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사유..!/인지와 언어.

[ㅍ] 의미역 계층이론과 국어의 주격, 대격

온울에 2008. 5. 12. 05:43

목 차

1. 머리말
2. 문제 제기
3. 선행 연구
3.1. 주격과 대격을 도출하는 3가지 방법
3.1.1. 통사구조로부터의 도출
3.1.2. 의미역 계층(thematic hierarchy)으로부터 도출하는 방법
3.1.3. 주제화 계층(topicality hierarchy)으로부터의 도출
4. 용어 정의
4.1. 의미역과 논항구조
4.2. 고유논항과 부가논항
5. 문제 해결
5.1. 의미역의 중화
5.2. 의미역이 없는 논항
5.3. 수동태의 연결 규칙
6. 남은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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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한국어학회 
학술지명 한국어학 
ISSN 1226-9123 
권 13 
호  
출판일 2001 .  

 

 

 

의미역 계층이론과 국어의 주격, 대격


한정한
(Han, Jeong-han)
3-187-0101-12

영문요약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account for Korean subjectr, and object case marking in terms of thematic hierarchy in comparison with other major approaches, i.e., of configurationality and topical accession hierarchy. In doing so, the author emphasize that in semantic structure various thematic roles need to be sorted out into four groups according to argument slot. And the groups are linked into syntactic subject in order of group 1 > group 2 > group 3 > group 4, while syntactic object in order of group 4 > group 3 > group 2 > group 1. After all, in case linking algorithm, what is of importance is not which thematic role an argument is, but which thematic group an argument belong to.


한글키워드
의미역 계층(thematic hierarchy), 주격(subject), 대격(Object), 의미역 그룹(thematlc role group), 의미역 중화(thematic roles of neutr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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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이 글의 목적은 국어의 대표적인 통사격인 주격과 대격을 의미역 계층(thematic hierarchy)을 이용하여 설명해 보는 것이다. 필자는 의미역을 서술어가 가지는 논항의 자리를 기준으로 4개의 그룹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1그룹 > 2그룹 > 3그룹 > 4그룹의 순서로 통사부의 주격으로 연결되고, 이어서 그 역순인 4그룹 > 3그룹 > 2그룹 > 1그룹의 순서로 통사부 대격에 연결된다. 따라서 주격, 대격의 연결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의미역 그룹의 순서이지, 구체적인 의미역 명칭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통사론의 연구과제는, 표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문장 내 요소들에 각각의 범주를 부여하고 이들 간의 계층구조를 밝혀 주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문장 내 요소들이 술어(main predicate)와 가지는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전자가 주로 단어, 구, 절, 그리고 문장의 계층표현 및 형상성(configuration)의 문제를 취급한다면, 후자는 주로 주어(절), 목적어(절), 부사어(절), 관형어(절) 등과 같이 술어와의 관계성을 다룬다. 따라서 전자를 계층구조(hierarchical structure). 그리고 후자를 관계구조(relational structure)라고 부를 수 있겠다.

국어 주격 ‘이/가’와 대격 ‘을/를’은 두 번째 말한 관계구조의 형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문법의 관계구조가 주로 형태표지에 의해서 실현되는 국어의 교착어적인 특징이 반영된 용어이다.

2. 문제 제기
의미역과 표면격 사이의 연결 규칙을 찾으려는 시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회의론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가. 수종의 의미역이 주격, 대격으로 실현된다.

나. 의미역이 없는 논항이 있다.

다. 극히 재한적인 몇 가지 문법관계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1가)는 예를 들어, 아래 (2)와 같은 예문에서 주어 ‘철수’는 행위자(agent)역과 피해자(patient) 역을 모두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의미역이 주어로 실현된다는 일반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 가. 철수가 창문을 깨뜨렸다. agent

나. 철수가 죽었다. patient

그리고 (1나)는 아래 (3)의 예에서와 같이 적당한 의미역을 부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3) 가. 네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라.

나. 철수는 그를 영웅으로 생각한다

나. 나는 그가 간다고 믿는다.

만약 이들에게 의미역을 줄 수 없다면 의미역으로부터 주격이나 대격을 도출해 내는 연결규칙의 설정도 불가능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1다)는 의미역 계층 이론이 통사부의 격실현과 관련하여 제한적인 영역의 설명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아래 (4)와 같은 복문(관계절)에서,

(4) 철수는 [어머니가 준] 도시락을 먹었다.

내포절의 의미역 구조와 상위절의 의미역 구조 사이에 어떠한 의미 관계가 있길래 통사부에서 예컨대 부사절이 아니라 관계절로 실현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즉, 주어, 목적어뿐만 아니라 부사어(절), 관형어(절) 등의 선택도 의미구조에서 도출될 수 있어야1) 온전한 연결이론2)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선행 연구
3.1. 주격과 대격을 도출하는 3가지 방법
주격, 대격과 같은 문법의 관계 구조를 설명하는 방식은 그것의 도출 방식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어 왔다. 첫째는 Chomsky(1965, 1986)에서처럼 이것을 문법 성분 구조의 형상성에서 도출하는 것이고, 둘째는 Jackendoff (1972, 1990), Dik(1978)에서처럼, 어휘 개념구조로나 의미 기능 위계로부터 도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로 Givon(1984: 138)은 주어와 목적어를 ‘통사적으로 코딩된 화용격’(pragmaic case role)으로 보고, 주제화 위계(topic accession hierarchy)로부터 도출해 낸다.

3.1.1. 통사구조로부터의 도출
Chomsky(1965)의 초기 변형문법(translational grammar)에서 통사구조는 문법관계를 설명하는 공인된 시원으로 활용된다. 이것은 문법을 보는 그의 통사중심적인 관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주어(subject)는 구절구조에서 ‘S에 의해서 직접 지배되는 명사구’(the NP which is immediately dominated by S)이고, 목적어는 ‘VP에 의해서 직접 지배되는 명사구’(the NP immediately dominated by the VP)이다.

주어와 목적어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Chomsky(1986) Barriers에 오면서 외재 논항과 내재 논항으로 대체된다. 외재 논항, 즉 주어는 VP 밖에 있는 통사논항으로 IP(inflection phrase)에 의해서 직접 지배된다. 그리고 내재 논항, 즉 목적어는 VP 안에 있는 통사 논항으로 V의 자매항이고 V-bar에 의해 직접 지배된다.

Chomsky(1995) Minimalism은 VP 내부 주어 가설(VP internal subject hypothesis)을 받아들이면서 외재 논항의 개념을 다시 수정한다. 즉 외재 논항은 VP에 외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처음에는 V-bar에 외재하고, IP가 아니라 VP에 의해서 직접 지배를 받는다.

이러한 변화에도 주어(외재논항)와 목적어(내재논항)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목적어는 V의 자매항으로 자신과 V를 포함하고 있는 구에 내재한다는 것이고, 주어는 그 구에 외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첫째로 최소한 VP라는 구조는 언어 보편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VP의 존재 없이 주어나 목적어의 정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 초기 구조와 실제 표면 구조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표면 구조와 상이한 추상적 표시 층위(deep or abstract representation)를 하나 혹은 그 이상 상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층위를 매개하는 변형이나, 이동 혹은 상호 지시 같은 도출방식이 필요하다.

VP의 존재나, 또 심층구조를 인정할 것인가, 또 몇 개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문법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주어나 목적어를 통사구조의 형상성에서 도출하는 한 이 두 가지 전제는 증명될 필요가 있다.

3.1.2. 의미역 계층(thematic hierarchy)으로부터 도출하는 방법
주어나 목적어와 같은 문법 관계가 행위자 역이나 피해자 역과 같은 의미역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Fillmore(1968)의 격문법은 이런 인식의 중요한 업적으로, 그는 아래 네 문장의 주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5) a. John opened the door. 행위자(agent)

b. John opened the door with a chisel. 행위자(agent)

c. The wind opened the door. 도구(instrument)

d. The door opened. 대상(theme)

즉 행위자가 있으면 문장의 그것이 주어가 되고, 행위자가 없고 도구가 있으면 그것이 주어가 된다. 이 밖의 다른 경우에는 대상이 주어가 된다.

또 Dik (1978: 76)의 기능문법은 주어나 목적어로 실현되는 의미역이 아래와 같은 ‘의미 기능 계층’(SFH)을 따라서 선택된다고 한다.3)

(6) Semantic Function Hierarchy(SFH)

Agent > Goal > Recipient> Beneficiary> Instrument> Location > Time

Subject O> O > O > O >O > O >O

Object O> O > O > O > O > O

Jackendoff(1972)의 아래 ‘의미역 계층 조건’도 주어, 목적어와 같은 여러 가지 문법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안된 것이다.

(7) Thematic Hierarchy Condition

Agent > Location, Source, Goal, Measure > Theme

특히 그는 (7)을 이용하여 수동문에 대한 의미역 계층 조건을 아래와 같이 설정한다.

(8) The passive by-phrase must be higher on the Thematic Hierarchy Condition than the derived subject.(수동문에서 by의 목적어는 그 수동문의 주어보다 의미역 계층에 있어 더 높아야 한다)

이에 따라서 아래 (9)와 같온 문장의 비문법성이 설명된다. 즉 (9)에서 ‘five dollars’는 측정(Measure) 어구인데, by의 목적어인 ‘the book’은 대상(Theme)의 의미역을 갖는다. 따라서 이 수동문은 (8)의 조건을 어겨서 비문이다.

(9) *Five dollars are cost by the book.

Jackendoff는 또 재귀대명사에 대한 의미역 계층 조건을 아래와 같이 설정한다.

(10) A reflexive may not be higher on the Thematic Hierarchy than its antecedent.

(재귀사는 그 선행사보다 의미역 계층에 있어 더 높아서는 안 된다.)

(10)의 의미역 계층 조건은 아래 두 문장의 차이를 설명해 준다. (11가)에서 ‘himself’는 대상(Theme)이고 그 선행사인 John은 행위자(Agent)이므로 (10)을 만족시킨다. 그러나 (11나)는 ‘himself’가 행위자인데 그 선행사인 John은 대상이므로 (10)을 어겨 비문이다.

(11) 가. John shaved himself.

나. *John was shaved by himself.

그러나 이상의 의미역 계층에 의한 주어, 목적어의 도출은 (1)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아직 공통으로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3. 주제화 계층(topicality hierarchy)으로부터의 도출
Givon(1984: 138)에 의하면 주어나 목적어는 "문법화된 (통사적으로 코딩된) 화용격"이다.4) 그에 따르면 주어는 ‘절 내에서 가장 높은 주제’ 요소이고, 목적어는 ‘절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제’ 요소가 된다. 따라서 (12)와 같은 문장에서 ‘나’는 제1 주제, 그리고 ‘철수’는 제2 주제가 된다.

(12) 내가 철수를 만났다.

그리고 Givon(1984: 139)은 능동 단문에서 주어나 목적어로 실현되는 정도를 기준으로 의미역들 간의 주제화 계층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13) 주제화 계층(topicality hierarchy)

Agent > Dative/Benefactive > Patient > Locative > Instrument/Associative > Manner adverbs

이 계층은 주어와 목적어를 결정할 때 똑 같이 적용된다. 다만 목적어를 결정하는 경우는 행위자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능동태와 수동태의 전환(Voice)은 기본적으로 화용적 현상이며, 따라서 수동태에서는 행위자가 아닌 다른 요소가 제1 주제, 즉 주어가 된다.

그러나 (13)의 주제화 계층은 아래 예에서 보듯이 통사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13)에 따르면 아래 (14가)에서 ‘영희’(dative)는 ‘꽃’(Patient)에 우선하여 목적어로 실현되어야 하고, (l4나)에서도 ‘me’(dative)가 ‘a present’(Patient)에 우선하여 목적어로 실현되어야 한다.

(14) 가.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주었다.

나. She gave me a present.(Subject-Verb-Indirect Object-Direct Obiect)

그러나 (14가)에서 ‘를’ 표지는 ‘영희’가 아니라 ‘꽃’에 접속되어 있고, (14나)에서도 어순에 따라서 (직접)목적어는 문미의 ‘a present’이지, ‘me’가 아니다. 따라서 주제화 계층만에 의한 격체계 설명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4. 용어 정의
국어의 대표적인 통사격5)인 주격과 대격을 의미역 계층에서 도출하기 위한 예비 단계로 몇 가지 용어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4.1. 의미역과 논항구조
서술어는 자신의 논항을 하위범주화한다. 아래 (15)에서 보듯이 ‘사랑하다’는 의미적으로 두 자리 서술어이고, ‘주다’는 세 자리, 그리고 영어 ‘rain’은 의미적 결합가가 ‘0’이고 통사적 결합가가 ‘1’이다.

(15) 가. 사랑하다 (x, y)

나. 주다 (x, y, z)

다. rain ( )

논항의 ‘자리수’뿐만 아니라 하나의 명제 안에서 논항들이 술어와 관련하여 갖는 ‘의미역’도 개별 서술어가 가지는 고유한 의미특질인데 이것은 서술어의 논항에 ‘부가’되는 의미정보이다. (15)의 논항 자리수에 의미역 겅보를 부가하여 표시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16) 가. 사랑하다 [x(agent), y(theme)])

나. 주다 [x(agent), y(recipient), z(theme)])

다. rain [( )]

(16)과 같이 어휘 항목이 가지고 있는 논항의 표찰 붙은 목록을 우리는 ‘논항구조’(argument structure)라 부른다.

4.2. 고유논항과 부가논항
논항구조가 어휘 항목에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할 때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질문은 의미역의 수와 종류를 몇 개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정곤(1997)은 논항을 고유논항과 부가논항으로 나누자고 제안하면서 아래 예를 들고 있다.

(17) 가. 순이가 밥을 먹는다.

주어(A) 목적어(T)

나. 순이가 지금 부엌에서 영이와 밥을 먹는다.

주어(A) 부사어(Tm) 부사어(L) 부사어(Sociative) 목적어(T)

그에 따르면 (17가)는 서술어의 고유(inherent) 의미에서 나온 고유논항이고 (17나)의 부사어들은 서술어의 고유의미가 아니라 독립된 어휘 항목이 된다.

그런데 고유논항과 부가논항은 때때로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있다.

(18)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주었다. 고유 논항

(19) 철수가 도서관에서 수학을 공부한다. 부가 논항(부사 혹은 후치사구)

(20) 가. 철수는 집에 갔다. 고유-부가 논항

나. 철수는 갔다.

(18)의 ‘영희’는 동사핵(서술어) ‘주다’의 의미특질로부터 인가(license) 받았으므로 ‘주다’의 고유논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접사 ‘- 에게’는 의미적으로 공허(empty)하다. 그러나 (19)의 ‘도서관’은 동사핵 ‘공부하다’의 고유한, 따라서 필수논항이 아니다. 즉 ‘도서관에서’는 부사구를 형성하며, 명사 ‘도서관’은 ‘공부하다’가 아니라 접사 ‘-에서’가 인가해 준 논항이다.

문제는 (20가)의 ‘집에’와 같이 논항과 부가어의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는 경우이다. 우선 (20가)에서 우리는 동사핵 ‘가다’가 ‘집에’에 방향격(goal)를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집에’는 동사 ‘가다’의 고유 논항이 되고, 따라서 접사 ‘-에’는 의미적으로 공허하게 된다. 그러나 동사 ‘가다’는 (20나)의 정문성(grammaticality)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향격 논항이 없어도 문장이 성립한다. 따라서 ‘집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고유논항이 아니라 부가 논항이 된다.

물론 이 문제는 ‘가다’를 두 종류의 개념어로 분리하면 해결될 수 있다. 한국어의 경우 ‘가다’는 방향격을 필수로 요구하는 ‘가다1’과 방향격을 요구하지 않는 ‘가다2’로 나누는 것이다.6) (21가)의 경우 ‘집에’는 고유논항이 되고, (21나)의 경우 ‘집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21) 가. 가다1 [x(agent), y(goal)]

나. 가다2 [x(agnet) ]

5. 문제 해결
여기서는 2장 (1)의 문제제기에서 다룬 내용을 중심으로 다시 살펴보겠다.

5.1. 의미역의 중화
2장의 문제제기에서 필자는 수종의 의미역이 주격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주격에 대응하는 단일한 의미역을 설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의미역 계층으로부터 통사격을 도출하려는 연결 규칙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래 (22)에는 모두 7가지의 의미역들이 통사적인 주어로 실현되어 있다.

(22) 가. 철수가 영희를 때렸다. agent(+volitional)

나. 태풍이 항구를 쓸어 버렸다. force(-volitional)

다. 영희가 문제의 답을 알았다. experiencer

라. 그 때 큰 돌 하나가 창문을 깨고 날아들어 왔다. Instrument

마. 한반도가 대륙 진출의 발판이다. location

바. 결국 김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patient(+form change)

사. 눈이 내린다. theme(-form change)

이 문제와 관련해서 Grimshow(1990)에서 제안한 의미역 계층구조를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의미역들을 통사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논항(Syntactically prominent argument) 순서로 아래와 같이 일반화하였다.

(23) (Agent (Experiencer (Goal/Source/Location (Theme))))

비록 이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필자는 국어의 최대 논항 술어인 ‘번역하다’의 의미역이 나타나는 자리를 기준으로 (23)을 아래 (24)와 같이 바꿀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도 행위자와 피해자는 의미역 계층의 양쪽 끝을 차지한다.

(24) 철수는 영어에서 한국어로 그 소설을 번역했다.

(1그룹 (2그룹 (3그룹 (4그룹))))

agent source goal theme

force location instrument patient

experience

‘번역하다’의 예에서 보듯이 서술어의 논항들은 4 그룹 중 어느 한 그룹에 소속되고, 한 그룹에서 두 개의 의미역을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 그룹은 다종의 의미역 이름들을 그 원소로 가지나, 같은 그룹 안의 의미역들은 주격과 대격이라는 문법관계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그 차별성을 잃고, 동질화된다. 이것을 의미역의 ‘중화’라고 부르기로 한다.

(22)의 서술어들이 가지는 논항구조를 이런 의미역의 중화, 그룹화의 관점에서 배열시켜 보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밑줄 친 의미역 그룹은 각각 해당 문장의 주어로 연결된다.

(25) 가. 때리다 (agent, theme) 1그룹

나. 쓸어버리다 (force, theme) 1그룹

다. 알다 (experiencer, theme) 2그룹

라. 깨다 (Ø, instrument, theme) 3그룹

마. 발판이다 (location) 3그룹

바. 돌아가다 (theme) 4그룹

사. 내리다 (theme) 4그룹

그리고 이들은 (24)의 그룹화된 의미역 위계의 기준에서 보면, 개별 어휘의 논항 중에서 가장 계층이 높은 논항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알다’의 경우, (25다), ‘경험주’(experiencer)는 제2 그룹에 속하는 논항이지만 이 술어의 논항구조가 제1 그룹에 속하는 논항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경험주 논항이 가장 높은 의미역 위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깨다’, 즉 (22라)의 경우는, 비록 어휘 의미에서 ‘깨다 (agent, instrument, theme)’ 행위자 역을 가지나, 현재의 발화상황에서 선택되지 않았으므로 도구격의 의미역을 가진 ‘큰 돌’이 가장 높은 의미역 계층을 가지게 되어 통사부에 주어로 연결된다. (25바), ‘돌아가다’의 경우는 논항이 하나이므로 자신보다 위계가 높은 논항이 있을 수 없으므로 자동적으로 문장의 주어로 연결된다. 다른 예문들도 이런 논리가 모두 적용된다.

이상의 논의를 기준으로 우선 아래와 같은 주격 연결 규칙을 제안한다.

(26) 개별 어휘의 논항 중 아래 주격의 의미역 계층에서 가장 높은 그룹에 있는 의미역을 가진 논항이 주격으로 연결된다.7)

<주격의 의미역 계층>

1그룹 > 2그룹 > 3그룹 > 4그룹

다음으로 대격에서의 의미역의 중화의 예를 다루어 보자.

(27) 가. 그 강도가 사람을 죽였다. 피해자(patient)

나. 영희는 책을 철수에게 주었다. 대상(theme)

다. 청소년들이 밤늦게까지 시내를 배회하고 있다. 장소(location)

라. 기차는 막 서울역을 빠져나갔다. 방향(path)

마.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집을 나섰다. 기원(source)

바. 마라톤 선수들은 42.195킬로미터를 달린다. 정도(extent)

주격에서와 마찬가지고 대격에서도 우리는 의미역의 중화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27)의 예들은 위 (24)의 의미역 그룹화를 따라서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28) (1그룹 (2그룹 (3그룹 (4그룹

agent source goal theme

force location instrument patient

path

experience

extent

주격에서와 마찬가지로 (27)의 개별 어휘들을 논항구조를 기준으로 그룹화하면 아래 (29)와 같다.

(29) 가. 죽이다 (agent, patient)

나. 주다 (agent, recipient, theme)

다. 배회하다 (agent, location)

라. 빠져나가다 (theme, path)

마. 나서다 (agent, source)

마. 달리다 (agent, extent)

(29)에서 밑줄 친 논항들은 모두 통사부에서 대격으로 실현된 예들인데, 이것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개별 어휘들의 논항구조에서 (28)의 의미역 위계를 기준으로 가장 위계가 낮은 논항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기준으로 (30)의 대격 실현 규칙을 제안한다.

(30) 개별 어휘의 논항 중 아래 대격의 의미역 계층에서 가장 낮은 그룹에 있는 의미역을 가진 논항이 대격으로 연결된다.

<대격의 의미역 계층>

4그룹 > 3그룹 > 2그룹 > 1그룹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앞 2장 (1가)의 문제, 즉 수종의 의미역이 주격과 대격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의미역과 통사격 사이에 어떠한 연결 규칙도 설정할 수 없다는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즉 통사격에 연결되는 것은 의미역 계층의 자리이지, 의미역 이름 자체가 아니다.8)

5.2. 의미역이 없는 논항
이제 2장 (1나)의 문제제기. 즉 의미역이 없는 논항에 대해서 살펴보자.

(31) 가. 네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라.

나. 철수는 그를 영웅으로 생각한다.

다. 나는 그가 간다고 밈는다.

위의 예들에서 밑줄 친 명사들의 의미역은 딱히 이름을 주기가 어렵다. 게다가 (31다)의 ‘믿는다’는 절 보어를 논항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명사구가 아니므로 격표지가 실현이 되지 않는다. 이때 [그가 간다]는 절보어는 대상역(theme)을 받거나 혹은 의미역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

(31가, 나)의 경우는 어떤가? 필자는 이들이 어떤 의미역을 받든 동반하는 의미역(들)과 이종 그룹에 속하는 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통사부에 주격과 대격으로 연결되는 것은 논항들이 차지하는 의미역의 자리이지 의미역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32) 가. 말하다 [x(agent), y(?theme or Ø)] 1그룹이 아닌 그룹

나. 생각하다 [x(agent), y(?qualification or Ø), z(theme)] 1, 4그룹이 아닌 그룹

다. 믿다 [x(agent). y[?theme or Ø]] 1그룹이 아닌 그룹

그러므로 위 (32)에서와 같이 논항 x, y, Z의 인접하는 논항들과 다른 의미역그룹에 있는 한 이것에 근거하여 주격과 대격은 실현될 수 있다.

5.3. 수동태의 연결 규칙
아직 남아 있는 문제로 수동태 문장에서의 격 연결 문제가 있다. 아래 (33)에서,

(33) 가.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

나. 도둑이 경찰에게 잡혔다.

능동 술어인 ‘잡다’와 수동 술어인 ‘잡히다’는 동일한 논항구조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9)

(34) 가. 잡다 [x(agent), y(theme)]

나. 잡히다 [x(agent), y(theme)]

그렇다면 이제까지 설명한 주격, 대격 연결 규칙에 의하면 오직 (33가)만이 설명된다.

수동태의 격 실현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역 계층이론은 ‘수동 술어의 격 연결은 능격 언어의 패턴을 따른다고 가정한다.’ 이것은 수동 술어의 ‘주격의 의미역계층’이 능동 술어의 경우의 역으로 작용된다는 것을 뜻한다.

(35) 수동 술어의 ‘주격의 의미역 계층’

4그룹 > 3그룹 > 2그룹 > 1그룹

이것은 격 연결과 관련하여 두 가지 유형의 격 연결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대격 언어(Nominative-Accusative language)와 능격 언어(Absolutive-Ergative language)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영어나 한국어와 같은 대격언어 안에서도 수동구문에서는 능격 언어의 의미역 계층을 가져다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6. 남은 문제들
필자가 생각하는 연결 문법은 문법의 각 모듈을 해석과 생성이라는 의사 소통의 관점에서 연결하는 연결규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의미역 계층을 이용하여 국어의 주격과 대격을 도출하는 규칙을 찾는 것은 이러한 문법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의 ‘가/이’와 ‘을/를’은 단순히 본고에서 논의한 ‘통사격’이라는 범주 안에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의 격이 아니다. 이것은 의미론, 화용론, 그리고 통사론의 상호 연결되는 규칙들이 모두 찾아졌을 때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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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원경. 2001. "한국어 격 정보와 자질 연산 문법." 고려대 박사학위논문.
시정곤. 1997. "한국어 의미역 계층 구조와 배열 순서." 「한국인지학회 97춘계 학술대회 논문집」.
양정석. 1997. 「개정판 국어 동사의 의미분석과 연결이론」 박이정.
최경봉. 1998. 「국어 명사의 의미구조」 태학사.
최호철. 1993. "현대국어 서술어의 의미구조." 고려대 박사학위논문.
한정한. 근간. "중간언어 기계번역 시스템을 위한 '-를'의 처리." 「한국어의 목적어와 목적격」 월인.
Chomsky, Noam. 1965. Aspects of the theory of syntax. Cambridge, MA: MIT Press.
Chomsky, Noam. 1986. Barriers. Cambridge, MA: MIT Press.
Chomsky, Noam. 1995. The minimalist program. Cambridge, MA: Blackwell.
Dik, Simon C. 1978. Functional Grammar. Amsderdam: North-Holland.
Fillmore, Charles J. 1968. The case for case. In Emmon Bach and Robert Ha rms, eds., Universals in linguistic theory, 1-88. New York: Holt, Rei nhart and Winston.
Givon, Talmy. 1984. Syntax: a functional-typological introduction, vol. I. Am sterdam and Philadelphia: John Benjamin.
Han, Jeonghan, Morphosyntactic Coding of Information Structure in Korean, Ph.D. dissertation, State University of New York(SUNY) at Buffalo. 서울: 한신문화사.
Jackendoff, Ray S. 1990. Semantic Structure. Cambridge. MA: MIT Press.
Talmy, L. 1988. Force Dynamics in language and thought. Cognitive Science 12; 49-10.
Wierzbicka, Anna. 1988. The semantics of Grammar. Amsterdam and Philade lphia: John Benjam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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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
1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Wierzbicka(1988)의 ‘문법의 의미론’(The Semantics of Grammar)으로 이어진다. 그녀에 따르면 모든 문법 구성은 특정한 의미 구조의 매개자이다(Every grammatical construction is a vehicle of a certain semantic structure, Wierzbicka(1988:4))
2 ‘연결이론’은 음성. 형태, 통사, 의미 그리고 화용과 같은 문법의 각 모둘 간에 연결규칙(linking algorithm)을 찾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3 대상(theme)이나 피해자(patient) 역은 goal과 동일한 위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그의 설명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주어나 목적어로 실현되는 의미역에 제한(semantic restriction)이 있는데, 예컨대, 어떤 언어는 agent, goal만을 주어로 허용하고, 또 다른 언어는 agent 만을, 그리고 어떤 언어는 agent, goal. recipient를 주어로 허용하는 식이다. 목적어도 이점에서 의미역 제한이 있다.
4 Subject and object are "grammaticalized (i.e., syntactically coded) pragmatic case roles."
5 필자가 여기서 주격과 대격을 의미격이 아니라 통사격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이들의 격표지가 의미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역 계층구조예 의한 ‘의미역의 중화과정’ 그리고 의미부에서 통사부로 가는 ‘연결규칙’을 거치기 때문이다. 의미구조와 달리 이 두 가지는 개별 언어적 성격이 매우 강한 통사론의 고유 영역이다.
6 중국어는 방향격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서로 다른 형태로 구분한다. 이것은 개념적인 구분 방식이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 趙明走。 (방향격이 없는 경우)
나. 趙明走學校。(방향격이 있는 경우)
7 의미정보를 격 생성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김원경(2001)이 있다. 이것은 특히 자연언어 처리를 위한 알고리즘으로 제안된 것인데, 예를 들어, 주어 생성 규칙을 들면 아래와 같다.
(1=37) Sub 생성 규칙
분석 테이블에서 Sub가 부가된 단어는 생성 테이블의 Sub에 단어를 적는다. 단 Sub가 두 개 이상일 경우에는. A(gent) → T(ime) → O(bject)의 순서를 따른다
이에 따라서 한국어로부터 영어를 생성하는 아래 (2)를 설명하면,
(2) 가. 철수는 오늘이 생일이다.
나, Today is Chelsu’s birthday.
(2가)를 김원경(2001:89)의내면(의미)격으로 보면 ‘철수’는 소유격(Possession), ‘오늘’은 시격(Time), ‘생일’은 객격(Object)를 갖는다. 그런데 (1)에 따르면, 이 문장에는 위격(agent)이 없으므로 차 순위인 시격 ‘오늘’이 영어 생성에서 주어로 나타난다. 같은 방식으로, 아래 (3가)에서
(3) 가. 코끼리가 코가 길다.
나 The elephant’s nose is long.
‘코끼리’는 소유격(Possession), ‘코’는 객격(Object)을 가지는데, 이 문장에는 위격(Agent)과 시격(Time)이 모두 없으므로 새 번째 위계를 가지는 객격 명사 ‘코’가 영어문장의 주어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방식과 이것과의 차이는 우선 김원경(2001)에는 시격(Time)이 설정되어 있고, 의미역 중화에 의한 그룹화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2가)의 논항구조는 명사술어 (‘철수의 생일’)를 가지고, ‘오늘’은 이 명사술어의 유일 논항이 된다. 따라서 이 유일 논항이 본문 (26)에 근거하여 통사부의 주어로 연결된다. 그리고 나서 ‘철수’는 통사부가 아니라 화용부에서 주제화(topicalization)된다.
8 익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Jakendoff(1990)와의 차이점을 밝히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의 연결이론은 그의 어휘개념구조(Lexical Conceptual Grammar)로부터 통사부로의 연결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국어의 주격, 대격을 문장의 형상성이 아니라 의미역 계층에서 도출하려는 본고의 목적은 이점에서 그와 노선이 같다.
국어 학계의 논의를 위해서 Jakendoff(1990)보다는 그를 국어에 적용한 양정석(1997: 73)의 설명으로 대신해 보겠다. 우선, 서술어는 의미역 층위(thematic tier, 혹은 어휘개념구조)와 작용역 층위(action tier)를 갖는다. 아래 그의 예를 보자.
(1) 가 [ [AFF ( [A], )],
[GO ( [A],[TO ( [AT ( [c]) ] ) ] ) ] ]
찬수가 교무실에 갔다.
나. [ [AFF ( [B], [A])]
[CS ( [B], [GO ( [A], [TO ( AT ( [C] )])])])])]]
김선생님이 찬수를 교무실에 보냈다.
양정석(1997:73)은 "먼저, 어느 동사가 주어와 목적어를 다 취하는 경우 이 동사의 어휘의미구조에는 작용의 의미층을 갖고, 첫째 논항, 즉 작용자(Actor)는 주어로, 둘째 논항, 즉 피 작용자(Patient)는 목적어로 나타나게 된다. 다음, 목적어를 갖지 않는 경우는..... 동사 어휘의미구조의 작용 의미층에 첫째 논항만이 설정되고, 이 논항은 통사구조에서 주어로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고 설명한다.
문제는 그의 지적처럼 아래 (2)의 ‘공’같이 행위자성을 보이지 않는 주어, 즉 작용자 없이 피작용자만이 어휘의미구조의 작용 의미층에 설정되는 경우, 이 논항이 주어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2) [[AFF( . x)], [MOVE(x)]]
바람이 불어서 공이 움직였다.
양정석은 이 문제를 "바람이라는 외부의 힘이 정지해 있으려는 잠재력을 갖는 공에 작용을 가하여 움직임을 일으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하고, (2)의 작용의미층을 할당한다. 그리고 이 유일 논항이 통사부에 주어로 실현된다. 그러나 본고의 필자는 이런 식의 처리 방식보다는 본문 (26), (30)과 같이 절 내 서술어 논항의 ‘그룹화’에 의한 처리가 더욱 간단하고, 의미적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문제는 작용의미층의 설정이 곤란한 경우다. 즉 사동성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태동사나, 피동사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양정석에 따르면, 필자가 옳게 이해했다면, 이런 경우는,
(3) 가. 작용자 > 피작용자
나. 행위자 > 대상 > 처소, 경로
(3가)가 아니라, (3나)의 순서로 통사부의 주격에 연결된다. 그런데 이것은 필자가 본고의 맨 앞 절 (1)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을 공히 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필자의 주장은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미역 명칭이 아니라 ‘그룹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Jakendoff(1990), 양정석(1997)이 공히 도입한 Talmy(1988)의, 필자의 유학시절 석사 논문 지도 교수, 작용역학(Force Dynamics)을 매우 뛰어난 업적으로 생각하지만, 격 연결규칙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9 어휘부에서부터 수동문의 논항구조를 능동문과 다르게 보는 것은 이 둘의 의미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 둘을 의미적(semantics) 차이가 아니라, 화용적(perspective) 차이라고 본다. 따라서 어휘부에서 이들은 동일한 논항구조를 갖는다.
10 한정한(근간)은 한국어의 격체계를 ‘통사격’, ‘의미격’, ‘화용격’의 삼분체계로 나누고 국어의 격형태 ‘가’와 ‘를’이 이 세 가지 문법 모듈에서 각기 고유한 문법 기능에 의해 유발(motivate)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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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한정한
(Han, Jeong-han)
고려대학교 민족문화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