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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유기의 현대화에 관한 연구

온울에 2008. 5. 12. 05:54

목 차

Ⅰ. 머리말
Ⅱ. 鍮器의 재료
1. 鍮器 재료의 합금
2. 鍮器 재료의 특성
Ⅲ. 傳統 鍮器의 제작
1. 방짜 유기의 제작 과정
1) 방짜쇠의 합금과 바둑(바디기) 만들기
2) 네핌질(뉘핌질)
3) 우김질(돋움질)
4) 냄질
5) 닥침질(싸개질)
6) 제질(부질)
7) 담금질
8) 벼름질(트집잡기)
9) 가질
2. 주물 유기의 제작
Ⅳ. 現代 鍮器의 제작
1. 현대화된 鍮器의 제작 설비 및 방법
1) 전동 로울러
2) 공기 해머
3) Spinning 기계
4) 프레스(Press)
5) 기타의 시설
2. 鍮器 디자인의 개발 현황
Ⅴ. 시제품(試製品)의 제작
1) 탁상용품 디자인
2) Bottle cooler 디자인
3) 스테이크 팬(Steak pan) 디자인
4) 과반(Fruit bowl) 디자인
Ⅵ.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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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술지명 造形 
ISSN  
권  
호 19 
출판일 1996.  

 

 

 

전통 유기의 현대화에 관한 연구


서도식
2-620-9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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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일반대중에게까지 광범하게 사용되었던 조선시대의 유기제품은 다른 공예품들과 함께 당시의 생활양식을 주도하였으며, 조선인의 정서와 미의식이 한데 어우러진 '멋' 이었다. 그러나 서구 문화의 활발한 유입에 의한 사회 구조의 변화로 말미암아 생활 문화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유기의 전통은 무대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으며, 유기의 전통이 고사된 그 자리에 오히려 서양의 생활문화물들이 대신 채워짐으로써 유기 문화에 의하여 고취되어 왔던 우리 고유의 미의식마저 서구적 미의식에 함께 수용되고 말았다.

스테인레스 스틸, 플라스틱 등으로 대량 생산된 값싼 생활용기들은 전통 유기에 의하여 아름답게 꾸며진 식탁문화를 무취미하게 만들었으며, 은을 주재료로 하여 제작되어진 값비싼 수입 양식기들은 자칫 현대인의 정서와는 유리된 채 퇴폐적 고급문화만을 부채질함으로써 건강한 공예미의 상실을 초래하였다.

우리는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문화적 유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여 훌륭한 가치의 전통문화가 박제화되거나 사장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며, 서양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말미암아 전통문화의 발전이 다소 왜곡되게 진행되고 있는 현상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연구하고자 하는 과제는 인간문화재에 의해서 단순히 전승되고 있는 전통문화를 우리의 참문화로 새롭게 창출하여야 한다는 인식의 차원에서 비롯되었다.

현대공예가들은 전통공예의 현대화 과제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현대공예의 가치 준거(準據)를 확보하기 위하여 전통공예문화의 가치 체계를 결코 잊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화'야 말로 진정한 현대화라고 믿고 있는 현대공예가들은 우리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잘 계승시키고 동시에 현대산업사회의 구조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전통공예문화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양질의 전통공예문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현대화의 방법론에서 간혹 오류를 범하기도 하여 현대화 연구에 대한 실효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 유기의 현대화'를 주제로 설정하여 유기제품의 디자인을 궁극적으로 현대화시킬 수 있는 기초적 방법론에 촛점을 맞추어 연구함으로써 현대 금속공예가들의 유기 디자인에의 접근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하였으며, 특히 산학 협동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내용과 유사한 주제가 일부의 학술 논문에서 이미 다루어진 바 있으나, 재료의 특성을 규명하는 실험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거나 전통적 수공예품으로서의 유기디자인을 제외한 기계생산 방식을 적극 수용하지 못하여 연구의 한계를 드러낸 경우가 있었다.

결국 유기의 제작 방법을 현대 금속공예 기술및 디자인 영역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유기 공장의 실태 조사와 몇가지 실험을 통하여 모색해 봄으로써 유기 디자인의 현대화에 이바지함이 이 연구의 본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Ⅱ. 鍮器의 재료
1. 鍮器 재료의 합금
전통적으로 유기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놋쇠를 주재료로 제작된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은 청동기시대부터 생활문화를 일구어내는 주요 도구의 재료로 활용되어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합금 재료의 우수한 내식성(耐蝕性)과 내마모성(耐磨耗性) 때문에 금속공예품이나 악기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유기의 제작에 필요한 놋쇠는 구리(銅)와 주석(朱錫)을 약 4대1(구리:주석=16냥:4.5냥=78%:22%)의 비율로 합금한 금속으로서 통상 방짜쇠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이 합금은 메질(망치질)에도 터지지 않고 잘 견디며(합금의 메질은 반드시 금속이 달구어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적당한 강도와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어 놋그릇 같은 일상적 유기제품이나 징, 꽹과리 등의 악기 재료로 오래전 부터 이용되어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짜쇠는 단조 기법으로 성형되는 기물(器物)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주조 기법으로 성형하는 유기의 경우에는 주조를 용이하게 하고 형태의 뒤틀림을 막기 위하여 구리와 주석의 합금 비율을 달리 하면서 때로는 아연을 첨가하기도 한다. (입주라고 하는 이 합금은 성형 과정이 끝난 뒤 최종적인 담금질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외부 충격에 잘 견디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2. 鍮器 재료의 특성
용해로에서 합금되어 냉각된 쇠(방짜쇠)는 단단하면서도 전연성(展延性)이 좋지 않아 상온에서 단조를 할 경우 유리처럼 깨어져 버린다. 따라서 유기를 제작하기 위하여 메질을 한다거나 절단 또는 전동 로울러를 통하여 얇은 판재를 얻고자 할 때, 심지어 Spinning과정 등 유기의 모든 성형 가공은 열간 가공의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열간가공(熱間加工)이란 가공되어지는 금속의 전성(展性) 및 연성(延性)이 우수하지 못할 경우 상온 상태에서는 가공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금속 조직의 상태가 부드러워질 때 까지 가열하여 식기 전에 압연 또는 단조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인 비철금속의 가공이 대부분 냉간가공(冷間加工)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특히 금속의 순도가 높을수록)과 비교한다면 열간가공(熱間加工)으로만 성형이 가능한 유기의 생산은 그만큼 까다롭고 힘이 들며,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완제품을 얻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유기공장에서는 열간가공의 상당 과정들을 기계화시킴으로써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수공에만 의존하던 과거에는 유기의 대중적 보급이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열간가공 과정이 반복되면서 성형이 거의 완료된 모든 유기 제품은 최종적으로 반드시 담금질(열처리)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담금질 이후 유기의 물리적 성질을 살펴보면 작업의 초기 상태와는 달리 전연성이 매우 우수해 지고 질기게 되어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게 된다.

유기 재료의 이러한 물리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징이나 꽹과리 같은 타악기의 탄생이 가능하였으며, 방짜문화의 전통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유기 재료의 미적 특질을 언급하자면, 그 색상의 아름다움을 들 수 있다. 광택이 잘 나는 유기는 자칫 금으로 만들어진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따뜻하면서도 미려(美麗)함을 드러내 보인다. 현대인의 식탁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스테인레스 용기들의 무취미하고 냉랭하게 느껴지는 색감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은은하고 따뜻한 정감을 안겨주는 유기 재료의 이러한 미적 특질이야 말로 우리 고유의 미의식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본질적 요소로써 유기문화의 부흥을 예고해 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Ⅲ. 傳統 鍮器의 제작
우리의 전통 유기는 제작 기법에 따라서 방짜유기, 반방짜 유기, 주물 유기로 나뉘어 지는데, 그 중에서도 방짜 유기는 시종일관 단조 기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형 과정이 까다롭고 힘이 많이 든다. 그러나 반방짜나 주물 유기와 비교해 보면 방짜 유기는 잘 깨어지지 않고 질기며, 오히려 제품의 표면에 드러나는 은은한 망치 자국이 아름다워 예로 부터 소비자들은 방짜를 최고의 유기로 인정하고 있다. 방짜 유기의 종류로는 칼, 가위 등의 생활 도구에서 부터 반상기 세트, 대야, 각종의 불구(佛具) 및 제기에 걸쳐 매우 다양하며 그 가운데에서도 울음(소리)이 생명인 징, 꽹과리 등의 악기류는 반드시 방짜로 제작되었다.

반방짜 유기란 방짜와는 달리 가질이 끝난 주물 유기의 표면에 망치 자국만 살짝 남김으로써 방짜의 흉내를 낸 것이다. 오목한 형태의 식기나 요강 등은 방짜 기술로 제작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작업의 능률도 높이면서 방짜처럼 보일 수 있도록 이와 같은 반방짜 기법으로 제작하고 있다.

주물 유기는 방짜 유기에 비해서 무게가 무겁고 쇠의 조직이 치밀하지 않아 쉽게 깨질 수 있다. 그러나 단조로 성형할 수 없는 복잡한 형태의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상이나 종, 촛대 등의 제작에 주조 기법을 많이 활용해 왔다.

1. 방짜 유기의 제작 과정
우리나라의 全地域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 유기 제작소들의 전통 방짜유기 제작과정은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합금 재료나 합금비 또는 사용 도구의 모양 및 기능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단지 사용하는 용어에 있어서는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각 지역의 방언 체계에 근거 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평북 정주에서 유래한 '납청 유기'와 경남 거창의 '오부자 공방'에서는 제작 과정에 등장하는 용어들을 그 지역의 방언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 생산의 전통적 과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으며, 용어의 통일에 대한 대안이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두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동시에 수용하여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통유기의 제작시설


1) 방짜쇠의 합금과 바둑(바디기) 만들기
재래식 놋쇠의 원료는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는데, 일반적으로 방짜쇠라 함은 구리 16량(1근)에 주석 4량을 섞는다. 이러한 합금 비율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기 보다는 전통적인 수공 제작의 경험에 의하여 정해졌다.

방짜쇠의 합금에는 섭씨 1200도 내지 1300도의 고온이 요구되어 풀무꾼은 화덕의 불을 잘 지펴야 하며, 합금시 잡쇠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바둑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


큰 도가니 속의 쇠가 잘 녹았나 살핀 후, 도가니 속에 떠 있는 쇠의 불순물을 걷어 내고 작은 도가니로 잘 녹은 쇳물을 떠서 물판(물돌)에 부어 바둑(바디기)을 만든다. 이때 물판에는 소나 돼지의 기름을 미리 발라 물판과 쇠의 분리가 용이하게 한다. 들판에 부어진 쇳물 위에는 톱밥을 뿌리게 되는데 이것은 쇳물 표면의 급냉을 방지하면서 쇠의 조직을 고르게 하고 기포 생성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바둑을 만들 때 사용되는 주요 도구로는 갈쿠리, 부주깽이(부주땡이), 족쇠(고물게라고도 하는데 쇠의 불순물을 걷어낼 때 사용하는 도구임), 도가니 집게, 바둑을 들어낼 때 사용하는 바둑이 집게, 물판에 쇠기름을 바를 때 사용하는 댄잽이, 물판등이 있다.

2) 네핌질(뉘핌질)
바둑이가 네핌질 단계로 넘어오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방짜 작업이 시작된다. 네핌질이란 바둑을 망치로 쳐서 유기를 만들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늘이는 공정을 말한다. 이미 식어 있는 상태의 바둑을 다시 화덕에서 달구어 붉은 빛을 띠었을 때 재빨리 모루쇠(머루띵이) 위에 놓고 본격적인 망치질을 시작한다. 원대장(대정이)은 모루쇠 위에 올려진 바둑을 적절하게 돌려가며 메질(망치질)할 곳을 지시하고, 대장의 지시에 따라 센망치(센메), 곁망치(전메), 앞망치(앞메)꾼의 차례로 메질한다. 메질을 계속하다 보면 쇠가 식게 되는데 이렇게 된 쇠는 다시 달구어서 메질한다. 쇠를 달굴 시 쇠의 전체가 골고루 잘 달구어지는것이 매우 중요하며 만약에 부분적으로만 가열된 쇠를 단조할 경우에는 즉시 깨지고 만다.

* 네핌질에 쓰이는 도구

안풍구 집게(몽골잽이) : 대정이가 왼손에 쥐고 사용하는 집게로서 가질 대정으로부터 달구어진 쇠를 전달 받을 때 쓴다.

도리미(도래미) 집게 : 대정이가 오른손에 쥐고 쇠를 돌릴 때 사용하는 집게

센메, 전메, 앞메 : 각 메꾼이 사용하는 망치

3) 우김질(돋움질)
바둑이가 적당한 두께로 늘어나면 고르지 못한 바디기의 가장자리를 징의 크기에 알맞게 협도(작두)로 자른다. 가장자리가 다듬어진 바디기는 3개씩 한 짝을 이루어 우김질 과정에 들어간다. 네핌질이 끝난 각각의 쇠는 약간씩 무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 무게에 따라 가장 무거운 것을 먼저 메질하고 다음에 무거운 것을 겹쳐 매질하는 순으로 작업한다. 바디기를 한장씩 작업할 경우에는 작업의 속도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쇠가 쉽게 식기 때문에 석장씩 겹쳐 작업하는 것이다(바둑을 세장 겹친 것을 세개잽이라고 한다).

우김질이라는 것은 포개 진 바디기의 중앙 부분을 쳐서 오목하게 만들고 가장자리를 돋우어 올리는 작업을 말하며, 이 과정을 통하여 유기의 기본적인 형태가 잡힌다.


  우김질을 위한 열풀림 과정

 

  우김질이 끝난 세개잽이


* 우김질에 사용되는 도구

협도(고무칼) : 네핌질 후 쇠의 가장자리를 고르는데 사용되는 칼.

초잽이, 중잽이, 함잽이 : 우김질을 할 때 바디기의 넓이와 갯수에 따라 사용하는 집게이다.

우김질 도리미 : 네핌질된 쇠를 각 메꾼들이 두들기기 좋게 잡아 돌려주는 집게이다.

4) 냄질
돋움질이 끝나면 여러장으로 포개어져 있는 바둑(우개리)을 분리하는 냄질 과정으로 들어 간다. 여러장으로 겹쳐져 있는 쇠를 달군 후 원대장이 쇠의 양쪽 끝을 잡아 주면 앞메꾼이 댄잽이로 안쪽 두장의 바디기를 접는다. 그리고 원대장(대정이)는 부주깽이와 밴작잽이로 각각의 바디기를 분리시킨다. 냄질 과정은 숙련된 기술을 요하며 자칫하면 우개리의 쇠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 냄질에 사용되는 도구

밴작잽이(제질집게) : 이가리(우개리)를 분리할 때 사용하는 집게이다.

뒤조이 : 우김질되어 겹쳐진 우개리를 하나씩 분리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냄질과정


5) 닥침질(싸개질)
냄질 과정에서 우그러진 우개리를 정리해 주는 과정이다. 하나씩 분리된 우개리를 센밑돌(제질판)에 놓고 센메, 전메, 앞메꾼이 각자의 메를 제품의 아구리 속에 넣어 자기 쪽으로 당겨가며 원하는 상태의 높이와 넓이로 둥글게 트집을 잡고 쇠의 바닥을 고르게 하는 작업 과정이다.

* 닥침질에 사용되는 도구

닥침망치 : 닥침질과 부질 단계에서 원대정이 그릇의 모양을 원하는 상태로 고르는데 사용하는 망치이다.

6) 제질(부질)
닥침질이 끝난 우개리를 소금물에 행구어 내는데, 이것은 쇠를 부드럽게 하고 유기의 수명을 길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기가 마른 우개리를 다시 불에 달구어 제질망치로 기물의 형태를 잡는다. 제질 과정을 통하여 기물의 윤곽이 분명해지며 필요에 의해서 기물의 전(입구)부분을 넓히거나 오므리기도 한다. 징을 제작할 경우에는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한데, 소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약 75도의 귀미 각도를 잡기 위하여 원대정은 그의 오랜 경험을 발휘한다.

* 제질에 사용되는 도구

제질집게 : 제질작업시 기물을 잡아주는 집게로써 집게의 앞부분 끝이 위쪽으로 둥글게 말려있다.

제질망치(품망치) : 기물의 끝부분을 오므리거나 귀미 각도를 잡아주는 망치

바닥망치 : 기물의 울퉁불퉁한 바닥을 고르게 다듬어 주는 망치

7) 담금질
세차게 반복되는 메질에서 단련된 쇠는 담금질(불에 달구었다가 찬물에 담그는 과정)을 통하여 유연성을 갖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달구어진 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이 완성될 때 까지 반복되는 단조와 열풀림 과정 사이에도 이러한 쇠의 담금질 과정을 빼놓을 수가 없으며, 반드시 소금물에서 담금질을 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쇠를 부드럽게하고 산화나 깨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전통적과정으로 설명되고 있다.


  담금질과정


8) 벼름질(트집잡기)
달구어진 쇠를 급냉시킬 경우에 형태가 다소 뒤틀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뒤틀린 형태를 바로 집아 주는 과정을 벼름질이라고 한다. 벼름질로 완전해진 그릇들은 곧장 가질간으로 보내어져 표면을 깎게되지만 징이나 기타 소리의 기능이 강조되는 악기류의 경우에는 원대장에 의해서 풋을음이 집혀야 한다. 원대장은 황새망치와 주먹망치를 이용하여 징의 안팎을 두드리며 울음을 잡는데, 오랜 연륜에 의한 손끝의 감각과 소리에 트인 귀로 울음을 잡아나간다.

* 벼름질에 사용되는 도구

구머니 망치 : 기물 안쪽의 구석진 곳을 수직으로 치는 망치이다.

황새 망치(곱망치) : 기물 안쪽의 깊숙한 부분을 쳐주는 망치이며 크기가 다양하다.

조망 망치(주먹망치) : 기물의 바깥면을 다듬어 주는 망치이다.

9) 가질
가질이란 벼름질이 끝난 기물들의 표면을 덮고 있는 산화 피막을 깎아내어 유기의 제 살을 드러내게 하는 과정으로서, 선반 작업의 원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가질통에 기물을 고정시켜 좌우로 회전을 반복하면서 칼대로 상사(나이테 모양의 줄무늬)를 넣거나, 안팎을 모두 깎아 낸다. 깎는 면의 고운 정도에 따라서 여러 종류의 칼대를 사용한다.

* 가질에 사용되는 도구

가질통(궁글통, 둥글통) : 기물의 겉모양을 깎거나 상사를 새겨 넣기 위하여 고안된 기구를 말한다(일종의 선반 기능을 갖추고 있음).

머리목 : 가질 작업시 기물을 고정시키는 데 필요한 둥근 나무통이다.

엄쇠 : 가질통의 머리목에 징을 고정시키는 쇠

칼대 : 가질대정이 쇠를 깎을 때 사용하는 칼


  가질 과정


2. 주물 유기의 제작
일반적으로 제품의 생산을 위하여 주조 기법을 활용하는 이유는 첫째, 같은 형태를 대량으로 복제 생산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수공으로 성형이 불가능한 복잡한 구조의 형태들을 쉽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조 기법은 이미 오래전 부터 각종 기물이나 도구의 제작을 위하여 적극 활용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많은 유물을 통하여 주조 기술의 활용 범주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조기법은 주형의 재료와 방법에 따라서 정밀 주조(밀납주조)와 모래 주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유기의 주조를 위하여 전통적으로 활용되어 왔던 방법은 모래 주조이다. 모래 주조 방법은 정밀 주조에 비하여 정밀도가 떨어지고 섬세한 부분까지의 복제가 불가능하지만, 반면에 과정이 단순하고 주조 모델(원형)의 파손 없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생활 용기와 같이 조금 큰 기물의 주조에는 적합하다.

모래 주조를 하기 위해서는 원형, 주형(거푸집), 주물사, 도가니 등이 준비되어야 하며, 그 가운데에서도 주물사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주물사란 주형 내부에 채워지는 모래를 말하는데, 이러한 주물사는 통기성(通氣性) 및 내화성(耐火性), 성형성(成型性)이 우수하여야 하며 특히 주물사의 고운 정도에 따라서 주물의 정밀도가 결정되므로 주조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고운 채를 통하여 걸러진 모래만을 사용한다.

유기를 주조할 때 사용되는 주물사는 바닷가에서 채취되는 '갯토'라는 흙(모래)이며, 이 갯토는 성형성이 좋고 입자가 매우 고와서 유기의 주물사로 적합하다.

유기의 주조 과정은 다른 금속제품의 주조 과정과 동일하며, 주로 반상기 세트나 제기(祭器), 주전자 등의 생산에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기물들은 방짜로 제작되지 않는것은 아니나 단조 성형할 경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기물의 부분 혹은 전부를 주조 성형하는것과 비교하여 채산성이 떨어지므로 유기 제작소에서는 자연히 주조 성형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기물들의 주조과정을 살펴 보면, 주물간에서 일차적으로 석고나 나무 또는 금속으로 된 원형을 거푸집에 놓고 주물사를 채워서 다지게 된다. 그런 다음 원형을 제거하고 빈 공간에 쇳물을 부어줌으로써 원형과 동일한 형태의 주조물을 얻게 되는데, 이때 주의해야할 점은 원형의 두께가 최소한 2mm이상 되어야 성공적인 주조를 기대할 수 있으며 쇳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의 형태여아 가능하다. 이렇게 주조되어 나온 기물은 반드시 담금질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담금질을 하지 않은 주물 유기는 외부 충격에 매우 약하여 유기로서의 제 기능을 갖출 수가 없다.

일단 담금질이 끝난 기물은 가질간으로 보내어지며 그곳에서 가질대장의 손에 의하여 유기는 비로소 제모습을 갖추게 된다. 담금질을 한 주물 유기는 직접 단조하여 제작한 방짜 유기와 비교해서 전연성이 떨어지며 충격에 약하고 조금 무거운 단점이 있으나 방짜 유기 보다 깔끔하고 매끈한 형태로 다듬어 질 수 있다.

주물 유기를 가질하지 않은 채 가공을 완료할 경우에는 금속의 표면과 내부에 형성된 기포로 말미암아 산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며, 내부의 기포에서 스며 나오는 산화 물길을 억제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주조 상태를 좋게 하여야함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가질을 할 수 있는 형태의 유기를 주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Ⅳ. 現代 鍮器의 제작
1. 현대화된 鍮器의 제작 설비 및 방법
만약에 오늘날의 많은 유기 공장에서 유기의 전통적 생산 방식만을 고집스럽게 답습하고 있었다면 생산방식의 비효율성과 비경제성으로 말미암아 현대인의 생활 양식에 적합한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제품을 필요한 양만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과거의 유기점(鍮器店)은 이제 유기 공장으로 규모가 커졌으며, 그곳에서는 유기의 전통적 수공제작 수법만을 고수하지는 않고 있으며, 많은 과정을 기계화함으로써 유기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계화 과정이란 수공 제작 과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수법의 이해를 바탕으로 개량된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 유기장들은 1920년대에 도입되긴 하였으나 훨씬 뒤늦게 사용되었던 동력 망치(대장간에서 먼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의 위력을 확인하면서 효율적인 기계 시설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1980년대 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던 전동 로울러는 번거롭고 힘든 네핌질 과정을 대신해 줌으로써, 유기장들의 노동력, 시간, 인건비 등의 절감효과와 함께 생산성을 높힐 수 있게 하였다.

기계화된 생산 설비가 유기 제품의 질을 높혀주는 결정적 조건은 결코 될 수 없으나, 동력(기계)의 도입으로 장인들의 일손은 가벼워 졌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제품의 품목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해 주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화 덕


1) 전동 로울러
아마 유기 장들의 고된 어깨를 가장 가볍게 해 준것이 바로 이 전동 로울러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이 기계의 도입은 유기 산업에 일대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힘들었던 네핌질 과정을 생략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동 로울러

 

  로울링 과정

 

  로울링 합금판재


합금된 바둑이를 모루 위에 놓고 여러 사람들이 두들기면서 판재를 만들었던 과거와 비교한다면 이 전동 로울러의 편리함이란 대단한 것이다.

전동 로울러는 유기의 성형을 위하여 필요한 두께의 판재를 제작하는 시설로서, 전통의 네핌질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항상 쇠를 달군 상태에서 로울링을 해 주어야 쇠가 부숴지지 않고 잘 늘어난다.

현재의 유기 공장에 설치된 로울러에는 판재를 지속적으로 가열할 수 있는 버너 시설이 배제되어 있어 연속적 로울링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달구어진 바둑을 옮겨 로울러로 밀어주는 사람, 늘어 난 판재를 받아서 되돌려 주는 사람, 그리고 로울러의 간격을 조절해 주는 사람 등 3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원하는 두께의 판재를 얻기 위한 수 차례의 열풀림과정을 생략하고 인력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속을 가열해 줄 수 있는 장치와 로울러의 기능이 결합된 하나의 기계 시설이 고안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여 다양한 두께의 판재를 신속하게 얻어낼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작업 효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기 해머
방짜 유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기계가 바로 이 공기 해머이다. 공기 해머는 먼저 대장간에서 도입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 기능은 전통 유기 제작의 우김질 과정을 대신해 준다고 볼 수 있다.

화덕에서 달구어진 판재들을 집게로 여러장씩 겹쳐잡고 공기 해머기계에 올려 놓은 다음 패달을 밟으면서 단조함으로써 원하는 기물 형태의 윤곽을 잡는다. 이때 쇠가 식기 전에 단조하여야 한다는 조건은 유기의 모든 단조 과정에서와 마찬가지이며, 공기 해머의 압력도 기물의 크기나 재료의 두께에 따라서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 해머

 

  공기 해머에 의한 우김질 과정


공기 해머로 성형되어진 기물의 형태는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입구 부분이 불규칙하게 찌그러 질 정도로 거칠어 손을 이용한 섬세한 단조 과정을 몇차례 반복해 주어야 한다. 기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수공의 과정을 최소한으로 단축하면서 특수하게 고안된 기계로 성형을 마무리 하기도 한다. 특히 징의 경우에 있어서는 공기 해머로 단조된 형태의 높낮이가 일정치 않은 입구 부분을 협도(작두)로 잘라낸 다음, 징의 닥침질만을 위하여 특수하게 고안한 기계에 올려 놓고 닥침질 및 제질 과정까지 마무리 한다.

공기 해머 기계의 해머 부분은 기물의 크기나 깊이에 따라서 각각 교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압력의 조절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 다양한 크기와 깊이를 갖는 기물들을 쉽게 우김질할 수 있다.

3) Spinning 기계
Spinning 기계는 유기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설비 가운데 하나로써 유기의 대량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 도구이며, 특히 1960년대 이후 일시적으로 쇠퇴하였던 유기의 전통을 최근에 회복시키는 데에는 Spinning 기계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Spinning 기계는 중심축을 가지고 있는 방사 대칭의 형태를 성형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평면도상으로는 하나의 중심을 가지면서 동심원들이 그려질 수 있는 형태만이 제작 가능하며, 이와 같은 Spinning 기계로 제작되는 주요 기물로는 반상기 세트, 제기(祭器), 대야, 기타 종교단체에서 요구되는 교구(敎具)등이 있는데, 필요에 따라서 금형(金型)만 준비된다면 원하는 형태의 성형은 얼마든지 용이하다.

반드시 열간가공을 하여야 성형이 가능한 유기의 재료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유기 공장의 Spinning 시설에는 금형과 성형 재료(합금된 판재)를 동시에 달구어 줄 수 있는 석유 버너가 부착되어 있는것이 특징이며, 그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하는 기물을 Spinning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형을 선택하고, 버너에 불을 붙여서 Spinning 기계에 부착된 금형을 수분동안 달구어 준다.(이때 Spinning 기계는 이미 전기 동력에 의하여 회전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금형이 달구어 졌다고 판단되면 즉시 화덕에서 달구어진 원형(일정한 크기로 이미 재단되어진) 판재를 꺼내어 Spinning 기계에 걸고 버너의 불길 방향을 조절함으로써 작업 내내 금형이나 유기 재료가 달구어 질 수 있도록 한다. 버너의 불꽃에 의해서 식지 않고 계속 열풀림이 되고 있는 유기 재료는 작업 과정 동안 연성을 잃지 않기 때문에 Spinning이 가능하며, 여러 종류의 칼대에 의하여 원하는 형태의 기물로 성형될 때 까지 불길의 방향은 조절되어야 한다.

이 끝난 기물은 가질 하기 전에 반드시 담금질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담금질을 하지 않은 기물들은 외부 충격에 매우 약하여 쉽게 깨어지기 때문이다.

Spinning 과정으로 제작되어진 기물들은 비록 담금질을 해 주었다고 할지라도 방짜 유기와 비교하여 쇠의 조직이나 밀도에서 차이가 나므로 전연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Spinning이 악기류의 제작 방법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Spinning 기계에서는 한 중심축을 갖는 방사대칭형의 기물 이외의 비대칭 형태는 제작이 불가능하여 디자인의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짜 유기 보다는 생산성이 우수하여 많은 소비자들에게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제작 과정이 단순하여 노동력과 시간의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pinning 과정


4) 프레스(Press)
프레스 기계는 Spinning 기계나 주조 시설과 함께 유기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필요한 시설이며, 다양한 디자인의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용되어야 하는 기계이다. 특히 프레스를 이용하면 Spinning이나 주조과정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디자인의 유기를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수저나 접시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생활 용구들을 대량으로 짧은 시간 내에 제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오늘날 유기 공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프레스는 파워 프레스와 유압 프레스로써, 단조나 Spinning 작업에 필요한 일정 크기의 원형 판재를 따내거나 숟가락, 접시 등을 찍어 내는 데에 이용되고 있으며 또한 각인(刻印)할 때에도 사용된다.

이러한 프레스 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원하는 디자인의 금형(金型)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일한 디자인의 기물을 대량으로 찍기 위한 금형을 제작하는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채산성이 고려되지 않은 시제품을 제작하기 위하여 금형을 만든다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프레스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준비된 금형을 프레스에 설치하고, 다음에는 일정한 두께와 깊이, 넓이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프레스의 압력을 조절하여야 한다. 프레스 기계의 작업 준비가 완료되면 곧 이어 본격적인 프레스 작업을 실시한다. 이때에도 Spinning이나 다른 단조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금속 판재를 반드시 가열한 상태에서 프레스를 해 주어야 한다. 쇠가 식은 상태에서 프레스했을 경우에는 원하는 형태를 찍기 어려울 것이며,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가 파손되고 말것이다.

프레스 작업에서도 어떠한 디자인의 기물들일지라도 모두 제작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깊이가 아주 깊거나 평면과 입면이 맞닿아 이루는 각도가 예리하다든지 혹은 모서리의 각이 날카로운 요소들을 내포한 형태의 기물들은 제작하기가 곤란하다. 결국 깊이가 얕고 원만한 형태들만이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가질이나 표면의 광택 작업이 쉬운 형태들로 제한되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합금 판재의 표면 상태가 양호하여 가질 과정을 생략할 수만 있다면 프레스 성형의 디자인 범주는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프레스 기계


5) 기타의 시설
앞에서 언급한 기계 설비들을 제외하고 많이 활용되고 있는 기계들을 살펴보면, 협도(작두)를 대신할 수 있게 고안된 원판 절단기, 동력 가질통, 제질 기계, 선반, Buffer 등이 있다.

- 원판 절단기 : 원판 절단기는 기물을 성형하기 전에 원하는 크기의 원판을 절단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이다.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은 다른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재단하고자 하는 금속판을 먼저 화덕에서 달구어야 하며 쇠가 식어서 단단해 지기 전에 재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동력 가질통 : 동력 가질통이란 재래식의 발로 밟으면서 궁글통을 회전시켜 주던 방식과 달리 회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해 줌으로써 가질의 속도를 높이고 힘의 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이다. 선반의 일부 기능을 지니고 있으면서 면의 굴곡을 쫓아가면서 깎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유기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 제질 기계 : 이 기계를 이용하여 닥침질이나 제질을 쉽게 할 수 있으며, 징, 꽹과리 대야 등의 성형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원판 절단기

 

  동력 가질통


- 선반 : 금속 가공용 선반은 주로 주조되어 나온 기물의 표면을 깎는데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선반을 이용하여 기물의 표면에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주거나, 기물의 조립에 필요한 나사를 제작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 Buffer : 이것은 가질이 끝난 유기의 표면에 광택을 내는 기계이며, 거의 모든 유기 제품은 Buffer과정에 의해서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Buffer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비대칭형의 기물이나 여러 각을 내포하는 기물의 마무리에는 Buffer의 사용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물들은 가질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동력 가질통이나 Buffer는 스피닝 작업으로 생산된 기물들이나, 단조 및 주조된 기물일지라도 방사 대칭축을 갖고 있는 형태 등의 마무리 작업에 유용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제질기계

 

  선반


2. 鍮器 디자인의 개발 현황
오늘날 유기 제작 과정의 많은 부분들이 기계화 내지는 현대화되어 생산성을 높혀 나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기란 전승문화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그 인식의 근거로서는 현대인의 생활문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유기 디자인의 정체성(停滯性)을 들 수 있다.

유기가 식기나 그외의 생활용품으로 활발하게 제작 사용되었던 시기는 고려시대 부터라고 알려지고 있는데, 전업적 수공업 집단에서 생산된 놋그릇이 왕실과 관아에서 필요로 하는 공물로 수납되면서 귀족 계층의 생활용품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경국대전」에서는 조선 초기 관공장의 유형과 직종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장(鍮匠)에서는 놋그릇을 풍물장(風物匠)에서는 징이나 꽹과리 등을 제작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부터는 이러한 관공장의 형태가 사라지면서 사공장이 활기를 띠게 되며, 조선 후기에는 자영 수공업의 발달에 따라 방짜점(놋점), 징점의 체제가 지역적으로 성행하게 된다. 특히 사공장 체제가 발달함에 따라 놋그릇은 점차 선조들의 실생활에 폭넓게 자리잡았으며, 밥그릇, 국그릇, 접시 등의 식탁용기 뿐만 아니라 요강, 세수대야, 사찰의 장엄불구, 제기, 풍물 악기에 걸쳐 다양한 유기 제품의 유통을 가능하게 하였다.

일제의 침탈기에는 유기문화의 전통이 인멸될 위기가 있었으나 해방 이후 1960년대말까지 유기의 전통이 되살아 나면서 생활문화의 근간으로서 많은 사람들로 부터 다시금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유기의 전통이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문화의 발전 속도가 더뎠던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36년간의 일제 침탈기의 공백이 치명적이었으며, 더하여 1960년대에 수입된 스테인레스 스틸 제품문화의 대체 효과로 말미암아 유기의 전통이 과거처럼 생활문화의 범주 가운데에서 폭넓게 자리할 수 있는 기회는 상실되고 말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생활문화의 양식에 적응하기가 어렵게 된 유기문화는 전승 차원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으며, 자연히 유기디자인의 개발 의지는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1970년대의 새마을 운동에서는 농악을 퇴폐 풍조로 간주하고 징이나 꽹과리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유기 산업의 정체(停滯)는 70년대의 말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의 고조와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유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유기장 이 봉주와 김 근수가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됨으로써 유기 산업은 다시 활기를 띄게 된다.

방짜 유기를 대표하는 이 봉주와 주물 유기의 김 근수가 각기 제작하고 있는 유기의 종류를 살펴보면 향로, 촛대, 주전자를 포함하는 제기류와 반상기 세트, 조리용구, 그리고 놋대야, 요강 등의 생활용품과 징, 꽹과리의 농악기, 사찰의 장엄불구, 무속인의 악기 등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품목들은 표피적으로 약간씩 형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능적으로는 현대의 생활문화와 다소 거리가 있는 전통 문화의 소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개인의 주문에 의하여 현대적 감각의 전시류나 식탁용구가 제작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 양식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가까이 갈 수 있는 유기의 개발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며, 이것은 생산 시설의 현대화와 디자인의 개발 의지가 병행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기셋트


Ⅴ. 시제품(試製品)의 제작
유기 제품의 현대화는 현대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통유기의 현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하드 웨어의 개선 조치(생산 시설의 기계화)는 많이 이루어진 상태이나 현대인의 생활 양식에 적합한 디자인 개발을 위한 관심과 투자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설비와 그 제작 기술을 활용하는 범주 내에서 시제품을 제작함으로써 유기 디자인의 개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파악하고자 하였다.

1) 탁상용품 디자인
일반적으로 탁상용품이라고 하면 필통, 명함꽂이, 인주함, 담배합, 재떨이, 메모지 받침, 펜 꽂이, 시계 등이 한 세트로 구성될 수 있다. 이러한 탁상용품을 유기로 제작해 보고자 한 의도는 무엇보다도 유기 제품의 표면에서 드러내고 있는 미려한 색감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금속 재료에서 만져질 수 있는 딱딱하고 차가운 시각적 느낌을 해소하기 위하여 부드러운 양감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디자인 하였으며, 평면의 면적에 비하여 높이를 낮게 처리함으로써 경쾌한 미감을 표출할 수 있게 하였다. 제작 방법은 형태의 특성상 주조 기법을 활용하였으며, 주조의 원형을 플라스틱으로 정밀 제작함으로써 주물의 뒤틀림을 방지하고 균일한 두께의 성형이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원형은 석고보다 견고하여 주물사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래주조의 단점은 주조된 형태의 표면이 거칠어 광택을 내어야 하는 제품일 경우 표면의 금속을 많이 깎아내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는 것이며, 따라서 가능하다면 가질을 할 수 있도록 방사대칭형으로 디자인 되는것이 좋다. 그러나 실험에서는 탁상의 평면이 대부분 사각형의 윤곽을 지니고 있어, 여러가지의 탁상용품 역시 탁상에 일정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사각의 윤곽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가질 기계를 활용한 표면 가공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핸드 그라인더와 줄을 사용하여 거친 금속 표면을 깎아 내었으며, 면과 면이 교차되는 모서리의 예리함을 강조할 수 있도록 매우 신중하게 작업하였다. 그러나 합금된 유기 금속은 다른 구리의 합금 금속과 달리 경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가질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줄을 이용하여 산화막이나 거친 표면을 깎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었으며 공구(줄)의 마모가 심하였다.

형태의 튀어 나온 면이나 평면의 경우는 힘이 들어도 수공구로 가공할 수 있었지만, 오목하게 들어간 면의 처리는 핸드 그라인더나 광간의 버프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순간 반듯한 면이나 선의 강조로 단순 명쾌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디자인 의도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기계에 의해서는 그만큼 섬세한 면의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 준 셈이었다. 처음 시도한 유기 디자인으로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성격의 탁상용품을 무게도 경량화하면서 의도한 바 대로 정확하고 섬세한 완제품으로 제작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주조가 아닌 프레스 작업에 의존하여야 된다는 사실을 확인케 해 준 중요한 실험이었다.

 

2) Bottle cooler 디자인
Bottle cooler 는 우리의 전통적 기물도 아니며 일상 생활에 널리 사용되는 용기도 아니지만,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서 양식을 즐길 때 종종 등장하는 양식기의 일종으로서, 서양식 식탁문화의 수입과 함께 들어온 고급 문화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식사 시간 내내 포도주나 기타의 음료를 차갑게 유지하여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그릇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와는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Bottle cooler를 디자인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유기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보고자 하는 데 있었다.

유기를 단순히 전통 문화의 부산물로만 취급하고 놋그릇의 가공 기술을 전수하여 전통 유기만을 재현하는 것으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오직 현대인의 생활 양식을 이해하고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유기를 개발하는 것이 진정한 전통문화의 보전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으며, 그 실천의 일환으로 이 용기를 디자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Bottle cooler의 재료로는 은이나 철, 스테인레스 스틸, 퓨터, 나무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구리 제품이나 구리의 합금에 은도금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주조, 단조, 스피닝의 방법들로 제작되어 지고 있다. 따라서 얼음을 담는 그릇을 유기로 대체하는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Bottle cooler의 디자인은 한국의 전통 생활 풍습에서 모티브를 추출하였는데, 즉 우리에게 냉장고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에 음식물을 상하게 하지 않고 시원한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하여 이용된 우물이 그것이다. 그리하여 Bottle cooler의 냉장 기능이나 우물의 기능이 한편으로 유사하다고 보았으며, 디자인에서는 우물'井'이라는 글자를 추상화하여 표면에 드러내도록 함으로써 우물의 이미지를 상징화하였다.

얼음과 병이 담기는 유기는 스피닝으로 성형하여 표면에 광택이 나도록 마무리하였으며, 우물'井'자가 상감된 육면체 형태는 나무로 제작하고 황동봉으로 만든 4개의 다리를 받침으로써, 그 상자의 내부에 Bottle cooler의 유기가 잘 고정되도록 하였다.

완성된 Bottle cooler는 형태를 고정시켜 주기 위하여 다리 부분에 사용된 황동봉의 중량 때문에 전체적으로 무거워진 문제점이 노출되었으나, 유기와 나무를 복합적으로 사용한다면 다양한 기능의 품목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이 실험은 만족할만 하다.

 

3) 스테이크 팬(Steak pan) 디자인
스테이크 팬(Steak pan)이란 요리된 고기를 담는 얕은 냄비의 일종으로서, 철(鐵)이나 구리의 합금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식탁 위에 음식물과 스테이크 팬이 데워진 채로 놓여 져야 하므로 반드시 나무로 된 받침이 스테이크 팬과 동반되어야 하는 특징이 있다.

팬을 제작할 때에는 데워진 음식물이 급작스럽게 식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열 전도율이 좋은 금속으로 두께를 가급적 두껍게 해 주는 경향이 있으므로 스테이크 팬을 주물 유기로 제작하고자 한 디자인 의도는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스테이크 팬을 제작할 경우에는 나이프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 깊이가 얕고 편편하여야 하며, 음식물의 찌꺼기가 끼지 않게 표면의 굴곡 편차를 줄여서 매끈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테이크 팬은 주조 방법으로 성형되기 때문에 원형(原型)의 크기나 두께를 잘 조절하여 무겁지 않게 하여야 하는 점도 유념하여야 한다.

스테이크 팬의 디자인을 위하여 두번의 실험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석고 원형의 두께 조절에 실패하여 주물이 무겁고 표면의 상태가 고르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즉 유기 합금의 주조 상태가 좋으려면 원형의 두께가 전체적으로 평균 3mm 내외여야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인데, 만약에 그보다 두꺼울 경우에는 금속의 표면에 생성되는 기포가 매우 불규칙해 지면서 주물의 깊숙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가며, 원형의 두께가 3mm 이하일 경우에는 온전한 형태로 주조되지 않을 정도로 실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두번째의 디자인에서는 석고 원형의 두께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성공적인 주물을 얻을 수 있었으며, 담금질을 끝낸 후 곧 바로 광간에서 주물의 금속 표면을 연마하여 나무받침과 함께 결합 완성하였다.

이 실험에서는 불 위에서 가열하여도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놋을 스테이크 팬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유효 적절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와 유사한 기능의 제품들도 주조 기법을 활용하여 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4) 과반(Fruit bowl) 디자인
과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과반은 오래전 부터 생활용품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목기, 나무 껍질이나 풀 등으로 짠 바스켓, 도자기, 유리, 금속 과반에 걸쳐 매우 다양한 재료의 과일 그릇이 있어왔다.

이러한 과반은 담는 과일의 종류에 따라서 재료, 크기,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우 즐기는 과일들인 사과, 배, 감, 귤 등을 담을 수 있는 놋과반을 디자인 제작해 본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며, 유기의 현대화 취지와도 부합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과반 디자인을 하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사과나 배, 글 등은 작은 크기의 과일이 아니어서 많은 양을 담아 온 식구가 넉넉한 마음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그릇이 커져야 한다. 따라서 큰 놋그릇을 무겁지 않게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의 강구가 가장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였다. 물론 방짜로 않게 단조하여 가볍고 큰 그릇의 생산이 가능하며, 스피닝이나 주조 방법으로 성형된 그릇도 가질을 많이 한다면 얼마든지 않고 가벼운 그릇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형태들은 방사대칭형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기 때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으며, 그 결과 투각의 방법을 적용해 보기로 하였다. 과일들이 빠져 나갈 수 없을 정도에서 원하는 디자인으로 투각을 한다면 그릇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질뿐만 아니라, 투각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대비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패턴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유기의 합금으로 그릇을 성형하기에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인 스피닝으로 일차적인 과일 그릇의 윤곽을 잡기로 하였으나 의도에 적합한 금형을 구하지 못하여, 그와 유사한 형의 금형으로 스피닝하였으며, 담금질 후 다시 단조하여 약간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투각이 된 상태에서는 가질이나 연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가질간에서 산화된 금속 표면의 껍질을 깎아 내고, 연마과정까지 미리 완료하였다.

연마가 끝난 유기의 표면에 여러가지 표정의 손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그릇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그려 놓고 손들이 겹쳐지지 않는 여백을 투각하였는데, 금속가공용 3번 톱날을 사용하여 투각하는 과정에서 합금의 경질성(硬質性)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톱날도 수없이 부러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지금처럼 2mm 두께의 유기 금속을 자르는 시간과 노동력이 제품의 원가에 반영된다면 그 누구도 구입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디자인의 제품을 다량으로 생산하고자 한다면 프레스 작업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Ⅵ. 맺음말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유기 재료의 특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열간 가공 방법과 생산 설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비철 금속의 냉간 가공 방법에만 익숙해 있는 본인으로서는 연구를 지속하면서도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를 범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열간 가공과 냉간 가공의 방법들을 혼용하여 기존의 유기 제품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의 유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실험 결과 그 방법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크게 실망하였다. 냉각 상태에서의 방짜쇠는 다른 비철 금속과 비교하여 전연성이 크게 떨어져, 달구어진 상태가 아니면 단조시 쇠가 쉽게 깨져 버린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징, 꽹과리 등의 악기를 울음잡기할 때, 또는 뒤틀린 형태를 바로 잡는 정도는 냉간 가공이 가능하나, 그 외의 대부분의 단조 성형(스피닝, 프레스 성형 포함)은 반드시 열간 가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확인된 유기 생산의 중요한 특성들을 종합적으로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기의 성형과정(네핌질→제질)에서 실시되는 몇차례의 열풀림 작업을 위해서는 쇠를 골고루 달구어 줄 수 있는 화덕이 필요하며, 달구고자 하는 기물은 항상 소금물에 먼저 적셔 주어 금속 표면에 형성된 산화피막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산화피막의 제거를 위하여 소금물 대신에 5%의 묽은 질산을 사용한다면 뜨거운 금속이 수용액에 담기는 순간 유독 개스가 발생하여 작업자에게 상당한 위험을 안겨 주게 되므로 고려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소금물은 담금질 과정에서 이용되어 쇠의 유연성을 더해 주기도 한다.

둘째, 유기의 합금은 냉각 상태에서 매우 경질화되어 금속 가공용 실톱이나 줄을 사용한 절단 및 가공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수공구로만 절삭되어지는 디자인의 제품은 생산할 수 없으며, 프레스나 선반 등의 기계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이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 모래 주조의 원형을 제작할 경우에는 두께 조절을 잘 해 주어야 한다. 특히 주조의 기포를 억제하면서 매끈한 표면의 형태를 얻으려면 원형의 두께가 3mm 내외로 제작되어져야 하며, 기계를 이용한 가공(Finishing)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넷째, 현재 유기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는 유기는 시각적으로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방사대칭형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방사대칭형이어야 가질과 광내기가 용이하다.

전통 유기 문화의 우수성과 멋스러움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대중매체를 통하여 소개된 바 있었지만, 유기의 아름다움이 장인의 기교와 노동력의 결실로 탄생되는 수공예품으로써만 강조된다면 유기 문화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자칫 고급문화만을 향유하고자하는 현대인들의 낭만적인 취미를 자극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유기 문화는 더 이상 복고적 취미가 아니라 산업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유기의 현대화에 관한 연구도 당연히 공예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전통의 수공 생산 체제에 의존하지 않고 개량된 기계 설비의 활용을 전제로 수행되어야 한다. 많은 유기업체에서는 전통 유기의 현대화 작업이 이미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품목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유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 및 방법들이 상당 부분 개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유기를 산업 생산물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원가의 조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유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의 형식(Format)에서 일탈된 디자인으로 현대인의 생활 양식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 그저 외양은 옛것을 답습하면서 생산방식만을 부분적으로 개량하는 것으로는 결코 유기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로 주조 시설이나 스피닝 기계, 프레스 등의 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며,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에 필요한 금형의 제작과 실험이 꾸준히 병행되어야만 유기의 현대화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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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봉주 「납청양대」, 청파출판주식회사 1991
이용구 「바람의 소리, 하늘의 소리 - 징」, 유진퍼스콤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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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사항

서도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화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