들을 지적해 두는 정도일 것이다.

최일호 교수는 데 그루트 및 체이스와 사이먼에 의거하여 체스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의 주요 과제로 "선택적 탐색, 패턴재인 (Pattern Recognition) 의 중요성, 점진적 수준 향상과 전문가의 탁월한 기억능력" 을 꼽았고, 고버트 (Gorbet, 2000) 에 의거하여 체스 전문가들의 기억수행 연구의 주요 방향을 1) 지각 (Perception) 과 패턴 재인의 주요성, 2) 단기기억 (Short Term Memory)장기기억 (Long Term Memory)의 상대적 역할, 3) 이론적으로 가정되는 청크의 존재, 상위 수준 지식의 역할에 대한 연구에서 찾고 있다.

필자가 리트먼의 바둑에 관한 심리학 (Psychology) 연구에 접한 것은 1985 년경으로 기억된다. 유학 시절 바둑에 대한 향수를 다소나마 달래주던 『미국 바둑잡지 (American Go Journal)』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짐작되는데, 아무튼 그녀의 논문 "Skilled Perception in Go: Deducing Memory Sructures from Inter-Response Times" 의 복사본을 구해 훑어보기까지 했었다. 전공 분야가 아닌 탓에 참을성 있게 읽지도 못했고, 따라서 몇 퍼센트나 이해했을지 모르지만, 흥미로웠던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연구방법에서 그녀는 미국인 최초의 바둑 전문기사인 제임스 커윈 (James Kirwin) 의 존재에 크게 힘입었다. 커윈의 어린 시절 기보 수백 국을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고 연구 당시 일본에서 아마고단자 수준에 달한 채로 프로 입문을 목표로 정진하던 커윈을 피험자로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내용에서 주목되었던 점은 바둑 초심자가 바둑 전문가와 논리적 문제해결 능력에서는 대차를 보이지 않는 반면 지각과 기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 전문가가 과거의 경험과 숙련을 통해 청크라 불리는 친숙한 패턴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 그 청크들은 전문가가 초심자와 달리 무의미하거나 유망하지 않은 수들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유의미하고 유망한 수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점 등이었다.

15 년이 흐른 지금 내 앞에는 리트먼의 논문 복사본이 다시 놓여 있다. 돋보기를 끼고 꼼꼼히 읽어 보려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인가 보다. 최일호 교수와 정수현 교수가 장차 철저한 전문적 연구를 해 주리라 믿으며 이쯤에서 모르면 손 빼는 편이 좋을 듯 하다. 고무적인 일은 리트먼의 연구에 대한 보고가 심리학 개론서에까지 이미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조명한 교수는 여러 심리학자들과 공동저술한 『심리학개론』의 '언어와 사고' 를 다루는 장에서 문제해결 과정에서 장기 기억 속의 정보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와 관련하여 체이스와 Herbert Simon 의 실험이 심오한 통찰을 준다고 보고한 직후 리트먼이 동일한 결과를 바둑에서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해서 음미하는 일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직접 기사들이 한판 승부가 끝난 이후에 실전에서 두었던 순서대로 모두 복기함을 알 수 있다. 인용된 실험 결과에 비추어 보건대, 훌륭한 실전일수록 더욱 그 바둑판을 잘 기억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잘 기억한다는 것은 바둑알 하나 하나의 관계를 잘 파악하는 일이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리트먼에게 윌콕스 (Bruce Wilcox) 라는 공동연구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리트먼과 윌콕스' '리트먼, 커윈, 윌콕스' 의 공동연구가 발표된 사례가 여럿 있다. 이 점을 강조하는 까닭은 윌콕스의 경우 훗날 컴퓨터바둑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했고, 그 과정에서 아래에서 다시 논의될 컴퓨터바둑과 관련된 다수의 이론적 연구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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