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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 체계, 구조, 기능

온울에 2008. 5. 30. 00:05

(2) 언어의 체계, 구조, 기능 -이 용 주(李庸周)

1.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원활한 의사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어는 이를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인간이 고안해 낸 기호 체계이다. 인간이 의사 소통을 위한 표현과 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러한 언어 기호를 상징(象徵)이라고도 부른다.

 //  언어의 상징적 성격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어라는 말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그 중에서도 다음 두 가지만은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하나는 언어 기호로서의 언어이며,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언어 활동, 즉 담화(談話, 이야기)로서의 언어이다. 언어 기호로서의 언어는 특정 개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사용하도록 약속되어 있는 형식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언어 표현은 후자에 속한다.

얼굴이 예쁘구나 !
꽃은 인간을 위해서 핀 것이 아닙니다.

이는 현실적인 언어 활동으로서의 담화이며, 음성이나 문자로 실현된 것이다.

 //  언어의 두 가지 의미

언어 기호와 언어 활동의 차이점은 좀더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위의 문장에서 볼 때, '얼굴'이라는 명사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물을 지시하는 언어 기호이며, 결코 그 사물 자체가 아니다. 이처럼 기호가 가리키는 사물을 기호의 지시 대상(指示對象)이라 한다. 한편, "얼굴이 예쁘구나 !"와 같은 현실적인 담화, 또는 그 표현 형식은 지시 대상을 가진다고 보기가 어렵다. '지시'니 '지시 대상'이니 하는 것은 바로 언어 기호의 문제이며 담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담화로서의 언어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얼굴'에 대하여 말하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심리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다.

 //  언어기호와 언어활동의 차이점
* 소쉬스 : (기호) 랑그 / (담화) 빠롤
* 촘스키 : (기호) 언어능력 / (담화) 언어수행

이상에서, 우리는 단순히 '언어'라고 일컫는 존재를 '언어 기호'와 '언어 활동'으로 구분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에서는 이 같은 언어 기호와 언어 활동에 대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  언어기호와 언어활동의 구체적 고찰(승전기후단락)

2.

언어 기호는 전체적으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이는 말소리, 어휘, 그리고 문법 규칙 같은 하위의 체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위의 체계는 또다른 하위의 체계로 이루어진다. 요컨대, 언어는 여러 층위로 나누어질 수 있는 체계인 것이다. 언어의 체계라는 말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말소리나 단어들에 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  언어기호의 체계성
* 체계의 성격
(1) 계층성 : 상위 체계와 하위 체계
(2) 긴밀한 연관성 : 항목이나 범주의 긴밀한 연관

체계를 이루는 각 항목이나 범주는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의 하나가 변화를 입게 되면 다른 항목이나 체계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 변화 전까지 유지되어 있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 즉, 체계 전체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말소리에서 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언어기호 체계의 유기적 관련성

중세 국어의 '·' 모음이 점차 소실되자, 그것이 담당했던 의미 분화의 기능이 다른 몇 개 모음으로 분담되었다.  

이런 변화에 대하여 우리는 첫 음절의 '·'는 'ㅏ'로 바뀌고, 둘째 음절의 '·'는 'ㅡ'로 바뀌었으며, 어떤 것은 'ㅗ'로 변하기도 했다고 설명해 왔다. 이러한 예를 가지고 국어의 모음 체계 자체가 달라진 것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럼으로써 '·'모음이 소실된 결과, 그 모음이 담당하고 있던 (의미분화의)기능이 'ㅏ, 'ㅡ', 'ㅗ'의 세 모음에 분산되어, 이 세 모음이 담당해야 하는 단어가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 체계의 변화과정과 그 예

체계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는 '선택'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선택'이란, 한 체계를 구성하는 항목들 중에서 언어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골라 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가리키고자 할 때, 대명사 '이것', '그것', '저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또, 명사가 사용되고 그 앞에 가리키는 말을 관형어로 사용할 때에는 '이', '그', '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각각의 세 항목을 두고 선택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곧 단어들의 체계이다. 즉, 체계란, 서로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선택 가능항(選擇可能項)의 집합이라 말할 수 있다.

// 체계의 개념 이해

선택이 가능한 단어의 수는 몇 개밖에 안 될 수도 있고, 그 수가 매우 많을

수도 있다. 앞에서 제시한 '이', '그', '저' 계(系)는, 3항이었지만, 이른바 '능동 표현'이나 '피동 표현', '단수'와 '복수' 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가능한 항목은 둘뿐이다. 이와 같은 극히 제한적인 선택을 폐쇄적인 선택이라 한다. 폐쇄적인 선택의 대표적인 것으로 문법 범주(文法範疇)를 들 수 있다. '긍정'과 '부정'은 두 개 범주를 가진 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제3의 선택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 폐쇄적인 선택 - 문법범주

이러한 폐쇄적인 선택과는 달리 선택 범위가 매우 넓은 경우도 있다.

철수가 (     )을/를 보고 있다.

위와 같은 문장에서 빈 칸에 들어갈 수 있는 명사 또는 명사 상당형은 무수하게 많다. 철수가 볼 수 있는 물건이나 사건을 대표하는 언어 형식이면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거의 제한이 없는 선택을 개방적인 선택이라 한다. 대체로, 문법 범주의 경우에는 폐쇄적인 선택이 이루어지고, 어휘의 경우에는 개방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 개방적 선택의 개념과 예

3.

언어를 살필 때에 '구조'라는 개념 또한 중요하다.
구조란, 대체로 언어 형식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와의 관계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앞에서 '체계'를 선택 관계로 설명한 바 있는데, '구조'는 이와 달리 통합 관계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통해서 살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 언어구조의 개념 - 통합관계

자동차는 많은 부속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부속품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거기에는 규칙성이 있는데, 그것이 무너지면 자동차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부속품이 각각 있을 자리에 있어서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체가 될 때에 그 자동차라는 개체는 하나의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나사나 전선 같은 것은 다른 부속품과 함께 먼저 작은 구조를 만들고, 그 작은 구조 몇 개가 모여서 좀더 큰 구조를 만든다. 이런 과정을 몇 단계 거쳐서 마지막으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이런 관계를 계층적인 구조라 한다. 여기서, 하위 단위는 상위 단위의 구성 요소가 되고, 상위 단위는 몇 개의 하위 단위를 지니게 된다. 최하위 단위는 구성 요소가 될 뿐 구조를 이루지는 못하며, 최상위 단위는 구조일 뿐 구성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 구조와 구성요소의 이해

이러한 구조와 구성 요소의 개념을 언어 형식을 이해하는 데 도입해 보자.
언어학에서는 일반적으로 형태소보다 큰 언어 단위를 언어 형식이라 한다. 형태소는 의미를 가진 최소의 단위이지만, 그것은 음운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음운은 구성 요소가 되고, 형태소는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동사 '먹다'의 어간 '먹-'은 'ㅁ, ㅓ. ㄱ'의 세 음운을 구성 요소로 가진다. 거꾸로 말하면, 'ㅁ, ㅓ. ㄱ' 세 구성 요소는 동사 '먹다'의 어간 '먹-'이라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형태소는 이처럼 몇 개의 음운을 구성 요소로 하는 구조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 구조로서의 형태소 - 구성요소의 관계

한편, 형태소는 다시 상위 구조의 구성 요소가 될 수가 있다. '-었-'과 '-고'는 각각 하나씩의 형태소이지만, 이 두 구성 요소는 '-었고'라는 어미가 됨으로써 다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또, 어간 '먹-'과 접미사 '-이'는 각각 하나씩의 형태소인데, 이들이 구성 요소가 되어 명사 '먹이'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 형태소가 구성요소가 되는 예

한 단계 더 위의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람은', '착한가'는 각각 하나씩의 어절(語節)인데, 이들은 "사람은 착한가 ?"와 같이 문장이라는 구조를 만드는 구성 요소가 된다. 문장을 언어 연구의 가장 큰 단위로 보던 때에는, 문장이 가장 큰 구조이므로 더 이상 단위는 없는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시야가 넓어져서 '담화'니 '이야기'니 하는 것을 언어 연구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는데, 이 때에는 문장이 '담화'나 '이야기'의 구성 요소가 된다.

// 문장의 구조와 구성 요소

4.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다. 발화는 말하는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지만, 표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다른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과정일 때가 많다. 그 궁극적인 목적이란, 무엇보다도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의도했던 반응을 도출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따라 듣는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감화(感化)라 한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감화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 성취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 언어사용의 궁극적 목적

이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현실 세계 등의 상호 관계를 중심으로 언어의 기능에 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 표현의 기능을 들 수 있다. 이는 언어가 말하는 사람과 관련되는 상황이다. 말하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라든가 다른 섬세한 감정까지도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이는 말하는 사람의 심리 내용에 따라 다시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이 금은 무게가 5g이다.
(2) 어서 출발하시지요.
(3) 이 책은 참 재미있다.
(4) 철수는 공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들의 기능은 각각 다르다. 순서대로 살펴본다면, (1)은 말하는 사람의 사실적인 판단, (2)는 듣는 사람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태도, (3)은 지시 대상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태도, (4)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성 여부 등을 표현한 것이다.

둘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 행동을 하도록 하는 기능을 들 수가 있다. 이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첫째 것과 다르지는 않으나, 특히 듣는 사람에게 감화 작용을 하여 실제 행동에 옮기도록 한다는 점이 다르다.

(1) 어서 학교에 가거라. ((2)의 서술형식으로 바꾸어보기 - 지금 학교에 갈 시간이다.[완곡어법])
(2) 여기는 금연 장소입니다.

(1) 은 '명령'으로서, 특정 행동을 하도록 듣는 사람에게 직접 작용하는 것이고, (2)는 담화의 형식으로만 보면 단순한 서술(敍述)이지만, 이 또한 "금연하라."와 같은 명령문의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이러한 기능을 감화적 기능이라고 한다.

▲ 보충 - 지령적 기능
(1) 완결된 진술형식이 아닌 표현
   - "좌측통행", "차선엄수", "불조심"....
(2) 진술 형식의 지령문
   - "나는 착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커피는 당신과 마시는 커피입니다. **커피"...
(3) 명령의문(간접표현)
   - "좀 밥을 많이 먹을 수 없겠니?"

셋째, 단순히 친교적인 기능만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있다.

"날씨 참 사납군요."(폭우를 보면서)
"진지 잡수셨습니까 ?"(인사 치레로)

등과 같은 인사말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는데, 이런 말들은 단순히 언어를 통해 친밀한 관계를 확인하는 행위로서, 원만한 사회 생활을 유지하는 데 윤활유와 같은 기능을 한다.

넷째, 표출적 기능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놀라거나 위험할 때, 현장에 듣는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 없이,

"아이구, 아파 !"
"에그머니나 !"

등과 같은 소리가 무심코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언어를 기호(記號) 이전의 용법으로 거의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에는 표현 의도도 듣는 사람도 없으니, 기대하는 반응도 있을 수 없다. 표현 의도와 전달 의도가 없는 것은 표현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다만 표출된 것일 뿐이며, 표현된 것과는 구별된다.

다섯째, 지식과 정보의 보존 기능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지식을 보존하고 축적해 간다. 과거에는 오직 문자 표기만으로 지식 정보를 저장하거나,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음성을 보존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이 보존 기능은 언어의 전달 기능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5.

이상에서 우리는 언어의 체계, 구조, 기능 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우리는 매일매일 언어를 사용하여 사회 생활을 해 나가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을 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처럼 방대하고 복잡한 체계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언어를 우리가 그토록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 내려진 커다란 축복이다.

// 언어의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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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pcp.edunet4u.net/~koreannote/text/%EC%83%81-03-2.htm