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바둑..!/관련 자료들~

[=] Area룰과 Territory룰의 근본적 차이

온울에 2008. 5. 21. 02:44

Area룰과 Territory룰의 근본적 차이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프로기사

남치형

   지난 반세기 동안 놀이로서의 바둑은 오랜 역사 동안 터가 되었던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심지어 아프리카에서까지 즐기는 범세계적인 놀이로 성장하였다. 바둑을 둠으로써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끼리도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 각국에서는 매년 무수히 많은 국제 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인터넷상에서도 역시 국적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매일 수만의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규칙은 정립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국제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바둑규칙은 한국-일본식, 중국식, 그리고 대만의 응씨룰 등 세 가지이다. 이 세 규칙은 서로 통합되지 않은 채 오랜 세월 동안 독립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바둑에서 이처럼 다른 종류의 규칙들이 오랜 세월 동안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중 어떤 규칙을 적용하는지에 관계없이 거의 대부분 같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동안 바둑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 세 종류의 바둑 규칙을 대회에 따라 그때그때 적용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2004년) 대만의 응씨 위기기금회의 후원으로 ‘세계 바둑규칙 연합 촉진회’가 결성됨으로써 새롭게 바둑규칙의 통일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보다 많은 나라에 바둑을 보급하고 그리하여 바둑이 진정으로 세계적인 게임이 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회의는 처음으로 어떤 한 대회에서 어떤 룰을 적용할 것인가가 아닌, 앞으로 있을 국제적인 바둑대회에서 어떤 룰을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인가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그런데 현재까지 3번의 회의가 있었고, 조만간 제4차 회의1가 예정되어 있는 지금까지도 회의는 그 명칭 이상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의 룰 전문가들과 동아시아 국가 바둑협회에서 실질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앞으로 열릴 범세계적인 행사에 어떤 룰을 적용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했으나, 정작 어떤 룰이 그 통합/국제룰의 지위를 차지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 논문은 과연 현존하는 규칙들을 절충하여 하나의 통합된 규칙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규칙의 차이와 장단점,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등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사실 바둑의 세계적 보급을 위해 과연 통합/국제룰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바둑이 올림픽 등의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지의 현실적인 문제나, 바둑이 과연 스포츠인가라는 바둑의 본질과 관련한 사항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단지 국제적인 대회를 치르기 위해 수백 년, 혹은 천년 이상일지도 모르는 세월 동안 존속했던 규칙에 손을 댄다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좀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모든 것이 개별화, 다양화되어 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현존하는 다양성을 침해하면서 하나의 통합/국제룰을 찾고자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당위성에 관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통합된 바둑 규칙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각 룰이 지닌 장점이나 단점은 대부분 그 룰이 기반하고 있는 계가법에서 도출되는 것이고, 계가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개별 사항만을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두 규칙을 절충하기 위해선 먼저 계가법을 하나로 통일해야 할 것인데, 이는 사실상 어떤 하나의 규칙 체계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두 체계는 서로 합쳐질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결과적으로 절충을 위한 시도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규칙 위원회’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룰의 합리성 등을 토론하고 그것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목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나의 룰이 다른 룰의 한 측면을 수용하는 순간 다른 부분까지도 필연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므로, 사실 작은 부분에 있어서 조차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통합된 하나의 바둑규칙을 만들려는 시도는 지금까지와는 그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 이제까지 각각의 규칙의 옹호자들은 왜 자신들의 규칙이 논리적인지, 그리고 왜 상대방의 규칙이 불합리한 지를 밝히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사실 각 규칙은 어느 편이 더 논리적이지도 덜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들은 서로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다름은 바로 바둑에서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의 차이, 즉 무엇이 세어지는가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규칙 통합에 관한 문제는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1  2005년 10월 23부터 28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제4차 회의가 열린다. 필자는 제1차와 제2차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